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에이티드 - 의지, 노력, 끈기를 성공으로 연결하는 사람과 장소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신솔잎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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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바꾸다

수의사로 살아온 지 어느덧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말 못 하는 동물들의 고통을 들여다보며 병원과 임상 현장을 지키는 삶은 끈기와 집념의 연속이었다. 밤샘 진료와 까다로운 수술,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견뎌온 힘은 내 안의 열정과 의지라고 믿었다. 하지만 5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체력적 한계와 오랜 관성 앞에 의지가 예전만 못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그런 나에게 앤절라 더크워스의 <시추에이티드>는 성취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다.

전작 <그릿>이 장기적인 목표를 향한 열정과 끈기를 강조했다면, 이번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질문한다. 과연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성취를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개인의 성향뿐 아니라 자신이 놓인 상황과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디에 머물고 누구와 함께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의지를 무작정 쥐어짜는 일이 아니라 의지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책은 이를 위해 공간과 사물, 동료, 멘토, 공동체의 문화에 주목한다.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을 정돈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동료와 어울리며,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멘토를 찾는 일이다. 도전과 성장을 격려하는 문화 역시 개인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중요한 조건이다. 환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우리의 행동을 이끄는 힘이라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이 대목에서 지난 30년의 임상 생활이 떠올랐다. 초보 수의사 시절 질문을 귀찮아 하지 않고 길을 알려주던 선배가 있었고, 최신 의학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서로를 자극하던 동료들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버텨온 것은 오롯이 나의 의지만은 아니었다. 나의 끈기가 발휘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과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내 의지가 왜 약해졌을까?'라고 자책하기보다 '누구와 어디에 있을 때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는가?'를 먼저 묻고 싶다. 진료실과 업무 공간을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젊은 동료들과 새로운 지식을 나누며, 배울 점이 있는 선배와 멘토를 찾아 나설 생각이다. 나 역시 후배들에게 경험을 나누는 좋은 동료이자 멘토가 되고 싶다.

<그릿>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힘을 알려주었다면, <시추에이티드>는 그 힘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지혜를 전한다. 노력해도 변화가 없다고 느끼는 직장인과 학생, 조직의 성장을 고민하는 리더,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자신을 탓하기 전에 주변의 사람과 공간을 돌아보고,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직접 설계해 보라는 것이다. 더 강한 의지만이 답은 아니다.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바꾸면 내가 나아갈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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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오너 - AI가 일하는 시대, 성과는 누구의 것인가
김성중(스탠리) 지음 / 처음북스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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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곁으로 성큼 다가온 시대, 나는 여전히 낯설다

어느 날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열었을 때, AI가 내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는 서늘한 기분을 느꼈다. 젊은 세대나 거대 IT 기업의 전유물처럼 여겼던 인공지능이 이제는 보고서를 쓰고 자료를 검색하며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상의 도구가 되었다. 수의사로 살아온 지 사반세기를 넘긴 50대 중반의 나에게 이 변화는 기대와 설렘인 동시에 불안이었다. 오랫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 새로운 기술 앞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성중 저자의 <AI 오너>는 이러한 변화 앞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묻는다. 저자는 AI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기술에 대한 경외감, 자신의 일이 대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변화에 올라타야 한다는 의무감을 이야기한다. 이는 지금 내가 느끼는 혼란과도 맞닿아 있다. 저자는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책의 중심 개념인 'AI 오너'는 AI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을 넘어, 어떤 일을 맡길지 결정하고 목표와 방향을 설계하는 사람을 뜻한다. AI를 유능한 조수로 활용하되 일의 목적과 주도권은 사람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질문하고 답을 얻는 수준에서 나아가 AI가 실제 업무의 일부로 기능하도록 일하는 구조를 바꾸자는 제안이다.

저자는 AI 도구를 도입할 때도 유행을 따르기 보다 직접 만들지, 이미 만들어진 서비스를 이용할지, 여러 도구를 연결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데이터를 정리하는 과정을 한약방의 서랍장에 비유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필요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AI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좋은 도구를 선택하는 것만큼 그것이 일할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AI OKR'은 AI에게 일을 맡길 때 목표와 기대 결과, 업무의 배경, 허용 범위, 사람과 AI의 역할을 명확히 정하는 방법이다. 단순히 보고서를 써 달라고 하기보다 목적과 대상, 참고 자료와 포함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결국 AI 활용의 핵심은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명확히 정의하고 위임하는 능력에 있다.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그럴듯한 결과물과 실제 성과 사이의 간극이다. AI가 매끄러운 문서와 표를 빠르게 만들어도 그것이 문제 해결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결과물이 실제로 필요한 가치를 만드는지 판단하는 일은 사람의 몫이다.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사용하는 사람의 기준과 안목이라는 점을 책은 강조한다.

물론 에이전트 구축이나 데이터 관리 같은 내용은 아직 내게 낯설고 어렵다. 그러나 모든 기술을 직접 익힐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내 업무에서 무엇을 AI에 맡길지 찾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다.

