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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미학 -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 가지 시선
한선아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1월
평점 :

세상은 언제나 이렇게 뒤늦게 다정해서 무력하게 아름답다. 그 안에서 갈피를 못 잡는 우리,흔들리는 시야, 머뭇거림과 주저, 마침내 결단을 하기도 학도 물러나기도 하는 사람들, 우리는 모두 비눗방을의 흔들리는 궤적을 따라 걸어간다.
피부라는 경계 위로 비눗방울이 닿는 순간 불쾌함보다는 슬픔을 느끼는 것, 그리고 그 슬픔 속에서 어떤 필수적인 언약을 감각해내는 것. (-28-)
허먼 멜빌은 하얀색을 "무색이면서도 모든 색깔이 함축된 무신론" 적 색채라고 비유했다. 비극의 발생 이유에 대해 그 어떤 대답도 주지 않을 무신론적 바탕을 바라보며 , 무엇보다 그것을 물들인 빨간 피를 지켜보다, 나는 죽음의 무의미와 부조리를 이유 삼아 자꾸만 죽고 싶어졌다. 어쩌면 평론가 김강기명이 이야기했듯 신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무의미일지도 모르겠다. (-58-)
"우리는 타인의 환대 속에서만 자신의 성원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의 환대란 타인의 존재에 대한 인정이며,이러한 인정은 그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는 몸짓과 말을 통해 표현된다." (-87-)
이때 '불능화의 전략'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아마도 불능이란 "노동의 결과이자 예견된 장애"라는 것,그리고 "착취적 노동 구조의 불행한 부산물이 아니라 이익의 확장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자본주의의 구성원리 그 자체"라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106-)
밑줄을 그어가며 책을 읽던 오후, 고개를 들어 창밖으로 지나가던 사람들을 지켜본다. 각자의 삶, 각자의 이야기, 각자의 사랑과 아픔을 간직한 채 덤덤히 걸어가는 존재들, 수많은 우연을 통해 비로소 내 앞을 스치게 된 사람들과 맺어왔던 손쉬운 영별 永別, 그 필연적인 유실을 감각하며 아득해진 마음을 다독인다. (-123-)
"성적 폭력과 무장 충돌이 만연한 이 세상에서, 한 개인이 어디에 서 있는가에 관한 문제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153-)
책 『애도의 미학』에는 해마다 반복되는 사회적 문제, 피해자인 약자들의 삶에 대해서, 철학자 9민,예술가 14인의 시선으로 분석한 예술에세이로서, 우리 앞에 놓여진 삶에 대해서, 그 반대의 위치에 놓여진 죽음에 대해서, 깊이 다룬다. 각 단락마다 의미심장하고,예술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요소들을 놓치지 않고 있다.
우리 삶에서, 죽음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역사,정치,경제 ,사회, 의학,과학, 예술,문학 등 인간이 만든 모든 요소들과 개념에서,죽음은 빠지지 않는다.고대 동굴 예술작품 속에 남겨진 인가의 삶과 죽ㄴ이 기록되어 있는 이유는,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인식하고, 개념화하기 시작한 것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음을 놓치지 않았다.과학기술의 발달,으ㅟ학기술의 발달은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류의 발버둥 그 자체다.
책의 뒷면에 나오는 '혐오와 폭력으로 얼룩진 세계를 벗어나 소외된 자를 위한 다정한 세계를 꿈꾼다"라고 쓰여져 있다. 어떤 예술가는 죽음에 대해서,예술의 재료에 의미를 담고 있다.예술적인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필요한 기본 요소들 안에는 죽음,시체와 관련한 것을 추가해 놓는다.결국 우리는 죽음이 재료에 들어갈 수 있고,예술 작품 안에 깊숙히 담아놓으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때때로, 우리는 죽음을 통해서, 인간의 속성을 이해하려는 성향도 존재한다. 뼈와 살에 대해서, 죽은이의 시신을 그대로 보존하려는 성향을 보자면, 영원한 삶을 꿈꾸는 인간의 속성을 놓치지 않는다. 반면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죽음을 다루고 있다. 스스로 자기 혐오와 모순에 빠져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고,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여,스스로 죽어가는 성향도 있다. 예컨데, 가장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는 화성 우주 여행에 수많은 지구인이 화성 탐사선을 타려고 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때로는 죽음의 비참함도 존재하고 있으며,전쟁으로 인해 죽음을 도구로 쓰기도 한다.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서,죽음을 불사하는 경우도 있다.이러한 요소들에 대해서 애도의 미학이라 부르고 있었다. 책을 통해서,죽음을 이해하고,죽음을 예술이나 학문으로 남기려는 이유까지 놓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