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필로 나눈 문단 교우록
박이도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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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가 무슨 행복이 있겠는가

이일 밖에는

친구여 이 소식마저 없거든

다시는 나를 찾지 말게나

이 시는 돌아가시기 16년 전의 시집 『우주는 내 마음에다』의 서문이다. 이 시집을 받아보면서 '아! 이 어른이 묘비명을 미리 써 놓은 것이구나' 하는 예감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서시는 내가 시를 지어 시집으로 출판하는 일만이 행복이라는 말씀이다. (-34-)



손시늉을 하며 합석을 권하셨다. 나는 선생님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오랫동안 아주 끈끈한 인연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시인 김현승은 한국 시단에 아주 독특한 철학적 사유로 자신만의 독보적 세계를 구축해 낸 분이다. 개신교의 모태신앙인으로서 간단없이 제기되는 신의 존재에 관한 회의는 신과 대결한다는 도전정신을 키웠다. 한편, 현실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인간관계의 용납할 수 없는 부조리한 현실에서의 괴리감에 잦어 인간적 정의와 소외의 현상을 시의 언어로써 대결하는 '고독'과 대결한다. (-111-)



김동리 선생님은 순수문학,민족문학론을 펴며 그 이론에 부합하는 작품을 써 문단의 한 축을 이끌어 갔다. 조선청년문학가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장 등 여러 문인 단체를 이끌기도 한 대가풍 大家風 의 인물이다. (-163-)



미당 서정주 시인은 자신의 토착어로 시를 쓴 한국어권의 대가이다.

한국인의 국어는 토착어로 되어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시인들은 모두가 토착어로 시를 쓴다. 토착어란 역사적 전래릐 특정 지역적 한계를 뜻한다. 환언하면 방언이나 사투리 말이다. 서정주 시인이 시로 쓴 말과 어휘들은 토착어로써의 특유한 생명력이 있다. (-190-)



시인이란 똑같은 소리 되풀이하지 말고 계속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서야 되는 것이야. 기웃 기웃거리며 남의 것 좋다. 흉내내지 말고 무엇에도 흔들림 없는 '절대적 자아'를 가지고 끝없이 떠올리는 것이지. 아직 덜 되어서 무엇인가 더 되려고 떠도는 것이 시이고 우리네 삶 아니겠는가! (-194-)



김재홍 교수는 문학평론가이기 이전에 한국 현대사를 애독애송한 애독자요 열렬한 전도사였다. 어느 해인가 모일간지에 여름 납량특집용으로 수십 명의 시인이 쓴 납량 시를 골라 지면을 채웠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다. 자기 코멘트는 한 줄도 없이 한 편의 시라도 더 수록해 독자들에게 전하여야 하겠다는 일념이었기 때문이었을것이다.

그의 문학평론가로서의 품격은 <시와 시학> 의 캐치프레이즈에서고 엿볼 수 있다.<하늘에는 별, 땅에느 꽃, 사람에겐 시>라는 모토를 삼고 시작했다. (-237-)



새로운 세계를 향해서 날개 펴려는 박 형의 시집 <을숙도에 가면 보금자리가 있을까> 잘 받았습니다. 이제 사람의 탐욕에 의해 파헤쳐지고 저러워진 이 땅에서 어디에 간들 새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을까마는,시인은 이 세상 끝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라 이루지 못할 소망이 줄 알면서도 그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300-)



최고 지성인 97명의 육필 그리고 77명의 자필 서명이 담긴, 박이도 시인의 <육필로 나눈 문단 교우록>에는 고인이 된 시인들이 다수이다. 1980년 경희대학교 국문하과 교수로 봉직했으며, 2003년 정년퇴임후 , 시 쓰기에 전념하고 있으며, 1959년 자유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다.


문우들의 편짓글, 엽서와 메모,친필 서명 속에는 박이도 시인이 문인들과 어떠한 인연을 맺으면서 살아왔는지 갸늠해 볼 수 있으며, 시인 나태주(1945~),시인 정호승(1950~) 과 꾸준히 교류를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아날로그적인 정서가 묻어나 있으며,잊혀지고,소멸되기 쉬운 시인들의 손으로 직접 남긴 육필로 채워지고 있으며,기록을 통해 박이도 시인 스스로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하고 있으면서,자신의 삶을 정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시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 책에 나름 정리되어서 옮겨 보았다. 시인들마다 각자 자신의 문학적 가치관과 신념이 있다.그런데 그 누구도 시인은 어떠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았다. 세상을 깊이 바라보고,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세상 바꿀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을 시인이라 한다. 글의 기교나 시적인 재주만으로 시인이 된다면, 가짜 시인으로 남을 수 있다. 시인에겐 소외감, 고독감, 민족성이 함축되어 있을 수 밖에 없으며, 국가를 생각하면서,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걱정하며, 고민하는 주체였다. 비극으로 끝나버린 마광수에 대한 회고가 눈에 들어왔으며, 인생의 멋과 사랑의 멋, 고뇌의 흔적들을 자신의 인생과 시에 담고자 하였던 스승 편운 片雲 조병화 시인(1921~2003) 에 대한 애틋함과 존경심이 느껴진다. 특히 『목넘이 마을의 개』를 쓴 황순원(1915~2000) 께서 남긴 '내 앞에서 남 흉보지 말라'는 의미에 대해서, 스승의 말을 돌에 새기고자 하였던 ,명심불망[銘心不忘] 하고자 하였던 박이도 시인의 가치 하나하나가 문단 교우록에 채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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