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동화 - 내 이야기가 널 지켜줄 수 있다면
정홍 지음, 아넬리스 그림 / 맘앤파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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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내 귀에 대고 이렇게 소곤거렸어.
저 여자 분은 지금 고향에 있는 어린 아들한테
자장가를 1불러주고 있답니다.
엿들을 생각은 없었는데 오늘이 아들 생일인가 봐요.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어.
활활 타오르던 화가 갑자기 확 식어 버린 거야. (-41-)


아, 이건 마음의 상처를 볼 수 있는 안경이구아.
벵상은 온종일 안겨을 끼고 돌아다녀 봤단다.

세상에 마음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았었나?
겉으론 웃고 있지만, 안겨을 쓰고 보면 다 보여.
가스에 긁힌 상처, 얻어맞은 상처, 짓눌린 상처...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어.
다른 사람의 상처는 물론 자기 상처도 안 보이니까 말이야. (-122-)


"그래 , 이왕에 부러워할 거라면 너 자신을 부러워해 봐."
"어차피 샘을 낼 거라면 '되고 싶은 너'에게 샘을 내봐."
"이제부터 미래의 너 자신을 흉내 내보는 건 어때?" (-158-)


하지만 그 바윗돌 중에서
필요 없는 돌, 소중하지 않은 돌은 하나도 없단다.
흔들리고 미끄럽고 멀찌감치 떨어져있어도
하나같이 너의 꿈으로 이어진 징검다리가 아니겠니.

꿈을 이루며 사는 사람은 다들 그렇게 건너간단다.
기쁜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지.
고마운 사람도 만나고 미운 사람도 만나겠지.
일이 술술 잘 푸리는 날도 있고
힘이 쏙 바지는 날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바윗돌 하나하나 야무지게 디뎌가며
저 건너편 이미 이루어진 꿈을 향해 다가간단다. (-188-)


나를 미워하는 만큼 간절해지기를 
나를 원망하는 만큼 끈질겨지기를 기대할 수밖에
행여 포기할까 두려웠는데 ,네가 남긴 편지를 보고 안심했단다. (-269-)


꿈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어떤 꿈에 대해서 하나하나 완성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된다. 꿈이라는 것, 아빠 동화에는 서른 아홉 개의 이야기 씨앗이 있다. 엄마 동화에서 얻은 서른 아홉의 씨앗과 아빠 동화에서 얻은 서른 아홉개의 씨앗,이 일흔 여덟개의 꿈의 씨앗이 모이면, 나의 꿈이 되고, 작은 꿈과 소망이 모여, 하낭릐 꿈 퍼즐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일흔 여덟개의 꿈의 지혜가 되고, 가치관이 되며, 습관이 될 수 있으며, 내가 꿈을 꾸었던 어떤 것을 완성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안개에 갇혀 있었던 그 어떤 꿈이 목표한 큰 꿈이 될 수 있다. 개중에는 좋은 환경, 좋은 조건에 있는 이들이 꿈에 쉽게 다다를 수 있었던 건, 엄마 동화에서 느꼈던 지혜와 아빠 동화에서 느꼈던 용기와 도전의 조화로움에 있다. 흙수자에게 꿈이란 무엇인지 생가하게 되었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이는 꿈의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견뎌내는 것, 꿈을 간절히 원하는 것, 그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나를 위해서 살아가고, 타인을 위해서 견디는 것, 소소한 경험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스스로 성장하게 되고,스스로 역량을 갖추게 된다. 그 하나하나 내것으로 가져간다면, 꿈의 점이 되어서, 그 작은 꿈의 점들이 연결되어서 ,내 꿈을 지킬 수 있게 된다.행복한 꿈을 지킬 수 있는 것,아빠 동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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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동화 - 내 이야기가 널 꿈꾸게 할 수 있다면
정홍 지음, 아넬리스 그림 / 맘앤파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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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들면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고
맘에 들면 사랑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
가진 사람은 가진 것의 주인이 되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것과 하나가 돼.

