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닮아 예쁜가?
권태현 지음, 이선미 그림 / 북스토리아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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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엄마 안 닮았거든? 그냥 나야, 나!"

요즘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거실 거울을 볼 때마다 엄마는 ‘어머, 우리 막내 코가 엄마랑 똑같네’라거나 ‘덜렁거리는 성격은 엄마 빼닮았다’라며 웃으신다.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짜증이 확 난다. 나도 이제 초등학교 5학년, 12살이다. 누군가의 복사본이나 종속품이 아니라 그냥 온전한 '나'로 인정받고 싶은데, 자꾸 엄마를 닮았다고 하니 내 개성이 사라지는 것 같아 속상했다. 그러다 읽게 된 그림책 <누굴 닮아 예쁜가?>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주인공 '나우'의 이야기였다.

책 속 나우는 유치원에서 숙제를 받아온다. 손거울을 들고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엄마의 동그란 눈, 아빠의 오뚝한 코, 할머니의 보조개 들어가는 입매를 하나씩 관찰하고 닮았다고 인정한다. 처음에는 나우의 이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만약 나에게 그런 숙제가 생겼다면 누군가를 닮았다는 사실이 싫어서 거울을 치워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나우가 시골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어느 날 위험에 빠진 새끼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할아버지와 나우가 함께 나선다. 할아버지가 높은 곳에서 겨우 구한 고양이가 아래로 떨어지자, 나우는 두 팔을 뻗어 고양이를 받아 안는다. 날카로운 발톱에 손등을 할퀴면서도 나우는 고양이를 절대 놓지 않는다. 무사히 어미 곁으로 돌려보낸 뒤 나우는 새끼 고양이에게 가만히 속삭인다. ‘다치면 안 되니까 위험한 데 가지 말고 조심해.’ 그 순간 나우는 번쩍 깨닫는다. 자신이 방금 고양이에게 한 말이, 평소에 할아버지가 늘 나를 걱정하며 입에 달고 살던 다정한 잔소리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겉모습이 똑같은 걸 넘어서, 서로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배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닮아있다는 흐름이다.

이 대목을 읽고 있을 때 곁에 있던 아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툭 한마디를 건네셨다. "아들아, 네가 엄마를 닮았다고 속상해할 필요가 전혀 없단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얼굴도, 행동도, 마음도 닮아가고 그렇게 서로 닮은 사람들이 모여 가족이 되는 거니까. 너도 엄마의 얼굴을 그대로 베낀 게 아니라 엄마가 세상을 바라보는 다정한 마음을 보물처럼 나누어 가진 거란다."

아빠의 말씀 덕분에 나는 이 책이 주려는 진짜 주제와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닮음이란 내 고유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거대한 뿌리에서 뻗어 나온 아름다운 꽃이라는 사실이다. 생각해보니 내 일상에도 이미 엄마의 조각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길고양이를 보면 발을 동동 구르는 다정한 오지랖,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가족들 입에 먼저 넣어주는 살가움은 모두 엄마에게 물려받은 '예쁜 마음'의 증거들이었다. 겉모습이 닮았다는 말에 굳이 속상해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가족과 거리감을 두려는 어린이들과, 자녀의 반항에 서운함을 느끼는 부모가 함께 읽기를 권한다. 나우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외모라는 껍질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발견하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가족이란 나를 가두는 틀이 아니라 내 삶을 지탱하는 가장 다정한 뿌리임을 깨닫게 해주는 최고의 그림책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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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 - 인생의 길목에서 펼쳐보는 43가지 마음 사전
장성숙 지음 / 스틸당(STEALDANG)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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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삶이 아닌 '삶을 받아들이는 마음'뿐이다."

