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기계보다 특별할까? - 포스트휴먼의 시대, 우리가 생각해야 할 9가지 질문
인문브릿지연구소 지음 / 갈라파고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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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공학이 발전할수록 인간 본성에 더욱 더 많은 본질적 질문을 던져줄 책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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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전쟁 - 많은 일을 하고도 여유로운 사람들의 비밀
로라 밴더캠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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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구나 학생 시절에는 시간을 관리하는 ‘플래너’를, 직장인이라면 ‘다이어리’ 정도는 사용해 본 경험들 있으시리라. 학습 계획을 적든, 거래처와의 업무 내용을 적든 이렇게 하는 데에는 시간을 적절히 잘 관리하고픈 공동의 욕구가 깔려 있을 것이다.

서울에 살던 필자는 고교생 때 버스로 30분 거리를 통학했다. 수학은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영어 과목은 좋아해서 늘 손바닥 반 정도 크기의 영어 단어장을 들고 다니며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뿐만 아니라 화장실에서 일 보는 시간조차도 단어를 외우곤 했다. 자칫 버려지기 쉬운 자투리 시간이지만 이 시간을 모두 합쳐보니 하루 두 시간 정도를 버는 셈이었다. 남들처럼 따로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내어 적고 외울 필요가 없었다. 남들 보기에 별로 공부하는 것 같지 않은데 시험을 보면 늘 반에서 상위권을 다투었다. 그 습관이 결국은 오늘날의 밥벌이로까지 이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시간을 할애하라고 말한다. 적극적인 선택과 집중으로 시간을 사용하면 그렇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여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효율성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이겠으나 수학은 버리는 대신 영어를 택하여 집중한 결과가 그것이다. 학력고사 세대였으니까 망정이지 요즘 그렇게 했다가는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장담은 못 하겠지만.



이 책의 원제 Off the Clock의 사전적 의미는 근무 중이지 않거나 느긋한 시간을 뜻하며, 말 그대로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생활을 위한 지침이자 안내서이다. 네 아이의 엄마인 저자의 일화들을 곁들여 900명의 시간 관리를 추적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실천적 방안을 고민하였다. 또한, 지금까지 여러 권의 시간 관리 저서를 낸 점이나 천만 명이 보았다는 저자의 TED 강연 영상에 언급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미국 현지에서 시간 관리에 관한 강연과 집필의 수요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그만큼 사람들이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역설로도 읽힌다. 어쨌든 저자는 의식적인 선택과 노력으로 실행한 일에 걸리는 시간과 그냥 소소하게 무의미한 행위로 흘려보내는 시간의 인식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시간 인식의 높고 낮음을 인지하는 것이 시간 관리와 행복으로의 출발점임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시간을 가진 사람들은 행복이 애써 쟁취할 만한 가치 있는 목표라는 것을 안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곧 삶을 어떻게 사느냐와 귀결된다.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행복하게 보낸다는 의미가 된다. (p.169)

대개 우리는 시간에 쫓기면서도 어떻게 하면 업무의 압박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우리가 일을 완수하려면 세상 급한 일 없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러나 가장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들이 활용했던 반 직관적인 7가지 원칙을 제시하면서 정신없이 바쁠 때도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줄 시간 인식의 전환을 역설한다. 다음과 같이 이를 잘 활용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 급식 지도에 시간을 덜 할애하고 교사들의 업무시간을 확보하는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 여러 대륙을 오가며 다수의 업체를 운영하면서도 회의 없는 여유시간을 즐기는 경영자

- 이른 아침 와플 가게에서 업무에 집중한 후 종일 느긋하게 열린 마음으로 직원을 대하는 최고 경영자

- 이것저것 손대어 정신없다가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함으로써 창의력 정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생산성의 정점에 다다른 예술가


저자는 지금까지 통제 밖이었던 인생의 시간표를 정확히 파악하고 다시 작성함으로써 직장생활, 대인관계 및 개인의 행복감을 한 차원 높여줄 전략을 제시하는 한편, 가령 1주일 단위의 한정된 시간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면 업무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느긋한 사람들의 사례와 같이 누구나 생산적이면서도 즐거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 뒷부분에 실린 실천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내 시간을 추적한다 – 30분 단위의 범주별로 시간일지를 기록함.