수의사로 일하며 새로운 진단 장비와 치료법을 익혀왔듯 AI 역시 배워야 할 변화일 것이다. 논문 검색과 자료 정리는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환자의 상태를 종합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는 현장 경험과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오랜 경험은 낡은 지식이 아니라 AI의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게 해주는 기반이 될 수 있다.

<AI 오너>는 AI가 낯설지만 새로운 업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직장인과 전문직 종사자, 관리자에게 유용한 안내서다. 도구 사용법을 넘어 업무를 설계하고 결과의 가치를 판단하는 안목을 배울 수 있다. 이제 작은 일부터 AI와 나누며 주도권을 지켜야 한다. AI와 경쟁하기보다 내가 가진 경험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읽고 얻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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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테크 - 재테크를 이기는 인생 경영의 비밀
메타명리 준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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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사계절을 지나는 길목에서, 나의 운테크를 시작하며

말 못 하는 동물의 아픔을 살피고 생명을 돌보며 살아온 지 어느덧 삼십 년 가까이 흘렀다. 치열하게 일하며 삶의 기반을 다져왔지만, 인생의 절반을 지나온 지금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경영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운테크>는 이러한 고민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재테크가 돈을 관리하는 기술이라면, 운테크는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기회를 발견해 활용하는 기술이다.

책은 명리학을 통해 사람마다 타고난 성향과 재물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오행과 십성은 개인의 기질과 강점, 인간관계, 돈을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는 기준이다. 여기에 대운과 세운이라는 인생의 큰 흐름과 해마다 달라지는 변화를 더해, 언제 도전하고 무엇을 준비할지 고민하게 한다. 결국 명리학은 미래를 단정하기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하나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무재성 사주로 태어났지만 기회를 포착해 자산을 일군 저자의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무재성이란 사주에서 재물을 상징하는 기운이 드러나지 않는 구성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이 돈을 벌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타고난 조건이 삶의 결과를 결정하지 않으며,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기회를 활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책에서 제시하는 인생의 사계절이라는 비유도 기억에 남는다. 봄에는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는 성장시키며, 가을에는 결실을 거두고 겨울에는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모든 시기에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자신의 계절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는 재산을 관리하는 일뿐 아니라 일과 관계,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나 역시 오랫동안 성실함과 노력만을 삶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노력의 양만큼 방향과 타이밍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하듯 인생에도 자신의 기질과 상황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남의 성공을 좇기보다 나의 강점과 약점,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파악하고 기회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명리학이 미래를 결정하거나 투자의 성공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사주팔자는 미래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참고 지도다. 이 책의 의미도 운을 맹신하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을 이해하고 변화의 흐름을 살피며, 주어진 가능성을 현실의 기회로 바꾸도록 이끈다는 데 있다.

<운테크>는 열심히 살아왔지만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자기 삶을 새롭게 바라볼 계기를 제공한다. 인생의 후반전을 맞이한 나 역시 운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보다 배우고 준비하며 기회를 만들어가고 싶다. 타고난 운에 삶을 맡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행동으로 넓혀가는 사람. 결국 운명은 주어진 조건이 아니라 선택과 행동으로 경영해 나가는 것임을 되새기며, 나의 운테크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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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포뮬라 - 월급 65만 원에서 시작해, 직접 벌고 잃고 다시 세우며 확인한 부의 구조 4단계
정성우(제이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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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살아온 50대, 이제는 돈이 나를 위해 일하는 구조를 만들 때

남들은 나를 보고 '참 치열하게도 살았다'고 말하지만 그 치열함의 이면에는 지독한 불안과 남모를 갈등이 숨어 있었다. 성인이 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된 ADHD라는 네 글자는 내 삶의 수많은 의문을 이해하게 해주었다. 왜 한 직장에 오래 머물지 못했는지, 왜 끊임없이 더 나은 기회와 새로운 자극을 찾아 움직였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내가 놓지 않았던 분야가 있다. 바로 바이오 분야의 품질관리(QC)다. 직장은 여러 번 옮겼지만 전문성만큼은 꾸준히 쌓아왔다. 한 우물을 파되 우물을 파는 자리가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 내게 제이씨드의 <머니 포뮬라>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경제적 방향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고등학교 자퇴 후 월급 65만 원의 제과점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대기업 입사와 연봉 1억 원의 보험 영업을 경험했다. 그러나 높은 소득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았다. 소득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험과 다양한 사업·투자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깨달은 것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소득이 무너져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책은 부를 만드는 과정을 벌기, 모으기, 굴리기, 시스템화라는 네 단계로 설명한다. 벌기는 소득원을 다양화하는 것이고, 모으기는 소비를 통제해 종잣돈을 만드는 것이며, 굴리기는 투자를 통해 자산을 증식하는 것이다. 마지막 시스템화는 노동과 시간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돈을 버는 것에서 시작해 돈이 스스로 일하는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50대인 내게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직장 하나에 소득을 의존하기보다 오랫동안 쌓아온 QC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연결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전문 지식을 콘텐츠로 만들거나 AI와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지금까지의 경력도 새로운 경제적 자산이 될 수 있다.