40년 경력의 노학자가 건네는 이 담담한 문장 앞에서 나는 한참을 서성였다. 머리로는 이미 백 번도 더 명확하게 알고 있는 명제였다.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타인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나 자신의 시선을 바꾸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 쉰을 넘기고 인생의 후반전에 접어든 직장인이라면 이 정도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이미 온몸으로 체득했을 터였다. 하지만 앎과 삶 사이의 거리는 왜 이토록 좁혀지지 않는 것인지. 내일모레면 퇴직을 고민해야 하는 50대 중반의 직장인에게, 매일 아침 눈을 떠 마주하는 일상은 결코 가벼운 '소풍' 같지 않다. 여전히 책임져야 할 삶의 무게가 어깨를 누르고, 직장에서는 젊은 후배들과의 보이지 않는 격차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저자가 책에서 짚어내듯 인생의 사계절 중 가을과 겨울의 길목에 선 이들은 상실감과 쓸쓸함, 그리고 지나온 날들에 대한 회한을 마주하기 쉽다. 거울 속에서 낯설게 늘어가는 주름을 마주할 때마다 내 마음도 그렇게 그저 흘러가는 인생의 순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고달픈 현실 속에서 저자가 말하는 '소풍'이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소풍이란 모름지기 설렘과 가벼운 발걸음, 그리고 달콤한 휴식이 있는 날이 아니던가. 그러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70년의 인생 지혜가 담긴 저자의 마음 사전을 들여다보는 동안, 내가 '소풍'이라는 단어를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저자는 ‘바꿀 수 없는 삶의 조건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삶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이라고 조용히 일러준다. 삶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 아니며, 우리가 고통스러운 이유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틀'에 억지로 맞추려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소풍을 간 날에도 갑작스레 소나기가 내릴 수 있고, 아끼던 도시락을 쏟아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소풍을 즐거운 기억으로 남길 수 있는 이유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소란 마저도 '잠시 머물다 가는 여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의 전작인 <그래도 사람이 좋다>의 고백들이 겹쳐 보였다. 일터와 일상에서 끊임없이 부딪치는 인간관계의 갈등은 우리를 가장 깊이 넘어뜨리는 요인이다. 나 역시 완벽주의적인 태도로 부하 직원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내 기준에 맞추려 통제하려다 깊은 갈등과 피로를 겪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저자가 상담 현장에서 깨달은 바처럼, 타인을 내 기준에 맞춰 개조하려는 서툰 욕심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관계의 얽힌 실타래가 풀린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실망하면서도 결국은 사람이 가장 귀하다는 그 끈끈한 인간애와 수용의 태도가 바탕이 되어야만, 나와 타인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품어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의 풍파 속에서 주변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며 흔들리기보다, '저 사람도 저 사람만의 비를 맞고 있는 중이겠거니' 하며 무심히 흘려 보내는 연습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인 '나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이 책은 나에게 무조건 행복해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처럼 흘러가는 인생의 순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의 내면을 다정하게 들여다보라고 토닥인다. 내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나 자신뿐이며, 내 마음을 가꾸는 것이 곧 삶을 품위 있게 마무리하는 디딤돌이 된다는 저자의 다정한 당부가 가슴 깊이 남는다. 오늘도 내 삶은 여전히 소풍 같지 않고, 나는 여전히 삶을 소풍으로 바꾸기 위해 서툰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그 서툰 노력 자체가 내가 인생이라는 소풍지를 정성껏 거닐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인생의 반환점을 돌며 인간관계와 일상의 무게에 지쳐가는 50대 직장인과 중장년층에게 깊은 위로와 현실적인 해답을 건낸다. 타인을 바꾸려는 헛된 집착을 내려놓고 내 마음의 중심을 지키는 지혜를 배운다면, 고단했던 일상을 비로소 다정하고 평온한 나만의 소풍길로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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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리더 수업 -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시스템 설계자의 탄생
윤주용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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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이번 달 품질 검토 보고서 AI로 초안 뽑아봤는데 결재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팀원에게 이 말을 들었을 때, 보고서 적성에 AI를 사용했다는 것에 본인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괘씸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히 가슴 한구석이 서늘했다. 50대 중반 나이에 마주한 'AI 시대'는 경이로움보다는 솔직히 두려움에 가까웠다. 밤새 엑셀과 씨름하고 보고서 문구 하나에 머리를 싸매던 내 청춘의 업무 방식이 기술의 발전 앞에서 너무도 쉽게 대체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밀려오는 은퇴 압박 속에서 '과연 내가 이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적막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리더 수업>을 통해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갖춰 생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나 역시 AI의 파도를 체감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내가 AI를 활용하는 수준은 겨우 '조금 더 똑똑한 검색창'으로 쓰는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모르는 용어를 물어보거나, 인터넷 검색창 대신 챗GPT를 켜서 단편적인 정보를 찾아내는 수준이 고작이었다. 정작 팀원들이 AI로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분석의 속도를 올리는 동안, 나는 새로운 기술의 표면만 더듬으며 ‘세상 참 좋아졌다’는 감탄 뒤로 내 무지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며 기술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익숙한 방식에 안주해 온 내 안일함과 트렌드를 따라잡겠다며 흉내만 내고 있던 내 리더십의 민낯을 마주한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책은 단순히 'AI 활용법을 배워라'고 훈수 두는 지침서가 아니었다.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리더 본질의 무게'를 일깨워주는 구원투수에 가까웠다. 특히 내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았던 책 속의 핵심 문장은 이것이었다. ‘열심히 관리하지 말고 더 똑똑하게 설계하라.’ 팀의 문제가 리더의 '관리 부족'이 아니라 성과를 만드는 '구조(시스템)의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팀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면 '사람'을 바꾸려 하기 전에 '구조'를 바꿔라’라는 문장은 지난날 내 리더십의 과오를 고스란히 비췄다. 그동안 규칙을 어기거나 무임승차를 하는 팀원을 볼 때마다 그들의 개인 성향이나 의욕 문제로만 돌리며 사람을 개조하려고만 들었기 때문이다. ‘무임승차하는 팀원이 있어서 문제가 아니라 무임승차가 가능한 구조가 문제’였고,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팀원이 문제가 아니라 소통해야 할 이유와 방식이 설계돼 있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좋은 리더는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않는다. 대신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 팀을 만든다.’는 문장을 읽을 때쯤엔 그동안의 무거운 압박감에서 벗어나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나는 해결사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자'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AI가 정보를 초고속으로 처리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그 수많은 대안 중 우리 조직의 철학과 방향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인간 리더인 우리의 몫이다.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모르는 팀원들에게 자기 일이 전체 성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려줘야 한다’는 말처럼,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거시적인 맥락을 짚어내고 팀원들에게 일의 의미를 심어주는 것만큼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리더의 고유 영역이다. 30년 가까운 직장 생활 동안 쌓아온 나의 연륜과 통찰은 결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는 단계를 넘어, AI가 쏟아낸 데이터 속에서 진짜 가치를 읽어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단순히 살아남는 리더를 넘어, '팀 성숙도 진단'을 통해 우리 팀의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9가지 전략 로드맵을 지도 삼아, 사람 탓을 하기보다 AI와 사람의 강점을 연결하는 단단한 '성과 구조'를 직접 설계할 것이다.

