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맞을 용기 - 세상이 당신의 선을 넘으려 할 때, 기꺼이 ‘지랄맞을’ 용기를 내십시오
조영훈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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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책임자로 산다는 것은 매일 미세한 오차와 싸우는 일이다. 소수점 아래 세 자릿수의 수치 하나에 제품의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고,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까다로운 검역 기준과 인허가 규격을 통과하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내 직업은 법적, 기술적 기준을 철저히 지키는 일이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의 삶에는 정작 나 자신을 지킬기준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집에서는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소외되지 않으려 애쓰고, 회사에서는 깐깐한 상사의 압박과 개성 강한 MZ 세대 부하 직원들의 시선 사이에서 팽팽한 줄타기를 한다. ‘좋은 남편’, ‘책임감 있는 팀장’, ‘포용력 있는 상사라는 사회적 가면을 유지하느라 내 마음은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었다.

저자는 <지랄 맞을 용기>를 통해 둥글게만 살아가기를 요구하는 무례한 세상 앞에서 착한 사람이라는 가면을 벗어 던지고 단단한 자기 확신을 세우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처음엔 그 거친 어조에 잔뜩 긴장했다. 늘 정제된 언어와 규격화된 수치, 철저한 매뉴얼만 다루던 나에게지랄 맞음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이질적이었기 때문이다. 오해는 곧 풀린다. 타인에게 무례하게 굴라는 선동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억압에 휘둘려 스스로를 잃어가는 이들에게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주는 강력한 처방전으로 다가왔다.

책이 보여주는 역사 속 위인(거장)들의 숨겨진 이야기는 나의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알렉산더 대왕 앞에서도 햇빛을 가리지 말라며 줏대를 지킨 디오게네스, 무능한 관료주의의 서류라는 장애물을 넘어 환자의 생명을 구한 나이팅게일의 일화는 인류의 거대한 성취가 언제나 타협하지 않는 단단한 고집에서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세상이 당신의 선을 넘으려 할 때 미움 받고 욕먹을 각오를 하더라도 나 다운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라는 저자의 말은, 데이터와 규격을 다루면서도 정작 내 삶의 경계선은 지키지 못했던 내 삶의 안일함을 사정없이 뒤흔들며 깨우쳐 주었다. 상사가 검역본부 실사 일정을 핑계로 무리한 데이터 승인을 요구하며 압박할 때 단호하게 맞서지 못하고 적당히 타협하려 했던 내 모습, 부하 직원의 무책임함에 쓴 소리를 삼키고, 퇴근 후 집에서마저 눈치를 보았던 것은 배려가 아니라 내 인생의 기준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주도권을 넘겨주는 행위였다.

궁극적인 가치는 단순히 무작정 화를 내거나 반항하라는 외침이 아니다. 관계의 눈치와 피로감에서 완전히 독립하여 건강한 심리적 경계를 이루고, 나만의 확고한 영역을 당당하게 사수하라는 태도의 혁명이다. 내 안의 단단한 확신을 바탕으로 여기까지가 내가 양보할 수 없는 선입니다라고 분명하게 경계를 긋는 일이다. 회사에서 상사의 무리한 요구에는 검역본부의 가이드라인과 데이터의 신뢰성을 근거로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아는 용기, 부하 직원의 선 넘는 행동에는 기준에 맞춘 타협 없는 피드백을 주는 고집, 그리고 집에서는 완벽한 가장이 되려는 강박을 내려놓고 마음을 털어놓는 솔직함. 그것이 바로 지금 나에게 필요한지랄 맞을 용기.

바이오 실험실에서 오염된 샘플은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 내 삶을 오염시키던 타인의 시선과 눈치라는 불순물도 이제는 폐기할 때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무례한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내 마음의 선을 지켜내는 단단한 자기 확신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사회적 가면을 벗고 온전히 나 다운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 당당하게 살아갈 진정한 용기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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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 서양철학전집 하이엔드 고전 2
호메로스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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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디세이> 열풍이 뜨겁다. 50대 중반, 숨 가쁘게 돌아가는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 팀장인 나에게 극장 나들이는 사치라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의 소란함은 호기심을 흔들었다. 2700년 전의 고전이 왜 지금 다시 호출되는 걸까. 그런 의문을 품은 채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서 <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를 펼쳐 들었다.

