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꾼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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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은 방통의 놀라운 재주를 익히 알고 있었다. 수경선생 사마휘가 방통과 자신을 비슷하게 평한 것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만약 주유가 죽고 난 지금 손권이 방통을 중용한다면 제갈량으로서는 자신과 막상막하의 적수가 생기는 셈이었다. 방통은 주유보다 훨씬 대적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그래서 마음이 불안해진 제갈량은 직접 방통의 상황을 확인하러 강동에 온 것이다. (-14-)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오만함은 독이다. 무소불위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거나 무시했을 때 나오는 독성강한 이기심이다. 배려하는 마음을 짓밟고 오로지 자기주장만 내세우게 된다. 반대 의견이 없다고 상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상대의 의견을 들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28-)

유비도 마찬가지이다. 형제들의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전에 없이 단호한 면모를 보였다. 사람들은 언제나 부드럽고 소극적이던 유비가 이토록 미친 듯이 복수에 집착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손권은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일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유비가 조금 일찍 이토록 '피 끓는' 모습을 보였다면 일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잘못 건드리면 피 본다는 사실을 알고 알아서 몸을 사렸을 테니 말이다. (-92-)

제갈량은 그 누구보다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조조처럼 나라를 어지럽힌 역적으로 손가락질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반드시 광명정대하고 엄숙하게 '출사표'라는 형식이 필요했다. 유선으로부터 이번 출병에 대한 형식상의 동의를 받는 것이다. (-166-)

제갈량은 죽으면서까지 이런 놀라운 전적을 남기고 떠났다. 사륜거에 앉은 사람은 제갈량이 아니라 그의 모습을 본떠 깎은 목상일 뿐이었다. 이리하여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쫓았다' 라는 고사가 생겨났다.

목상 하나가 이렇게 신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사마의같이 노련하고 교활한 늙은 여우도 혼비백산해 도망필 만큼 대단한 것이었을까?

이는 제갈량이 평생 먼 앞날을 내다보며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워왔던 덕분이다. 제갈량이 평생 한 일이라고는 단 하나다. 시종일관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한 것뿐이다. 이는 제갈량이 가용성 추단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직관적이고 생생하고 구체적인 도구 또는 운반체가 지닌 설득력과 영향력은 천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287-)

춘추전국 시대를 난세라 부른다. 수많은 나라가 생겨나고 사라진 그 시대에 백성은 궁핍한 삶을 살아가야 했다. 결국 촉나라의 제갈량과 같은 지략가가 난세를 견디는 와중에, 스스로 위대함을 보여주는 지략가가 탄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지게 된다. 여기서 봉추 방통이 있으며, 지배욕이 강한 제갈량을 누운 용, 와룡이라 불린다. 그때 당시로 돌아가면, 봉추가 제갈량보다 일찍 죽었기에 그를 중용할 수 없었고, 제갈량이 더 두각을 보여준 결정적인 이유였다.

제갈량은 사람을 쓸 줄 알았다. 그리고, 환경에 맞게 자신을 바꿔 나갔다. 이후 그가 보여준 여러가지 모습들은 어떤 상황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하나의 표본이 되고 있었다. 오만해야 할 때, 어떻게 오만해야 하는지 보여주었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그가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의 삶에 회자될 수 있었던 이유, 제갈량을 높이 사는 이유 또한 그런 연유이다. 위기에서, 자신이 죽어 가는 와중에 사마의를 속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신중함과 완벽함에 있으며, 불리한 상황을 유리한 상황으로 국면전환을 꾀할 수 있는 방법을 이해했다. 그리고 어떤 장수를 쓸 때, 여러차례 풀어 주었다 ,놓아주었던 이유도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기 위함이었으며, 충성과 의리는 그냥 생겨나는 것은 이니다. 삼국지에서, 초한지에서, 우리가 그 때 당시의 지혜와 처세를 배우려 하는 이유가 그러하다. 설득과 처세가 필요한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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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 게임 (ZERO-SUM GAME) -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무의미한 경쟁에서 벗어나라
김윤동.김준기 지음 / RISE(떠오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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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수많은 간편식 음식들이 진열돼있다. 누구라도 빨리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지만, 막상 먹을 때면 '맛있다' 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어린 시절 할머니는 내가 찾아뵙기 며칠 전부터 맛있게 먹을 손자 모습을 떠올리며 곰탕을 만들 준비를 하셨다. 손수 시장에 가서 신선한 재료를 고르고, 그 재료를 깨끗이 손질한 후 하루, 이틀.. 오랜 시간 푹 뼈를 삶고 국물을 내신 것이다. (-12-)

지식 매트릭스에서 우리는 지식을 '해당 지식에 대한 인식' 또는 '의식' 과 비교한다.