50대 중반의 나이는 새로운 기술 앞에 주저앉을 나이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로 조직을 가장 완숙하게 리드할 수 있는 최고의 시기다. 우리는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AI라는 거인 위에 올라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준비를 하는 중이다.

급변하는 기술의 파도 앞에서 길을 잃은 모든 팀장과 관리자들에게 생존을 위한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사람을 통제하던 구시대적 문법에서 벗어나 AI와 공존하며 성과를 지속시키는 단단한 조직 설계 메커니즘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값진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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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하다면 소방관 ㅣ 청소년들의 진로와 직업 탐색을 위한 잡프러포즈 시리즈 15
김용환.이성숙 지음 / 토크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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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만 보면 가슴이 뛰는 나는 자칭 ‘체육 천재’ 12살 초등학생이다. 방과 후엔 매일 친구들과 축구와 농구를 하고, 저녁엔 태권도장에서 땀을 흘린다. 내 꿈은 당연히 손흥민 같은 멋진 스포츠 스타가 되는 것이었다. 경기에서 이기고 화려한 트로피를 치켜드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엄마가 툭 던져준 <담대하다면 소방관>이라는 책을 읽고, 나의 탄탄한 체력과 운동 신경을 진짜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또 다른 영웅의 길을 발견했다.

처음엔 ‘담대하다’는 제목이 무슨 뜻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겁이 없고 배짱이 두텁다는 뜻이었다. 태권도 겨루기를 할 때 나보다 덩치가 큰 상대를 마주하거나, 농구 경기 종료 직전 역전 자유투를 던질 때 느끼는 그 쫄깃한 긴장감을 이겨내는 마음 같았다. 25년 차 김용환 소방관 아저씨와 24년 차 이성숙 아주머니 부부가 쓴 이 책은, 소방관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담대함’을 품고 달리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책 속 소방관의 세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묵직했다. 불만 끄는 줄 알았는데 인명 구조, 구급 활동, 생활 안전까지 온갖 위험한 포지션을 다 소화하고 계셨다. 게다가 소방관들이 몸에 치장하는 장비의 무게가 무려 30kg이나 된다고 한다. 내 몸무게와 맞먹는 짐을 지고 뜨거운 불길 속을 전력 질주해야 한다니, 이건 축구 전후반 90분을 뛰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엄청난 체력이 필요해 보였다. 왜 소방관 채용 시험에서 체력을 그토록 엄격하게 보는지, 그리고 왜 곧 더 혹독하고 과학적인 ‘순환식 체력 시험’으로 바뀌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운동 좀 한다고 까불었던 내 자신이 살짝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이 나에게 가장 큰 전율을 준 것은 책 속에 담긴 소방관 아저씨의 날것 그대로의 고백이었다. ‘불을 보면 다들 도망가는데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달려들잖아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축구 경기에서 거친 태클이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리게 되는데, 소방관들은 모든 인간이 본능적으로 도망치는 치명적인 불길을 향해 오직 ‘전진’만 한다는 게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소방관들도 불길 앞에서 무서움을 느끼는 똑같은 인간이지만, 두려움보다 타인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크기에 그 공포를 이겨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저자 아저씨가 남긴 가장 묵직한 핵심 문장을 가슴에 새겼다. ‘소방관은 누구든 마음만 먹고 노력한다면 될 수 있지만 명예로운 소방관은 아무나 될 수 없다.’ 지식과 체력이 좋다고 해서 훌륭한 소방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차근차근 쌓인 땀방울과 동료애, 그리고 투철한 봉사정신이 있어야만 비로소 ‘명예로운 소방관’이 된다는 뜻이었다.

