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 산다는 것 - 융 심리학으로 보는 남성의 삶과 그림자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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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실 독자 열위께 감히 제언하자면, 작고 얄팍한 두께지만 쉽사리 읽어내기가 어려우니 밑줄 쳐가며 정독하실 것. 하여, 목차별로 내용을 요약 정리해드림.

 

- 남자가 물려받은 것: 허상, 역할, 기대

어려서부터 내 어머니는 나의 이름보다는 맏상주, 장남이라는 호칭으로 나를 부르시곤 하셨다.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서가 아닌, 사회의 축소판인 가족의 일원으로서 지닌 제주의 역할과 장남에 대한 기대심리가 어우러진 표현이었다. 물론 장남이라고 해서 동생과 비교하면 드러나게 좋은 처우(?)를 받았다고 할 수도 없다. 마치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주인공(김준호 분)이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해 잘 나가는 의사로 살다가 나이 50줄에 어머니의 꼭두각시로 살다가 드디어 자아독립을 선언하기 전의 모습이랄까? (나이 들수록 더더욱 느낌이 강해지는데, 남성으로 태어나 불쌍하다는 생각...)

 

- 여성성 공포증: 내면과 외부의 여성

남자니까 서러워도 울지 마, 힘들어도 참아야 해, 약한 모습 보이는 거 아니야!‘ 남성이라고 모두 다 힘세고 용감한 것은 아니다. 이 공포심을 누구에게 투사하느냐에 따라 본인은 물론 주변의 여성과 아이들도 함께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고난과 역경을 겪을수록 자궁에서 나와 다시 자궁으로 돌아가고픈 본능을 드러내어서는 안 되는 금기로서 억압받으며 이런 소리 골백번도 더 들으며 살아왔는데, 여성해방과 마찬가지로 남성들이여 이제는 과감히 떨쳐버리고 영혼이 닿는 곳으로 갑시다!

 

- 통과의례: 내면을 변화시키는 상처

저자는 통과의례를 분리-죽음-재생-가르침-시련-귀환의 6단계로 구분한다. 집단사회로의 귀속성과 정체성이 거의 사라진 오늘날, 자신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환골탈태하는 형식과 절차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남성 스스로도 나이 들어가면서 어른이라는 자각이 희미해졌다. 그 결과 부족사회 같으면 큰 어른 역할을 해 주었을 존재도 없이, 각자도생과 금전개념에 발 빠른 남성들만이 우위에 올라서 기득권층이 되고 결과적으로 사회의 귀감 노릇은 못하면서 권력만 행사하고 있다. 장성한 남성이 청소년의 음주 흡연을 목격했을 때 괜시리 억압기제가 발동하는 것은 바로 사라진 통과의례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다.

 

- 아버지 결핍증: 인생 멘토를 향한 갈망

아들에게 인생의 등대가 되어 줄 아버지라는 존재의 부재,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아버지에게도 인생 멘토가 없었고 그 이전에도 없었음이 밝혀진다. 사실은 부족사회 이후로 계속 없었던 것. 통계 수치이기는 하나 현대 사회에서 제대로 된 멘토 역할을 해내는 아버지들의 비율은 경우 17%라고.

 

- 남성이 자기 영혼을 치유하려면

자신이 상처 입은 영혼임을 먼저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치유에 나서야 하며 어떤 누구도 이를 대신해 줄 수 없음을 알아야 함.

 

 

저자가 제시하는 남성의 여덟 가지 비밀과 치유법

 

첫째, 남성의 삶은 (여성의 삶과 마찬가지로) ‘남성이라는 성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기대에 구속되고 지배받는다. => 남성에게는 가장 힘든 단계로, 생계를 이끌어갈 책임과 부담을 짊어진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 기대감에 가려 행복하지 않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함.

 

둘째, 남성의 삶은 근본적으로 공포가 지배한다.=> 자연과 자신을 정복하는 것이 자기에게 주어진 과업이며 어떤 것도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는 정신 나간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을 완전히 삼켜버리는 위협적인 수치심과 맞서 싸우는 날부터 남성의 치유가 시작됨.

