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교도관이야? - 편견을 교정하는 어느 직장인 이야기
장선숙 지음 / 예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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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왜 하필 교도관이야?그런가 하면 교도관이 된 다음 내게 생긴 특별한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디서 만났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가물 거릴 때 나는 무슨 옷을 입고 만났었는지를 생각해보곤 합니다.내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내 옷은 크게 사복 아니면 교도관복일 테니까요.(-36-)



교정직은 오래전엔 가장 이직률이 높은 공무원 직군에 해당되었습니다. 심지어 신규원들 중 좀 야무지고 똑똑해 보이는 후배들이 들어오면 선배교도관들은 후배를 위해 이렇게 조언했습니다.'너 교도관 하기 아깝다. 얼른 공부해서 다른 직렬 시험 봐서 나가라'고요. 심지어 교도관이라 말 못하고 경찰이라고 둘러대거나 회사 다닌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43-)


여자들의 본능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수용동에서 손도장을 찍기 위해 빨간 인주가 있었는데 며칠 안 됐는데도 바닥이 났습니다.그냥 손도장을 찍기만 하는 것인데 증발하는 것도 아니고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그러다 어떤 수용자가 재판을 가기 위해 나왔는데 입술이 발그스레합니다.당시는 립밤조차 사용할 수 없을 때였는데 입술을 빨갛게 문신을 한 것도 아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손도장용 인주를 찍으면서 조금씩 떼어 숨겨두었다가 출장을 나갈 때 치장하기 위한 립스틱 대용으로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133-)


"계장님, 너무 많이 애쓰고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마.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조금 더 기다려봐.누군가는 보고 듣고 느끼게 돼.모든 사람을 우리가 뜻하는 대로 강제로 끌고 갈 수는 없어.지금 잘하고 있잖아.한두 사람 때문에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좀 느긋하게 하자'라고 위로하며 또 다독거려 주셨습니다. (-218-)


많은 수용자의 자녀들이 부모님의 구속으로 제2의 범죄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범죄자의 자녀라는 인식과 생활고, 불안정한 삶으로 또 이 자녀들은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하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우리 모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269-)


10여년전 어떤 공무원을 알게 되었다.그 공무뤈은 시청 공무원이었으며, 그 전 직업은 교도관 교정직 공무원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모여있는 교도소의 교정직 공무원으로 근무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돌이켜 보면 그 분이 교도관에서 교정직에서 행정직으로 직렬을 바꾼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정직 공무원에 다한 편견 때문이며, 직렬을 바꿔서라도 그곳에사 빠져 나오려 했던 것이었다.자녀들이 아빠에 대한 직업을 말할 수 없었던 그 마음이 이직을 결심하게 된다. 물론 교정직 공무원은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그건 행정직 공무원과 달리 민원인들과 크게 부딪치지 않는다는 점이다.교도소 내에 있는 그들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교정직 공무원은 크게 할 일이 없는 편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지금처럼 행정직 공무원의 처우가 좋은 것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도 그와 무관하지 않았다.사람들은 누구나 살다보면 큰 죄를 짓게 되면 불기소, 기소,입건, 벌금,집행유예,불구속, 구속의 전철을 밟아 나가기 마련이다.그들이 죄를 짓고 구치소나 교도소에 이감된 이후의 모습을 간간히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올 뿐이었다.여기서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게 있었다.그들 또한 죄를 지었지만 사람이라는 점이다.멋잇는 것에 관심 가지고, 아름다운 것에 관심 가지며,외로움과 고독함을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특히 여느 사람들과 달리 마약사범의 경우 엄격하게 대하며, 그들은 조금의 틈만 보이면, 교도소 내에 마약을 들여 오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직접 보고 들을 수 없는 부분이다.


