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포뮬라 - 월급 65만 원에서 시작해, 직접 벌고 잃고 다시 세우며 확인한 부의 구조 4단계
정성우(제이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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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살아온 50대, 이제는 돈이 나를 위해 일하는 구조를 만들 때

남들은 나를 보고 '참 치열하게도 살았다'고 말하지만 그 치열함의 이면에는 지독한 불안과 남모를 갈등이 숨어 있었다. 성인이 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된 ADHD라는 네 글자는 내 삶의 수많은 의문을 이해하게 해주었다. 왜 한 직장에 오래 머물지 못했는지, 왜 끊임없이 더 나은 기회와 새로운 자극을 찾아 움직였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내가 놓지 않았던 분야가 있다. 바로 바이오 분야의 품질관리(QC)다. 직장은 여러 번 옮겼지만 전문성만큼은 꾸준히 쌓아왔다. 한 우물을 파되 우물을 파는 자리가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 내게 제이씨드의 <머니 포뮬라>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경제적 방향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고등학교 자퇴 후 월급 65만 원의 제과점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대기업 입사와 연봉 1억 원의 보험 영업을 경험했다. 그러나 높은 소득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았다. 소득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험과 다양한 사업·투자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깨달은 것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소득이 무너져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책은 부를 만드는 과정을 벌기, 모으기, 굴리기, 시스템화라는 네 단계로 설명한다. 벌기는 소득원을 다양화하는 것이고, 모으기는 소비를 통제해 종잣돈을 만드는 것이며, 굴리기는 투자를 통해 자산을 증식하는 것이다. 마지막 시스템화는 노동과 시간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돈을 버는 것에서 시작해 돈이 스스로 일하는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50대인 내게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직장 하나에 소득을 의존하기보다 오랫동안 쌓아온 QC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연결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전문 지식을 콘텐츠로 만들거나 AI와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지금까지의 경력도 새로운 경제적 자산이 될 수 있다.

특히 투자에서 수익만큼 중요한 것이 위험 관리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부동산 경매 과정에서 보증금 1,280만 원을 잃었던 경험은 투자에 앞서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50대에 필요한 것은 단기간의 큰 수익보다 원금을 지키면서 꾸준히 자산을 키워가는 현실적인 원칙일 것이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시스템화'라는 개념이다. 내가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자산이 가치를 만들고 수익을 발생시키는 구조를 갖추는 것. 그것이 경제적 자유를 향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내 이력서를 다시 바라보았다. 남들에게는 잦은 이직과 변화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 시간 동안 나는 한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왔다. 이제는 그동안 파놓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그 물이 지속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을 연결할 차례다.

<머니 포뮬라>는 월급에 의존하는 직장인과 은퇴를 준비하는 중장년층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소득을 다각화하고 자산을 관리하는 방법뿐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전환하는 실천적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이제는 더 치열하게 일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들이 나를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야 할 때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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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자율주행 이코노미 - 피지컬 AI 시대, 자율주행 패권을 가르는 비즈니스 플라이휠
차두원 지음 / 월요일의꿈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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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하는 동물들의 눈빛을 읽으며 평생을 보낸 수의사의 눈에, 요즘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마치 거대한 인공 생명체처럼 보인다. 반평생을 동물병원 진료실에서 보내고 어느덧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 세상의 변화는 숨이 가쁘다. 차두원 대표의 <2030 자율주행 이코노미>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기술의 화려함보다 생명체를 다룰 때의 조심스러움과 현실적인 생존 법칙들이 끊임없이 교차했다.