 

셋째, 여성성의 힘은 남성의 정신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남성의 삶에 심리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어머니의 존재감이 너무나 강력하여 여성성과 왜곡된 관계를 맺게 되며 이를 극복해야 함.

 

넷째, 남성은 침묵의 음모와 결탁한 상태다. 자신의 정서적 진실을 억압하는 것이 이 음모의 목표다.=> 남성은 강하고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거짓 명제를 과감히 탈피하려면 자신의 아픔을 내보이는데 망설이지 말아야 함.

 

다섯째, 남성은 불가피하게 상처를 입는다.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면서부터 어머니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하기 떄문이다.(여기서 어머니는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라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원형(archetype) 상징을 가리킨다.) => 상처를 받아 봐야 상처 너머의 새로운 의식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주인공이 진정한 자기 삶의 영웅이 되기 위해 입는 상처는 더 큰 의식과 가치있는 세계를 쟁취할 때 기꺼이 치러야 할 대가임.

 

여섯째, 남성의 삶은 폭력적이다. 자신의 영혼부터가 폭력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분노가 폭발 직전 수준으로 쌓여있는 상태임을 인정하고, 분노가 향하는 방향을 틀어 자신의 치유를 위해 꼭 일어나야 할 변화의 동력으로 사용해야 함.

 

일곱째, 모든 남성은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종족선조를 향한 깊은 갈망이 있다.=> 오늘날 남성은 자신이 속한 문화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얻어내지 못한다. 치유에 앞서 먼저 자기 내면의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음.

 

여덟째, 남성이 치유되려면 외부에서 충족시킬 수 없는 무언가를 내면에서 스스로 깨워야 한다.=> 정신적으로 의지할 대상이 없음을 깨닫고 남성은 극심한 영혼의 아픔에 시달리지만,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배워야 함.

- 치유로 가는 일곱 단계

1단계. 조상의 상실을 되새겨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상처 속에 신음하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도록 허락받지도 못하고 달리 대안도 없이 말 못할 외로움에 시달리는 것이 아버지들의 모습으로, 이를 부끄러움 없이 슬퍼해 줄 수 있어야 한다.

 

2단계. 비밀을 털어놓아라. 우연히 남성으로 태어났을 뿐 실은 남성으로서 실격이라는 느낌, 공포와 분노 사이에서 고통받는다는 점, 감정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정작 그 의존 대상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점들을 의식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3단계. 자신의 멘토를 찾는 동시에 타인의 멘토가 돼라. 우리 사회에 집단 수준의 통과의례가 없어서 자신은 물론 주변의 그 누구도 멘토가 되어본 적 없으니 개인이 스스로 멘토가 되는 수 밖에 없다.

 

4단계. 남성에게 애정을 갖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운동이나 전쟁 말고는 남성이 남성을 만나 초월적 경험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니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동성애나 에로스의 대상이 아닌, 자신을 사랑하는 과제의 연장선상에서 브로맨스를 당장 우리가 사는 곳에서 시작하라.

 

5단계. 자신을 치유하라. 부모는 자식에게 삶의 동력을 전달하고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커다란 책임을 갖고 있지만, 이는 생각보다 훨씬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부모 자신도 상처를 지녔기 때문이지만 아들이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영혼을 탐색한다면 부모의 상처에 따른 한계는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6단계. 영혼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라. 남성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인생 여정이며, 이는 남성 그 자체이기도 하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공포를 느끼겠지만 항해를 계속할 동력을 포기하고 이데올로기나 타인에게 의존하고 만다면 남성 되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7단계. 새로운 혁명에 동참하라. 다른 남성이나 여성, 아이를 힘으로 지배해야만 진정한 남자라는 말 따위를 하는 이에게 반기를 들어야 한다. 두려움에 가득 찬 광신자, 번지르르한 궤변을 늘어놓는 정치가 등 타인을 억압하는 이들에게 반기를 들어야 한다. 소위 남자다움, 남성스러움의 척도는 두둑한 지갑과 권력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한다.