첫 장을 열자 저자는 고전을 읽는 이유가 영웅 찬미가 아닌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서라 말한다. 특히 책에 등장하는폭풍우 속에서도 나침반의 방향만은 놓치지 마라’, ‘남의 잣대라는 마법에 취해 본성을 잃어버리지 마라’, 그리고피할 수 없는 절망 앞에서는 정면으로 뚫고 가라는 세 가지 조언은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0.1도의 미세한 변화에도 사멸하는 세포를 다루며 철저한 품질 표준 작업 지침을 지켜야 하는 나에게, 스타트업 특유의 장비 오류와 무리한 스케줄은 수시로 밀려드는 거친 폭풍우와 같았다. 주변에서는 속도를 내라며 기준을 타협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기도 했고, 때로는 원인 불명의 불량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해 모든 공정을 멈춰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이 문장들은 눈앞의 파도에 함몰되지 말고 사수해야 할 '방향'을 바라보라고, 남의 평가에 휘둘려 엄격함이라는 본성을 잃지 말라고, 그리고 들이닥친 절망을 회피하거나 우회하지 말고 데이터와 원칙을 무기 삼아 정면으로 뚫고 나아가라고 나직이 일깨우며 나를 이끌어 주었다. 거친 바다일수록 사소한 흔들림에 연연하지 않고 나침반을 중심에 두는 태도가 곧 삶의 태도임을 깨닫는다.

인생의 바다를 헤쳐 나가는 여정은 결국버팀의 철학을 담고 있다. 저자는 오디세우스가 위대한 진짜 이유는 괴물을 물리쳐서가 아니라 무수한 좌절 속에서도매번 다시 짐을 싸고 노를 저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지루하고 고단한 일상은 결코 무의미한 반복이 아니다. 나만의 오디세이아를 채워가는 가장 위대한 서사다라는 구절을 읽을 때는 깊은 감동마저 밀려왔다. 애써 구축한 시스템이 흔들릴 때마다 '커리어의 종착지에 거의 다 온 와중에 왜 사서 고생하는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배가 뒤집혀도 다시 뗏목을 만든 오디세우스처럼 매일 실험실의 오차를 수정하는 나의 고군분투 역시 위대한 서사가 될 것이라 믿게 되었다.

품질관리 팀장으로서 책이 제시하는내려놓음의 미학또한 가슴에 깊이 와닿는다. 오디세우스가 자신을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낮춰 위기를 탈출하듯, 책은 겸손함이야말로 거대한 위기 속에서 나를 구원하는 유일한 지혜라고 일러준다.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과거 대기업 시절의 직급이나 화려한 경력이 무용하다. 오히려 비대해진 자아는 변화의 방해물일 뿐이다. 나를 비워내고 본질에 집중할 때 비로소 시련을 돌파할 진짜 지혜가 생겨난다.

결국 이 모든 고군분투가 향하는 궁극의 이야기는진정한 귀향이다. 고향이타카는 거친 풍랑 속에서 상처 입고 방황하던 나 자신을 온전히 찾아가는 과정의 상징이다. 긴 방황의 끝에서 마주해야 할 최종 목적지는 외적인 성공이나 성취가 아니라 모진 풍파를 견디며 한층 더 단단해진 나 자신이다. 50대 중반은 인생의 파고를 넘어 자신만의 이타카를 바라보아야 하는 시기다. 비록 화제의 영화는 보지 못했어도 고전의 깊은 지혜로 삶의 본질과 마주할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도 품질 표준이라는 나침반을 점검하며 내일의 파도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묵묵히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다른 독자들 역시 매일 마주하는 고단한 일상을 나만의 위대한 서사로 수용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인생의 거친 폭풍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노를 저어 나갈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의 힘과 따뜻한 위로를 마주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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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투자학개론
한정수(세상학개론) 지음 / 토네이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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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숭늉을 찾듯 마음만 급했다. 50대 후반, 이제 은퇴는 서늘한 현실의 무게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팀장으로 매일 오차를 잡고 철저한 표준작업절차에 따라 제품을 검증하는 것이 평생의 업이었다. 기준을 벗어난 불량은 폐기하며 리스크를 통제해 왔으면서도, 정작 내 인생의 가장 큰 불량 상태인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외면했다. 늦었다는 패배감과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 핑계로 시작조차 안 했으면서 일확천금만 꿈꿔온 모순 속에 살았다.

<인생을 바꾸는 투자학개론>을 읽으며 조급함의 해결책을 찾고 싶었다. 당장 상한가를 칠 종목을 기대했으나, 책이 마주한 것은 기술이 아닌 '철학과 구조'였다. 저자는 시장에서 치르는 비싼 수업료를 줄이고 개인투자자가 스스로 지속 가능한 기준을 세우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요행보다시간이 내 편이 되는 투자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집필 의도이자 핵심이라는 단언에, 이미 가버린 버스 같던 시간에 대한 내 사고방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투자 세계관, 행동 원칙, 투자 근육의 세 축으로 요약된다. 특히 저자는 개인투자자에게 부족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통찰이라고 강조하는데 적극 동의한다. 쏟아지는 정보는 가공되지 않은 원자재일 뿐이다. 품질관리에서 데이터 홍수 속 진짜 불량 원인을 찾아내듯, 투자에서도 노이즈를 걸러내고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 필요하다.

