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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자율주행 이코노미 - 피지컬 AI 시대, 자율주행 패권을 가르는 비즈니스 플라이휠
차두원 지음 / 월요일의꿈 / 2026년 10월
평점 :
말 못 하는 동물들의 눈빛을 읽으며 평생을 보낸 수의사의 눈에, 요즘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마치 거대한 인공 생명체처럼 보인다. 반평생을
동물병원 진료실에서 보내고 어느덧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 세상의
변화는 숨이 가쁘다. 차두원 대표의 <2030 자율주행
이코노미>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기술의
화려함보다 생명체를 다룰 때의 조심스러움과 현실적인 생존 법칙들이 끊임없이 교차했다.
저자는 책의 문을 열며 '5분'이라는 높은 허들을 이야기한다. 사람이 운전자 없는 로보 택시에 타서
극도의 긴장과 두려움을 느끼다가, 이내 긴장을 풀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까지 걸리는
시간, 딱 5분. 수의사인
나에게 이 5분은 묘하게 익숙하다. 낯선 병원 대기실에서
잔뜩 겁을 먹고 으르렁거리던 강아지가, 수의사의 조심스러운 손길과 부드러운 음성에 경계를 풀고 꼬리를
흔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대략 그쯤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 전체를 통틀어 집요하게 파고드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연구실 속 기술이 아니며,
‘운전자 없는 차가 과연 어떻게 돈을 벌고 스스로 생존할 것인가’라는 철저한 비즈니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승객이 안심하고 지갑을 여는 수용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뿐이라는 경고는 내 가슴에 날카롭게 박혔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지형도를 보니, 미국의 웨이모나 테슬라, 중국의 포니AI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완벽하게 근육을 키운
성인의 모습으로 성큼성큼 앞서 나가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자율주행 성적표는 냉정하게 말해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아장아장 걷는 '초등학생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특히 ‘한국은
자동차 생산 강국이다. 그러나 자동차 생산 강국이라는 사실이 곧 자율주행 강국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는 저자의 송곳 같은 직설은 뼈아프게 다가왔다. 완성차를
기계적으로 잘 만드는 역량과, 차가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역량은 완전히 다른 경쟁력인데, 우리는 후자에서 아직 한참 뒤 처진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성인들이 장악하고 룰을 지배하는 판에, 이 어린아이가 어떻게 명함을 내밀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의학에서는 태생적으로 몸집이 작거나 늦게 태어난 약한 동물을 치료할
때, 억지로 덩치 큰 녀석들과 똑같이 먹이지 않는다. 그
아이만의 면역력을 키우고,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독자적인 처방을 내린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해법도 이와 닮았다. 이미 거대 플랫폼과 자본을
선점한 글로벌 공룡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전면전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다. 대신 저자는 우리가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완성차 제조 역량과 탄탄한 부품 공급망이라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도심 환경에 최적화된 '한국형 비즈니스 플라이휠'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차량 원가 최적화에서 출발해 지속적인 수익 구조를 설계하고, 대규모
운영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여 AI를 고도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독자적인
처방전이다.
2030년, 멀어 보이지만 고작 몇 년 남지 않은 미래다. 초등학생 같은 우리
자율주행 산업이 글로벌 성인들의 틈바구니에서 기죽지 않고 자라나, 마침내 도로 위 인간의 불안감을 지워내는 '5분의 허들'을 멋지게 뛰어넘기를 바란다. 생명이 가득한 진료실을 나설 때마다, 머지않은 날 내 노후의 이동을
안전하게 책임져줄 대한민국 자율주행차의 따뜻하고 든든한 뒷모습을 상상해 본다. 기술을 차가운 연산이
아닌, 인간을 향한 지속 가능한 온기와 생존의 비즈니스로 풀어낸 이 책은 모빌리티의 미래가 궁금한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모빌리티 트렌드와 미래 경제 생태계의 판도를 파악하려는
비즈니스 리더, 정책 입안자, 그리고 다가올 미래 기술의
변화 흐름을 읽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화려한 기술의 장막 뒤에
숨겨진 자율주행 시장의 냉혹한 현주소와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의 조건을 선명하게 깨닫게 된다. 아울러
우리가 글로벌 패권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과감한 규제 혁신과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동시에, 기존
제조 역량을 극대화한 우리만의 독자적인 생존 영역을 어떻게 다져야 할지 묵직한 실천 과제를 안겨준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