살다보면 만나서 반가운 사람이 있고, 만나서 반갑지 않은 사람이 있다.저자와 교도소에 이감된 죄인이 그런 사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죄를 지었지만, 교정 교화에 힘을 쓰고 있으며, 사회에 나가서 다시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은 언제나 상처로 돌아올 때가 있다.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였던가, 교도소에 들어옴으로서 생기는 자녀 돌봄 문제, 큰 죄를 지었지만 자신의 부재로 인해 생기는 상처들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그들에게 세심하게 대하였으며, 그들이 개과천선하기를 바란 것이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다시 들어오는 그들에게는 때로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있다.어쩌면 그래서 저자는 그들을 대할 때 안타까움의 파이가 더 크지 않았나 싶을 정도이다.죄를 짓지 않고 새 사람이 되어서, 스스로 사회의 일원이 되길 바라는 저자의 따스한 마음,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걸 보여주는 그들을 대하는 저자의 마음 씀씀이도 느겨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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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공존의 기술 - 요즘 것들과 옛날 것들의
허두영 지음 / 넥서스BIZ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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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학교에 도사리고 있는 꼰대는 양반이다.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가면 급이 다른 '젊꼰','늙꼰'은 물론 온갖 종류의 꼰대들이 숨어있다. 운 좋게 부모 잘 만나 스펙과 학별을 키워 취업한 건데, 마치 모든 게 제 노력이고 능력인 것처럼 그렇지 못한 또래를 훈계하며 무시한다는 것이다.선배 세대보다 더하게 말이다.자신도 기득권에 편입됐다는 생각에 선배 세대의 꼰대질을 답습하는 것이다.젊은 나이에도 기득권을 가진 것에 으스대며 일명 '영토 지키기'를 한다. (-35-)


대게 회의를 주관한 사람은 선배 세대이며, 회의 참석자는 후배 세대다.회의에 임하는 선후배 세대 간에 동상이몽인 경우가 많다.회의를 주관하는 선배 세대는 서열의식과 주인의식이 강하다.회의 시 발언권을 독점하는 경우가 다반사다.회의 중 딴짓하는 직원을 바라보는 시선도 관대하지 않다. "왜 회의 때 집중을 안 하고 딴짓하지?","기본예의가 안 돼 있잖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후배 직원의 입장은 다르다.당장 급하게 보낼 메일을 처리하고, 회의 도중 SNS를 통해 동료에게 아이디어를 구하기도 한다. 그뿐이 아니다.주말여행을 다녀온 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과 글에 '좋아요'가 얼마나 더 눌렸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128-)


많은 조직에서 선배 세대가 먼저 후배 세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라고 독려한다. 하지만 선배 세대 못지 않게 후배 세대의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토착민격인 선배 세대가 후배 세대에게 기대하는 것은 조직에 순응하듯 만들어내는 작은 샘물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후배 세대는 예의바르되 선배 세대의 고리타분한 관해 반기를 드는 발칙한 용기가 필요하다.(-215-)


대한민국 사회는 세대간 갈등이 유난히 심하다.광복 이후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개발도상국에서 경제선진국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압축성장을 하게 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잘 사는 나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인 내홍은 불가피하게 되어 버렸다.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서로의 분쟁의 씨앗이 되고, 서로 협력하거나 양보하려고 하지 않는다. 꼰대와 안꼰대 사이의 불편한 관계 맺음은 현재진행형이며, 소통을 강조하지만, 소통하지 않으려 하고, 서로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특히 사회의 주류층이 아날로그 세대에서 디지털 세계로 넘어오면서,그 부작용은 심각해졌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탕과 냉탕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그러한 불편함은 스스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쉽게 연결하고, 관계를 쉽게 끊는  사회적인 병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책에는 요즘 것과 옛날 것들이 나오고 있다.여기서 말하는 요즘 것과 옛날 것을 구별하는 것은 디지털이다. 디지털 문명을 이해하고,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쓸 수 있는 것이 그 기준이 되고 있다.전통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가 옛날 것이라면, 밀레니얼 세대와 알파 세대는 요즘 것에 해당되고 있다.요즘 것과 옛날 것 사이에 끼여 있는 세대는바로 대한민국 허리에 해당되는 X세대이다. X세대는 태어나면서 아날로그 시대를 경험하고 수용했으며, 성장하면서,디지털 문명을 받아들이는 세대였다.사회에서 대체로 대리급에 해당되는 세대가 바로 끼여 있는 세대 X 세대이다.이 책에서 젖나는 사회 안에서 분리되어 있는 세대간의 소통과 관계를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대를 X세대라 말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중재자가 될 수 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집단주의적 성향을 가진 옛날 세대가 보여주는 꼰대스러운 모습과 개인주의를 우선시하는 요즘 세대간의 원만한 관게를 유지하기 위해서,X세대의 역할과 책임, 우리에게 필요한 저상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서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그건 서로의 입장 차이가 분명하고, 서로가 피해의식에 쩔어있기 때문이다.그들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피해자라 생각하며, 서로 양보하지 않으려 하는 성향이 강하다.철저히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일을 중시하고, 가정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전통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자화상은 그들이 사회에서 물러나고, 다음세대가 학습될 가능성이 크다.그렇게 되면 사회의 게층은 전통사회에서 베이비붐세대로, X세대로, 밀레니얼 세대로 이동하는 건 불가피하다.내가 느꼈던 세대간의 갈등에 대해서 자신이 피해자라 생각해 왔던 상황들이 어느 순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이다.언제나 가해자가 영원히 가해자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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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신해철! - 그에 대한 소박한 앤솔러지
지승호 지음 / 목선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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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우주의 모든 기운이 신해철에게로 향햤던 것 같다.하지만 신해철의 음악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없었다면 그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그대에게>가 화제가 된 데는 무한궤도 멤버들의 학력과 신해철의 외모두 한몫했을 것이다.소설가 임요희는 '신해철 같은 귀티나고 부드러운 아우라는 아무나 갖기 힘들다.생긴 건 모범생인데, 의외의 음악을 한 것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51-)