특히 투자에서 수익만큼 중요한 것이 위험 관리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부동산 경매 과정에서 보증금 1,280만 원을 잃었던 경험은 투자에 앞서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50대에 필요한 것은 단기간의 큰 수익보다 원금을 지키면서 꾸준히 자산을 키워가는 현실적인 원칙일 것이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시스템화'라는 개념이다. 내가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자산이 가치를 만들고 수익을 발생시키는 구조를 갖추는 것. 그것이 경제적 자유를 향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내 이력서를 다시 바라보았다. 남들에게는 잦은 이직과 변화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 시간 동안 나는 한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왔다. 이제는 그동안 파놓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그 물이 지속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을 연결할 차례다.

<머니 포뮬라>는 월급에 의존하는 직장인과 은퇴를 준비하는 중장년층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소득을 다각화하고 자산을 관리하는 방법뿐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전환하는 실천적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이제는 더 치열하게 일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들이 나를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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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자율주행 이코노미 - 피지컬 AI 시대, 자율주행 패권을 가르는 비즈니스 플라이휠
차두원 지음 / 월요일의꿈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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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하는 동물들의 눈빛을 읽으며 평생을 보낸 수의사의 눈에, 요즘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마치 거대한 인공 생명체처럼 보인다. 반평생을 동물병원 진료실에서 보내고 어느덧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 세상의 변화는 숨이 가쁘다. 차두원 대표의 <2030 자율주행 이코노미>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기술의 화려함보다 생명체를 다룰 때의 조심스러움과 현실적인 생존 법칙들이 끊임없이 교차했다.

저자는 책의 문을 열며 '5분'이라는 높은 허들을 이야기한다. 사람이 운전자 없는 로보 택시에 타서 극도의 긴장과 두려움을 느끼다가, 이내 긴장을 풀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까지 걸리는 시간, 딱 5분. 수의사인 나에게 이 5분은 묘하게 익숙하다. 낯선 병원 대기실에서 잔뜩 겁을 먹고 으르렁거리던 강아지가, 수의사의 조심스러운 손길과 부드러운 음성에 경계를 풀고 꼬리를 흔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대략 그쯤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 전체를 통틀어 집요하게 파고드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연구실 속 기술이 아니며, ‘운전자 없는 차가 과연 어떻게 돈을 벌고 스스로 생존할 것인가’라는 철저한 비즈니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승객이 안심하고 지갑을 여는 수용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뿐이라는 경고는 내 가슴에 날카롭게 박혔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지형도를 보니, 미국의 웨이모나 테슬라, 중국의 포니AI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완벽하게 근육을 키운 성인의 모습으로 성큼성큼 앞서 나가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자율주행 성적표는 냉정하게 말해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아장아장 걷는 '초등학생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특히 ‘한국은 자동차 생산 강국이다. 그러나 자동차 생산 강국이라는 사실이 곧 자율주행 강국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는 저자의 송곳 같은 직설은 뼈아프게 다가왔다. 완성차를 기계적으로 잘 만드는 역량과, 차가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역량은 완전히 다른 경쟁력인데, 우리는 후자에서 아직 한참 뒤 처진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성인들이 장악하고 룰을 지배하는 판에, 이 어린아이가 어떻게 명함을 내밀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의학에서는 태생적으로 몸집이 작거나 늦게 태어난 약한 동물을 치료할 때, 억지로 덩치 큰 녀석들과 똑같이 먹이지 않는다. 그 아이만의 면역력을 키우고,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독자적인 처방을 내린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해법도 이와 닮았다. 이미 거대 플랫폼과 자본을 선점한 글로벌 공룡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전면전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다. 대신 저자는 우리가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완성차 제조 역량과 탄탄한 부품 공급망이라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도심 환경에 최적화된 '한국형 비즈니스 플라이휠'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차량 원가 최적화에서 출발해 지속적인 수익 구조를 설계하고, 대규모 운영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여 AI를 고도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독자적인 처방전이다.

2030년, 멀어 보이지만 고작 몇 년 남지 않은 미래다. 초등학생 같은 우리 자율주행 산업이 글로벌 성인들의 틈바구니에서 기죽지 않고 자라나, 마침내 도로 위 인간의 불안감을 지워내는 '5분의 허들'을 멋지게 뛰어넘기를 바란다. 생명이 가득한 진료실을 나설 때마다, 머지않은 날 내 노후의 이동을 안전하게 책임져줄 대한민국 자율주행차의 따뜻하고 든든한 뒷모습을 상상해 본다. 기술을 차가운 연산이 아닌, 인간을 향한 지속 가능한 온기와 생존의 비즈니스로 풀어낸 이 책은 모빌리티의 미래가 궁금한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모빌리티 트렌드와 미래 경제 생태계의 판도를 파악하려는 비즈니스 리더, 정책 입안자, 그리고 다가올 미래 기술의 변화 흐름을 읽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화려한 기술의 장막 뒤에 숨겨진 자율주행 시장의 냉혹한 현주소와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의 조건을 선명하게 깨닫게 된다. 아울러 우리가 글로벌 패권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과감한 규제 혁신과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동시에, 기존 제조 역량을 극대화한 우리만의 독자적인 생존 영역을 어떻게 다져야 할지 묵직한 실천 과제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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