 

남성들이여, 이 책 읽고 스스로를 더 잘 깨달아 행복한 인생을 누립시다.

 

여성들이여, 이 책 읽어 남성들을 더 잘 이해하고 함께 행복하게 사십시다.

 

쓰고 보니 무슨 보고서 요약본의 형식이 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줄로 평하자면 : 심리상담사인 저자가 남성 내담자들의 적절한 사례를 들어가며 남성의 영혼을 일깨우고자 분석과 조언 및 실천방법을 제시한 논문 같은 책.

 

잊지 마라. 그대가 여기 있는 건
자신,오로지 자신과의 투쟁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럴 기회를 안겨주는 모든이이게 감사하라.
-G.I.구르제프 <놀라운 사람들과의 만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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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습관은 없다 - 습관을 고치려 할 때마다 내가 실패하는 진짜 이유
정재홍 지음 / 판미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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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과연 좋고 나쁜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사실 습관은 오랜 기간 생태계의 약자였던 인류의 생존과 진화의 산물이다. 환경적 영향이야 어떻든 간에 인류의 최종목표는 생존이었을 터이고 후손에게 대물림하여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행태가 드러나도록 진화한 결과물이다.

그럼 습관은 대체 왜 생겨난 걸까? 일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그렇지 않아도 단일 기관으로서 신체 에너지를 무려 1/4 씩이나 소모하는 뇌의 입장에서는 한정된 체력을 아껴야만 했을 것이고 에너지를 가장 적게 쓰면서도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는, 즉 자신에게 최적화된 방식을 택했을 것이다.

흔히 ‘습관적’ 이라는 어휘를 접하면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타파의 대상을 떠올린다. 그러나 습관 자체는 타파의 대상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니 오히려 나의 편으로 만들어 나의 행복에 기여하게 할 수 있다면 이아니 좋지 않겠는가... 라고 한다면?

저자는 우선 습관 자체는 타파의 대상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에 기인한 행동의 결과라는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며, 습관을 고친다는 뜻은 결국 자신의 뇌를 기만하고 사고방식을 달리하여 발전적인 ‘습관’에 새로 적응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 실천 방법으로 ‘습관 위의 습관‘, 즉 뇌를 속여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도 발전적인 방향으로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다섯 단계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의식적으로 불편을 피해가려는 것조차 스트레스를 유발하므로 피하려 들지 말고 다 받아주어라.
둘째, 스트레스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고 나와 함께 더불어 간다고 생각하라.
셋째, 기존에 품고 있던 스트레스의 아픈 감정의 저장고를 비워보라.
넷째, 마치 싸움판의 제 3자처럼 한 발 물러나 부정적 감정을 바라보라.
다섯째, 나에게 진짜로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라.

또한 새로운 습관을 들일 수 있 돈 안 들고도 쉬운 방법으로, 공기를 들이마실 때는 어깨를 함께 들어 올려 공기를 들이마시고 뱉을 때는 한꺼번에 쏟아내는 호흡법을 제안한다. 행복한 인생을 이루기 위하여 주어진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행위의 결과보다는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실천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우리는 대체 왜 사는 걸까 행복해지고 싶은 거 아니었어?’를 생각해 본 독자라면 이 책을 일독함으로써 행복해지는 습관을 들일 준비가 된 셈이다.