"우리는 황혼이 지는 절벽 위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자와 같다.그래서 당장 굴러떨어질 수 있을 정도로 항상 위험하고 위태위태하고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인생 전체가 파탄 날 위험도 감수해야 되는 놈들이다."그는 그런 비정한, 아니 비정한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사람이다.(-116-)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딘지 아는 사람,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떤 길인지 아는 사람은 시대를 통틀어 무척 드물다.그리고 음악으로 길을 찾고 길을 만드는 사람은 도무지 독재나 강요가 통하지 않은 음악의 아름다운 특성 때문에라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117-)


시스템을 바꿔나가고 설정하는 문제에 긴 싸움을 설정하고 준비해나가야 하는 거죠.지금 당장 사람들에게 떠들어봐야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비틀어 듣겠다'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요.변명하거나 자세히 부연 설명하는 데 쓰는 그 시간을 다른 생산적인 일을 위해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제 일관된 지론이 있다면 ,부정을 통한 에너지나 비난을 통해서는 개선되지 않는다는 거거든요.(-200-)


그리고 돈이 올바름을 만들기도 하거든요.그걸 보면 돌아버린다니까요.당장 자기 식구들이 굶고 피눈물 나는 것을 안 보기 때문에 소신을 지킬 수 있는 거거든요.소신을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킬 수 있어야 소신이고, 시험에 안 든 소신을 소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평생 시험에 들지 않는 환경에서 끝까지 사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죠. (-214-)


2014년 10월 27일 마왕 신해철은 세상을 떠났다.살아서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되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예술인이었다.왜곡되고, 억측에다 비난이 쏟아져도 거기에 변명하지 않은 사람, 그 사람을 우리는 마왕 신해철이라 부른다.돌이켜 보면 우리는 신해철이라는 브랜드를 저평가했던 게 사실이다.음악과 정치, 두 갈래길에서 항상 겉돌고 있다고 생각해왔으며, 서태지의 친척이며, 그의 음악적인 철학에 대해서 가벼이 보았다.


논객, 싸움꾼,독설가, 궤변론자,가수 신해철에게 붙었던 주홍글씨였다.그래서인지 그의 음악 철학은 1988년 대학가요제 이후 점점 더 하강세를 그리게 되었고, 사람들은 신해철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고, 언론은 신해철을 유야무야 써먹으려 했다.대중들의 억측 속에서도 잡초처럼 살아왔으며, 정치하려는 거 아니냐는 대중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그는 끝까지 음악을 놓지 않았다. 어쩌면 조금만 그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더라면, 그의 음악저인 생각과 가치관을 읽었을 것이다. 그에게 뼈아픈 상처들은 그를 비판하는 반대쪽이 아니라, 자칭 자신을 지지한다는 이들의 횡포였으리라. 그러나 그는 잡초처럼 살아왔으며, 그의 음악 철학을 매니아들은 알아주게 된다.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살아서 미안한 사람이 있고, 죽은 후에도 미안한 사람이다.신해철에게 대중들의 생각은 후자였을 것이다.그런데 신해철이 지지하던 고 노무현 대통령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서로 각자가는 노선은 다르지만, 뜻과 정체성에 대한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고,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었다.팬들은 신해철의 음악을 좋아하였지만, 그를 좋아한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못하였고, 자신의 음악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그 순간 공격이 들어오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거다.그래서 신해철은 자신의 팬들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그의 음악적 철학이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 수많은 유혹에도 음악을 끝까지 고집하였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이유는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는 살아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신해철의 목소리에 응원을 보내지 못했던,신해철의 팬들은 마왕 신해철을 위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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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아주 따듯한 떨림
김인숙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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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싱의 오래된 다리로 읽히는 게 아니라, 사오싱이 오래된 다리고, 오래된 다리가 바로 사오싱이라는 소리로 읽힌다.기록에 의하면 이 도시에만 10,,160 개의 다리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오싱은 일만교의 도시라고 불린다.다섯 걸음 안에 만나고,열 걸음 안에 건너게 된다는 다리들,그토록 많은 다리를 건너고, 건너고, 또 건너면 내 인생의 무언가, 어느 지점도 건너게 되지 않겠나. 인생은 못 건너도 다리는 건너지 않겠나.건너기 힘든 대신 다리나 실컷 건너면 그래도 풀리는 뭐가 있지 않겠나.건너는 일이 뭐 별거 아닌 거처럼 여겨지지 않겠나. 