2. 나에게 최적화된 시간을 디자인한다 – 이상적인 하루의 현실을 그려 봄.

3. 기억할 만한 일들로 시간을 채운다 – 기억을 환기하는 시간을 만듦.

4. 빈 시간을 채우지 않는다 – 뭔가를 하지 않는 시간을 즐김.

5. 서두르지 않는다 – 일상 속의 작은 휴가 시간을 가짐.

6. 행복을 위해 투자한다 – 가장 행복한 순간을 하루의 시작으로 설정.

7. 조금씩 꾸준히 한다 – 하루 10분 운동, 200자 글쓰기.

8. 사람과 보내는 좋은 시간의 가치를 안다 – 인간관계에 투자.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는 서구인들의 시간 개념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불교의 윤회설과 같이 동양인들이 나선형의 반복적인 시간관을 지녔다면, 서양의 시간관은 서구 문명에 깊은 흔적을 남긴 기독교의 직선적 시간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힘을 유일하며 또한 반복될 수 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믿음을 통해 시간을 과거와 미래 사이에 뻗쳐있는 직선적인 경로로 보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문법의 ‘시제’에 대한 설명이야말로 직선적 시간관을 가장 잘 표현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 같은 직선적 시간관은 18세기 서구의 진보적 역사의식과 결합하면서 더욱 구체화 된다. 철학자 니체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양은 '피안과 영원의 모래 속에 코를 박고' 있기를 거부하고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지상 왕국 건설에 매달렸던 것으로, 특히 자연과학의 발전은 서양의 근대적 시간관 형성에 절대적 영향을 끼쳤으며 뉴턴은 그 상징적 인물이다. 그의 수학적 시간관은 결국 시간을 공간화했으며, 시계의 발명은 그 물리적 표현에 지나지 않았다.

서양의 이 같은 시간관은 오늘날 타율적이고 체제 순응적인 인간을 탄생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인들은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할 정도로 자신도 모르게 시간을 내면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1주일 168시간을 어떻게 잘 쪼개어 쓸 것인가를 묻는 동영상을 보고 치밀하고 계획적인 시간 운영방식에 공감하면서도 ‘왜 꼭 그래야만 하는지’를 묻는 독자도 있을 법하다. 비록 동서양의 시간관이 출발점부터 다르기는 해도 우리 독자들께서는 시간 관리 방법을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 어울리는 방식으로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하시리라 믿는다.




마음챙김은 시간을 준다.
시간은 선택을 준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선택은 자유로 이어진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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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마음대로 사세요 - 내 마음대로 살아도 모두가 행복한 마음사용법
박이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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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 그런대로 한세상 이러구러 살아가세~!


추억 돋는 송골매의 노래, 세상만사의 가사 후렴구다. 이 노래를 들으며 세상일이 오죽이나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노래를 다 했겠냐는 우스갯소리를 주고받기도 했다. 뜻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으니 그럭저럭 잘 순응하며 살자는 뜻일 것이다. 노랫말에 동감한다면 지금 필요한 건 내 마음대로 사는 방법이겠다.


지금까지 반백 년을 살면서 정말 내가 뜻을 세운 대로 이루어진 일은 손에 꼽힌다. 금연 성공? 결혼? 졸업과 취업? 이렇게 남들 사는 만큼 살기도 참 쉽잖은 노릇이니 자신을 칭찬해 마땅하겠다. 자, 다 함께 “이런 점은 아주 칭찬해~!”



어떤 이들은 진화의 산 증거인 인간 두뇌를 세 부류로 나눌 때 가장 원초적인 어류부터 파충류와 포유류의 뇌로 부르기도 한다. 호흡과 같은 무의식적인 생명 활동을 관장하는 부분이 어류의 뇌라면 외부의 자극에 즉각 반응하는 부분은 도마뱀과 같은 파충류이고, 오늘날의 인류를 있게 한 대용량 피질을 갖춘 포유류 뇌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원초적인 파충류의 뇌를 길들지 않은 채 우리 마음속에서 제멋대로 날뛰는 호랑이로 비유하며 이를 다스릴 조련사, 즉 상위인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호랑이가 조련사를 깨우는 경우는 우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만났을 때와 ’우리는 왜 사는가‘처럼 자신이 생각하기에 답하기 벅찬 큰 질문을 만났을 때라고 한다. 호랑이를 길들이는 조련방법으로는 우선 화난 때의 장소를 벗어나 보다 성숙한 사람인 척하는 것이며 다음으로 호랑이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가 있다.


