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현재다
안원근 지음 / 문이당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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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들은 널평상에서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와 최희준의 <하숙생>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을 큰 몸동작으로 손뻑을 치거나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술상을 두드리며 이어서 부르다가 다시 술잔을 서로서로 마주쳤다.

오색 약수터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여러 가지 형태의 생각들이 밤이 늦어질수록 인생의 깊은 의미를 술잔에 그러모아, 힘껏 술잔을 부딪치몀서 세속의 찌꺼기들을 말끔히 털어내었다. (-48-)



손바닥만 한 방에서 생활하는 관사 선생님들이 출근하였기 때문에 하성미는 혼자 남아 있을 터였다. 기혼인 선생님들은 살붙이가 딸려 있어서 그나마 방이 두개인 데 비해서, 처녀 선생님들의 관사 방은 코딱지 만 한 방 딱 한개라고 했다.어쨋든 서상록은 관사에 혼자 남아서 아파하고 있을 하성미가 기거하고 있는 관사, 수돗가 쪽을 쳐다보면서 남몰래 애를 태웠다. (-106-)



그들은 서로서로 빌붙고 각자 기생하면서 아부, 아첨하는 천박한 권력으로 부상할 것임은 확실했다. 그들 역시 국가나 사회를 자신들의 힘으로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강한 자긍심에 찬 무리들임을 자랑삼아 우쭐거릴 것이다. 또한, 그들은 교묘한 언술과 해괴망측한 논설로 보통 사람들의 사고 작용을 마취시키면서 그들이 원하는 혁명 세사으로 변모시켜 나아가리라는 사실도 명백해 보였다. (-154-)



시민의 슬픈 부상은 자유였고. 시민의 비통한 주검은 평화였다.

시민의 괴로운 부상은 용서였고, 시민의 서러운 주검은 화해였다.

시민의 마음 아픈 부상은 진실이었고, 시민의 억울한 주검은 순수였다.

시민의 쓰린 부상은 용서였고, 시민의 분한 주검은 관용이었다.

시민의 애처로운 부상은 악수였고, 시민의 가여운 주검은 포용이었다. (-194-)



소설 『광주는 현재다』의 앞부분은 1909년 에 일어난 안중근 하얼빈 역 거사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조선이 1905년 을사늑약으로 국권을 상실하고, 일제치하로 들어서기 전, 안중근의사는 하얼빈역에서,이토 히로부미르 암살하였다. 그리고 70년이 지나,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는 유신헌법으로 종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사살했다.



1980년 5월, 우리에게 아픈 역사가 존재한다. 40여 년이 지난 역사임에도, 우리에게 큰 아픔으로 남아 있다. 소설 『광주는 현재다』은 광주이야기와 소설 속 주인공의 삶을 엮어놓았다.시골의 정취가 남아 있었으며, 서상록 선생님과 하성미 선생님은 설악산 오색약수터에서, 서로 마음을 나누었다. 마담이 있었고, 다방이 있었으며, 복덕방이 존재했던 그 시절, 광주에 비극이 발생하였지만, 광주 밖 강원도 산골에는 그 광주의 비극 소식을 알 수 없었다.



면 소재지 하숙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통근하였던 서상록 선생님의 일상은 학생과 아이들,그리고 학부모가 밀접하였다. 하성미 선생님은 처녀였다. 학교 관사에 살고 있었으며, 아이들이 굶고 다니는 걸 놓치지 않았다. 따스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챙기는 하성미 선생님의 성정에 서상록 선생님의 마음이 끌리게 된다.



소설 『광주는 현재다』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주인공 의 삶과 엮어 놓고 있었다.이 소설에서 광주에서 일어난 광주 시민들의 주검과 비극보다 더 눈여겨 보았던 건, 시골 정취의 모습과 , 서상록, 하성미 ,두 주인공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KTX 속도에 맞춰 가는 21세기 현대사회에서, 통일호,비둘기 의 속도에 맞춰서 살아가는 하성미, 서상록 선생님의 삶을 보면서, 빠름에 취해 사는 우리에게 이젠 비둘기호 속도에 맞춰서 살아간다면,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돌아볼 수 있고, 건강한 사회,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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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눈물 10대를 위한 세상 제대로 알기 5
오애리.김보미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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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같은 물줄기를 등에서 뿜어내고 수면 위로 높이 뛰어올랐다가 다시 저 깊이 잠수하는 고래. 넓은 바닷 속을 누비다 슬며시 다가와 물에서 머리만 빼꼼히 내밀며 인사하는 돌고래. 고래와 돌고래 하면 떠오르는 모습들입니다. 바다 생물 가운데 이만큼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물이 있을까요? (-15-0)