저자는 책의 문을 열며 '5분'이라는 높은 허들을 이야기한다. 사람이 운전자 없는 로보 택시에 타서 극도의 긴장과 두려움을 느끼다가, 이내 긴장을 풀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까지 걸리는 시간, 딱 5분. 수의사인 나에게 이 5분은 묘하게 익숙하다. 낯선 병원 대기실에서 잔뜩 겁을 먹고 으르렁거리던 강아지가, 수의사의 조심스러운 손길과 부드러운 음성에 경계를 풀고 꼬리를 흔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대략 그쯤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 전체를 통틀어 집요하게 파고드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연구실 속 기술이 아니며, ‘운전자 없는 차가 과연 어떻게 돈을 벌고 스스로 생존할 것인가’라는 철저한 비즈니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승객이 안심하고 지갑을 여는 수용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뿐이라는 경고는 내 가슴에 날카롭게 박혔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지형도를 보니, 미국의 웨이모나 테슬라, 중국의 포니AI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완벽하게 근육을 키운 성인의 모습으로 성큼성큼 앞서 나가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자율주행 성적표는 냉정하게 말해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아장아장 걷는 '초등학생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특히 ‘한국은 자동차 생산 강국이다. 그러나 자동차 생산 강국이라는 사실이 곧 자율주행 강국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는 저자의 송곳 같은 직설은 뼈아프게 다가왔다. 완성차를 기계적으로 잘 만드는 역량과, 차가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역량은 완전히 다른 경쟁력인데, 우리는 후자에서 아직 한참 뒤 처진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성인들이 장악하고 룰을 지배하는 판에, 이 어린아이가 어떻게 명함을 내밀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의학에서는 태생적으로 몸집이 작거나 늦게 태어난 약한 동물을 치료할 때, 억지로 덩치 큰 녀석들과 똑같이 먹이지 않는다. 그 아이만의 면역력을 키우고,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독자적인 처방을 내린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해법도 이와 닮았다. 이미 거대 플랫폼과 자본을 선점한 글로벌 공룡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전면전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다. 대신 저자는 우리가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완성차 제조 역량과 탄탄한 부품 공급망이라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도심 환경에 최적화된 '한국형 비즈니스 플라이휠'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차량 원가 최적화에서 출발해 지속적인 수익 구조를 설계하고, 대규모 운영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여 AI를 고도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독자적인 처방전이다.

2030년, 멀어 보이지만 고작 몇 년 남지 않은 미래다. 초등학생 같은 우리 자율주행 산업이 글로벌 성인들의 틈바구니에서 기죽지 않고 자라나, 마침내 도로 위 인간의 불안감을 지워내는 '5분의 허들'을 멋지게 뛰어넘기를 바란다. 생명이 가득한 진료실을 나설 때마다, 머지않은 날 내 노후의 이동을 안전하게 책임져줄 대한민국 자율주행차의 따뜻하고 든든한 뒷모습을 상상해 본다. 기술을 차가운 연산이 아닌, 인간을 향한 지속 가능한 온기와 생존의 비즈니스로 풀어낸 이 책은 모빌리티의 미래가 궁금한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모빌리티 트렌드와 미래 경제 생태계의 판도를 파악하려는 비즈니스 리더, 정책 입안자, 그리고 다가올 미래 기술의 변화 흐름을 읽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화려한 기술의 장막 뒤에 숨겨진 자율주행 시장의 냉혹한 현주소와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의 조건을 선명하게 깨닫게 된다. 아울러 우리가 글로벌 패권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과감한 규제 혁신과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동시에, 기존 제조 역량을 극대화한 우리만의 독자적인 생존 영역을 어떻게 다져야 할지 묵직한 실천 과제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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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또 다른 이야기 - 우린 서로 다른 시간에 함께하고 있어
JandH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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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같은 공간에 마주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거 아닐까."

동물병원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과 마주할 때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다. 50대 중반, 완만한 내리막길의 초입에 선 수의사로서 소설 《너와 나의 또 다른 이야기》를 읽는 내내 격렬한 감정의 동요를 겪었다. 매일같이 생(生)과 사(死)의 경계에서 서로 다른 시간의 궤적을 그리는 존재들과 마주하는 나의 일상이 고스란히 비춰졌기 때문이다.

소설은 아날로그적 풍경을 지나 "당신에게 단 한 장의 티켓이 주어진다면, 어느 날로 돌아가고 싶나요?"라는 나지막한 물음을 건넨다. 시간을 건널 수 있는 신비로운 장치와 이 묵직한 고백은, 진료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매일 '시간의 시차'를 견뎌야 하는 나의 숙명과 아프게 맞닿았다.

