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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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그림을 그리며 읽게 되는 중요한 부분이 바로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요즘 한참 유행하는 왕좌의 전쟁같은 외국 드라마 시리즈의 도입부를 본 느낌인데 실제 드라마의 원작으로 기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절대권능을 가진 용과 용에게 납치당한 영주의 여식, 용감무쌍한 기사, 모험가와 마법사 그리고 인간의 언어로 말하는 고블린과 종류도 다양한 트롤 같은 마수가 등장하는 중세시대 북유럽의 어디쯤일듯한 배경으로, 마치 어릴 적 동네 만화방에서 심취하여 읽던 무림강호들의 일대기인 무협지를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처럼 판타지 문학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북유럽 신화와 중세 기사들의 무용담을 한데 섞은 크로스오버 요소가 아닐까 싶다.

 

  사실 고등학생 이후로는 자기계발과 먹고사니즘에 묻혀 환타지 문학 장르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최근 우연한 기회에 다시 접하고 보니 이와 유사한 장르의 모든 문학적 장치에 대한 이해도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무협지에 머물러 있던 이 아재에게는 자연스레 오랜 기억과 최신 입력내용을 비교하게 된다.

 

  우선 참신하게 다가오는 매력을 먼저 꼽아보자면,

첫째,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웹소설이 종이책으로 나온 사례로서는 드물게 작가의 탄탄한 작품 구성력이 지루하고 식상함에 예민할게 분명한 요즘 주류 독자들에게 호응도가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책 읽기 전략 가운데 거래이론이 있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글을 매개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보는데, 작가가 자신이 하고픈 말을 주저리 글로 적어놓고 독자 너희들이 알아서 이해하라는 식으로는 절대 성립할 수 없다. 일단 내용이 지루하지 않고 배경 설명이 너무 깊이 들어가지도 않기 때문에 독자로서는 적지않은 분량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 좋다.

 

둘째, 환타지 장르답게 무소불위의 절대권능을 지닌 용의 존재가 다만 존재에 그치지 않고 현실세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이다. 1권에서는 인간에게는 더없이 부담스러운 거대괴수 트롤을 한 방에 해치우는 정도로 살짝 맛을 보여 주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최소한 그것 이상은 되리라는 독자의 기대심리를 자극받는 재미가 있다. 한편 이제 겨우 스무살도 되지 않은, 요즘으로 말하자면 고등학생에 지나지 않을 주인공 율리케가 용에게 납치되어 한 끼 식사로 사라질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며 시작되는 도입부야말로 독자들에게는 강렬한 완독의 동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참신한 장르의 매력을 경감시키는 부분을 감히 지적질 해보자면,

작가의 저작이력에 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일개 독자의 눈으로 보건대, 영식, 영애, 엽렵, 기실 등 80년대 교과서나 문학작품에 등장할 만한 어휘가 자주 발견되고 구어체와 문어체가 섞여 나오는데 과연 젊은 주류 독자층이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는 궁금증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알려진 전체 8권 가운데 이제 겨우 첫 1권을 읽었을 뿐인데 도입부라 그런지 몰라도 등장인물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고 그들의 이름 또한 동서양이 혼합된 크로스오버 형식이라 조금 혼란스럽다. 아무래도 이름이 쉽게 기억되지 않는 연령대가 원인일 듯 하지만..

 

  그렇다. 적당히 시간도 죽이면서 흥미로운 전개를 지켜보는 재미를 원하시는 독자라면, 이런 장르야말로 강력히 추천을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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