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창업가의 J 커브 전략 - 아이디어 검증에서 시장 확장성 확보까지
서원겸 지음 / 청년정신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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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의 일터는 차가운 스테인리스 배관과 멸균된 실험실, 그리고 깐깐한 GMP 규격서 사이였다. 머리가 조금씩 희끗희끗해지는 오십의 나이에, 나는 나보다 한 살 많은 베테랑 엔지니어 출신 CEO가 이끄는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책임자(QC)로 합류했다. 주변에서는 안정적인 대기업을 두고 왜 고생길이 훤한 스타트업으로 가느냐고 말렸지만, 나는 우리 대표의 눈빛에서 우리가 젊은 시절 미처 다 피우지 못했던 기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연륜을 보았다.

<기술창업가의 J커브 전략>을 읽는 내내, 나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 대표와 회사의 얼굴이 겹쳐 보여 가슴이 먹먹해졌다. 기술 하나만 믿고 세상에 뛰어든 이가 ‘기술자’에서 ‘1인 사업가’, 그리고 마침내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로 성장해 나가는 치열한 여정은, 지금 내가 매일 마주하고 있는 우리 회사의 성장통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오 창업도 본질은 같다. 처음엔 연구실의 작은 플라스크 안에서 성공한 기술이 전부인 줄 안다. 하지만 그것이 제품이 되고,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는 과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기술자의 마인드에만 갇혀 있으면 결코 데스밸리를 건널 수 없다. 오랜 경력을 가진 우리 대표 역시 그랬다. 훌륭한 연구자였던 그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고, 규제 기관의 문턱을 두드리며 진정한 사업가로 변모해 갈 때, 그 어깨에 얹어진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감히 짐작한다.

이 책에서 내 심장을 가장 강하게 두드린 대목은 성과와 실적을 먼저 만든 후 투자를 받아 지분을 방어하라는 실전 전략이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기술만 있는 초기에 섣불리 지분을 내주고 정작 스케일업을 해야 할 때 동력을 잃는 리더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우리 회사 역시 정부지원 과제를 따내고 작은 매출부터 차근차근 일으키며 이 J커브의 바닥을 다져왔기에, 저자의 조언은 한마디 한마디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격언으로 다가왔다.

이제 우리 회사는 J커브의 가파른 상승 곡선으로 진입하려는 길목에 서 있다. 한 살 형님이자 든든한 리더인 대표가 앞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 나갈 때, 뒤에서 묵묵히 시스템의 뼈대를 세우고 제품의 신뢰성을 완벽하게 방어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현역으로서 현장을 지키는 동료 기술자가 CEO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나의 소명이다.

이 책은 ‘기술자에서 사업가로, 사업가에서 경영자로 단계별 성장을 이뤄내야 데스밸리를 넘어 J커브를 그릴 수 있다’는 핵심 문장을 통해 기술기업이 가야 할 이정표를 명확히 제시한다.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힌 수많은 기술창업가와 그 곁을 지키는 실무진이 생존을 넘어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며,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술의 오만을 내려놓고 시장 중심의 비즈니스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것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대표의 날카로운 혁신 위에 시니어의 단단한 경험을 더해 기업의 신뢰라는 안전판을 완벽하게 다지는 일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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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 - 작지만 위대한 변화를 만드는 네 가지 원리
전대진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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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의 진료실과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 현장에서 내가 보낸 수십 년의 세월은 오직 완벽한 통제와 데이터만을 요구했다. 사소한 오차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강박은 나를 엄격한 규칙 속에 가두었고, 주변 사람들마저 내 기준에 맞춰 통제하려 들게 만들었다. 삼형제를 키우며 그것이 가장의 책임이라 믿었지만, 오십대 중반이라는 생의 반환점에 선 지금 내 안을 채우고 있는 것은 지독한 무력감이었다. 은퇴와 독립을 준비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남은 시간은 과거의 지루한 연장선에 불과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방황하던 길목에서 읽게 된 책 <DROP>은 완벽한 한 번의 성공만을 쫓느라 행동을 미루고 지쳐있던 가슴에 묵직한 망치질로 고정관념을 사정없이 깨부수었다. 특히 ‘꿈은 크게 꾸되, 오늘의 행동은 작게 시작하라’는 말은 내 스타일을 완전히 깨부수었다. 진료실의 작은 처치가 모여 생명을 살리듯, 삶을 바꾸는 원동력도 매일 반복하는 아주 작은 실행인 'Do it daily(매일 해낸다)'에 있었다. 이 변화의 여정은 'Repeat the right things(옳은 일을 반복한다)'로 이어진다. 무균실에서 매일 똑같은 검사를 반복하며 안전성을 증명하듯, 인생의 변화 역시 집중해야 할 본질을 묵묵히 반복하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지루한 루틴을 올바른 방향으로 반복하는 힘이 거대한 바위를 뚫는 물방울의 본질이었다.