수의사의 시간은 필연적으로 상대적이다. 내 앞에 앉아 눈을 맞추는 작은 생명들의 시간은 인간인 나의 시간보다  몇 배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빠르게 흘러간다. 엊그제 예방접종을 받으러 왔던 강아지가 어느새 입가에 하얗게 서리가 내린 노견이 되어 내 진료대를 다시 찾는다. 나는 여전히 50대의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는데, 그 아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삶의 황혼기를 지나 종착역을 향해 달려간다.

소설 속 두 주인공이 마음의 시차를 겪듯, 반려 동물의 이별 앞에서 무너지는 보호자들을 볼 때마다 나는 깊은 슬픔을 느낀다. 그들이 슬픈 이유는 단순히 이별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나와 저 아이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뒤늦게 감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 서로 다른 속도로 달리는 두 존재가 만나 짧게 스쳐 지나가는 찬란하고도 애틋한 순간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소설 속 구절처럼 어쩌면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특정한 존재 자체보다도 ‘그때의 공기와 감정, 그리고 그 시절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가 책 전체를 관통하여 전하고자 한 진정한 온기는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이 순간 행동해야 하며, 함께 보낸 시간의 가치는 비록 소멸하더라도 결코 헛되지 않다'는 점이다. 속도를 맞출 수 없다면, 함께 머무는 그 짧은 찰나에 망설임 없이 온 마음을 다해 눈을 맞추는 것만이 유일하게 후회를 줄이는 길이다.

소중한 존재와의 시차를 겪으며 이별과 기억의 무게를 마주한 이들에게 함께 보낸 시간의 영원한 가치와 지금 이 순간 행동해야 한다는 삶의 역설적 위로를 건넨다. 우리는 과거의 후회에 묶여 있기보다 지금 곁에 있는 이들의 눈을 한 번 더 맞춰야 하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변치 않을 온기 어린 기억들을 오늘 우리의 일상에 성실히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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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를 사는 우리 - 코드 너머의 여정
윤은갑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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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수의사로 살아온 지 서른 해가 가까워 온다. 그동안 병원을 거쳐 간 수많은 생명과 보호자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50대 중반, 인생의 후반전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 읽게 된 <AI 시대를 사는 우리>는 단순히 기술을 설명하는 실용서가 아니었다.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가 평생을 바쳐온 ‘생명’과 ‘진심’이라는 고유한 가치를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 묻는 묵직한 질문이자 해답이었다.

요즘 수의학계도 AI의 바람이 거세다. 엑스레이 사진 한 장으로 병변을 찾아내고, 방대한 데이터로 질병 확률을 뽑아낸다. 처음에는 나 역시 오랜 숙련도가 컴퓨터 프로그램보다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쓸쓸함이 앞섰다. 하지만 ‘기술’이 아닌 ‘인간의 판단과 책임’을 담아내려 했다는 저자의 고민을 따라가며 내 안의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담아내는 메세지는 명확하다. ‘기술은 진화한다, 인간은 선택한다.’ AI가 아무리 효율적인 답을 내놓아도 그것이 목적에 맞는지 해석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뜻이다. 정보 처리 능력은 AI가 앞서지만 맥락을 이해하는 인간 고유의 직관과 감성, 그리고 비판적 사고는 결코 대체될 수 없다는 이 확신은 현장에 서 있는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이 울림을 곱씹는 순간, 지난주 병원을 찾았던 노령견 ‘봉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데이터상의 생존 확률은 극히 낮았지만 내가 보호자에게 건넨 것은 차가운 수치가 아니었다. 걱정 가득한 눈을 마주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위로와 공감을 건냈다. AI는 알고리즘의 편향가 hallucination 같은 그늘을 가질 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우리가 사수해야 할 가장 고결한 자산은 바로 이 ‘공감과 연대의 능력’이며, 이것이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인간의 정체성이다.

다가오는 미래를 위해 저자가 제시한 ‘AI 리터러시’는 새로운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진정한 준비는 기술에 압도당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이를 영리한 도구로 다스리는 협업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진단 옵션 속에서 동물의 상태와 형편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판단력을 연마하고, 청진기를 잡은 손에 더 깊은 온기를 담아내는 것이 내가 준비해야 할 미래의 역량이다.

