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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캐드펠의 작은 왕국에서도 온갖 작은 작물이 풍성하게 결실을 맺었다. 허브 밭에 있는 그의 작업장에는 햇볕에 잘 마린 허브로 가득한 리넨 주머니들이 처마 밑에 주렁주렁 걸렸고, 잘 익는 포도주 항아리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으며, 선반에는 코감기에서부터 관절염, 통증, 가슴앓이에 이르기까지 겨울철에 흔히 찾아오는 질환에 잘 듣는 특효약을 담은 약병과 단지들이 그득했다. (-12-)
"하지만 로버트 부수도원장임은 아직 수도원장님이 아니잖아요! 또 정말로 수도원장님께서 그러기를 바라셨다면 평의회에서 말씀하셨을 거예요. 아니면 적어도 보좌 수사한테는 일러두셨을 테고요. 하지만 그런 얘긴 아무도 못 들었대요. 보좌 수사님 얼굴을 봤는데, 그분도 놀라시는 눈치였어요. 처음 듣는 얘기 같았어요." (-29-)
말린 허브와 꿀을 섞어 약을 달이려면 난로를 장시간 피워놓아야 했다. 그러니 조만간 찾아올 손님이 여기서 밤을 지새우게 되더라도 아침까지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터였다. 캐드펠은 서두르지 않고 허브를 빻아 가루를 낸 뒤 난롯가 시렁에 걸려 있는 꿀단지에 넣고 서서히 저었다. 과연 그가 던진 미끼를 물게 될지 확인할 순은 없었으나, 에드윈 거니에게는 당장 처해 있는 곤경에서 구해줄 친구나 보호자가 시급히 필요했다. 벨코트 가족이 소년이 숨어 있는 곳을 알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아도, 캐드펠은 의젓한 열 한 살짜리 여자아이의 행동을 보며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116-)
"만일 네가 수도원으로 끌려 오지 않고 여기 와서도 부수도원장께서 입회하지 않으셨다면, 넌 저 사람들을 끌고 다니며 바보로 만든 대가로 호되게 곤욕을 치렀을 게다." 캐드펠은 솔직하게 말을 이었다. " 로버트 부수도워장께서 사람이 좋아서는 아니고, 품위와 권위를 중시하는 분이기에 교구민에게 고문을 금하도록 해주셨다는 뜻이야." (-206-)
소설가 엘리스 피터스는 1913. 9. 28. 영국에서 태어나, 1995. 10. 14.일 사암하였으며, 버밍엄대학교 문학 명예박사 학위를 얻었다. 1962년 미국 추리작가협회 에드거 앨런 포상한 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는 21권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1990년대 영국 추리수설이자,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독특한 시대적 배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의 장편소설 대부분이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시대적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세번째 이야기 『수도사의 두건소설』는 12세기 중세 영국 웨일즈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추측할 수 있었으며, 자연 속에서 ,약초를 구해서, 가벼운 병에 걸린 이들을 집에서, 수도원에서, 치료하였다. 그 과정에서,약초의 독을 빼내거나, 열을 가하여, 약재로 바뀌는 전 과정이 소설 속에 서 중요한 단서로 언급되고 있다. 호랑이 담배 피던 그 시절의 영국 웨일즈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소설의 배경은 슈루즈베리의 수도원이다.이 곳에서, 조용하고, 평온한 삶을 살았던 그들 앞에, 브라더 휴버트 가 죽은 사건이 발생하였고, 범인을 찾기 위해서, 캐드펠 수사 가 직접 나섰다. 탐정 소설이자, 추리 소설로서,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은 12세기 웨일즈 지방의 목가적인 삶,전원적인 삶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며, 말에 의존하는 삶 속에서, 인간의 본성이 범죄 , 브라더 휴버트 의 죽음과 엮여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있으며,그 거짓 뒤에 숨겨진 음모와 갈등, 그 음모를 밝혀내기 위해서, 캐드펠 수사 가 보여주는 진실 찾기 , 통찰력과 추리력으로, 인간 사회의 선과 악의 대결 구도에서, 도덕성과 종교적 가치를 우선하는 중세 유럽사회의 여러가지 모습을 느낄 수 있으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캐드펠 수사 의 논리적인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