그래서 ,나는 사오싱으로 간다. (-13-)


저둥운하는 닝보에서 시작해 사오싱을 거쳐 항저우까지 이어지는 운하다.이 운하는 징항운하, 즉 항저우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운하와 다시 이어져 수이탕운하와 함께 대운하라고 불린다.대운하의 길이는 이천칠백 킬로미터에 이른다.서울에서 부산까지가 약 사백 킬로미터이니, 서울과 부산을 일곱 번쯤 왕복하는 거리가 되겠다. (-36-)


나는 루쉰을 언제부터 좋아했나,생각해본다.여러 번의 계기가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래도 내 대학시절을 환기하지 않을 수 없다.내가 대학을 다니던 당시는 혁명의 시대, 세상의 모든 혁명을 공부했고, 세상의 모든 혁명가들을 마음 깊이 사랑했다.그들의 꿈이 내 마음 안으로 들어오고, 내 마음 안에서 부풀다가 ,그들과 함께 상처를 받고 눈물을 흘리고, 같이 죽음을 맞기도 했다.루쉰을 이 문장으로부터 좋아하기 시작하지는 않았겠으나,이 문장이 마음 안으로 들어와 뭔가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를 낸 적이 있다. (-66-)


잘못이구나, 잘못이구나, 잘못이구나 세 번 외친 절구는 '그만두자,그만두자, 그만두자'로 이어진다.
그래야 할까,그만둬야 할까,그만두는 게 맞는 걸까.나는 시구를 좇아 세 번만으로는 그만두게 될 것 같지는 않다.그렇다면 얼마나 여러 번 반복해 외쳐야 그만두게 될까, 또 중얼거려본다. (-126-)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춘다.저 탑에 이르면 올라가야 할까? 탑은 꼭 오르려고 있는 곳일까? 그래서 반드시 올라가야 할까.뒤를 돌아본다.내가 걸어온 길, 내가 들렀던 가게,내가 사먹었던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을 되돌아본다.고작 한 시간,혹은 한 시간 반? 기껏해야 두 사간도 못 미쳤을 것이다. (-141-)