책의 정점은 인식의 전환이다. 저자는 ‘나를 알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나를 알리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이다’라고 단언한다. 그동안 나는 직장에서 내 경력을 지키기 위해 기준을 강요했을 뿐, 주변의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주어야 할지 고민하지 못했다. 상대를 통제하기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먼저 건네는 ‘Offer value first(먼저 가치를 준다)'의 철학을 실천할 때 비로소 진정한 영향력이 시작됨을 깨달았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화려한 말이 아닌 묵묵한 실천의 누적으로 삶의 궤적을 증명해 내는 'Prove with your life(삶으로 증명한다)'로 수렴된다. 이것이 인생의 변화를 준비하는 내가 가져야 할 강력한 무기다.

이 책은 인생의 반환점에서 변화를 갈망하지만 완벽주의에 부딪혀 주저앉은 모든 이들에게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본질적인 영향력을 회복하는 실천적 지혜를 선물한다. 거창한 계획 대신 오늘 당장 실행 가능한 작은 물방울 하나를 떨어뜨려야 하며, 비록 지루할지라도 옳은 일을 매일 반복함으로써 누구나 자신의 삶을 완전히 새로운 기적으로 증명해 낼 수 있다.

<DROP>은 나에게 삶의 본질을 회복시켜 준 치트키다. 이제 나는 타인을 통제하려던 강박과 완벽한 타이밍만 기다리던 핑계의 나날을 과감히 '드롭'한다. 마침내 거대한 바위를 뚫는 물방울처럼, 꾸준히 옮겨갈 나의 작은 행동들이 내 남은 삶을 완전히 다른 기적으로 증명해 보일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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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옹 마음 분식점 3 - 고양이 별에서 온 하트 이모티콘 ㅣ 미야옹 마음 분식점 3
주미 지음, 안병현 그림 / 지구별아이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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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골목길에는 늘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쓰레기통 옆이나 주차된 자동차 밑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고양이들을 볼 때면 나는 나도 모르게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곤 했다. 어두운 곳에서 노랗게 빛나는 고양이의 눈을 마주치면 꼭 나에게 덤벼들 것만 같아 무서웠기 때문이다. 나에게 고양이는 그저 가깝고도 먼, 다가가기 두려운 동물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미야옹 마음 분식점 3 : 고양이 별에서 온 하트 이모티콘』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주인공 고양이 몽실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나의 일상을 뒤흔드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나와 아주 비슷한 서툰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 도윤이네 가족은 온종일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느라 딩동거리는 알림 소리에는 즉각 반응하면서도, 바로 곁에서 온기를 나누며 살아 숨 쉬는 반려묘 몽실이의 눈빛과 마음은 전혀 읽지 못한다. 결국 '스마트폰 알림 소리에 묻혀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린 몽실이'는 깊은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이 발단 부분을 읽으며 솔직히 내 모습이 겹쳐 보여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 역시 집에 오면 학원 숙제를 하거나 게임을 하느라 엄마가 ‘오늘 하루 어땠니?’ 하고 건네는 다정한 말소리를 이어폰 너머의 알림 소리 때문에 무심히 흘려버린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액정 화면 속의 가짜 하트에는 기뻐하면서 진짜 소중한 존재를 외롭게 만든 것이다.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소중한 소통의 시간을 빼앗긴 몽실이는 결국 마음의 상처를 입고 신비한 '미야옹 마음 분식점'을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는 말하는 고양이 요리사 '미야옹'이 있었는데, 그는 마음이 다친 아이들의 상처를 달래줄 특별한 마법의 메뉴를 내어주는 존재였다. 몽실이는 미야옹 요리사 앞에서 가족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을 품게 되고, 가족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험을 시작한다. 몽실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심을 전하기 위해 애쓰는 위기와 절정의 순간들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고양이에게도 인간과 똑같은 깊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무서워했던 길고양이들의 눈빛도 공격이 아니라 어쩌면 외로움의 신호였을지 모른다.