마음의 ‘결핍’을 먹이로 삼는 이 호랑이가 날뛰게 되면, 즉 화를 내면 나 자신부터 타들어 가는 법이니,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게 무슨 이득이 있을까를 살펴보라 한다. 이를 자아 성찰이라 하며 장기나 바둑을 두는 당사자가 훈수까지 둘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 한다.(p.74)


자아를 성찰하는 단계는 첫째, 내가 현재 처한 상황을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며 (벽에 붙은 파리 효과) 둘째, 자신의 행위를 더욱 세밀하게 관찰하고 셋째, 자신의 행위에 일일이 지시를 붙여 객관화하고 넷째, 자기 생각을 관찰하고 다섯째, 자신에게 지시를 내리기이다.


스스로 내 안에 중력을 둔다면 나는 ‘내’가 아닌 것들을 위해 살지 않을 수 있다. 나의 마음을 다른 누군가, 혹은 다른 무엇인가에 빼앗겨서 ‘내’가 아닌 것을 쫓아서 살지 않을 수 있다. (p.91)


저자는 자신의 마음속 거울로 자신을 비춰보는 다섯 단계의 자기객관화를 제시한다.

0+1단계. 거울을 거울로 인식하여 실체를 검증하고 상상력을 발현함으로써 생각이 시작된다.

2단계. 온전한 사랑을 받고 자시 몸 쓰기를 배우며 인식의 주체로 전환하여 타인에게 말 걸기 가능해지면 질문을 시작

3단계. 거울에 비친 허상(진리의 거울)

4단계. 느낌이란 각양각색이며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5단계.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사는 감동력 발현



‘지금 이 순간’에 나는 나의 과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기억을 더듬으며 생각해 낼 바로 그 순간이므로 나는 나의 미래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진 바로 지금, 나는 깨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보다 지금 이 순간에 나의 마음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p150)


유인원과 인류의 진화상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감동력의 유무이다. 유인원의 어미는 새끼가 벽돌쌓기에 성공하더라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바면, 인간의 아기는 보호자의 격려와 칭찬에 힘입어 보다 더 많은 성취를 이루려 애쓴다. 인간은 본래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상대에 대한 감동력이 역설적으로 가능하며 유일하게 모든 인간이 가진 공평한 존재이다. 따라서 마음에 이끌리지 말고 스스로를 이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감동력은 타인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를 바로 세우며 경제적 안정이나 사회적 안정, 건강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정신을 어느 하나에 속박시키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만드는 능력이다.(p.173)


’젊은이의 유전자’로 불리우는 네오테니(유형성숙)는 스스로를 ‘가능성의 존재’로 바라보고 항상 ‘왜?’라는 키워드를 사용하며 모든 일에 의문을 품어보라고 한다. 감동력을 훈련하는 3가지 방법으로 첫째, 감사할 일에는 반드시 감사를 표현한다 둘째, 평범한 일에도 감사한다 셋째, 감사할 일이 아니어도 감사하기(반면교사)를 권하고 있다.


감동력을 잘 훈련하면 사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말하는 능력이 좋아지며, 시련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긍력이 생긴다. 시련은 ‘자격증’을 주어 시련을 통과한 자만이 꿈을 이룰 자격을 갖추는 것이다. 감동력은 나를 위해 쓰는 가장 이기적인 능력으로 내가 세상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힘이 된다. 아쉽게도 감사를 통해 감동력을 증진 시키기는 쉽지 않으며 감사일기 쓰기는 자발적 의지가 있는 소수에게만 효과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 책은 소제목을 단 작은 챕터마다 ‘오늘의 마음 사용법’ 이라는 제목으로 요약된 내용을 제공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으며, 마음을 어떻게 사용할지 설명하는 입문서의 개념이라면 앞으로 이를 어떻게 활용 또는 실생활에 도입할지를 말하는 실전편이 출간될 것으로 짐작된다. 그 흔한 동서고금의 학자, 사상가, 철학자 등의 인용 없이 저자가 온전히 스스로 깨우친 마음 사용 설명서인 점, 그리고 최근 접해 본 자기계발서 가운데 대단히 깊고 숙성된 마음 수련을 거친 저자의 내공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모쪼록 마음속의 호랑이를 잘 조련하여 니 마음대로 살아보실 독자들께 이 책을 추천해 드린다.