당신이 알고, 이해하는 것 (Known knowns)

당신이 알고 있지만, 이해 못하는 것 (Known unknowns)

당신이 알지 못하지만,. 이해하는 것(Unknown knowns)

당신이 알지도,이해도 못 하는 것 (Unknown unknowns)

당신의 현재 상황에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별하여 알아 볼 수 있으면 현명한 방법을 찾을 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자유롭게 얻을 수 있다. (-83-)

타인과의 경쟁은 공평하지 않은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가 이기면 반드시 다른 사람은 지게 되어 있다. 상대방을 이겨야만 하는 경쟁은 승자에게는 돈과 권력이나 명예 등 외적 보상을 제공하지만, 이기지 못한 사람에게는 패배감을 느끼게 하고 자기비판을 안겨준다.

외적 보상을 위한 타인과의 경쟁에서는 행복이 모두의 적이 될 수 없고, 경쟁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불행을 발생시키며, 예상하지 못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반면 개인의 내적 성장과 발전은 진정한 만족감을 느끼게 하고,이러한 만족감은 맞춤형 행복으로 이어진다. (-126-)

내가 견딜 수 있는 인생의 고통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기꺼이 투쟁할 것인가?

나는 희생하고 대가를 치를 수 있는가?

나는 모든 준비가 되었는가?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은가?

많이 이하고 싶은가, 적게 일하고 싶은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사무실에 있거나 커피숍에서 일하는 자신을 상상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할 수 없다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쉽고 기본적인 확실한 경로만 선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개인과 단체, 사회의 여러 분쟁을 해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법을 공부하고 변호사가 되는 것이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 (-141-)

'상대의 진심을 파악해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려면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157-)

창의력은 그저 사물을 연결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것을 했느냐' 물으면 그들은 죄책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사실 정말 한게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어떤 것을 보았고, 잠시 후 그들에겐 그것이 명확해 보였다.

그건 자신이 가진 경험을 연결하고 새로운 것을 합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거나 자기가 겪은 경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173-)

축구, 야구, 농구, 배구의 공통점은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승자에게 큰 이익을 패자에게 큰 불이익을 안겨준다. 자본주의에 숨어있는 냉혹한 경쟁의 논리가 스포츠에 숨어 있으며, 그것을 제로섬 게임이라 한다.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사회적 구조가 제로섬 게임의 본질이다.

이 책은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무의미한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식과 자각으로 깨달음을 얻고, 자기 성찰로 이어지도록 한다. 그리고 성공으로 이어지는 남다른 성공을 찾아내고 있었다.그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성공한스푼이다.

성공한스푼은 행복과 성공,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경험과 스킬을 제시한다. 나에게 질문을 통해, 나의 인새에 대해서,주도적인 영향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중요한 인생 원칙이었다. 그것이 자신에게 이로운 선택과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으며, 갈등과 분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통과 더 큰 사람을 만들 수 있으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무게를 안다는 것,그것이 자기인식과 자기자각에 해당된다. 인식과 자각을 하면, 사람은 변화릉 위해 옳은 길을 선택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기본 원칙, 공감력과 경청으로 새로운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고 ,성취, 관계, 직업으로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으며 참된 앎을 가지며, 나를 아는 것이 지혜의 힘이 될 수 있므며,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제로섬 게임에서 스스로 벗어난다. 성공하기 위해서, 동기부여로 시작하여, 나만의 습관으로 앞으로 전진,성장,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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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읽어주는 여자 - 공간 디자이너의 달콤쌉싸름한 세계 도시 탐험기
이다교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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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공간은 여러 개의 계단과 통로, 브리비로 연결되어 있다. 기울어진 벽과 바닥, 불규칙한 창들이 자유로워 보이면서도 산만함이 불편하게 전달된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감정은 건축가가 의도한 미묘한 떨림일 것이다. 길 위에는 세 갈래의 복도가 펼쳐져 있다. '죽음의 선, 생존의 선, 영속의 선'이다. 전쟁 당시 유대인이 느끼던 죽음의 공포와 생존을 향한 간절한 마음, 그리고 그 잔혹한 순간이 느껴진다. 어두운 길을 따라 무거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양 갈래로 전시된 죽음과 생존의 복도를 지나면 영속의 길이 나온다. 사선의 유리창을 통해 눈부신 빛이 강렬하게 들어온다. (-50-)