워런 버핏의 투자 견해 역시 내 직업적 직관과 맞닿아 있었다. 버핏은 분산투자를무지에 대한 보호막이라 정의했다. 확신이 없는 평범한 투자자라면 지수 분산투자로 리스크의 합격 규격을 유지해야 한다. 반면, 확실한 자산이 있다면 능력 범위 내에서 집중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모르는 영역은 분산이라는 안전장치로 상쇄하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집중하여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적 접근이다.

품질관리의 기본은 규격과 원칙을 세우고, 감정을 배제한 채 기계적으로 시스템을 돌리는 것이다. '행동 원칙' '투자 근육'을 강조하는 메시지는 무균실에서 변수를 통제하던 내 전문성과 닮아 있었다. 투자는 도박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와 확률의 게임이다.

무엇보다 가슴을 찌른 것은 '투자의 책임과 성장은 결코 아웃소싱할 수 없다'는 일침이었다. 최종 승인 사인을 남에게 떠넘길 수 없듯, 내 자산의 성패도 온전히 나의 책임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타인의 추천에 돈을 맡기려 했던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 외주였는지 깨달았다. 품질 책임자가 제3자의 말만 믿고 불량률을 방치할 수 없듯이, 내 투자의 독립성만큼은 스스로 키워내야만 하는 '비외주성 영역'이었다.

출발선이 늦었다는 망설임을 내려놓는다. 신약이 나오기 위해 혹독한 검증을 거치듯, 내 자산 역시 장기 성장 구조를 만들어야 늘어날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하면 미래는 확정된 '실패'일 뿐이다. 이제 허황된 인생역전의 환상을 내려놓는다.

대신 평생 몸바쳐온 품질관리 원칙을 자산 관리에 이식하기로 결심한다. 버핏의 조언대로 모르는 영역은 지수 분산투자로 리스크 필터를 걸고, 인공지능 혁명의 길목처럼 확실한 흐름에는 자본과 시간을 집중해 배치할 것이다. 더 이상 타인의 안목에 내 노후를 외주 주지 않겠다. 나만의 '투자 오답 노트'를 쓰고 '자산 배분 표준작업절차'를 구축할 것이다. 구조를 짜는 일에 늦은 나이란 없다. 이제 내 인생의 진짜 품질관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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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첫 번째 철학 수업 - 지적 대화를 위한 하루 한 장 철학 읽기
소렌 베일 지음 / 더케이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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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팀장으로 산다는 것은 매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불순물과 사투를 벌이는 일이다. 기준서(SOP)의 아주 작은 숫자 하나, 0.1%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냉철함이 나의 직업적 표준이다. 50대 중반에 접어들며 문득 거울을 보았을 때, 내 삶 역시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세포의 오염은 철저히 막아내면서 정작 내 마음의 균열과 일상의 오염은 방치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내 생애 첫 번째 철학 수업>은 완벽을 추구하느라 지친 나에게 던져진 또 다른 질문들이었다. 답을 읽으면서 스스로 찾아간다.

이 책은 지식의 축적이 아닌 생각의 방향을 제시한다. 방대한 철학사를 나열하는 대신, 하루에 읽어내기에 충분한 분량으로 일상의 고민과 직결된 철학자의 사유를 건네며 스스로 삶의 기준을 정립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철학이란 진정한 나로서 생각하고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일이라는 깨달음은 내 내면의 본질을 점검하는 루틴으로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삶을 견뎌낼 수 있는 해답을 내면의 시선에서 찾는다. 에픽테토스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라고 가르친다. 임상 지연이나 투자 한파는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다. 반면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다스리는 나의 이성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다. 삶의 고통은 외부 자극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해석에서 비롯된다. 가혹한 현실에도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태도와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는 주체적 힘이 내면에 존재하기에 우리는 고통을 견뎌낸다.

그렇다면 이 철학은 어떻게 훈련해야 할까. 책은 철학을 일상 속에서 반복하는생각의 근육 단련으로 정의한다. 무조건 방대한 텍스트를 읽기보다, 하루에 한 장이라도 삶의 문제를 철학적 질문으로 치환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도록 매일 아침 짧은 독서로 내면의 중심을 잡고, 내가 내린 가치 판단의 기준을 스스로 검증해 보는 과정 자체가 곧 철학의 훈련법이다.