지금 너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20-)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저는 이일을 그만두지 않을 겁니다.
다칠 수도 있겠죠. 죽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녀를 다시 만난다는 
희망 속에 죽어가겠지요. (-66-)


세상살이가 다 경쟁이라는 데
다들 앞만 보고 달리라는데
자꾸만 옆을 보고
뒤를 돌아보게 돼. (-91-)


쓸모 있고, 없고를 왜 당신이 정하죠?
누더기 왕은 멈칫했어.그게 무슨 소리냐?
저는 원래 과일을 담아두던 깡통이었어요.
이제 과일은 없고 빈 깡통이 되어 버려졌죠.
하지만 다른 것들을 담을 수 도 있잖아요?
저는 이대로 버려지긴 싫어요.
닳고 닳을 때까지 제 쓰임새를 찾을 거예요.
하늘이 무너져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예요. (-143-)


그 사이 스무 번째 봄과 스무 번째 겨울이 지나갔어.
작고 어린 소녀였던 미미는 벌써 결혼해서 아기까지 낳았단다.
커피 주전자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던 어느 저녁
무심코 창밖을 보던 미미의 눈이 동그래졌어..
창밖에 어린 아이처럼 자고 하얀 눈사람이 서 있었거든. (-204-)


정홍의 <엄마 동화>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씨앗을 틔워줄 서른 아홉 개의 이야기 씨앗을 남겨 놓고 있었다. 서른 아홉개의 이야기 씨앗은 서른 아홉의 지혜였고, 내 아이의 가치관이 된다. 자신의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여러가지 기억들, 긍정의 경험과 긍정의 감각, 감성을 얻게 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었던 소소한 경험들이 삶에 있어서, 때로는 넘어지더라도,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누군가의 평가에 좌절하지 않도록 희망이 행복으로 연결되고자 한다. 그래서 따스한 봄날의 기운이 <엄마 동화>에서 샘솟는다. 


꿈을 가지는 것은 삶의 의미를 찾는데 중요하다. 꿈이라는 것은 혼자서 되지 않는다. 혼자서 큰 꿈을 꿀 수 없다.그래서 함께 가야 하며, 서로 도와주면서 가야 한다. 우리는 경쟁사회에 내몰리면서, 혼자서 모두 이루려고 한다. 자기 중심적이면서, 주변을 살피지 않는다. 오지랖 떠는 것을 거부하게 된다. 그것이 꿈이라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 결정이 있으면, 내 삶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행복한 아이가 되길 바라는 엄마의 작은 소망은 자신을 희생하면서라도, 때로는 아이의 가슴에 심어지고 있었다. 사랑, 배려, 나다움, 용기, 그리고 나만 생각하는 삶이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하나 하나 알아가고, 느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었고,나의 기준을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것이 꿈을 위한 지혜이다. 지혜로움이 꿈을 위한 행복 편지이며, 엄마가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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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남기는 사람
유희란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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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감사해.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따뜻한 햇볕을 받으면서도 감사하고 상쾌한 바람을 마시면서도 감사해. 자연은 정말 아름답지 않니?
그렇게 묻고는 뒷자리의 차창에 얼굴을 붙였다.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기색은 없었고 다만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눈을 치켜뜨는 거로는 모자랐는지 고개를 옆으로 낮게 기울였다. 고마움에 겨운 자세였다. 곧 석양이 물들 시각이었으나 푸른 하늘은 아직 높고 눈이 부셨다. (-11-)


기능을 잃어버린 항문과 인공항문, 항문이 두 개인 이모는 병원에 올 때면 다른 날보다 오래오래 화장을 했다. 꼼꼼히 바른 색조에 피부색은 한없이 밝고 화사했으나 그래서 지워진 눈에는 뒤돌아서서 우는 듯이 보였다. 몇 번의 신음이 더 나고 나서야 커튼이 열렸다. 나이 지긋한 의사가 잠시 내게 눈길을 주었고 나는 머리를 숙여 고개를 돌렸다. 열린 커튼 사이로 옷을 추스리는 이모가 보였다. (-23-)


다른 욕망 같은 거야. 죽음이 너무 가까이 있으니까. (-44-)


내가 서 있는 장소에서 모든 것이 비롯된다. 
프레데릭 좀머의 말로 말문을 연 강사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입니다. 모든 것을 가만 놔두고 무수한 빛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작업입니다. (-68-)