1980년대에 상업적 포경은 금지됐지만 90여종의 고래 가운데 여전히 20종 이상의 고래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어요. 70년 전 21만 마리가 살았던 대왕고래는 6000마리도 남지 안았다고 해요. (-28-)



바다에 쏟아진 기름은 물 위를 떠다니다가 플랑크톤, 조개, 바닷새, 고래로 연결되는 먹이사슬 순서대로 동물들의 몸속에 축적됩니다. 세계 바다를 누비는 선박에는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한 평형수가 실려 있어요. 다른 지역의 물질과 생물이 물에 담겨 먼 거리를 이동해 쏟아져 나오면 기존 생태계를 깨뜨리는 침입자가 되기도 합니다. (-54-)



산성화된 바닷물에 가장 많은 영햐을 받은 산호초는 이미 사라지고 있습니다. '바다의 열대우림'이라 불리느 산호초는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생테계를 구성하는 지형입니다. 산호초 군락의 면적은 전 세계 해양의 0.1퍼센트 수준에 불과하지만, 해양 생물의 25퍼센트에가 의존해 살고 있어요. (-89-)



시셰퍼드의 모토는 깃발에 있느 지팡이와 삼지창에서 알수 있듯이 '공격정 비폭력성'이에요. 모순되는 말이긴 하지만, 직접적이고 공격적으로 바다를 지키되 사람의 목숨을 해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인 듯 합니다. (-240-)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 만리포 앞바다에서, 모 기의 해상 크레인을 실은 배가 대형 유조선과 충돌하고, 막대한 양의 기름띠가 새해 앞바다를 오염시켰다. 바닷새가 기름띠에 묻어서, 죽어가는 모습이 기억난다.대한민국 국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서해안 태안 앞바다에 투입되어서,기름띠르 손수 제거한 바 있다. 인간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배출하며, 바다 해양 생테계를 오염시키고 있으며, 바닷가에는 해양 환류의 흐름에 다라 네곳에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존재한다.



책 『고래의 눈물』고래와 환경 문제를 연결한다. 1960년대만 해도, 고래 포경을 허용했으며, 고래르 잡아서, 기름과 가족,고기를 얻었다. 하지만 서서히 고래가 사라지고,멸종 단계에 이른 상태다. 육지에서, 잡으면 버릴 것 없는 소가 있다면, 바닷가에는 고래가 있다. 한 마리 잡으면, 떼 돈을 벌 수 있고, 하나도 버리지 않을 정도로 고래와 소는 매우 소중한 생명체다. 문제는 그린피스, 시셰퍼드의 바다 해양 생테계 보호 운동에도 불구하고,여전히 바닷가 고래를 잡으려는 나라가 존재하고 있으며,대표적인 나라로, 전통적으로 포경선이 있고, 고래잡이를 해왔던 일본이다.



한국은 포경을 원칙으로 금지하는 나라다. 해안가에서 고래를 불법으로 잡다가 걸리면,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단, 의도치 않게 잡힌 고래는 해양 경찰이나, 관련 기관에 신고 후 고래를 잡아서, 고래를 직접 해체할 수 있다. 왜 저자는 고래와 환경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인가, 바로 아이들에게 고래는 친근한 바다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아쿠아리움에 고래가 들어갈 수 있는 수족관이 있고, 훈련사에 의해 훈련되어, 묘기를 부리는 돌고래도 존재한다. 즉 해양생테계가 서서히 무너진다면, 고래도 멸종할 것이고, 돌고래도 사라질 것이다. 10대 청소년이 성인이 되어서, 자녀르 키울때면, 고래를 볼 수 없는 세상이 눈앞에 나타날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고 있다. 환경 보호의 목적은 고래나 해양 생테계가 무너지면,그 피해가 인간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이다. 인간의 식탁이 위태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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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에게 그래픽 노블 1
이루리 지음, 모지애 그림 / 이루리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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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한다,. 그 일이 돌이킬 수 없고, 회복될 수 없는 일이 될 수 있고, 큰 상처와 아픔, 고통과 슬픔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후회,죄책감, 자괴감, 우울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다. 인간이 마지막 수단으로 극단적인 선택를 하는 것은 마음의 병을 스스로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림책 『지구인에게』은 작가 이루리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1980년, 5월 세상을 떠난 작은 형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국민학교 5학년때를 기억하면서, 그린 그림책이다.




