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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현재다
안원근 지음 / 문이당 / 2024년 7월
평점 :

교직원들은 널평상에서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와 최희준의 <하숙생>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을 큰 몸동작으로 손뻑을 치거나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술상을 두드리며 이어서 부르다가 다시 술잔을 서로서로 마주쳤다.
오색 약수터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여러 가지 형태의 생각들이 밤이 늦어질수록 인생의 깊은 의미를 술잔에 그러모아, 힘껏 술잔을 부딪치몀서 세속의 찌꺼기들을 말끔히 털어내었다. (-48-)
손바닥만 한 방에서 생활하는 관사 선생님들이 출근하였기 때문에 하성미는 혼자 남아 있을 터였다. 기혼인 선생님들은 살붙이가 딸려 있어서 그나마 방이 두개인 데 비해서, 처녀 선생님들의 관사 방은 코딱지 만 한 방 딱 한개라고 했다.어쨋든 서상록은 관사에 혼자 남아서 아파하고 있을 하성미가 기거하고 있는 관사, 수돗가 쪽을 쳐다보면서 남몰래 애를 태웠다. (-106-)
그들은 서로서로 빌붙고 각자 기생하면서 아부, 아첨하는 천박한 권력으로 부상할 것임은 확실했다. 그들 역시 국가나 사회를 자신들의 힘으로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강한 자긍심에 찬 무리들임을 자랑삼아 우쭐거릴 것이다. 또한, 그들은 교묘한 언술과 해괴망측한 논설로 보통 사람들의 사고 작용을 마취시키면서 그들이 원하는 혁명 세사으로 변모시켜 나아가리라는 사실도 명백해 보였다. (-154-)
시민의 슬픈 부상은 자유였고. 시민의 비통한 주검은 평화였다.
시민의 괴로운 부상은 용서였고, 시민의 서러운 주검은 화해였다.
시민의 마음 아픈 부상은 진실이었고, 시민의 억울한 주검은 순수였다.
시민의 쓰린 부상은 용서였고, 시민의 분한 주검은 관용이었다.
시민의 애처로운 부상은 악수였고, 시민의 가여운 주검은 포용이었다. (-194-)
소설 『광주는 현재다』의 앞부분은 1909년 에 일어난 안중근 하얼빈 역 거사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조선이 1905년 을사늑약으로 국권을 상실하고, 일제치하로 들어서기 전, 안중근의사는 하얼빈역에서,이토 히로부미르 암살하였다. 그리고 70년이 지나,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는 유신헌법으로 종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사살했다.
1980년 5월, 우리에게 아픈 역사가 존재한다. 40여 년이 지난 역사임에도, 우리에게 큰 아픔으로 남아 있다. 소설 『광주는 현재다』은 광주이야기와 소설 속 주인공의 삶을 엮어놓았다.시골의 정취가 남아 있었으며, 서상록 선생님과 하성미 선생님은 설악산 오색약수터에서, 서로 마음을 나누었다. 마담이 있었고, 다방이 있었으며, 복덕방이 존재했던 그 시절, 광주에 비극이 발생하였지만, 광주 밖 강원도 산골에는 그 광주의 비극 소식을 알 수 없었다.
면 소재지 하숙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통근하였던 서상록 선생님의 일상은 학생과 아이들,그리고 학부모가 밀접하였다. 하성미 선생님은 처녀였다. 학교 관사에 살고 있었으며, 아이들이 굶고 다니는 걸 놓치지 않았다. 따스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챙기는 하성미 선생님의 성정에 서상록 선생님의 마음이 끌리게 된다.
소설 『광주는 현재다』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주인공 의 삶과 엮어 놓고 있었다.이 소설에서 광주에서 일어난 광주 시민들의 주검과 비극보다 더 눈여겨 보았던 건, 시골 정취의 모습과 , 서상록, 하성미 ,두 주인공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KTX 속도에 맞춰 가는 21세기 현대사회에서, 통일호,비둘기 의 속도에 맞춰서 살아가는 하성미, 서상록 선생님의 삶을 보면서, 빠름에 취해 사는 우리에게 이젠 비둘기호 속도에 맞춰서 살아간다면,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돌아볼 수 있고, 건강한 사회,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