이 책은 축적된 직관과 생명을 향한 책임감이 AI 시대에 가장 빛나는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믿게 해 주었다. 이 책은 급변하는 시대 앞에서 삶의 무게중심을 잡고자 하는 50대 중장년층을 비롯해 기술과 공존해야 하는 모든 현대인에게 따뜻한 이정표가 되어주며, 독자들은 새로운 눈을 통해 기술 뒤에 숨겨진 그늘과 새로운 기회를 동시에 포착하는 안목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기술에 압도당하기보다 그것을 영리한 도구로 활용하는 협업 능력을 길러야 하며, 차가운 데이터 속에서도 인간다운 따뜻한 온기와 최종적인 판단력을 잃지 않고 주체적인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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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의 반란 - 잘하지 않아도 좋아할 수 있는 삶에 대하여
캐런 월런드 지음, 서은경 옮김 / 현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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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아픈 곳을 들여다보고 고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지 어느덧 삼십 년에 가까워진다. 오십 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베테랑처럼 보이기 십상이지만, 정작 내면은 늘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다. 말 못 하는 환자들을 돌보는 수의사라는 직업의 무게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매일이 긴장의 연속인 삶 속에서 마음껏 서툴러도 좋은 ‘진짜 취미’를 갈망하던 중, 캐런 월런드의 <아마추어의 반란>은 내 굳어버린 마음에 신선한 균열을 내주었다.

우리는 흔히 무언가에 미숙한 사람을 낮잡아 부를 때 ‘아마추어 같다’는 표현을 쓴다. 실제로 이 단어에는 프로에 비해 부족하거나 어설프다는 사회적 편견이 짙게 깔려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편견의 장막을 걷어내고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한다. 아마추어(Amateur)의 어원은 라틴어 '아마트(Amare)', 즉 ‘사랑하다’에서 기원했다. 프로가 보상과 성과를 위해 달린다면, 아마추어는 오직 그것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성과 중심의 사회가 뒤틀어버린 어원의 본뜻을 깨닫는 순간, 가슴 한구석에서 묘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프로가 된다는 것은 과연 더 나은 삶만을 의미할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내게 꽤 흥미로운 생각 거리를 주었다.

오십 대 중반이 되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진다. 젊은 시절에는 안정적인 직장, 사회적 인정과 성취가 삶의 중요한 기준이었고, 주어진 조직 안에서 능력을 증명하며 전문성을 키워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익숙함은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일한 사람일수록 경력과 평판을 잃고 싶지 않아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보다는 잘하는 일을 반복하고, 이미 알고 있는 영역에 머무르려 한다. 나 역시 흰 가운 안에서 그런 삶에 익숙해져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선언하는 '의도적인 아마추어 정신'은 정해진 기준과 익숙한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좋아서 하는 일을 굳이 잘해내지 않아도 되며, 서툰 채로 머무르는 시간이 오히려 우리 삶을 풍요롭게 채운다는 깨달음이다.

아마추어에게는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도 명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도 덜하기에 오히려 자유롭다. 저자가 도자기 공예, 수영, 피아노, 서핑 등에서 마주한 엉성한 결과물들은 결코 실패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도하는 과정 자체에서 누리는 순수한 기쁨이자, 호기심, 마음챙김, 자기 자비, 놀이, 안전지대의 확장·연결·경이로움이라는 일곱 가지 삶의 태도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다. 늘 정답을 찾아야 하는 세계에 있던 나에게,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다독임은 커다란 위로였다. 오십 대 중반에 다시 아마추어가 된다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모르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며, 다시 배우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

책의 말미에 수록된 200가지가 넘는 활동 목록을 넘겨보며, 매일 수술 도구를 다루느라 긴장했던 손으로 전혀 다른 서툰 짓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손가락이 굳어 건반을 제때 누르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것을 하는 시간 동안 온전히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것이 어원에 충실한 ‘진짜 아마추어’의 삶이다. 이 책은 생산성과 완벽주의의 무게에 지쳐 순수한 즐거움을 잃어버린 모든 현대인들에게 권하며, 독자들은 이를 통해 강박에서 벗어나 서투름 속에서 자비와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삶의 풍요로움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오십 대 중반, 나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도전할 일도 많다. 그러니 이제는 조금 서툴러도 좋겠다. 남들이 정해 놓은 기준에서 벗어나 내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아마추어의 반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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