사족: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역으로 제안하자면, 삶의 경험과 연륜이 비교적 짧은 독자라면 저자의 속 깊은 내면대화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따라서 각 장에서 언급하는 좋은 내용을 곁들인 일화나 사례를 보다 더 풍부하게 들어주었으면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사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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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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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그림을 그리며 읽게 되는 중요한 부분이 바로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요즘 한참 유행하는 왕좌의 전쟁같은 외국 드라마 시리즈의 도입부를 본 느낌인데 실제 드라마의 원작으로 기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절대권능을 가진 용과 용에게 납치당한 영주의 여식, 용감무쌍한 기사, 모험가와 마법사 그리고 인간의 언어로 말하는 고블린과 종류도 다양한 트롤 같은 마수가 등장하는 중세시대 북유럽의 어디쯤일듯한 배경으로, 마치 어릴 적 동네 만화방에서 심취하여 읽던 무림강호들의 일대기인 무협지를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처럼 판타지 문학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북유럽 신화와 중세 기사들의 무용담을 한데 섞은 크로스오버 요소가 아닐까 싶다.

 

  사실 고등학생 이후로는 자기계발과 먹고사니즘에 묻혀 환타지 문학 장르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최근 우연한 기회에 다시 접하고 보니 이와 유사한 장르의 모든 문학적 장치에 대한 이해도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무협지에 머물러 있던 이 아재에게는 자연스레 오랜 기억과 최신 입력내용을 비교하게 된다.

 

  우선 참신하게 다가오는 매력을 먼저 꼽아보자면,

첫째,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웹소설이 종이책으로 나온 사례로서는 드물게 작가의 탄탄한 작품 구성력이 지루하고 식상함에 예민할게 분명한 요즘 주류 독자들에게 호응도가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책 읽기 전략 가운데 거래이론이 있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글을 매개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보는데, 작가가 자신이 하고픈 말을 주저리 글로 적어놓고 독자 너희들이 알아서 이해하라는 식으로는 절대 성립할 수 없다. 일단 내용이 지루하지 않고 배경 설명이 너무 깊이 들어가지도 않기 때문에 독자로서는 적지않은 분량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 좋다.

 

둘째, 환타지 장르답게 무소불위의 절대권능을 지닌 용의 존재가 다만 존재에 그치지 않고 현실세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이다. 1권에서는 인간에게는 더없이 부담스러운 거대괴수 트롤을 한 방에 해치우는 정도로 살짝 맛을 보여 주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최소한 그것 이상은 되리라는 독자의 기대심리를 자극받는 재미가 있다. 한편 이제 겨우 스무살도 되지 않은, 요즘으로 말하자면 고등학생에 지나지 않을 주인공 율리케가 용에게 납치되어 한 끼 식사로 사라질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며 시작되는 도입부야말로 독자들에게는 강렬한 완독의 동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참신한 장르의 매력을 경감시키는 부분을 감히 지적질 해보자면,

작가의 저작이력에 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일개 독자의 눈으로 보건대, 영식, 영애, 엽렵, 기실 등 80년대 교과서나 문학작품에 등장할 만한 어휘가 자주 발견되고 구어체와 문어체가 섞여 나오는데 과연 젊은 주류 독자층이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는 궁금증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알려진 전체 8권 가운데 이제 겨우 첫 1권을 읽었을 뿐인데 도입부라 그런지 몰라도 등장인물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고 그들의 이름 또한 동서양이 혼합된 크로스오버 형식이라 조금 혼란스럽다. 아무래도 이름이 쉽게 기억되지 않는 연령대가 원인일 듯 하지만..

 

  그렇다. 적당히 시간도 죽이면서 흥미로운 전개를 지켜보는 재미를 원하시는 독자라면, 이런 장르야말로 강력히 추천을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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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 -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우울, 불안, 공황 이야기
제시카 버크하트 외 지음, 임소연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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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유명한 모 아이스크림 회사 이름을 연상시키는 서른 한 명의 작가들이 겪었던, 꺼내놓기 조차 어려웠을 마음 속앓이 그러나 이제는 속 시원히 말할 수 있는 치유 분투기’.

