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늘이 참 아름답다고 말할 것
장강명.정명섭.정해연 지음 / 빚은책들 / 2026년 9월
평점 :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팀장이라는 직함과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규격 속에서
살아온 지 어느덧 수십 년이다. 내 삶에 작은 균열이 생긴 건 얼마 전 드라마 [포핸즈] 덕분이었다. 두
사람이 하나의 건반을 공유하며 호흡을 맞추는 피아노 연주에 매료되어 서툰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며 위로를 얻기 시작했다. 그렇게 건반의 선율에 깊이 빠져들던 차에 만난 소설집 <하늘이
참 아름답다고 말할 것>은 창덕궁 옆 작은 서점 '수북강녕'의 문을 열며 나를 이끌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문장은 바로 ‘모두가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갑니다’라는 고백이다. 완벽한 프로토콜만을 쫓는 내 직업적 시선과 달리, 소설은 삶이란
흔들리는 것 자체가 살아가는 증거라고 말한다. 이야기의 시작인 장강명 작가의 〈벡사시옹의 밤〉은 피아노에
마음을 빼앗긴 내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주인공 '수현'은 에릭 사티의 기묘한 곡 〈벡사시옹〉을 14시간 동안 반복 연주하는
도전에 나선다. 밤샘 연주회 속에서 건반을 두드리는 수현의 뒷모습은 공정 시험 속에서 똑같은 음만 반복하는
연주자처럼 살아온 나를 돌아보게 했다. 소설은 그 반복 끝에 이어지는 새로운 곡을 통해, 불확실함 속에서도 나만의 선율을 채워가는 과정이 흔들리는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됨을 보여주었다.
그 여운은 〈하루〉에 이르러 서늘한 현실감과 성찰로 이어진다. 모든 선택을 '앱과 알고리즘'에
내맡긴 채 안락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매뉴얼대로 돌아가야만 안심하는 내 실험실 생활과 닮아 있었다. 시스템을
완전히 잃어버린 후에야 비로소 돌담의 이끼와 햇살을 발견하는 흐름은 깊은 탄식을 자아냈다. ‘편하다는
것과 괜찮다는 것이 같은 뜻이 아니지’라는 말은, 효율에
갇혀 정작 눈앞의 소중한 하루를 놓치고 살았던 내 뇌리를 강하게 때린다.
〈결백〉은 가족을 지키겠다는 필사적인 헌신의 미명 아래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거대한 반전을 다룬다. 마지막 두 페이지에서 앞선 모든 단서가 뒤집히는 순간, 완벽하다고 확신했던 품질검사 데이터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했을 때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으며, 흔들리는 마음을 통제하려 할수록 더 큰
비극을 마주하게 된다는 전개는 삶의 불완전함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 소설집의 백미는 역설적이게도 책의 '비어 있는 자리'에 있었다. 본래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하려 했으나, 한 작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 자리가 공백으로 남았다는 비하인드
스토리야말로 책에 담긴 핵심 문장의 의미를 대변한다. 완벽한 규격만을 쫓아왔지만 우리네 인생은 매뉴얼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예기치 못한 공백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 공백 또한 인생의 한 부분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흔들리면서도 계속해서 걸어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책을 다 읽고 오랜만에 올려다본 가을 하늘은 참 시리도록 푸르고
아름다웠다. 피아노 선율이 내 감성을 깨우고, 소설 속 성찰의
흐름이 내 무뎌진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면, 이 책의 빈자리는 내게 소중한 존재들을 무심히 지나쳐온
나를 멈춰 세우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다정하게 가리켜주었다.
특별히 조직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무기력을 겪는 중년 직장인들에게
읽기를 권한다. 세상의 기준에 갇히지 않고 삶이 던지는 엄격한 질문들에 응답하며,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주체적인 삶의 중심을 다시 세우고 스스로의 태도를 결정할 실존적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몽실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하늘이참아름답다고말할것,장강명_정명섭_정해연,빚은책들,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