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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밀크웨이 - 남겨진 세 사람의 기록
김강토 외 지음 / 부기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우유를 흔드는 손, 그리고 남겨진 버터의 길
우유를 세차게 흔들면 지방이 분리되어 버터가 된다. 한 번 분리된 버터는 이전의 우유로 돌아갈 수 없다. <버터밀크웨이>는 고(故) 백세희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 연인 김강토와 친구 이수현, 동생 백다희가 1년 동안 함께 써 내려간 애도 에세이다. 임상 수의사로 동물들의 생과 사를 지켜봤고 지금은 바이오 분야에서 품질관리(QC)를 맡고 있는 내게, 이 책은 상실과 관계의 의미를 돌아보게 했다.
장례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던 세 사람은 매달 만나 각자의 글을 읽고 마음을 나누기로 한다. 함께한 시간이 달랐던 만큼 슬픔의 모습도 다르다. 연인 김강토는 달리며 고통을 견디고, 친구 이수현은 오랜 우정의 흔적과 일상의 빈자리를 마주한다. 동생 백다희는 언니의 물건과 생활의 흔적을 간직하며 언니 없는 시간을 살아간다. 달리기와 음식 만들기, 남겨진 존재를 돌보는 일처럼 그들의 애도는 평범한 하루 속에서 이어진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슬픔을 단순히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날은 무너지고 어떤 날은 웃으며, 계절과 기념일이 돌아오면 다시 그리워한다. 애도는 상처를 지우고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부재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한 사람을 중심으로 연결되었던 세 사람이 이제는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서로를 통해 연결되는 모습은 사랑이 떠난 뒤에도 다른 형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나도 물었다. 훗날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를 위해 이런 글을 써줄 사람이 있을까. 아내와 세 아이들, 친구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함께한 시간을 글로 남기고 싶을 만큼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었는지 생각하게 됐다.
나는 임상 현장에서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고, 지금은 QC 업무에서 원료와 제조, 시험 결과를 확인하며 책임을 다하려 한다. 정확성과 완성도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지만, 정작 가족의 이야기를 얼마나 귀 기울여 들었는지,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는 돌아보게 된다. 일에 쏟은 정성만큼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에도 관심을 기울였는지 자문하게 된다.
세 사람의 글은 떠난 이를 향한 애도인 동시에 서로를 향한 사랑의 고백이다. 나 역시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글을 써주기를 바라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며 기꺼이 그 사람의 이야기를 써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먼저 안부를 묻고, 고마움을 표현하고, 아내와 믹스커피 한 잔을 나누며 하루의 이야기를 듣는 일부터 시작하려 한다.
<버터밀크웨이>는 상실을 경험한 사람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 연인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슬픔과 기쁨은 함께 존재할 수 있으며, 오늘 우리가 할 일은 곁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언젠가 내 삶의 마지막 페이지에 '함께해서 참 좋았다'는 그리움이 남도록, 그런 글을 기꺼이 써주고 싶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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