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 일, 관계, 삶의 과부하 속 내 마음 회복수업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무엇이 우리를 지치게 하는가?


우리는 대단한 관심과 노력과 체력을 요구하지는 않더라도 반복적 지속적인 스트레스 유발 행위들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다시는 늦지 않겠다면서도 매일 밥 먹듯 지각하며 나아지지 않는 학생들, 원하는 대로 요구를 들어주어야 거래하겠다며 갑질하는 발주자,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에도 끊임없이 정부 탓만 하는 수준 미달의 정치인들, 이성적인 대화는 안 되면서 체력은 무한 소모되는 육아와 가정노동, 무례함과 때로 상소리까지 감내해야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는 감정 노동자,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아프고 힘들어도 내색하면 다른 일자리 알아보라고 내쫓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노동 빈민, 내용상으로 체감 향상 없이 오르기만 할 뿐 내릴 줄 모르는 공공 서비스 요금 등 일상적인 과부하의 사례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이처럼 우리는 생업이나 학업, 가족이나 지역사회, 타인과 자신의 행복, 또는 우리가 행하고 당하는 수십 가지의 제각기 다른 스트레스 요인 중 어느 하나에 의해 압도당한다고 느끼는 많은 사람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유전적 외상, 제도적 억압, 건강, 업무상 과로, 경제적 스트레스, 세계 뉴스, 기후 위기 등 그 요인들은 하도 다양해서 우리가 피해갈 여지가 거의 없을 지경이다.




과부하(overwhelm)로 정의된 이 용어는 우리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거친 세상을 헤쳐 나아가는 능력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죽으라는 법은 없다. 만일 몇 가지 미묘한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마음이 좀 놓이지 않겠는가?


많은 사람의 인생을 억누르고 있는 과부하 상태, 즉 트라우마 관리 분야의 유명인사이자 강사로 알려진 저자는 이 책에서 피해를 완화하고 품위와 평온함을 배양하며 일치된 몸과 마음으로 행동하는 구체적인 전략과 더불어 우리 자신을 지탱하는데 필요한 장기적 안목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트라우마 노출의 영향에 관한 선구적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지난 30년간 소도시 조직에서 거대한 국제적 재난에 이르기까지 정신적, 정서적, 육체적, 감정적 붕괴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 관찰하며 고통, 고난, 위기, 트라우마에 노출된 사람들의 누적된 희생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일해왔다.


저자는 능력 밖의 일로 자신을 소모하는 대신 해낼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위엄을 지키는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또한, 오늘날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모든 시대마다 도전과제가 있다’는 특별한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생의 일부 또는 전부가 과부하 상태에 놓인 이들을 위해 이 책을 바친다는 사명감으로 저술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학교 시험을 앞두고 농땡이를 치는 작고 일상적인 몸부림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전 세계적 규모의 정신적 충격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장기적으로는 육체와 영혼이 잠식되는 결과를 맞고 있다. 이 와중에 축적된 과부하를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포화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과부하에 압도당하지 않는 3단계 대처법은 첫째, 과부하가 개인 또는 집단이 감당할 수 있는 통제 범위에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것이고 둘째,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면 바꾸거나 포기하지 말고 분명한 의도에 따라 행동하며 셋째, 내면의 과부하를 나에게 유리한 여건으로 만들어가는 연습을 계속하는 것이다. 또한, 무기력을 타파하여 활력을 되찾는 방법으로 마음과 몸을 연결해주는 운동, 영성과 종교에 의지하기, 예술 감상하기, 유머 감각 키우기, 공동체 참여를 권하고 있다.


구성면에서 단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사례들로 인해 독자들의 주의가 자칫 산만해질 우려가 있는데, 곳곳에 발췌 삽입된 ‘New Yorker’ 잡지의 익살스러운 만화 컷은 지루함을 달래주는 한편 저자의 의도를 고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책을 홍보하는 인터넷 동영상 자료를 찾아보면 한 컷 짜리 삽화들이 매우 직관적이고 압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시간, 자원,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저자가 연민을 가지고 쓴 책이다. 과학적 발견물과 영적 통찰력을 통해 ‘적을수록 좋다’는 틀의 해결책으로 과부하의 부담을 덜어주고 우리의 시각을 회복하며 미래를 헤쳐나갈 시야를 밝혀준다. 우리에게 불필요한 것을 멀리함으로써 자신을 덜 잠식시키고 우리 자신을 지탱해 주는 행위를 더 많이 행하는 것만이 우리가 이 세상에 선을 위한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각자 자기 안의 망명자와 범죄, 폐허를 짊어지고 있다. 우리의 할 일은 세상을 향해 그 모두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 속에서 변화시켜나가는 것이다.
- 알베르 카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