#자기계발 #니마음대로사세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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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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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x : () [v??ks] () [v??ks] 소리음성(word)

 

꽤 오래전 중학교 1, 2학년 남녀 학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 모 교육청에서 주관한 여름 영어 캠프에 지도자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참가 학생들의 보호자들은 2주간 숙식과 수업 및 활동을 위해 적잖은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학생들은 영어 말하기 능력의 극대화를 목표로 수업시간은 물론 모든 신체 활동과 감정표현을 영어로만 말한다는 규칙을 지켜야 했다만일 이를 어기고 한국어를 사용하다 들키면 이름표 위에 빨간색 벌점 스티커가 붙었고누적되어 일정 개수를 채우면 장학사에게 불려가 영어신문 사설을 필사하는 벌칙을 감당해야 했다처음에는 그런대로 잘 지켜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과연 목표처럼 학생들의 영어 사용능력이 향상되었을까결과는 의외였다거의 모든 여학생의 이름표는 순식간에 온통 빨간 스티커로 뒤덮이기 시작했고장학사 사무실에는 사설을 필사하는 여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결국벌칙의 순기능을 과신하던 장학사가 먼저 벌칙 주기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캠프 퇴소식 날 전체 여학생들 참가인원 가운데 무려 절반이 수료증을 받지 못하고 말았다한편 남학생들은 운동 중 부상과 환경 부적응으로 극소수 인원만이 중간 귀가하였을 뿐이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언어’ 사용 환경의 급격한 변화였다한국어든 영어든 원래 여학생들과 비교하여 말수가 적은 대신 몸을 움직이고 땀 흘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던 남학생들에게 이 캠프는 엄마의 잔소리와 학원 수업으로부터의 해방구였던 반면여학생들에게는 말이 좋아 캠프였을 뿐 특히 영어가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감시와 벌칙으로 견디기 힘든 수용소나 다름없었다설령 한국어 환경이었고 하루에 단 100단어만 말하기가 허용되었더라도 그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참고로 여기까지 이 소설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데만 216단어가 사용되었다.


 

1. 줄거리

이 세기말적 소설의 주인공이며 네 아이의 엄마이자 신경언어학자인 진 맥클레란은 어떤 정책이든 실행되기만 하면 세상이 얼마나 빨리 바뀌는가를 경험한다종교적 지지와 정부를 배경으로 권력을 쥔 어느 미치광이 목사가 여성들의 역할을 말 없는 식모 역할로 제한함으로써 악마의 나라를 구원할 수 있다고 결심한다말도 안 되는 이 새로운 규제에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순응하는지 알게 된 진은 충격을 받는다그는 본능적인 모성애의 발현으로 새 규칙을 따른다면 망가질 것이 분명한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과거 실어증 치료제 연구로 유명했던 과학자 진에게 스키 사고로 실어증 환자가 된 대통령의 형을 치료할 기회가 생긴다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의 목사와 자기 멋대로인 정책 자문인 형에게 전적으로 의존함으로써 마냥 휘둘리는 허수아비 대통령에게 큰 위기가 닥친 것이다진은 손상된 두뇌의 치료제 개발에 착수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지만 역공정으로 이 치료제를 무기화하려는 대통령의 의도를 간파한다공식만 있으면 실어증 치료제가 역으로 두뇌의 언어 중추를 파괴하는 손쉬운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알아내고 자기 주위의 정적들을 앵무새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심산이었다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된 진은 이를 지켜낼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진은 넷이나 되는 자녀들 가운데서도 특히 여섯 살짜리 막내딸 소니아가 가장 걱정스러웠다소니아는 하루에 100단어로 제한시키는 카운터를 손목에 차고 있으면서도 학교에서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아 우승 상을 받을 정도로 도전을 참아내는 당찬 어린이다미국 지도자들에게는 큰 실망 거리가 되겠지만 진은 이런 딸아이가 활기찬 어휘 사용자로 자라 주기를 원한다.

