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꾼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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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은 방통의 놀라운 재주를 익히 알고 있었다. 수경선생 사마휘가 방통과 자신을 비슷하게 평한 것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만약 주유가 죽고 난 지금 손권이 방통을 중용한다면 제갈량으로서는 자신과 막상막하의 적수가 생기는 셈이었다. 방통은 주유보다 훨씬 대적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그래서 마음이 불안해진 제갈량은 직접 방통의 상황을 확인하러 강동에 온 것이다. (-14-)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오만함은 독이다. 무소불위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거나 무시했을 때 나오는 독성강한 이기심이다. 배려하는 마음을 짓밟고 오로지 자기주장만 내세우게 된다. 반대 의견이 없다고 상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상대의 의견을 들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28-)

유비도 마찬가지이다. 형제들의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전에 없이 단호한 면모를 보였다. 사람들은 언제나 부드럽고 소극적이던 유비가 이토록 미친 듯이 복수에 집착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손권은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일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유비가 조금 일찍 이토록 '피 끓는' 모습을 보였다면 일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잘못 건드리면 피 본다는 사실을 알고 알아서 몸을 사렸을 테니 말이다. (-92-)

제갈량은 그 누구보다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조조처럼 나라를 어지럽힌 역적으로 손가락질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반드시 광명정대하고 엄숙하게 '출사표'라는 형식이 필요했다. 유선으로부터 이번 출병에 대한 형식상의 동의를 받는 것이다. (-166-)

제갈량은 죽으면서까지 이런 놀라운 전적을 남기고 떠났다. 사륜거에 앉은 사람은 제갈량이 아니라 그의 모습을 본떠 깎은 목상일 뿐이었다. 이리하여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쫓았다' 라는 고사가 생겨났다.

목상 하나가 이렇게 신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사마의같이 노련하고 교활한 늙은 여우도 혼비백산해 도망필 만큼 대단한 것이었을까?

이는 제갈량이 평생 먼 앞날을 내다보며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워왔던 덕분이다. 제갈량이 평생 한 일이라고는 단 하나다. 시종일관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한 것뿐이다. 이는 제갈량이 가용성 추단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직관적이고 생생하고 구체적인 도구 또는 운반체가 지닌 설득력과 영향력은 천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287-)

춘추전국 시대를 난세라 부른다. 수많은 나라가 생겨나고 사라진 그 시대에 백성은 궁핍한 삶을 살아가야 했다. 결국 촉나라의 제갈량과 같은 지략가가 난세를 견디는 와중에, 스스로 위대함을 보여주는 지략가가 탄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지게 된다. 여기서 봉추 방통이 있으며, 지배욕이 강한 제갈량을 누운 용, 와룡이라 불린다. 그때 당시로 돌아가면, 봉추가 제갈량보다 일찍 죽었기에 그를 중용할 수 없었고, 제갈량이 더 두각을 보여준 결정적인 이유였다.

제갈량은 사람을 쓸 줄 알았다. 그리고, 환경에 맞게 자신을 바꿔 나갔다. 이후 그가 보여준 여러가지 모습들은 어떤 상황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하나의 표본이 되고 있었다. 오만해야 할 때, 어떻게 오만해야 하는지 보여주었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그가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의 삶에 회자될 수 있었던 이유, 제갈량을 높이 사는 이유 또한 그런 연유이다. 위기에서, 자신이 죽어 가는 와중에 사마의를 속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신중함과 완벽함에 있으며, 불리한 상황을 유리한 상황으로 국면전환을 꾀할 수 있는 방법을 이해했다. 그리고 어떤 장수를 쓸 때, 여러차례 풀어 주었다 ,놓아주었던 이유도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기 위함이었으며, 충성과 의리는 그냥 생겨나는 것은 이니다. 삼국지에서, 초한지에서, 우리가 그 때 당시의 지혜와 처세를 배우려 하는 이유가 그러하다. 설득과 처세가 필요한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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