한참을 걸으니 배가 고파온다. 어느 한적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갑자기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샤르벨, 파밀라를 소개한다. 미술관 큐레이터다.유머러스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한 여장부다.마당발인 그는 오늘도 또 한 명의 친구를 소개해 주었다. 우리는 함께 오이스터를 주문했다. 파리의 싱싱한 오이스터에 레몬즙을 살짝 뿌려 먹는 그 맛은 정말 일품이다. 혀끝으로 전해지는 짭조름한 소금기가 코를 타고 향을 내뿜는다. (-147-)

좌측 기둥에는 금으로 장식되었던 작은 흔적이 남아 화려했던 무굴제국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드문드문 넓게 퍼져 있는 건물을 찾아 랑마할(Rang Mahal) 이라는 왕비의 방으로 향했다. 작은 연못과 벌집 모양의 망사형 격자 창문을 포함해 모든 것이 대리석으로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다. 당시 석공들의 기술이 얼마나 정교하고 뛰어났는지 미켈란젤로와 로댕엣게 묻고 싶을 정도다. (-196-)

하루에도 수없이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호수가 이상하리만큼 차분하다.우아하고 매혹적이다. 다채로운 표정을 가진 호수는 내가 닮고 싶은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려주고 있었다. 이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도시의 매력에 빠져버린 나는 떠나기 아쉬워 계획보다 이틀을 더 머물렀다. 하필 신혼 여행지에서 혼자.... (-243-)

1995년에 개봉한 영화 <레옹>에서 마틸다가 복도에서 레옹과 만나는 장면은 아름다운 계단의 중첩과 검은색의 디테일한 꽃무늬 난간을 볼 수 있다. 1986년 영화 <시드와 낸시> 는 섹스 피스톨즈라는 밴드의 베이시스트 시드 비셔스와 그의 연인 낸시 로라 스펀겐에 대한 실화 영화다. 언제나 담배와 마약, 술에 취해 있는 커플의 마지막은 처참했다. 약에 취해 자해하는 시드가 낸시의 복부를 찔러 낸시는 사망하고, 약 기운에 기억을 잃은 시드는 경찰서로 이송된다. 감옥 생활을 한 시드는 석방 후에도 약물과다로 사망한다. 이 영화의 실제 사건은 첼시 호텔에서 일어났다.(-286-)

이곳은 모든 벽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맨해튼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공간이다. 처음에는 벽이 모두 막혀 있고, 아무도 임대하지 않아 창고로 쓰던 버려진 공간이었단다. 그 벽을 모두 없애고 맨해튼의 마천루를 들길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해 고급레스토랑으로 기획한 것이다. 사장님 친동생분의 아이디어라고 하셨다. 대단한 분인 듯. 어떤 분일까? 궁금하다. (-331-)

작가 이다교는 공간디자이너였다. 스물 세살 첫 직장을 시작으로 자신의 어릴 적 공간디자이어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이룬 케이스다. 반지하 서울 살이에서 벗어나 파리지앵,뉴요커로 살아가면서, 15개국 45개 도시를 체험하고, 느끼고, 경험했다. 파리의 한 건축사 사무소에 일하였고, 2년 동안 다이나믹한 뉴요커로 살면서, 공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디자인으로 승화시키면서,. 지금은 디자인 스튜디오 <플랫아이디>와 <이다교 공간연구소> 를 운영하고 있다.비어 있는 공간은 공간디자이너에 의해 밋밋한 공간을 다채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요즘 놓치지 않고 있었던 유튜브 「셜록 현준」이 있다. 건축에 대해 지식이 전무하였던 나에게, 건축사 유현준 유투브를 통해서, 건축에 대한 소양,공간에 대한 이해, 건축 도면은 어떻게 쓰여지는지 지식을 얻었고, 공간에 창의성,디자인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느 정도 간파할 수 있었다. 책 『공간 읽어주는 여자』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그래서다. 특히 건축에 공간 창출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공간에 대해서, 힐링의 공간이 될 수 있고, 위로의 공간이 되거나,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의 윤활요 역할을 도모하면서, 기쁨과 행복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거대한 마천루에 올라가면서, 밑을 내려다 볼 때 느끼는 확 트인 시야는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다. 특히 이 책에는 공간에 예술과 문화를 담고 있으며, 공간디자이너의 매력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 알게 된다. 파리가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공간, 뉴욕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실험 공간, 상하이가 가지고 있는 공간은 큰 차이가 있다. 45개 도시를 누비면서, 저자는 그 공간이 가지는 개성과 창의성을 높이 사고 있다. 느낌과 감성으로 채워지는 공간은 사람에게 심미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새로운 건축양식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그리고 보고, 듣고,느끼고, 눈을 만족시켰던 공간을 대한민국의 공간으로 연결하고자 하여서,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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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입 흰 귀 백조 소설선 1
유응오 지음 / 백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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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다시 감옥에 갔고,성인이 되어 돌아왔다. 오빠는 출소 후 단 하루도 집에서 머물지 않았다. 오빠의 방은 먼지가 쌓여 갔지만 오빠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가족은 없었다. 오바의 소식을 다시 들은 것은 지방 경찰서에서 걸려 온 전화를 통해서였다. 죄명이 제법 거창했다. 특수 절도, 이번에는 단독 범행이 아니었다. (-12-)