전반적으로 어두컴컴하고, 어두운 색으로 채워진다. 마치 산과 악, 악마와 천사를 연상하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 지구로 내려온 불빛은 어떤 형상이 되었고, 그 형상이 아버지의 등에 올라타 있는 괴물이 되었다. 자신이 보았던 그 괴물을 작은 형도 보았다.



그 괴물은 학교에 선생님과 아이들의 등과 가슴에도 존재했고, 길을 걸어도, 텔레비전을 봐도, 언제 ,어디서든 존재했다. 자신은 보았지만, 작은 형을 제외하고, 디른 이들은 그 괴물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 괴물의 형태조차도,존재감조차도 볼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었고, 가두어 놓고 말았다.





세 가지 도구, 불, 새총, 포획으로 괴물을 없애고자 하였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갖은 애를 써봐도 괴물은 떨어지지 않았으며, 온몸을 휘감아 놓고 말았다.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실패하였고, 작은 형을 삼키고 만다. 그리고 괴물은 사라지고 있었다. 이 그림책은 어쩌면 소중한 가족을 잃어버리고, 그리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이 어떻게 공감하고,이해하며 ,견디며 살아야 하는지, 말해주는 듯하다. 어떤 상황을 나만이 알고 있고,다른 사람은 모른다는 것은 매우 슬프고,외롭고,고독한 일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비극,그 비극이 나의 인생을 바꿔 놓았고, 내 생각과 가치관, 느낌과 행동에 변화를 가져 온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후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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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를 늦추는 보고서 - 질병과 나이에 대한 통념을 바꾼 거장의 45년 연구
엘렌 랭어 지음, 신솔잎 옮김 / 프런티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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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에서는 껌을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는 힐을 신는 것이. 베네치아에서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독일에서는 아우토반을 탄 차에 기름이 떨어지는 게 불법이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경우는 폴란드다. 폴란드에서는 놀이터와 학교에서 곰돌이 푸를 마스코트로 삼는 것이 불법이다. 그 이유는 푸가 바지를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30-)



나는 상대를 가혹하게 비판하거나 당사자가 변화를 원하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상대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또한 잘 속아 넘어가는 태도를 고칧 수도 있겠지만, 타인을 장 신뢰하는 내 모습을 가치 있게 여기는 만큼 변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처럼 말이다. (-97-)



레벨 1-2-3 사고는 다양한 관점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를 가두는 마인드셋을 변화시키도록 해준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의식을 기울이고 있는지 그 단계를 보여준다. 레벨 1은 순수하게 대상을 바라보고 우리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아는 상태다. 레벨 2는 우리가 이성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하고 대체로 이해하는 바에 확신을 가진 상태다. 마지막으로 레벨 3은 의식을 기울이고 다양한 관점을 적용하는 상태다. (-153-)



내 생각이 옳다며, 그러니까 대다수 사람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정신이 마음에 큰 통제력을 미친다면, 좋지 않은 건강상태와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본인의 잘못으로 그리되었다는 의미일까?물론 아니다. 우리가 태어난 문화에서 정신과 몸은 별개의 독립체라고 줄곧 가르침을 받은 이상,이 둘이 서로 다르다고 믿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225-)



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마음 챙김이 유발되기 쉬운 장소가 따로 있을까? 조경이 아름다운 녹지 공간이나 멋진 음악을 듣는 콘서트홀, 성스러운 공간에서 이런 효과를 개인적으로 결험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움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이런 장소에는 우리의 마음챙김 수준을 높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아니면 우리가 의식해야 하는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에 집중하는 것일까? (-293-)



엘렌 랭어 가 쓴 저서로 『마음챙김』,『늙는다는 착각』 이외에, 『마음의 시계』 ,『알아차림의 미학』 이 있다. 그의 신간 『노화를 늦추는 보고서』은 앞서서 출간된 책들의 연장선에 놓여지고 있으며, 마음챙김과 마인드풀니스, 긍정적 마인드셋과 부정적 마인드셋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일상 속에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자 보고서이기도 하다.