책을 다 읽고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말씀드리자, 아빠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시며 말씀하셨다. 소방관은 세상에 꼭 필요하고 정말 좋은 직업이지만, 하나뿐인 우리 아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솔직히 너무 위험해 보여 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직업 중 하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불을 끄는 소방관도 멋지지만, 아빠의 조언처럼 전문적인 의료 행위나 구급 활동을 통해 다친 사람을 치료하고 생명을 구하는 분야도 있으니 나의 넘치는 체력을 그곳에 발휘해 보는 건 어떠냐며 또 다른 멋진 길을 고민해 보자고 하셨다. 아빠의 따뜻한 걱정 섞인 이야기를 들으니, 소방관이라는 꿈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더 진지한 고민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나와 같이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과 소방관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생생한 현장의 현실과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하는 최고의 나침반이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화려한 영웅의 모습 뒤에 숨겨진 숭고한 직업 정신을 깨닫고, 두려움을 이겨내는 진짜 용기와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게 될 것이다. 12살인 지금, 나는 아직 겁도 많고 체력만 좋은 초등학생이지만, 앞으로는 아빠 말씀처럼 구급과 의료 분야까지 넓게 생각하며 힘든 순간을 버텨내는 마음의 맷집을 키워보려 한다. 나중에 사람들을 안전하게 구해내는 진짜 ‘명예로운 영웅’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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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로봇공학자 ㅣ 청소년들의 진로와 직업 탐색을 위한 잡프러포즈 시리즈 91
표윤석 지음 / 토크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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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수학과 과학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낼 때의 쾌감과 과학적 원리를 직접 확인하는 순간은 언제나 짜릿했다. 당연히 나의 미래는 이과라는 지도 위에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온 뒤 마주한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차가웠다. 급격히 어려워진 수식과 복잡한 개념들 앞에서 나는 자주 길을 잃었고, 뚝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 들었을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정말 이 길을 계속 가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문과와 이과라는 갈림길 앞에서 낙담하며 방황하던 중, 표윤석 로봇공학자의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로봇공학자>를 읽었다. 단순히 딱딱한 기술적 이론을 나열하는 안내서를 넘어, 진로의 기로에서 흔들리던 나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는 다정한 멘토가 되어주었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저는 로봇을 만들고, 로봇을 가르치고,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로봇공학자입니다.” 이 짧고 명확한 한 문장은 내 가슴을 깊게 파고들었다. 로봇공학이란 단순히 차가운 기계를 조립하는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로봇이라는 존재를 다정하게 '가르치고' 마침내 인간의 삶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동안 높은 수학 점수와 완벽한 과학 공식만이 이과생의 자격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좁은 시야가 부끄러워졌다. 기술의 밑바탕에는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관찰과 상호작용이라는 따뜻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어야 했다. 내가 지금 당장 마주한 수식이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인간을 이롭게 하는 기술을 향한 호기심이 있다면 이 길을 걸어갈 가치가 충분하다는 위안을 얻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는 청소년들에게 ‘나만의 멋진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이 말은 한 번의 시험으로 내 가능성을 지레 짐작하고 이과의 길을 포기하려 했던 나에게 커다란 경종을 울렸다. 저자 역시 학창 시절 만화와 드라마를 보며 품었던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해, 수많은 실패와 대회에서의 시행착오를 포트폴리오의 한 페이지로 채워가며 지금의 로봇공학자가 되었다. 공학자들이 완벽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 수천 번 넘어지는 실패의 데이터를 쌓아 올리듯,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성적의 정체와 진로에 대한 고민 또한 내 인생 포트폴리오를 더욱 단단하게 다져줄 귀중한 과정이자 '학습 데이터'일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더 이상 눈앞의 점수에 흔들려 내 꿈의 영역을 성급하게 좁히지 않기로 다짐했다. 어려운 수학 문제와 과학 개념은 나를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내 지적 가능성을 확장해 줄 고마운 계단이다. 이 책은 나와 같이 급격히 어려워진 학업과 불투명한 진로 앞에서 방황하는 고등학생들과 로봇공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실패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단단한 용기를 배울 수 있으며, 로봇 기술의 본질이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과 공존에 있다는 고귀한 가치를 마음 깊이 얻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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