어느 날 자가 새겨진 핀을 꽂고 집에 돌아온 10대 아들 스티븐을 본 진은 그가 대통령의 순수운동에 세뇌당했음을 깨닫는다옳은 일을 한다고 착각한 스티븐은 속도위반으로 육체관계를 가져놓고 이웃집 소녀 줄리아를 당국에 신고한다남성 편향적인 순수운동은 혼전 관계를 불법이라 여기면서도 여성들만 처벌한다체포된 줄리아는 강제노동 수용소로 옮겨지고 학교에서의 체포 장면과 학생들에게 그녀를 욕하도록 부추기는 선생님을 본 스티븐은 분노한다학교에서 돌아와 줄리아의 어머니가 자살을 시도했음을 알고 더욱 격분한 스티븐은 마침내 연인(?)을 찾겠다고 가출하기에 이른다.

 

바로 이때 진은 말만 유창하고 의미가 제대로 조합되지 않는 문장을 반복하는 대통령 형의 유창성 실어증 치료제 개발 작업을 시작하는데 마지못해 동의한다연구소에서 진은 두 달 전 관계를 맺었던 이탈리아 연인 로렌조를 만나게 된다남편 패트릭이 책상 위에 놓아둔 파일에서 몰래 알아낸 정보의 도움으로 진과 로렌조는 대통령이 생물무기 용도로 치료제를 역공정 하려 한다는 심증을 굳히게 된다.

 

이쯤 되자 진은 자신과 가족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무엇이든 기꺼이 제거하리라 결심을 굳힌다진과 로렌조는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에게 역공정 치료제를 주입하여 정부를 정상화하려는 저항군에 가담한다이들은 가까스로 대통령의 오른팔을 제거한 후 저항군의 일원인 페트로스키 병장과 경호원 포우의 도움으로 연구소를 빠져나온다그날 밤 패트릭은 진에게 마지막을 고한 후 백악관 만찬에 대통령 고문 자격으로 참가하여 성공적인 거사를 감행하고 죽음을 맞이한다이 혼란을 지나 여성들의 손목에서 카운터는 제거되고 새로이 선출된 대통령은 미국을 정상으로 되돌리겠다고 선서한다.

 

2. 주인공 진 맥클레란

작품의 화자이자 여주인공 진 맥클레란은 남편 패트릭과 스티븐소니아레오 네 아이의 어머니이며 혼외 관계로 뱃속에 이탈리아 연인 로렌조의 아기도 품고 있다로렌조는 미국 정부의 억압을 피해 전 아내의 여권에 진의 사진을 붙이고 이탈리아로의 탈출을 권한다뱃속 아기가 딸일 경우 탈출하기로 동의한 진은 동시에 칼 목사의 손아귀에서 고생할 것이 두려워 첫 딸인 소니아를 남겨둔 채 떠나고 싶지 않다.

 

기존의 정치 국면에 의문을 제기하며 변화를 추구하는 진은 암담한 시대의 주인공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1인칭 화자 시점에서 여성을 구속하는 규칙이 자신과 딸의 삶을 얼마나 황폐화할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기도 한다대단한 학구열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딱할 정도로 성실한 의사 남편과의 사이에 네 자녀를 두었음에도내적으로는 로렌조처럼 훤칠하고 지적으로 세련되고 행동적이며 단호한 남성을 동경한다 (원래 동서양이 다 이런 건가호빗족들은 어찌 살라고 이런 젠장). 자유를 구속당하고 사느니 이를 타파하겠다고 행동하며 자유로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신념불법 혼외정사로 인한 임신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죄책감의 표현이 없는 점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라고 놓아주며 정작 자신은 거대 악을 물리치는 대의를 위해 생을 마감하는 남편의 우직함 등 이 작품에 등장하는 극적 요소들은 그야말로 웨스트 월드 시리즈처럼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현대판 드라마로 손색이 없겠다.

 

3. 자유의 대가라는 주제

비록 늦기는 했어도 자유는 너무나 소중하며 이를 지키려면 대가가 따르는 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진은 친구 재키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살인을 저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자유를 되찾고자 한다졸업 후 각자의 길로 헤어지면서 재키는 진에게 자유를 지키려면 필요한 것은 뭐든 해야 한다고 충고하며자신이 가진 자유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나서야 진은 친구의 지혜에 감사한다재키와 재회할 때 자신이 자유의 가치를 이해하였음을 입증해 보이며 진은 자긍심을 느낀다.