인간은 왜 나이가 먹고,노화를 체험하는가,그건 스스로 몸과 마음을 챙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음 결핍상태에서, 무리한 욕심과 걱정 근심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은 결국 스스로 아픔과 고통에서,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예측, 완벽함, 추론, 통제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이 번번히 나의 인생 시나리오에 벗어날 수 있고,나 자신의 마음이 서서히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스스로 마음을 돌보고, 내면을 돌아보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생각만 하고,행동하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일상 속 불확실성,자기 혐오에 빠져들어감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일을 잊어버리는 상황에서 정서적 통제력이 깨지고, 스트레스, 후회하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서,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지면, 갑작스러운 노화가 찾아오고, 예고되지 않는 질병이 찾아올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자신이 만든 규칙을 스스로 깨트릴수 있어야 한다. 행동,감정, 느낌을 탈피할 수 있다면, 새로운 마인드셋을 추구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으며,예측한대로,마음먹은대로 살아갈 수 있고,여유로은 마인드셋, 풍요로운 마인드셋을 장착할 수 있다. 결국 똑같은 상황이나 조건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불안하며 안절부절하고, 어떤 이는 담담하게 문제를 해결하는데 신경쓴다. 사람마다 다른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내면 속에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서 인생과 마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행복하고자 한다면 행복한 규칙을 만들어서, 지켜 나가며, 균형잡힌 운동과,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명상과 요가가 병행되어야 자신의 몸과 마음이 일치되는 평온한 상태, 심신일체의 경지에 오를 수 있고, 여유롭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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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스트리트
제니 잭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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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의 집에 있는 방 하나는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입구였고, 그 차원은 1997년 이었다. 이 방에서 사샤는 파란 플라스틱 껍질에 싸여 있는 달걀 모양의 아이맥 컴퓨터, 딱딱한 종이로 만들어진 리프트 티켓이 지퍼에 잔뜩 매달려 있는 스키 재킷, 무더기로 쌓여 있는 쭈글쭈글한 비행기 탑승권,그리고 서랍 안쪽에 숨겨진 가느다란 담배 파이프와 낡은 노란색 라이터를 발견했다. 사샤가 남편에게 시누이의 고등학교 시절 잡동사니들을 상자에 넣어 치워버리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남편은 눈알을 굴리며 기다리라고 했다.

"시간이 되면 알아서 챙겨 가겠지." (-15-)



김 가와 스톡턴 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김순자와 김영호는 1960년대 후반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했고, 스톡턴 가는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건너왔다. 김씨 부부는 빈손으로 와서 자수성가했다. 영호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약사로 성공했고, 달리의 아버지는 자기 아버지의 재산과 사업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김씨 부부는 허심탄회하고 다정하며 실리적이었다. 결혼 후 순자와 영호가 달리에게 자신들을 이름으로만 부르라고 했을 때 달리는 망설였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친구들을 부를 때면 그들의 성에 꼬박 미스터 혹은 미세스르 붙였다. (-58-)



조지애나가 아는 그들은 좋은 사람이었다. 리나와 크리스틴은 그녀를 위해서라면 길바닥에 드러눕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친구였다. 그들은 민주당에 투표했고 가족계획연맹에 기부금을 냈으며, 박물관 회원권을 갖고 있었다. 그들의 가족은 이런저런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고, 자선행사에 참석하고, 팁을 후하게 주었다. (-134-)



브래디가 죽었다. 그의 몸, 주근깨투성이의 등, 잘 때 발목을 꽉 움켜쥐었던 발가락들 전부 조지애나가 한 번도 본 적 없고 앞으로도 가지 않을 어딘가에서 잿더미가 되어벌였다. 다시는 그를 안지 못하리라. 그의 얼굴을 보지도, 그의 입에 키스하지도, 심지어 그녀가 그토록 열렬히 숭배했던 몸을 바라보면 애도하지도 못하라. 그녀는 어린 시절 집의 돌계단을 휘청휘청 오라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199-)