그의 하얀 머리카락이 성긴 뜨개실처럼 널려 있고 콧구멍 사이로 회색 털이 비죽이 나와 있다. 조금 전에 생긴 듯 얼굴에 낀 주름은 몹시도 생경했다. 색 바랜 이불은 그의 허리께로 내려와 있고 쇄골이 맞닿은 지점의 골은 흥분이라도 한 것처럼 불그스레하다. 늘어진 발열 내복의 두께감이 없어서인지 남편의 왜소한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탄탄하던 젖가슴도 복근도 이제 보이지 않는다. (-129-)


두께가 없는 그녀가 한번 웃을 때면 남자는 그녀에게 숨겨져 있던 무방비함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언제나 다른 사람 앞에서였고 남자는 그들 눈앞에서 내려앚는 자신의 자존심을 무심하게 견뎌야 했다.적절할 이 없으나 그 순간을 돌아보는 건 여자의 마를 무시하고 싶을 때였다. (-163-)


소설가 유희란의 <사진을 남기는 사람>은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이 연결되어 있다. <밤하늘이 강처럼 흘렀다>,<유품>,<사진을 남기는 사람>,<천장지비>,<무람없이 그의 이마에 앉아 있었다>,<이제>,<호숙라 돌아오는 사막>,<셔츠>이다. 단편소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자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목적과 의미를 얻게 된다.소설가 유희란의 여덟 단편 소설 중에서 다루게 되는 단편소설은 <밤하늘이 강처럼 흘렀다>,<유품>,<사진을 남기는 사람>이다. 이 세편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을 때의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가까운 누군가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의 끝자락에서 , 살수 없는 삶의 마지막 시간의 종착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의 항문의 기본 기능조차 상실되어, 인공항문이 대신하게 된다.몸은 망가졌지만, 정신은 말짱한 상태,그 안에서 인간이 가지는 오묘한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다시 누군가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끄러움과 수치심, 자존감과 존엄, 삶의 근원, 죽음 직전에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보여주어야 할 때 생기는 것은 나 스스로 추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나타난다. 화자을 하고, 나에 대해서 공들이게 되는 것은 그래서다. 평소와 다른 그 모습,그 뒷면의 모습이 쓸쓸하다.그리고 그 마음이 내 마음을 젖실 때가 있다. 결코 소수의 가장 측근에게만 보여지는,나를 보호하는 보호자에게만 보여지는 은밀한 삶의 편린, 그것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유품,그리고 유품관리사, 사람이 떠난 자리는 흔적이 남는다. 삶의 끝, 그리고 죽음, 사람은 사라졌지만, 사람이 든 자리는 여전히 온기를 담고 있었다. 사람과 사물들, 그 안에서 느끼는 것들, 말하지 않는 것들의 궁극에 다다르게 되고,내 삶을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은 우리에게 삶의 극한에 다다르는 그 순간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삶과 죽음은 내가 직접 결정할 수 없지만, 추해지지 않는 것, 자신을 지키는 것, 그리고 내가 남겨야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살아가고, 살아지는 것,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단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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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나비 - 황규관 신작 시집 ㅣ K-포엣 시리즈 20
황규관 지음, 전승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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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놓아주자

이제는 숲을 놓아주자
자동차로 가로막지도 말고 전기톱으로
관절을 자르지도 말고
이제는 숲이 스스로 심장을 낳도록
놓아주자 비바람이 머물도록 흔들리다
샘물이 되고 다시 그것이
수천 리를 흘러 바다가 되도록
이제는 숲을 인간에게서 놓아주자
가난한 마을을 위하여 놓아주자
곧 탄생할 수쿠리와 거친 손마디를 위하여
팔랑거리는 나비를 위하여
딱따구리의 부리를 위하여 놓아주자
이제는 숲을 놓아주자
커다란 책상으로 놓아주자
안락한 집으로부터 놓아주자
이제는 숲이 새로운 주인이 되게 하고
인간은 아둔한 숲의 백성이나 되자. (-13-)