인간은 깊이 생각하고,깊이 사유한다.그리고 사람을 통해서 위로를 얻게 된다. 사람에게서 위로를 얻는 것 뿐만 아니라 장소와 공간을 통해서 위로와 평안을 얻을 수 있다.대체로 우리가 생각하는 위로와 평화의 공간에 대해서 그걸 '고향'이라 부르며, 때로는 공간의 요람이라 부른다.고향이 아니더라도 내가 살았던 곳,내가 느꼈던 곳곳에 요람이 있다면, 내 삶은 좀 더 여유로워지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가져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쓴 작가 김인숙님에게 평안과 위로의 공간은 저 먼 타향 중국의 사오싱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사오싱은 물의 공간이다.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물이 흐르는 곳곳에 다리가 놓여져 있었다.일만개의 다리는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치이며, 그들의 삶의 뿌리가 된다. 그건 그곳을 곡 가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익숙함에서 낯선 공간으로 가게 되면, 우리는 좀더 마음을 다잡게 되고, 낯설음을 낯설음 그 자체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 살아가면서,놓치고 잇었던 것들,그것들이 저자에게 삶의 씨앗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였다.사오싱은 루쉰의 대표작 '아큐정전'의 문학의 뿌리였다. 그의 작품 하나 하나 오감을 통해 느끼게 되었고, 그 느낌을 공간으로 확대하게 된다.글자로만 보면 생생하게 느껴지지 못하는 텍스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저자는 그렇게 사오싱에 대한 장소의 애착이 존재하게 되었으며, 사오싱에 마음을 천착하게 되었다.천착함으로서, 사오심을 탐색하게 되었으며, 탐색하는 과정에서 심연으로 스스로를 밀어 놓게 되었다.역사의 거대한 물줄기조차 사오싱이라는 장소를 파괴하지 못하였고, 수천년의 역사의 큰 물줄기를 마주하게 될 때 ,우리는 내 앞에 놓여진 수많은 문제들이 하찮게 여겨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찮게 여겨지거나 대수롭지 않게 될 때 우리는 새로운 가치에 눈을 돌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답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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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귀신 쫓은 팥죽 한 그릇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 클래식 10
김경숙 지음, 김태란 그림 / 책고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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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전주에 석소마을이 있었어.
마을에는 발이 팥죽처럼 빠진다 하여 '팥죽뱀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었지.
팥죽뱀이에는 열심히 일만 하는 부지런한 어머니와
태어날 때부터 게으른 아들이 살고 있었어.
아들은 앉으나 서나 제가 좋아하는 누룽지만 와작와작 씹으며 뒹굴거렸지.


하루는 보다 못한 어머니가 아궁이에 장작을 마구 넣어
방바닥을 뜨겁게 달구었어.
"아이구,엄마! 엉덩이 익겄시오!왜케 아구이에 불을 뗀데요?"
니가 이러고도 안 나오나 어디 한번 보자!"
아들은 이불을 높이 쌓고 위로 올라가 누웠어.
"엄니, 지가 지금 노는 것처럼 보여요? 아니어요.생각한느 중이랑께요."
"아이고 ,내 팔자야!"
어머니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지. (본문)


전래동화는 교훈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선조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을 억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었던 수많은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는 건 바로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살아가면서, 앞에 놓여진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자낸다면, 풀지 못하는 것은 없다는 걸 느끼게 되니다.살아간다는 것, 살아진다는 것은 특별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희노애락이 있습니다.그리고 살아가면서, 우리가 어떻게 삶을 채우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동화책은 전주 석소마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소처럼 일하는 어머니와, 요리조리 도망다니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는 게으른 아들, 그래서 어머니는 내 팔아야 외치면서, 속불이 터집니다.어머니는 아들의 장래가 걱정되어서였던 겁니다.즉 대한민국에서 내 아들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강하기 때문에 , 동화책 속 이야기가 탄생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성실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수 있을거라는 어머니의 깊은 염려가 숨어 있습니다.하지만 아들에게는 한가지 약점이 있습니다.그건 좋아하는 것은 참지 못하고 얻으려 한다는 것입니다.즉 게으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꼭 하려고,하고 꼭 소유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아들을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그리고는 아들에게 흔적 하나를 남겨놓았습니다.어머니의 맛있는 팥죽에 대한 그리움을 남겼던 것입니다.어머니가 세상을 떠난뒤 아들은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게 됩니다.그리움이라는 것은 소유하고 싶은 것을 소유하지 못할 때 생겨나는 것입니다.어머니의 손맛을 얻지 못하고 있었던 아들은 어머니께서 남겨놓은 논과 밭을 팔아서라도, 어머니의 손맛을 재생할 수 있는 사람을 얻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게 됩니다.즉 어머니의 맛있는 팥죽을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자신의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마음이 아들에게 있었던 것입니다.뛰는 사람위에 나는 사람이 있다고 하였던가요.어머니가 살아게실 적엔 어머니는 뒤는 사람이었고, 아들이 나는 사람이라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뛰는 아들 위에 나는 어머니가 있었던 것입니다.아들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잘 활용하는 것, 그것이 어머니가 생각하는 아들에 대한 염려였습니다.내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며, 어머니는 맛있는 팥죽을 통해 아들에 대한 사랑과 지혜를 보여주게 됩니다.즉 이 책은 말 잘 듣지 않은 청개구리 같은 아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전래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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