사샤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예전에 사샤의 형제들이 낚시하러 나갔다가 세 시간 늦게 돌아왔을 때 어머니가 노를 선창 밖으로 던져 버린 적이 있기 때문에 다들 어머니의 협박을 건성으로 듣지 않았다. (-276-)



달리는 돈을 가진 사람들의 한 가지 성향을 알아챘다. 그들은 대단한 결속력으로 똘똘 뭉친다. 타고나기를 천박하거나 물질주의자거나 속물이라서가 아니었다. 물론 그런 면도 있기는 했지만, 그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진짜 이유는 돈이 그들을 마우 걱정없이 주말에 친구를 버뮤다 제도에 초대하고, 아무 걱정 없이 몬트리올 항공편을 구하고, 아무 걱정 없이 차를 대여하고 비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재킷에 넥타이 차림으로 클럽에 갔다. 그들의 친구들도 같은 수준으로 빚없이 살아가고 있을 터였고 그들끼리는 돈을 대신 내주거나 턱시도를 빌려주겠다고 제안하는 것도 ,금요일에 급료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전혀 거북한 일이 아니었다. (-330-)



작가 제니 잭슨이 사는 곳은 브루클린 하이츠이며, 소설 『파인애플 스트리트』의 배경 또한 브루클린이다. 대한민국의 부촌이 'OO동','OO 아파트' 로 대표한다면, 미국의 부촌은 '파인애플 스트리트' 및 'OO 스트레트'거리로 대표하며,도로를 가로질러서, 부자와 빈자로 구분하고 있다. 도로를 중심으로 정책이나, 정치인들이 달라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소설을 이해하기 전, '파인애플 스트리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소설 주인공은 사샤 로시다. 그녀는 스톡턴 가(家) 에 코드 스톡턴에게 시집갔으며, 스톡턴가의 시아버지,시어머니 칩과 틸타는 새로우 대저택으로 이사감으로서, 각자 세대가 분리되었다. 부동산 사업으로 돈을 벌었던 스톡턴 가(家)의 대저택은 내 상상을 뛰어 넘는다. 1997년 과거에 머물러 있었으며, 버리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시누이의 짐을 빨리 치우고 싶었던 사샤 로시는 남편이 협조하지 않아서, 실행으로 옮길 수 없다.



스톡턴 가는 장남 달리, 차남 코드, 막내 조지애나가 있다.이 세사람의 행동,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을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 부자들의 사고방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21세기판 상류층의 삶을 그린 ‘베버리힐즈의 아이들'을 연상하고 있으며, 막내 조지애나는 비영리기관에서 일하고 있지만, 돈에 대한 개념없이 살아가고 있으며,유부남과 사귀면서 자유분방한 삶을 누리고 있다.



사샤가 걱정하는 일상과 조지애나가 걱정하는 잉상은 너무나 차이가 났다. 사샤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조지애나는 쉽게 해결하지 못한다. 돈과 관련된 문제들은 조지애나가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반면, 사샤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돈 문제에 있어서,계획적인 사샤와 그렇지 못한 조지애나의 일상,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1995년 재벌 3세 정용진에게 결혼했지만, 8년 뒤 이혼했던 미스코리아 고현정이 생각난다. 사샤는 스톡턴 가에 들어왔지만, 혼자 무인도 위에 살고 잇는 기분이 들었고, 그들에게 도리어 꽃뱀 취급 당하고 있었다. 정작 꽃뱀은 사샤가 아닌, 조지애나라 말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 언론에서,재벌가들이 저지르는 부정 부패가 발생할 때,미국 상류층을 본받아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으며,빌게이츠처럼 초상류층의 기부해위를 대한민국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상류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정신 말이다. 하지만, 그들도 속물적이며, 사회에 기부하고,자선행위를 하는 것 또한 의도적이며, 목적을 분명하다.그들은 사회에 자신이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기부하는게 아니었다.부자가 되어서, 가난한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면서,자칫 묙먹을 수 있는 상황에서, 모면할 수 있는 길은 노동보다 돈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김씨 부부의 삶을 동경한다. 조지애나의 사고방식을 보면, 그녀의 행동 하나 하나를 본다면, 사샤에게 돈은 선택과 결정을 확항하게 해주는 인생의 약이 되지만, 스톡턴 가 차녀 조지애나에게 돈은 자신에게 세상의 모든 이에 대해 무임승차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인생의 독으로 작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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