마음과 몸이 어떻게 함께 움직이는지에 대하여, 스피노자의 사상처럼 마음과 몸은 분리된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실체가 드러나는 양면이다. 정신이 방향을 잃으면 육체도 무너지며, 이성이 올바른 방향을 잡을 때 육체적 행동에 에너지가 생겨난다.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고 행동하는 대로 사유하는 일치성의 훈련이 마음과 몸의 조화를 유지한다.

찰나의 기쁨은 지속 가능한 행복과 다르다. 기쁨은 외부 조건에 쉽게 흔들리는 감정이지만, 참된 행복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내면의 이성을 올바르게 실현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단단한 상태다. ‘좋은 친구를 원하면 먼저 좋은 친구가 돼라는 관계의 통찰처럼, 타인을 내 기준에 맞추려 하기보다 내가 먼저 신뢰할 수 있는 단단한 존재가 되어줄 때 건강한 관계가 유지된다.

철학을 매일의 삶 속에서 실천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나를 지키는 단단한 무기가 된다. 철학은 매일 바이오 의약품의 안전성을 검증하듯 삶의 가치를 검증하는 일이다. 많이 읽고, 치열하게 생각하며, 정성스레 글을 쓰는 삶. 그것이 바로 50대 중반의 품질관리팀장인 내가 철학의 시작과 끝에서 발견한, 내 삶의 가장 순도 높은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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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역사가 한눈에 보이는 최소한의 중세 수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37
임승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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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보이지 않는 균과의 전쟁을 치른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팀장으로 살아온 지 수년째, 나의 일과는 철저한 데이터 확인과 프로토콜 준수로 시작해 완벽한 오염 통제로 끝난다.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냉철하고 엄격한 이성, 그것이 내가 믿어온 유일한 진리였다. ‘중세는 과학이 지워진 야만의 암흑기이자 십자군의 광기, 거친 기사들의 시대일 뿐이었다.

<최소한의 중세 수업>은 내 선입견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중세는 암흑기도, 정체기도 아니며 현대 유럽 문명의 기초를 다진 역동적인 시대라는 말로 나의 오만을 지적했다. 지루한 연도 나열 대신 시간과 공간, 기사와 귀족, 종교적 심성, 이단과 십자군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중세인의 생생한 세계관을 보여주었다. 복잡한 바이오 데이터의 원인을 추적하듯, 저자는 당시 사람들의 심리를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분석해 나간다.

가장 신선했던 충격은시간과 공간에 대한 해석이었다. 초 단위로 쪼개진 효율성의 시간을 살며 성과를 쥐어짜 내는 현대와 달리, 중세의 시간은신의 계획속에 있었다. 시계도 없이 교회의 종소리에 맞춰 흐르던 그들의 삶,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공간 개념을 보며, 효율에 매몰되어 삶의 본질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의 민 낯이 드러났다. 통제와 규격화만이 정답이라 믿었던 내 오만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전사로만 치부했던 기사들을말을 탄 아이돌로 재해석한 부분이다. 거친 무력 집단이 엄격한 기사도라는 규율을 장착하고 역사적 무대의 전면으로 올라서는 과정은 흥미롭다. 대중의 환호를 받는 선망의 대상이 된 그들이 예법(프로토콜)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지닌 존재로 '업그레이드'를 이뤄내는 모습은, 거친 미생물 샘플을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안전한 바이오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나의 업무와 묘하게 겹쳐지는 듯하다.

그렇게 정제된 기사들의 명예 규율과 '종교적 심성'이라는 렌즈로 바라본 중세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광기와 야만이라 치부했던 '이단과 십자군'의 역사는 단순한 폭력이 아닌, 사후 세계에 대한 공포와 천국을 향한 열망이 빚어낸 비극이었다. ‘중세인들에게 구원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가장 구체적인 실체였다는 중요 말처럼, 신의 이름으로 벌어진 전쟁과 종교재판은 역설적이게도 사회의 순도를 유지하기 위해 오염을 걸러내려 했던 그들 나름의 엄격한생존 프로토콜이었던 셈이다.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현재의 우리를 비추는 거울을 보는 일이라는 말은 큰 파동으로 일으켰다. 중세인들이 치열하게 고민했던 인간의 조건과 삶의 궤적은, 과학기술의 정점을 달리는 21세기 현대인들이 마주한 고뇌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완벽한 규격만을 쫓으며 숨 가쁘게 달려온 지금, 이 문장들은 내게 깊은 위로와 함께 시야의 넓혀주었다.

품질관리의 기본은 편견 없이 샘플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야만의 시대라는 중세에 대한 오랜 편견을 깨고 당대인들의 생동감 넘치는 심성과 역동적인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현대의 우리를 비추는 거울로서 인간의 본질과 내 삶의 궤적을 차분히 되돌아보는 안목을 얻었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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