미야옹 요리사가 만들어준 마법 요리 덕분에 마침내 도윤이네 가족이 몽실이의 소원을 알아채고, 서로를 향해 닫혀 있던 마음을 열며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안아주는 결말 부분에서는 가슴이 무척 뭉클해졌다. 말과 글이라는 편리한 도구가 없어도, 서로를 향해 눈을 맞추는 다정함만 있다면 진심은 얼마든지 닿을 수 있다는 큰 울림을 주었다. 고양이라는 존재는 단순히 무서운 동물이 아니라, 차가운 스마트폰 세상과 무관심 속에 갇혀 있던 우리를 구원하고 진정한 온기를 일깨워 주는 다정한 안내자였던 셈이다. 책을 덮고 나니 고양이들이 기분 좋을 때 내는 골골송이나 꼬리를 흔드는 모양 같은 진짜 언어에 대해 엄청난 호기심이 생겼고, 이제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속으로 '너의 소중한 시간은 잃어버리지 않게 내가 꼭 네 신호를 알아채 줄게' 하고 다짐 어린 인사를 건네게 되었다.

이 책은 스마트폰에 눈을 빼앗겨 주변을 놓치기 쉬운 초등학생과 가족 모두가 함께 읽어야 할 필독서로, 편리한 디지털 세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진정한 소통의 가치와 따뜻한 진심을 배우고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이제 기계적인 알림 소리 뒤에 가려진 타인의 외로움을 다정하게 알아채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곁에 있는 가족이나 반려동물의 눈을 맞추며 대화를 시작하는 작은 실천부터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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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브랜딩 - 타인의 마음속에 내 브랜드를 심는 법
에가미 다카오 지음, 최지현 옮김 / 김영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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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젖은 코를 만지고 고양이의 가느다란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수의사로 살아온 지 어느덧 30년이 훌쩍 넘었다. 5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인생을 관조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묘한 조바심을 느끼게 한다. 최근 몇 년간 동물병원 운영도 치열한 경쟁 속에 놓였다. 주변에 화려한 대형 병원들이 들어서고 자극적인 마케팅 문구들이 쏟아질 때마다 마음이 복잡했다. ‘나도 저런 트렌디한 마케팅을 배워야 하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슬로 브랜딩>을 읽고, 유행을 쫓아 헉헉거리던 내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본질을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를 명확히 짚어낸다. 마케팅이 가격 할인이나 쿠폰처럼 ‘지금 당장’ 고객을 끌어오는 단기적인 기술이라면, 브랜딩은 ‘고객이 스스로 돌아오게 만드는 기억’을 쌓는 장기적인 여정이다. 숏폼 콘텐츠와 자극적인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일수록 소비자들은 반짝하는 유행보다 변하지 않는 가치에 끌린다. 책에 따르면 진정한 브랜드는 결코 급조되지 않으며, 기업의 로고를 바꾸는 비주얼 작업을 넘어 ‘존재 이유와 본질’을 재정의하는 데서 시작해 천천히 축적된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랜 시간 축적된 기억이야말로 브랜딩의 근간이며, 요령 피우지 않고 본질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일이야말로 느려 보이지만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다’라는 책 속의 핵심 문장은 조급했던 내 머릿속이 맑아지며 무언가로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 문장들을 읽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수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화려한 광고를 보고 찾아온 손님을 맞이할 때가 아니었다. 10년 전 세상을 떠난 반려견의 마지막을 함께 울며 배웅했던 보호자가, 새로 입양한 어린 강아지를 품에 안고 ‘원장님 생각이 나서 다시 왔어요’라며 문을 열고 들어올 때였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한 ‘고객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자, 테슬라가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가치 지향점을 정립한 것처럼 나도 모르게 실천하고 있었던 ‘슬로 브랜딩’의 본질이었던 셈이다.

‘수많은 브랜드 중 하나가 아니라, 단 하나의 이유가 돼라’는 조언처럼, 진정한 차별화는 경쟁사보다 더 빨리 달리는 속도가 아니라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우리만의 깊이 있는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특히 지적장애인들과 함께 야생 효모로 천천히 포도를 재배해 세계 정상의 만찬에 올린 코코 팜 와이너리의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주었다. 동물병원도 마찬가지다.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은 평준화될지 모르지만 생명을 대하는 수의사의 진심 어린 눈빛, 보호자의 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결코 급조될 수 없다. 그것은 시간이 흐르고 유행이 지나간 뒤에도 소비자의 뇌리에 남아 선택 받을 수 있는 일관된 기준이자 생명을 대하는 진심이 겹겹이 쌓여 완성되는 진짜 정체성이다.

이 책이 관통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눈앞의 이익을 좇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본질적 정체성을 지키라는 것이다. 50대 중반,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닐까 고민했던 나에게 이 책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위로와 용기를 건넸다. 반짝하는 유행은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본질에 집중해 천천히 쌓아 올린 브랜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은 향기를 풍긴다. 이제 나는 조급한 마케팅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대신 내 병원을 찾는 작은 생명들과 보호자들에게 ‘가장 따뜻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식처 같은 병원’라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심어주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진짜 브랜딩을 시작한다.

