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 내 인생에 빛이 되어준 톨스토이의 말
이희인 지음 / 홍익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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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예술가였지만 예술을 미워했다. 귀족이었지만 귀족을 미워했다. 90권이나 책을 썻지만 말을 믿지 않았다. 결혼을 했지만 결혼 제도를 부정했다. 언제나 육체의 욕구에 시달리면서 금욕을 주장했다.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지성을 증오했다. 이런 모순을 짊어지고 살아야 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그는 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올바른 삶의 방법을 모색했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 해답 찾는 일을 중단하지 않았다. 절제해야 한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이것이 그가 찾은 해답의 핵심이다. (p14)


돌이켜 보면, 그 역시도 빠흠만큼이나 너른 삶과 정신의 영토를 헤매어 다니다 가까스로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 같다. 당대 최고의 소설가로 남는 것에 안주하지 않았고, 부유한 귀족이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릴 사람으로 살길 거부했으며, 인류를 위한 훌륭한 교사로도 만족하지 못했다. 그가 남긴 정신의 영토는 그 어떤 지주나 탐험가가 획득하고 발견한 땅보다 훨씬 넓고 광대한 것이었다. 그의 단출하고 소박한 묘지가 결코 작지 않은 묘지로 보이는 까닭이다. 어둠이 점령해가는 숲속인데도 무섭거나 당황스럽지 않았다. 이상하게 포근했고 이상하게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p92)


죽은 뒤에 영혼은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한다면 태어나기 전의 영혼은 어떠했을까 하는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그대가 어딘가로 간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어딘가에서 나온 것이다. 인간의 일생도 마찬가지다. 그대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어딘가에서 온 것이다. 만일 그대가 죽은 뒤에도 산다고 하면 태어나기 전에도 살았던 것이다. (p133)


미(美)가 선(善)이라는 완벽한 환상이 있다는 것은 놀라온 일입니다,아름다운 여인이 바보 같은 소리를 해도 사람들은 그 말 속에서 어리석음보단 현명함을 보게 되지요. 그녀가 추잡한 소리를 하거나 행동을 해도 사람들은 예쁘다고 합니다. 그녀가 어쩌다 바보같지도 추잡하지도 않은 예쁜 말을 하면, 사람들은 그녀가 현명하고 도덕적인 기적의 여인이라고 확신합니다. (p147)


레프 톨스토이, 우리는 그를 러시아의 위대한 문호라 부른다. 1910년 세상을 떠난 그는 수많은 작가들의 영감과 통찰력을 선물해 주었으며, 그가 남겨놓은 90여권의 책은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드러나 있었다. 자신이 살아왔던 그 시대의 표상이 되었으며, 그 시대의 삶과 시대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자 했던 그의 삶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과 직위에 대해서 누리는 삶보다는 내려놓는 삶을 살아왔다. 귀족이면서, 귀족적인 삶을 살아가지 않았고, 금욕적인 삶을 살아왔으며, 결혼했으면서도 결혼 제도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 왔으며, 어떤 삶을 살아가더라도, 자신 앞에 놓여진 것들을 놓치지 않고 살아왔던 그의 삶에 대한 관조, 삶을 바라보는 생각과 가치관들은 그 후대 사람들에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주는 기회가 되고 있다. 안나 카레리나, 전쟁과 평화, 바보이반 ,이반 일리치의 죽음, 그의 대표적인 소설과 에세이,동화는 지금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우리 앞에 놓여졌으며, 책 한 권이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짐으로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진다. 책 한 권 한 권 속에는 우리의 삶과 죽음이 있었으며, 100년의 시간의 틈이 있음에도 그것은 현재까지 유효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었다. 그의 새각과 고민들은 현재 우리의 삶에 더 깊이 들어와 있으며, 그의 생각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었을까 그러한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였고,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켜 나갔다. 그가 남겨 놓은 작품들 하나 하나는 우리에게 위대한 문학으로 남게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레프 톨스토이에 대해서 동경과 흠모를 느끼게 된다. 그의 삶에 대한 가치관, 삶에 대한 의미들, 그 하나 하나를 느낄 수 있는 책이 바로 의희인 작가의 <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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