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모과나무를 맨 처음 심은 이는 누구였을까
오경아 지음 / 몽스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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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의 시간은 빠르고 거침없다. 엊그제까지도 보라색의 꽃을 피워주던 청아쑥부쟁이가 한 차례 서리에 풀이 죽더니, 결국 지난 밤 몰아친 영하의 추위 속에 수명을 다해 버렸다.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드는 정원의 풍경은 하루가 다르게 초록을 잃어간다. 메마르고 푸석거리고 앙상하다. (-15-)

식물들이 욕심을 버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진 걸 슬슬 버리기 시작한다. 그토록 무성했던 잎도 버리고, 열매도 가질 만큼만 남기고 떨궈낸다. 이 버림이 실은 들끓던 정원을 고요하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43-)

세익스피어의 아내인 '앤 헤스웨이'의 이름을 따서 붙인 '앤 헤스웨이 코티지 가든' 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출생지이자 매장지로 영국의 중세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스트라트퍼드 온 에이븐 외곽에 있는 이 정원은 정작 셰익스피어 생가보다 인기가 많다. (-82-)

우리의 과학은 식물의 세계를 다 알아내지도 ,거대한 지구의 생테계가 어떤 원리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헤아리지도 못하고 있다. 식물을 공부하고 알아가는 일은 이 지구에서 우리 인간이 좀 더 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일과 분명 연관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작원 정원이지만 ,수많은 식물들 속에서 나는 그 오래된 살아감의 진리를 찾아보려 애를 쓰는 중이다. (-112-)

남의 식물을 캐 가는 행위, 화분을 가져가는 행위는 엄연한 절도다. 분명히 처벌도 받는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유난히 우리나라에서 빈번하다. 그 이유를 나름 생각해 보면 ,산과 들에서 캐다 심고, 우리 집 정원에 번진 식물들을 옆집에 자연스럽게 나눠주던 풍습에 있는게 아닐까 싶다. (-164-)

그에 반해 산딸나무.이팝나무, 밤나무, 배롱나무, 침엽수처럼 여름에 꽃을 피우는 나무는 잎이 무성해진 채로 꽃을 피운다. 그래서 분명히 자연 속에서는 봄꽃보다 여름꽃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잎 속에 파묻힌 여름나무 꽃은 그리 잘 기억되지 않는다. (-220-)

책 『커다란 모과나무를 맨 처음 심은 이는 누구였을까』은 가든디자이너 오경아 작가의 식물 가드너 에세이집이다. 이 에세이에는 자연에 대해서,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관찰과 순웅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자연이 주는 이로움과 지혜와 위로를 배울 수 있다. 누구나 가까운 곳에 있는 정원이나 식물원을 찾아가는 이유로, 정원과 식물원이 주는 맑은 공기를 느끼기 위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식물을 키우거나, 나무 분재를 할 때, 자신에 대해 똥손이라 말할 때가 있다.식물을 키우는 이들,가드너들이 식물을 키울 때 흔히 하는 표현이다. 자연에 대해 모르고, 자연의 식물을 집안 정원으로 옮겨 놓을 때 생기는 보편적인 문제들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계절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고, 꽃의 아름다움과 싱그러움을 느끼는 시점도 차이가 있다.

식물과 나무에게서 배우는 것은 비움과 견딤이다. 식물이나 나무는 어느 순간 열매가 다 떨어지고,잎이 다 떨어진 채 쓸쓸한 모습 그대로, 헐벗어 버린다. 인간과 다른 비움으로 나름 생존 기술을 터득하였고,지금까지 지구 생테계의 주인으로 존재하고 있다. 식물의 강점은 시간의 견딤에 있다. 식물은 곤충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서로가 살라가는데 있어서,곤충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나름대로, 곤충의 특성에 맞게 살아가는 법을 터듣하였다. 식물은 곤충에 강한 반면, 가뭄이나 장마 ,태풍, 화재에 취약하다. 즉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변화무쌍한 자연의 무서움에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나무가 뿌리 채 뽑히고, 태풍에 휩쓸려 몸통이 반토막 나더라도, 나름 살아가는 밤법을 강구하면서, 나무가 생존기술을 터득햇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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