호랑나비

장마가 끝나지 않는다 바다는 끓고
빙하는 놀라 주저앉고 대륙은 탄다

숲이 깊이 베어진 탓인가도 싶은데
반지하 방에는 곰팡이가 점점
밀림을 이루고 있다

마스크를 쓴채 소독제를 손에 
아무리 뿌려보아도 아직 폭로할 게 남은 것 같다
(이제 침묵은 악덕이고 아무 말이라도 해주기를 당신은 바란다.)
빗속에서 매미는 다 울지도 못한 채
길 위에 버려져 있는데

간혹 비가 그친 구름 사이로
가을 하늘 같은 노을이 아름답게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다

지구의 얼굴은 저토록 무한하다. (-48-)

시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오래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터 시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혼자 걸을 때가 있다.이 혼자 걷기가 더 잦아질지도 모르겠고, 영영 걷게 된다고 해도 지금은 아무 두려움이 없다. (-72-)


시 그리고 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시가 우리의 삶을,우리 사회를 바꿔주기를 시인은 요구하고 있다. 소설이 가지지 못한 함축적인 메시지, 그 메시지를 시어 하나 하나에 담아내려는 시인의 의지가 도드라지고 있다. 우리의 삶,우리의 행복,우리의 가치와 존재를 탐구하는 시인에게 시어의 문장 하나 하하하나 씨줄과 날줄처럼 녂여서 , 하나하나 살아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시인의 존재에 대해서, 시를 쓰는 이유와 목적이 분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시가 가지고 있는 강한 힘과,시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시가 가지고 있는 언어는 시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시인은 그래서 지금 현실을 깊이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나를 위해서 살아가는 힘, 시가 가지는 강력한 힘에 대한 이해와 ,시를 통해서 느끼는 지금 현재의 삶에 대해 느낄 수 있었고, 과거, 현재,미래에 갇혀 잇는 우리에게 ,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가치들을 알아가는 과정을 탐구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해서 쓰여진 <호랑나비>는 강하고, 깊게 채워져 있었으며, 내 삶에 있어서,강한 울림이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독과 발열체크로 해갈되지 않는 우리 앞에 놓여진 현실,환경파괴와 기후 변화, 자연을 그대로 놓아주어야 하는 이유는 서로 살아가기 위함이다. 코로나 팬ㄷ에믹은 우리를 더 힘들게 하고, 빈자를 더욱 바닥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다. 가난할 수록 , 반지하에 살아가는 이들일 수록 사회에서 외면하고, 주변 사람들이 외면하는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우리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바라 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으며,나의 가치,나의 기준에 대해서 하나 하나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시인은 때로는 불편하다. 우리 사회의 불편함을 들여다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를 투영하는 것,나의 삶을 시를 통해서 투영하고, 누군가의 삶을 깊게 관찰하고, 그 안에서 얻으려 하는 것들을 하나 하나 채워 나가려는 강한 의지가 돋보였으며, 나의 삶,타인의 삶, 고통과 그리움,고독과 쓸쓸함을 시를 통해서, 그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리고 시인의 관찰과 경험을 시를 통해서, 우리가 쓰는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 속에 시에 대해서, 시어를 통해 나와 자연을 일치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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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충 - 김성규 신작 시집 ㅣ K-포엣 시리즈 19
김성규 지음, 지영실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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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충

자신의 살을 파먹는 벌레가 있어 어떤 사람은 그 벌레를 애지중지하며 기르지 벌레를 위해 온갖 것을 먹어 벌레에게 품질 좋은 살을 제공하려고, 주인의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 벌레는 스스로 죽어 그래서 자살충이라 불리지. 충성스런 벌레잖아.벌레를 위해 술을 마시고 여자의 살을 맛보고 , 또 최고의 음식을 찾아다녀. 고급스러운 쾌락을 위해 음식과 책을 섭렵해. 자살충을 한번 키워보면 가난뱅이들까지 벌레에게 미쳐서 지랄하지 자기 몸 건사하지 못하는 놈이 자살충을 키우다니....그는 날마다 수척해져 그러나 벌렐르 버릴 순 없어 자살충만이 그를 사랑하고 이해하지 자살충 동호회에서는 서로의 자살충을 보여주며 그들은 현실을 잊는 거야 그 사람이 죽기 직전 사람들은 애도를 위해 혹은 자신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몰려들어 최대한 애처로운 눈빛으로 누워 있는환자를 내려다보지 환자를 보는지 자살충을 보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가 죽으면 사람들은 일제히 눈물을 흘려 그런데 사실은 그 벌레를 가지기 위해 아우성치는 거야 정신이 가장 힘을 잃었을 때 살은 부드럽고 기름기 흐르는 연약한 육지로 바뀌지 자살추은 그런 살을 파먹는 것을 좋아해 죽은 자와 마지막 눈동자를 마주치는 순간 자살충은 그 사람의 눈동자로 옮겨가 또 다른 주인의 몸에 기생하며 목숨을 연명하지 잘 생각해봐 쾌락을 만끽하기 위해 사람들은 자살충을 키우는 거야 우리를 갉아먹으며 놈은 점점 비대해져 아무도 그놈을 꺼내 밟아 죽이려 하지 않아그런데 왜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갉아 먹는 그 벌레를 그렇게 사랑할까 수많은 자구에 뿌려놓은 정충보다, 나보다 더 끈질긴 생명력으로 놈은 영원히 살아갈 거야 우리의 살을 파먹으며 자살충은 자살할 기회를 잃어버려 그래서 자신에게 살을 내주는 주인을 영원히 저주하며 살지 (-15-)


