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교도관이야? - 편견을 교정하는 어느 직장인 이야기
장선숙 지음 / 예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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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교도관이야?그런가 하면 교도관이 된 다음 내게 생긴 특별한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디서 만났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가물 거릴 때 나는 무슨 옷을 입고 만났었는지를 생각해보곤 합니다.내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내 옷은 크게 사복 아니면 교도관복일 테니까요.(-36-)



교정직은 오래전엔 가장 이직률이 높은 공무원 직군에 해당되었습니다. 심지어 신규원들 중 좀 야무지고 똑똑해 보이는 후배들이 들어오면 선배교도관들은 후배를 위해 이렇게 조언했습니다.'너 교도관 하기 아깝다. 얼른 공부해서 다른 직렬 시험 봐서 나가라'고요. 심지어 교도관이라 말 못하고 경찰이라고 둘러대거나 회사 다닌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43-)


여자들의 본능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수용동에서 손도장을 찍기 위해 빨간 인주가 있었는데 며칠 안 됐는데도 바닥이 났습니다.그냥 손도장을 찍기만 하는 것인데 증발하는 것도 아니고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그러다 어떤 수용자가 재판을 가기 위해 나왔는데 입술이 발그스레합니다.당시는 립밤조차 사용할 수 없을 때였는데 입술을 빨갛게 문신을 한 것도 아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손도장용 인주를 찍으면서 조금씩 떼어 숨겨두었다가 출장을 나갈 때 치장하기 위한 립스틱 대용으로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133-)


"계장님, 너무 많이 애쓰고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마.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조금 더 기다려봐.누군가는 보고 듣고 느끼게 돼.모든 사람을 우리가 뜻하는 대로 강제로 끌고 갈 수는 없어.지금 잘하고 있잖아.한두 사람 때문에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좀 느긋하게 하자'라고 위로하며 또 다독거려 주셨습니다. (-218-)


많은 수용자의 자녀들이 부모님의 구속으로 제2의 범죄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범죄자의 자녀라는 인식과 생활고, 불안정한 삶으로 또 이 자녀들은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하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우리 모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269-)


10여년전 어떤 공무원을 알게 되었다.그 공무뤈은 시청 공무원이었으며, 그 전 직업은 교도관 교정직 공무원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모여있는 교도소의 교정직 공무원으로 근무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돌이켜 보면 그 분이 교도관에서 교정직에서 행정직으로 직렬을 바꾼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정직 공무원에 다한 편견 때문이며, 직렬을 바꿔서라도 그곳에사 빠져 나오려 했던 것이었다.자녀들이 아빠에 대한 직업을 말할 수 없었던 그 마음이 이직을 결심하게 된다. 물론 교정직 공무원은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그건 행정직 공무원과 달리 민원인들과 크게 부딪치지 않는다는 점이다.교도소 내에 있는 그들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교정직 공무원은 크게 할 일이 없는 편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지금처럼 행정직 공무원의 처우가 좋은 것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도 그와 무관하지 않았다.사람들은 누구나 살다보면 큰 죄를 짓게 되면 불기소, 기소,입건, 벌금,집행유예,불구속, 구속의 전철을 밟아 나가기 마련이다.그들이 죄를 짓고 구치소나 교도소에 이감된 이후의 모습을 간간히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올 뿐이었다.여기서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게 있었다.그들 또한 죄를 지었지만 사람이라는 점이다.멋잇는 것에 관심 가지고, 아름다운 것에 관심 가지며,외로움과 고독함을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특히 여느 사람들과 달리 마약사범의 경우 엄격하게 대하며, 그들은 조금의 틈만 보이면, 교도소 내에 마약을 들여 오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직접 보고 들을 수 없는 부분이다.


살다보면 만나서 반가운 사람이 있고, 만나서 반갑지 않은 사람이 있다.저자와 교도소에 이감된 죄인이 그런 사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죄를 지었지만, 교정 교화에 힘을 쓰고 있으며, 사회에 나가서 다시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은 언제나 상처로 돌아올 때가 있다.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였던가, 교도소에 들어옴으로서 생기는 자녀 돌봄 문제, 큰 죄를 지었지만 자신의 부재로 인해 생기는 상처들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그들에게 세심하게 대하였으며, 그들이 개과천선하기를 바란 것이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다시 들어오는 그들에게는 때로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있다.어쩌면 그래서 저자는 그들을 대할 때 안타까움의 파이가 더 크지 않았나 싶을 정도이다.죄를 짓지 않고 새 사람이 되어서, 스스로 사회의 일원이 되길 바라는 저자의 따스한 마음,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걸 보여주는 그들을 대하는 저자의 마음 씀씀이도 느겨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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