이 책은 치열한 속도전 속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자영업자와 경영자들에게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가치 정립의 비결을 전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독보적인 브랜드 서사를 구축하는 안목을 배울 수 있다. 우리는 당장의 매출보다 고객의 뇌리에 각인될 본질적 가치에 집중해야 하며,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진심부터 차근차근 쌓아 나가며 느리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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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리허설 -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 ㅣ 세계척학전집 8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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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진료실은 매일이 삶과 죽음의 경계다. 쉰을 넘긴 수의사로 살아오며 수많은 생명의 마지막 숨을 거두어 주었다.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강아지의 눈을 보며 마지막 주사기를 누를 때, 혹은 차갑게 식어가는 고양이의 온기를 보호자와 함께 나눌 때, 사람들은 흔히 내게 말한다. “원장님은 늘 죽음을 보시니 담담하시겠어요.” 하지만 그건 지독한 오해다. 나는 죽음에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죽음을 볼 때마다 내 안의 슬픔을 더 깊이 숨기는 법을 배웠을 뿐이다. 정작 나 자신의 소멸을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공포도 느낀다. 도대체 매일 죽음을 목도하는 내가, 왜 여전히 죽음 앞에서 이토록 무력하고 여전히 두려운 것일까. 그 답은 <죽음 리허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책은 나에게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완벽주의적 통제를 내려놓고, 삶의 유한함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나답게 살아갈 용기를 얻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준다. 프로이트의 관객석 이론처럼 우리는 타인의 임종을 지켜보며 그것을 제3자의 시선으로 타자화하지만, 에피쿠로스의 논리나 몽테뉴의 조언대로 죽음을 내 삶의 엄연한 일부로 끌어안고 미리 연습할 때 비로소 죽음에 대한 막연한 안개는 걷히기 시작한다. 사실 냉정히 셈해보면 죽음 그 자체는 결코 두렵지 않다. 다만 내가 사라진 세상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더 이상 시간을 나누지 못하고, 소중한 추억을 함께 만들어갈 수 없다는 그 철저한 단절이 가슴 저리도록 슬플 뿐이다. 결국 이 책이 품고 있는 사유의 종착지는 상실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끝을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비로소 피어나는 역설적인 삶의 에너지와 내면의 정직함이다.

수의사로서 연명과 안락사의 기로에 선 보호자가 본인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슬퍼하지 않도록 위로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먼저 제안하지 않는다. 나의 일상은 아툴 가완디가 말한 의료의 한계, 그리고 존엄한 퇴장의 가치와 거울처럼 닮아 있다. 생명을 내 뜻대로 완벽하게 붙들어 두는 것만이 선이 아니며, 통제할 수 없는 이별 앞에서 슬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마음속에서 지속적인 유대를 맺어가는 과정 또한 삶의 숭고한 영역임을 깨닫는다. 죽음을 미리 연습한다는 것은 삶을 어둡게 만드는 일이 결코 아니다. 사형대 위에서 마주했던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5분'처럼, 내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주변을 통제하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미뤄두었던 소중한 일들을 실행에 옮길 담대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서, 내게 남은 모래시계의 끝을 생각해본다. 신기하게도 두려움이 머물던 자리에 오늘이라는 시간이 유독 선명하게 느껴진다. 매일 마주하는 작은 동물들의 눈망울이, 무심히 흘려보냈던 가족들의 안부 전화가 새삼스럽게 고마워진다. 내가 설정한 엄격한 기준에 주변 사람들을 맞추려 애쓰기보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더 많이 소통하고 따뜻한 기억을 새기는 일이 훨씬 소중함을 절감한다. 흔들리는 존재들의 나약함과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안아주며, 남겨진 이들과 더 깊이 사랑하는 것. <죽음 리허설>은 끝을 아는 이가 가질 수 있는 다정함과 담대함으로, 타인의 시선이나 기준에서 벗어나 오직 나 자신에게 정직하고 온전한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인생의 길잡이다.

완벽주의와 성취의 압박 속에서 통제할 수 없는 불안을 겪는 이 시대의 모든 중년에게 스스로 삶의 유한함을 수용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설계할 용기를 준다. 우리는 완벽한 통제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끝을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얻은 에너지로 미뤄두었던 소중한 일들을 지금 당장 실행하며 온전한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죽음을 내 삶으로 수용하자 삶이 더 선명해지고 소중해졌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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