아버지가 남긴 약을 먹으며

간암으로 병원에 다니시는 아버지
아침저녁 봉지를 뜯어 약을 드신다.
마저 먹지 못한 약을
나 먹으라고
봉지에 주섬주섬 챙겨 주신다

서울로 올라와 바로 잠들고
아침부터 여기저기 전화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퇴근하고 돌아와 약봉지를 본다

깜빡 약 먹는 것을 잊어버리고
자주 잠드신다는 아버지
건강에 좋은 거라고

이거 먹으면 술 먹어도 일찍 깬다고
나한테 주던 약봉지

허고으로 바람이 흘러가는 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어릴 때 들리지 않던 소리
이제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51-)


바로 여기서 우리는 반지하 인간의 실존적 고통이 가난보다 자기부정에서 비롯한다는 생각을 얻게 된다. (-72-)


시 한 편을 읽게 된다. 1977년생 ,40대 시인 김성규는 기존의 시의 범주를 벗어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그 현재가 투영하고 있는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이상향을 쫒기 보다 , 철저히 고통스러운 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지, 따스한 행복이 아닌,온기가 있는 이상이 아닌 차가운 인간의 고통의 실존에 대해 깊이 들어가고 있었다.인간은 태어나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아가지만, 김성규시인의 삶은 팍팍하고, 힘들었다. 나를 위해서, 견디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을 지키기에는,꿈을 키우기에는  이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그 고통을 견뎌야 하는 이유조차 모른채 견뎌내라하는 세상에 저항하게 된다. 나와 타자간의 화해를 거부하는 것,그것이 자살충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었다. 나의 살을 파먹는 자상충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 등장하는 그레고리 잠자를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그 자살충은 벌레이면서, 벌레가 아니었다.인간이 최종 선택하는 자살충동의 동이 빠진 나의 분신 자살충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누군가의 자살충으로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 내 살을 누군가에게 내줘야 한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인간과 바이러스 관계처럼 숙주가 있어야 바이러스가 살아남는 것처럼, 자살충에게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매개체가 가지고 있는 살이 사라지면, 먹을 수 있는 공간조차 사라지고, 죽을 운명에 처해지게 된다. 그것은 철저히 인간의 이분법적인 자아를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자신이 고통스러운 것은 부당하며, 타인이 고통스러운 것은 정당하다.그것이 우리 사회의 또다른 자살충을 확산시키고 있다자살추의 씨앗이 곳곳에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어떤 자살충을 보면서, 슬퍼하고,위로하면서, 살아남는 이들은 자살충이 남겨 놓은 물질과 정신을 가지고 자기 맷속을 채워 나가고 있었다. 결코 스스로 부인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시집 <자살충>에서 암시하고 있었으며, 그 현실적인 가치 하나하나 느낄 수 있고, 상기시킬 수 있게 되었다.나의 삶을 성찰하고, 타인을 바라보았던 나의 삶의 모순과 위선들을 다시한번 들추게 되는 책 한 권이며,우리의 불편한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다.살아가지만 언젠가 나 스스로 자살충이 될 운명에 놓여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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