병을 고치려거든 소문부터 내라는 격언에 무척 들어맞는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서 휘둘리는 것 보다는 이렇게 먼저 내어놓고 해결책을 찾으니 이거야말로 매우 미국적으로 보인다. 소위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이 어떤 마음고생을 하는지 사실 평범한 이들은 알 도리가 없다. 등장인물 서른한 명 모두가 작가들이기 때문에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치밀하고 세세한 표현 덕분에 아 그들은 이런 내면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었구나 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본인 혹은 주위에 우울, 불안, 공황장애 등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있다면 아픈 구석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작가들의 경험담을 통해 자신과 그들을 더 잘 이해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 이들의 분투기를 읽으면서 끊임없이 놀라울만한 점 몇 가지를 제시하면서 마무리.

첫째, 우리 현실 같아서는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고 차마 말하기도 어려울 터인데 개인도 아닌 이름난 공인이자 작가인 사람들이 이를 모두 터놓고 시작부터 치유 단계까지 공개하면서 자신과 유사한 고통속에 있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는 점.

둘째, 미국 의료체계가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고 좋은 치료를 받으려면 많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등장인물마다 진료와 의약품 처방 투여에 관한 내용이 빠짐없이 등장한다는 점. 미국 현지의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바, 천조국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의료제도 만큼은 한국을 본받아야 할 정도로 의외로 열악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점을 알게 됨.

셋째, 살기 좋다고 너도 나도 다투어 이민가기 좋은 나라라고 했던 미국. 그러나 예전의 이미지와는 달리 빈부 격차만큼이나 다양한 향정신성 의약품 사용이 횡행하고, 법제화되어 차별이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인종차별과 방범용으로 소지를 허가받아놓고 정작 쓰여야 할 데는 쓰이지 않아 발생하는 어이없는 총기사고 등, 보기보다 사회적 병폐가 적지 않은데 종류와 증상이 다양한 정신질환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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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을 읽는 시간 - 나를 휘두르고 가로막는 여덟 감정의 재구성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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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 요즘 왜 이런걸까? 아 그래? 그건 말이지..
속내를 털어놓아도 좋은 친구처럼 저자는 쉬운 일상의 용어로 사례를 들어가며 알아듣기 쉽고 편하게 말한다. 슬픔, 그리움, 죄책감, 수치심, 배신감, 원망, 분노 그리고 두려움. 저자는 여덟 가지 감정을 제시하며 심리상태가 잘 반영된 사례와 영화 줄거리 소개와 더불어 주인공의 감정변화를 잘 묘사한다. 특히 걸핏하면 욱하는 모범남인 재혁의 이야기는 너무도 흡사하여 마치 나의 지나온 이야기인 양 착각이 든다. 어린 시절 엄하고 무서워 감히 싫어도 싫다 소리를 낼 수 없었던 아버지와, 너는 다 좋은데 꼭 이게 문제야 라며 짙은 여운의 소리를 입에 달고 사셨던 어머니에 대하여 표출하지 못하고 커 온 분노가 마음에 쌓였고 급기야는 나의 아이들에게로 전달되고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감정의 기복을 경험하면서도 일일이 감정을 표출하거나 압도당하지 않고 대체로 잘 지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기억은 잊혀도 감정은 늘 마음속에 앙금을 남긴다. 감정에 휘둘리는 이유는 자신의 감정을 자신도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감정은 한 사람의 지난 삶을 구성하는 강력한 요인이면서도 영원불멸한 것도 아니다. 지난날의 경험과 현재의 조건, 미래의 전망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러한 가변성 덕분에 감정을 알아차리고 관점을 바꾸면 결국 삶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가 누구나 ‘감정 설계자’라고 말한다. 감정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자극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대상임을 강조한다. 감정의 경험을 통해 수동적으로 반응하기만 해왔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파악하고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의 습득에서 벗어나 자기 마음을 휘저어 놓는 ‘새로운 경험’을 권유하며, 감정에 휘둘리고 과거에 매몰되지 않는 만족스러운 일상을 누리라고 한다. 감정의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기꺼이 포용하며 당당히 삶의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가시라고 말한다. 그럽시다 까짓거.. 여지껏 감정에 휘둘리느라 지쳤다면 스스로 감정을 설계하는 삶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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