 

대학 시절 재키는 정치적 변화를 무시한 채 자신만의 흥미에 빠져 지내던 진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가를 일깨워주려 애쓰면서 여성의 권리를 대변하고 집회에 참여하라는 잔소리를 아끼지 않았다세월이 흘러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한 대가는 자유의 박탈로 나타나며성인이 되어 이를 경험한 자신뿐 아니라 분신과도 같은 딸은 어려서부터 이보다 더한 고초를 겪게 되리라는 두려움이 되어 돌아온다.

 

4-1. 상징적 의미 카운터 혹은 단어 계수기

여성들의 손목에 채워진 카운터는 거대 권력에 의한 통제세뇌 및 억압의 상징이다순수운동의 남성들은 여성들이 말하는 단어의 수를 제한함으로써 여성들을 지배하고자 한다초기 모델은 단지 100단어 초과 시 전기 충격을 주는 데 불과하였으나 신형 모델은 욕설이나 신을 모독하는 불경스러운(?)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개수를 10개씩 줄여 종국에는 언어를 말살시키는 장치이다여성들은 또한 매일 일정 시각에 신형 카운터에 대고 순수운동의 신념 조항을 읽어야 한다이러한 반복적인 행위는 여성들의 의식을 구속하겠다는 지도자들의 의도를 상징한다.

 

4-2. 상징적 의미 여권

순수운동이 실행되기 전에는 많은 가족이 미국을 떠날 수 있었으나 실행 이후로는 모든 여성이 여권을 압수당한다일부 캐나다로 탈출한 사례도 있으나 정작 자신이 탈출하려던 당시 효력 정지로 난관에 부닥친다여권은 자유의 상징인 동시에 여성에게만 이동과 여행의 자유를 금지하는 암흑시대의 또 다른 상징이다.

 

5. 몇 가지 소감

작가의 인지도 때문인지 스릴러 소설이라고 하면 으레 존 그리샴마이클 크라이튼스티븐 킹과 같은 작가들을 떠올렸다본래 원서와 번역서의 읽는 맛이 똑같을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원서를 한국 작가의 작품처럼 읽어내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 작품 역시 스릴러 장르답게 후반으로 갈수록 박진감 넘치는 빠른 전개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어딘지 모르게 작동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정밀한 톱니바퀴 하나가 빠진 채 돌아가는 기계장치 같았다마치 액션 장르를 표방한 영화에서 절정이라 할 수 있는주인공과 악당의 격투나 전투자동차 추격 장면 등이 표준 초당 24프레임보다 낮은 20프레임으로 상영된 듯눈 호강 시켜주는 액션 장면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대신 이러저러하였다고 말로 설명 들은 듯한 느낌은 살짝 아쉽다예컨대 연구실에서 대통령의 오른팔이 주인공 일행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되어 부하의 권총에 맞아 제거되는 장면이나백악관 만찬회에서 허수아비 대통령을 패트릭이 제거하는 거사를 마친 후 저격수의 총격에 사망하였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부분이 그러하다.

 

이러한 극적 반전 장치의 미세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작가는 잘못된 믿음의 부작용과 더불어 여성에게 가해지는 언어 제한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모성애로 발현되는 여성성과 더불어 자유라는 미국적 지상 최고가치의 회복을 잘 그려내고 있다마지막으로 조금만 더 욕심부려 말하자면이들에게 이토록 자유가 소중한 존재이고 목숨 바쳐 지킬만한 가치라는 점과 동등한 인식으로 미국 정부 역시 일관되게 다른 국가다른 민족다른 종교의 자유도 똑같이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필자 혼자만 희구하는 게 아니기를 감히 바라본다.


 

#그리고여자들은침묵하지않았다 #해외소설 #국내첫소개 #디스토피아 #장르소설 #반갑다브로카베르니케영역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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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 일, 관계, 삶의 과부하 속 내 마음 회복수업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무엇이 우리를 지치게 하는가?