"쥐새끼야, 얼른 나를 따라와."

보육원장은 검은 입의 손을 잡아끌었어요. 보육원장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걷다보니 검은 입의 눈에는 멀리 성냥갑처럼 생긴 건물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어요.

굉음이 나는 허름한 건물로 보육원장이 들어섰을 때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사장이 오른손에 가죽 채찍을 들고 서 있었죠. 사장은 왼손으로 콧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검은 입을 위아래로 훝어봤어요. (-70-)

당신을 처음 만난 것은 1988년.우리가 사는 나라에서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해입니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는 크리스마스이브.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인류의 성자가 된 예수님의 생일 전야였습니다. 당신을 처음 본 곳은 원천교회 原泉敎會. 오르막길 중간에 십자가가 높이 솟아 있어서 골고다의 언덕을 넘어가는 예수의 십자가를 떠올리게 하는 교회였습니다. 내가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들어섰을 때 강당에서는 여학생들이 합창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노래가 무엇인지 나는 기억할 수 없습니다. 내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당신이 자리, 당신은 횡렬 맨 끝에서 두 번째로 서 있었습니다. 오래지 않아서 당신의 주변은 모두 희미해지고 당신만이 오롯하게 보였습니다. 당신이 주변인에서 주인공으로 바뀌느 순간, 친구에게 당신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150-)

세간과 출세간을 막론하고 제자들은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았다. 명정이 남긴 그림과 밑그림을 챙기려고 찾아온 게 자병했다.

명정이 지녔던 밑그림 중에는 100년이 넘은 것도 있었다.밑그림에는 전대 스승의 피와 땀과 눈물이 숨어 있었다. 그런데 듣기로는 최근에느 밑그림을 팔아먹는 놈들도 있다고 한다. (-189-)

"우여는 긴 칼 모양을 하고 있는 멸치과의 어류로 배는 은색이며, 꼬리는 회갈색을 띠고 있습니다. 4월이나 5월이면 바다에 백마강으로 올라가서 갈대밭에 산란을 하는 회귀성의 어류입니다.예부터 임금님의 수랏상에 오를 만큼 그 맛이 담백하기로 유명한 별미의 어류입니다. 꼭 부여의 백마강으로만 거슬러 와서 산란하기 때문에 우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안내 방송은 사실과 달랐다. 방송에서느 부여의 백마강으로만 거슬러 와서 우여라고 부른다고 했지만, 우여는 표준어가 아니었다. (-229-)

오래되지 않았다.미국에 인종차별이 만여했다면, 대한민국은 장애에 대한 차별이 반연했다. 사회적으로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차별과 혐오, 한계를 강제로 규정하였다. 장애를 가진 이들은 사회에서 인정하지 못했고, 언어적 차별이 만연했다. 대한민국 사회는 그들에게 일반 사람에게 준하는 역할을 만들 의지조차 없었다. 대한민국이 군부독재 암울한 근현대사를 지나면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장애를 비효율적인 존재로 인식하였다. 소설 『검은 입 흰 귀 』는 그 때 당시,우리가 잊고 잇었던 그 시절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검은 입은 벙어리, 흰 귀는 귀머거리를 의미한다 책에 등장하는 또다른 인물,육손이가 등장한다. 그들을 본다면, 우리는 이름보다, 장애를 먼저 언급한다. 곱게 말하지 않는다. 흰 귀라는 의미 속에서, 검은 입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 사회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고, 유령으로 취급하였다. 결국 그들이 서로의 장애를 이용하여, 어떤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이야기, 작가의 의도가 분명하게 나오고 있었다. 불편하고, 말하지 않으려 했던 것, 오래 된 것처럼 보이지만, 길어야 40년 전 우리의 자화상을 언급하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더 있다는 이유로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그들의 삶은 결국 불행했다. 남자에 대해서, 여자에 대해서, 우리가 보는 시선은 차별 그 자체였다고 본다.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그로 인해서 살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그들은 그것조차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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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 백조 소설선 2
유응오 지음 / 백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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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혁은 이현상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를 떠올렸다.

