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신해철! - 그에 대한 소박한 앤솔러지
지승호 지음 / 목선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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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우주의 모든 기운이 신해철에게로 향햤던 것 같다.하지만 신해철의 음악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없었다면 그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그대에게>가 화제가 된 데는 무한궤도 멤버들의 학력과 신해철의 외모두 한몫했을 것이다.소설가 임요희는 '신해철 같은 귀티나고 부드러운 아우라는 아무나 갖기 힘들다.생긴 건 모범생인데, 의외의 음악을 한 것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51-)


"우리는 황혼이 지는 절벽 위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자와 같다.그래서 당장 굴러떨어질 수 있을 정도로 항상 위험하고 위태위태하고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인생 전체가 파탄 날 위험도 감수해야 되는 놈들이다."그는 그런 비정한, 아니 비정한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사람이다.(-116-)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딘지 아는 사람,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떤 길인지 아는 사람은 시대를 통틀어 무척 드물다.그리고 음악으로 길을 찾고 길을 만드는 사람은 도무지 독재나 강요가 통하지 않은 음악의 아름다운 특성 때문에라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117-)


시스템을 바꿔나가고 설정하는 문제에 긴 싸움을 설정하고 준비해나가야 하는 거죠.지금 당장 사람들에게 떠들어봐야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비틀어 듣겠다'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요.변명하거나 자세히 부연 설명하는 데 쓰는 그 시간을 다른 생산적인 일을 위해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제 일관된 지론이 있다면 ,부정을 통한 에너지나 비난을 통해서는 개선되지 않는다는 거거든요.(-200-)


그리고 돈이 올바름을 만들기도 하거든요.그걸 보면 돌아버린다니까요.당장 자기 식구들이 굶고 피눈물 나는 것을 안 보기 때문에 소신을 지킬 수 있는 거거든요.소신을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킬 수 있어야 소신이고, 시험에 안 든 소신을 소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평생 시험에 들지 않는 환경에서 끝까지 사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죠. (-214-)


2014년 10월 27일 마왕 신해철은 세상을 떠났다.살아서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되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예술인이었다.왜곡되고, 억측에다 비난이 쏟아져도 거기에 변명하지 않은 사람, 그 사람을 우리는 마왕 신해철이라 부른다.돌이켜 보면 우리는 신해철이라는 브랜드를 저평가했던 게 사실이다.음악과 정치, 두 갈래길에서 항상 겉돌고 있다고 생각해왔으며, 서태지의 친척이며, 그의 음악적인 철학에 대해서 가벼이 보았다.


논객, 싸움꾼,독설가, 궤변론자,가수 신해철에게 붙었던 주홍글씨였다.그래서인지 그의 음악 철학은 1988년 대학가요제 이후 점점 더 하강세를 그리게 되었고, 사람들은 신해철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고, 언론은 신해철을 유야무야 써먹으려 했다.대중들의 억측 속에서도 잡초처럼 살아왔으며, 정치하려는 거 아니냐는 대중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그는 끝까지 음악을 놓지 않았다. 어쩌면 조금만 그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더라면, 그의 음악저인 생각과 가치관을 읽었을 것이다. 그에게 뼈아픈 상처들은 그를 비판하는 반대쪽이 아니라, 자칭 자신을 지지한다는 이들의 횡포였으리라. 그러나 그는 잡초처럼 살아왔으며, 그의 음악 철학을 매니아들은 알아주게 된다.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살아서 미안한 사람이 있고, 죽은 후에도 미안한 사람이다.신해철에게 대중들의 생각은 후자였을 것이다.그런데 신해철이 지지하던 고 노무현 대통령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서로 각자가는 노선은 다르지만, 뜻과 정체성에 대한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고,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었다.팬들은 신해철의 음악을 좋아하였지만, 그를 좋아한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못하였고, 자신의 음악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그 순간 공격이 들어오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거다.그래서 신해철은 자신의 팬들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그의 음악적 철학이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 수많은 유혹에도 음악을 끝까지 고집하였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이유는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는 살아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신해철의 목소리에 응원을 보내지 못했던,신해철의 팬들은 마왕 신해철을 위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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