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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하는 나날들 -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 이유진 옮김 / 북트리거 / 2023년 2월
평점 :
저자
에즈메이 웨이준 왕님은 2세대 대만계 미국인으로 태어나 예일대에 입학했으나 정신질환을 이유로 퇴학당했다. 이후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뇌 영상 연구원으로 일했다. 2016년
그레이울프 프레스 논픽션상 수상작이자 첫 에세이인 이 책에서 그녀는 정신질환 중에서도 특히 치명적이라고 알려진 조현병에 관해 당사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내밀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전한다. 낙인을 인정하고 무지를 깨워주는 고기능 조현정동장애
환자이다. 병명도 어렵네요. 고기능과 저기능? 책 속에서 확인할 수 있죠.
아이러니한
건, 진단명이 바뀌지만 치료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 비자발적
재활치료, 강제치료? 가족들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되는
경우? 미국에 사는 고기는 조현정동장애 환자인 저자가 진단 받는 과정에서 알게된 미국의 의료, community등에 대한 이야기와 저자가 알게 된 병을 앓는 사람들과 가족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조현병은 무섭다. 조현병은 전형적인 광기의 병이다. 광기가 무서운 이유는 인간이 체계화하고
분별하려고 애쓰는 존재이기 때문이다.(p14)
조현병, 정신증, 치료에 관한 논의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은 ‘무언가에
홀린 상태’가 얼마나 진행됐는가 하는 점이다. 정신의학적 용어로는,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병식’(insight)의 수준이 어떠하냐는 것이다.
(p60) 정신병을 귀신들린 것으로 보고 퇴마의식을 하거나 굿을 하는 경우도 많았던 거 같다. 진짜? 귀신들림이 있을까? 나와 다르고 일반적이지 않은 가치관, 행동양식, 정신세계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때문은 아니까?
“나는 ‘진단’이 ‘치유’로 이어지거나, 혹은 사실상 병을 확인함으로써 쇠약을 강요하는 것 이외의 어떤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를 아직 보지 못했다.” 나에게 내려진 새로운 진단은 치유의 기능을 내포하지 않았고, 내가
고기능(high-functioning)을 발휘하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암시할 뿐이었다.(p70) 태어나 성장하고 노화되면서 정신과
지식분야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뇌에 쌓인다. 그것들이 지워 혼란스러워거나 지워지기도하는 결과로 정신질환의
증상이 나타난다. 혼란을 바로 잡고 지워진 걸 재생할 수 있을까? 어렵겠지? 더 심각해지는 걸 막는게 최선의 치료일 수 있다.
“저 예일대 다녔어요”라는 말은
‘나는 조현정동장애가 있지만 가치 없는 인간은 아니에요’의 줄임말이다.(p94) 종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비생산적일 수 있다. 그럼 가치가 없어지는 것인가? 그렇게
판다는 사회도 있고 아닌 사회도 있다. 우리 사회는? 꼭꼭
숨기고 가족을 포함한 가장 가까운 분들이 다양한 피해를 감수하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한번은 그가 심한 증세를 보이길래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더니, 그는 웃으면서 정신병원으로 속절없이 끌려가느니 차라리 경찰의 총에 맞겠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병원도 지긋지긋했고, 사는 것도 지긋지긋했다. 나는 그에게 왜 그렇게 입원을 거부하냐고 물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나
역시 병동에 들어가는 게 두려웠으니까.(p168)
우울증이 왔을 때 그런 적이 있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자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살을
선택지로 고려했다면,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을 계속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자살을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죽은 상태에서 자살에 성공한다는
것은 그냥 똑같은 상황을 마주하거나, 아니면 헤아릴 수 없이 더 깊은 지옥의 굴레에 빠지는 결과를 의미할
뿐이었다.(p234)
나는 경미한 정신증을 이따금 경험하지만, 조현병이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에
발병한 다른 병들은 잘못된 사건으로 여겨지며 도대체 나란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것과 달리, 조현병은 너무나 오랫동안 나의 일부였기에 내 삶에서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p273) 위드(with) 조현병의 상황이 되면 조율되는 삶이 가능할
것이다.
저자는 본인이 양극성 장애나 조현정동장애
진단을 받기 전까지 정신질환에 대해 어떤 자세였을까? 중요하지 않다.
그로 인해 본인을 포함한 환자, 환자들 주변인들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고기능 환자로 책을
써 인식을 개선하는데 충분히 기여할 수 있었다. 힘을 가진 사람들의 동참은 큰 변화를 가져온다.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질환 환자의
가족과 의사, 간호사, 상담사 등 질병과 관계된 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예요. 몰라서 오는 두려움에 회피하고 감추던 것들이 알게 되면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여러가지 방법이 생기니까
이 리뷰는 몽실북클럽 서평이벤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