우리는 대단한 관심과 노력과 체력을 요구하지는 않더라도 반복적 지속적인 스트레스 유발 행위들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다시는 늦지 않겠다면서도 매일 밥 먹듯 지각하며 나아지지 않는 학생들, 원하는 대로 요구를 들어주어야 거래하겠다며 갑질하는 발주자,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에도 끊임없이 정부 탓만 하는 수준 미달의 정치인들, 이성적인 대화는 안 되면서 체력은 무한 소모되는 육아와 가정노동, 무례함과 때로 상소리까지 감내해야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는 감정 노동자,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아프고 힘들어도 내색하면 다른 일자리 알아보라고 내쫓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노동 빈민, 내용상으로 체감 향상 없이 오르기만 할 뿐 내릴 줄 모르는 공공 서비스 요금 등 일상적인 과부하의 사례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이처럼 우리는 생업이나 학업, 가족이나 지역사회, 타인과 자신의 행복, 또는 우리가 행하고 당하는 수십 가지의 제각기 다른 스트레스 요인 중 어느 하나에 의해 압도당한다고 느끼는 많은 사람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유전적 외상, 제도적 억압, 건강, 업무상 과로, 경제적 스트레스, 세계 뉴스, 기후 위기 등 그 요인들은 하도 다양해서 우리가 피해갈 여지가 거의 없을 지경이다.




과부하(overwhelm)로 정의된 이 용어는 우리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거친 세상을 헤쳐 나아가는 능력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죽으라는 법은 없다. 만일 몇 가지 미묘한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마음이 좀 놓이지 않겠는가?


많은 사람의 인생을 억누르고 있는 과부하 상태, 즉 트라우마 관리 분야의 유명인사이자 강사로 알려진 저자는 이 책에서 피해를 완화하고 품위와 평온함을 배양하며 일치된 몸과 마음으로 행동하는 구체적인 전략과 더불어 우리 자신을 지탱하는데 필요한 장기적 안목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트라우마 노출의 영향에 관한 선구적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지난 30년간 소도시 조직에서 거대한 국제적 재난에 이르기까지 정신적, 정서적, 육체적, 감정적 붕괴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 관찰하며 고통, 고난, 위기, 트라우마에 노출된 사람들의 누적된 희생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일해왔다.


저자는 능력 밖의 일로 자신을 소모하는 대신 해낼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위엄을 지키는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또한, 오늘날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모든 시대마다 도전과제가 있다’는 특별한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생의 일부 또는 전부가 과부하 상태에 놓인 이들을 위해 이 책을 바친다는 사명감으로 저술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학교 시험을 앞두고 농땡이를 치는 작고 일상적인 몸부림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전 세계적 규모의 정신적 충격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장기적으로는 육체와 영혼이 잠식되는 결과를 맞고 있다. 이 와중에 축적된 과부하를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포화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과부하에 압도당하지 않는 3단계 대처법은 첫째, 과부하가 개인 또는 집단이 감당할 수 있는 통제 범위에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것이고 둘째,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면 바꾸거나 포기하지 말고 분명한 의도에 따라 행동하며 셋째, 내면의 과부하를 나에게 유리한 여건으로 만들어가는 연습을 계속하는 것이다. 또한, 무기력을 타파하여 활력을 되찾는 방법으로 마음과 몸을 연결해주는 운동, 영성과 종교에 의지하기, 예술 감상하기, 유머 감각 키우기, 공동체 참여를 권하고 있다.


구성면에서 단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사례들로 인해 독자들의 주의가 자칫 산만해질 우려가 있는데, 곳곳에 발췌 삽입된 ‘New Yorker’ 잡지의 익살스러운 만화 컷은 지루함을 달래주는 한편 저자의 의도를 고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책을 홍보하는 인터넷 동영상 자료를 찾아보면 한 컷 짜리 삽화들이 매우 직관적이고 압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시간, 자원,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저자가 연민을 가지고 쓴 책이다. 과학적 발견물과 영적 통찰력을 통해 ‘적을수록 좋다’는 틀의 해결책으로 과부하의 부담을 덜어주고 우리의 시각을 회복하며 미래를 헤쳐나갈 시야를 밝혀준다. 우리에게 불필요한 것을 멀리함으로써 자신을 덜 잠식시키고 우리 자신을 지탱해 주는 행위를 더 많이 행하는 것만이 우리가 이 세상에 선을 위한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각자 자기 안의 망명자와 범죄, 폐허를 짊어지고 있다. 우리의 할 일은 세상을 향해 그 모두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 속에서 변화시켜나가는 것이다.
- 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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