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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읽어주는 여자 - 공간 디자이너의 달콤쌉싸름한 세계 도시 탐험기
이다교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3월
평점 :
내부 공간은 여러 개의 계단과 통로, 브리비로 연결되어 있다. 기울어진 벽과 바닥, 불규칙한 창들이 자유로워 보이면서도 산만함이 불편하게 전달된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감정은 건축가가 의도한 미묘한 떨림일 것이다. 길 위에는 세 갈래의 복도가 펼쳐져 있다. '죽음의 선, 생존의 선, 영속의 선'이다. 전쟁 당시 유대인이 느끼던 죽음의 공포와 생존을 향한 간절한 마음, 그리고 그 잔혹한 순간이 느껴진다. 어두운 길을 따라 무거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양 갈래로 전시된 죽음과 생존의 복도를 지나면 영속의 길이 나온다. 사선의 유리창을 통해 눈부신 빛이 강렬하게 들어온다. (-50-)
한참을 걸으니 배가 고파온다. 어느 한적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갑자기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샤르벨, 파밀라를 소개한다. 미술관 큐레이터다.유머러스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한 여장부다.마당발인 그는 오늘도 또 한 명의 친구를 소개해 주었다. 우리는 함께 오이스터를 주문했다. 파리의 싱싱한 오이스터에 레몬즙을 살짝 뿌려 먹는 그 맛은 정말 일품이다. 혀끝으로 전해지는 짭조름한 소금기가 코를 타고 향을 내뿜는다. (-147-)
좌측 기둥에는 금으로 장식되었던 작은 흔적이 남아 화려했던 무굴제국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드문드문 넓게 퍼져 있는 건물을 찾아 랑마할(Rang Mahal) 이라는 왕비의 방으로 향했다. 작은 연못과 벌집 모양의 망사형 격자 창문을 포함해 모든 것이 대리석으로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다. 당시 석공들의 기술이 얼마나 정교하고 뛰어났는지 미켈란젤로와 로댕엣게 묻고 싶을 정도다. (-196-)
하루에도 수없이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호수가 이상하리만큼 차분하다.우아하고 매혹적이다. 다채로운 표정을 가진 호수는 내가 닮고 싶은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려주고 있었다. 이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도시의 매력에 빠져버린 나는 떠나기 아쉬워 계획보다 이틀을 더 머물렀다. 하필 신혼 여행지에서 혼자.... (-243-)
1995년에 개봉한 영화 <레옹>에서 마틸다가 복도에서 레옹과 만나는 장면은 아름다운 계단의 중첩과 검은색의 디테일한 꽃무늬 난간을 볼 수 있다. 1986년 영화 <시드와 낸시> 는 섹스 피스톨즈라는 밴드의 베이시스트 시드 비셔스와 그의 연인 낸시 로라 스펀겐에 대한 실화 영화다. 언제나 담배와 마약, 술에 취해 있는 커플의 마지막은 처참했다. 약에 취해 자해하는 시드가 낸시의 복부를 찔러 낸시는 사망하고, 약 기운에 기억을 잃은 시드는 경찰서로 이송된다. 감옥 생활을 한 시드는 석방 후에도 약물과다로 사망한다. 이 영화의 실제 사건은 첼시 호텔에서 일어났다.(-286-)
이곳은 모든 벽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맨해튼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공간이다. 처음에는 벽이 모두 막혀 있고, 아무도 임대하지 않아 창고로 쓰던 버려진 공간이었단다. 그 벽을 모두 없애고 맨해튼의 마천루를 들길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해 고급레스토랑으로 기획한 것이다. 사장님 친동생분의 아이디어라고 하셨다. 대단한 분인 듯. 어떤 분일까? 궁금하다. (-331-)
작가 이다교는 공간디자이너였다. 스물 세살 첫 직장을 시작으로 자신의 어릴 적 공간디자이어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이룬 케이스다. 반지하 서울 살이에서 벗어나 파리지앵,뉴요커로 살아가면서, 15개국 45개 도시를 체험하고, 느끼고, 경험했다. 파리의 한 건축사 사무소에 일하였고, 2년 동안 다이나믹한 뉴요커로 살면서, 공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디자인으로 승화시키면서,. 지금은 디자인 스튜디오 <플랫아이디>와 <이다교 공간연구소> 를 운영하고 있다.비어 있는 공간은 공간디자이너에 의해 밋밋한 공간을 다채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요즘 놓치지 않고 있었던 유튜브 「셜록 현준」이 있다. 건축에 대해 지식이 전무하였던 나에게, 건축사 유현준 유투브를 통해서, 건축에 대한 소양,공간에 대한 이해, 건축 도면은 어떻게 쓰여지는지 지식을 얻었고, 공간에 창의성,디자인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느 정도 간파할 수 있었다. 책 『공간 읽어주는 여자』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그래서다. 특히 건축에 공간 창출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공간에 대해서, 힐링의 공간이 될 수 있고, 위로의 공간이 되거나,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의 윤활요 역할을 도모하면서, 기쁨과 행복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거대한 마천루에 올라가면서, 밑을 내려다 볼 때 느끼는 확 트인 시야는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다. 특히 이 책에는 공간에 예술과 문화를 담고 있으며, 공간디자이너의 매력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 알게 된다. 파리가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공간, 뉴욕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실험 공간, 상하이가 가지고 있는 공간은 큰 차이가 있다. 45개 도시를 누비면서, 저자는 그 공간이 가지는 개성과 창의성을 높이 사고 있다. 느낌과 감성으로 채워지는 공간은 사람에게 심미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새로운 건축양식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그리고 보고, 듣고,느끼고, 눈을 만족시켰던 공간을 대한민국의 공간으로 연결하고자 하여서,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