이현상의 상의 주머니에서 염주가 나왔을 때 차일혁은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목에 걸면 배꼽까지 내려올 길이 108주였다. 차일혁은 108주를 한 알씩 돌려봤다. 손가락 끝에 진득한 게 느껴졌다. 피가 묻은 것이었다. 차일혁은 108주를 자신의 군복 바지에 문지른 뒤 두 손으로 고이 받쳐 들었다. (-11-)

원경 스님은 비비안나가 말하는 아버지와 닮았다는 눈언저리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비비안나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원경이라는 이름은 뜻이 있는 거야? 본명은 병삼이라면서,"

"원경은 법명예요. 러시아 정교나 가톨릭으로 치면 세례명과 같은 겁니다. 원경 圓鏡 의 뜻은 '둥근 거울'입니다. 삼라만상을 모두 담ㅇ늘 수 있는 마음의 거울을 지니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제가 태어난 곳,그러니까 ,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난 곳이 청주인데, 청주의 옛 이름이 원경예요." (-50-)

원각사에는 빨치산 토벌 작전 중 죽은 인연 있는 영령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 차일혁이 지휘한 작전에서 죽은 부하들의 위패를 차례대로 안치했던 것이다. 무주 구천동 전투에서 이영희 부대에서 참패한 후 차일혁은 천도재를 지내다가 자신의 연락병이었던 유병수의 위패를 보고서 오열을 터트렸다. 유명수는 여러 차례 차일혁의 목숨을 주해 준 적이 있었다. 재를 마친 뒤 현담스님은 말없이 차일혁의 손을 잡아주었다. (-154-)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넋은 적의 敵意 의 넋이었다. 적의로 가득 찬 사람의 마음이 적의의 넋을 만들고 있었다. 적의의 넋들은 온몸의 살점이 베어질지라도 칼날로 이뤄진 숲을 지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온몸이 뼈가 녹을지라도 벌건 쇳물의 강을 건너는 것을 멈추지 않고, 온몸의 피가 마를지라도 태양이 이글거리고 모래바람이 휘모아치는 사고 砂丘 를 오르는 것을 멈추지 않고, 온몸이 푸른색으로 변하고 혓바닥이 얼어붙을지라도 빙하 氷下 의 협곡을 헤매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을 불태우고 주변을 불태우고 세상의 모든 것을 불태울 때까지. (-205-)

소설가 유응호의 『염주』는 빨갱이,.좌파, 빨치산, 지리산 토벌대,남부군에 대해 나오고 있었다. 1948년 당시 대한민국은 매우 혼란스러운 시점이었고, 박헌영은 월북 후, 사형에 처하게 된다. 빨갱이가 말하던 박헌영의 아들은 소설 『염주』 에 등장하는 원경 스님이다. 자신의 본명을 버리고, 속세에서 벗어나 자신을 철저히 숨기게 된다. 즉 모나지 않게 살아가며, 잘 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딱 중간에 놓여진다.

이 소설을 읽으면, 실제 존재했던 근현대사에 현존했던 인물을 등장하고 있었다. 이름이 있지만, 이름 없이 살아간다는 것, 세상이 나를 철저하게 알지 못한 채, 숨만 붙어 있는 상황 그 자체였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북한에, 자신은 남한에 살지만, 국민으로서 기본 적인 권리나 의무가 주어지지 않았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소설의 핵심이며, 대한민국 사회에서, 국가보안법이 있기 때문에, 원경 스님은 자신 뿐만 아니라, 부모에 대해서,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일평생 사고 치지 않고 살아가면서, 실수 하지 않으면서, 조용하게 살아가되 항상 세상에 대한 적의를 품고 있었다. 또다른 주인공 토벌대 대장 차일혁 서장, 그리고 박병삼이자 원경스님으로 살아가는 또다른 인물이 걸어온 인생 발자취, 이현상 체포작전 뿐만 아니라, 지리산 원혼 위령제까지, 우리의 근현대사 곳곳을 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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