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 - 피터 틸, 일론 머스크, 알렉스 카프, J.D. 밴스, 이들은 미국을 어떻게 바꾸려 하는가 뉴 노멀 탐문 1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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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한 때 “연암 박지원처럼 생각하고 유발 하라리처럼 쓴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던, 대작 <유라시아 견문>(3부작)의 이병한 저자 신간이다. 사실 <유라시아 견문> 이후, 특히 ‘테크놀로지’와 ‘개벽’에 너무 경도된 것처럼 보였던 최근 몇 년의 글은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는데, 이번엔 흥미로웠다. ‘자유로운 통찰’과 ‘관념적인 경박’을 넘나드는 글쓰기, 이번에는 전자가 훨씬 우세했다.
_ ‘역설’의 책: 다 읽고 나면 매우 ‘역설적인’ 측면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상 저자는 “아메리카에 시원섭섭한 작별 인사”를 고하고 “사시사철이 생겨나고 천지가 개벽하는 뉴-시베리아를 견문”하고자 이 책을 썼다(272쪽). 즉, ‘뉴 노멀 탐문’의 프롤로그인 것이다. 아마도 이를 위해서는 ‘마지막’으로 “미국에 재차 주목”하는 게 필요했을 듯하다(7쪽). 그래서 미국의 ‘10퍼센트의 가능성’에 주목해(다극세계가 도래하고 미국 패권이 몰락할 확률 60, 미국이 극적으로 붕괴하고 마치 구 소련처럼 쪼개질 가능성 30, 미국이 다시 세계패권을 쟁취할 확률 10),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이들에게 ‘빙의’하여 그들의 논리와 사상을 살핀 것이다. 그런데 또한 흥미롭게도, 이 책이 ‘요즘 미국의 생각을 알고 싶다’는 미국 주식 투자자 유튜브 채널에서 적극 호명되면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중이다. 저자의 집필 동기와 결과물, 책의 지향과 독자의 필요가 묘하게 역설적으로 맞물렸다.
_ 저자는 트럼프 2기 MAGA의 등장을 미국판 “문화대혁명”, “위정척사”, “테크노-유신”이라 명명한다. 대내외적 미국 리버럴 패권의 실패에 대한 내부의 ‘비상계엄’ 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결코 “위대한 미국 패권”을 포기할 수 없는 “자랑스런 미국인”들이 트럼프의 ‘킹메이커’였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이들의 반리버럴 미국 재건 구상을 파악하기 위해, 그 핵심인물 4명을 파악해보자는 것이다. 페이팔 마피아 피터 틸, 각종 X의 수장 일론 머스크, 팔란티어테크놀로지의 ‘철학자’ 알렉스 카프 그리고 “힐빌리의 노래”의 J. D. 밴스가 그들이다. 사실상 3명의 ‘기술’ 야심가(이자 자본가)와, 이들과 교감하는 1명의 ‘종교’적 인물이다. 본문의 상당량은 이들의 과거 행적, 현재 활동, 미래 구상을 다룬다.
_ 장기주의니, 초인간주의니 하는 말들로 현란하게 포장되지만, 한마디로 내게는 ‘기술’의 탈을 쓴 미국 패권주의 지향 반리버럴 파시스트들로 보였다(밴스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다만 밴스라는 인물 자체보다도, ‘종교’적 영향력이 ‘기술’과 결합하는 양상이 더 흥미로웠다.)
_ 아메리카라는 파시즘, 기술과 종교: <칼 슈미트, 정치신학에서 지정학까지>(2024, 진인진)에서 저자 이해영은 미국 패권의 몰락 속에서 ‘미국 정치의 리버럴이 3기 네오콘으로 전이’되는 “리버럴 파시즘”의 생성을 지적하면서, “21세기 슈미트”의 재림을 추적할 것을 제기한다. 이 문제의식을 위의 내용과 연결해서 확장하면, ‘아메리카라는 파시즘’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리버럴이든 반리버럴이든 “미국의 패권에 집착”하면서 인간에 대한 “파괴와 폭력”에 대내외적으로 둔감한,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이라는 틀 속에 이들 모두가 있다. 여기에서 결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기술’과 ‘종교’다. 슈미트의 사상은 정치를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투쟁”으로 규정한 사실상의 ‘신학’(부정적인 의미의 ‘종교’ 체계)과 제국주의적 침략과 패권을 학문화한 ‘지정학’을 핵심으로 한다. 기술에 대한 신봉을 바탕으로 절대적 권위의 자리에 자신들과 ‘미국’을 놓고 세계의 모든 것을 좌우하려는 “21세기 슈미트의 지도부”는 실리콘밸리의 사이비 ‘테크노 철학자’(이자 자본가이자 셀럽이자 정치인)들일지도 모른다. 이런 이들에게 80억 인류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_ ‘빙의’의 글쓰기라고는 하지만, 사실 저자도 이런저런 ‘테크노’적 사고에 꽤 물들어 있는 듯보인다. ‘피지털’ 세계의 발전에 (최근 담론에서는 AI와 로봇의 결합) 심취한 나머지, 땅과 노동, 자연과 인간의 현실로부터 유리된 듯한 언술은 저자가 출발했던 유라시아, 다극세계의 견문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엇나간다. 호쾌하게 패권을 넘어서는 이야기와 허황되게 관념적인 언사가 묘하게 뒤엉킨다. 아직 저자의 사유도 현실 속에서 계속 변화하는 듯하다.
그래서 더욱, 저자가 ‘테크노 차이나’를 거쳐 새롭게 쌓아 나가려는 뉴 코리아, 뉴 시베리아 견문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최근 한미 팩트시트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여전히 한미동맹 속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한국의 현실을 박차고 도약하는 패기 넘치는 내용일까. 그의 다음 저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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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하게 다정할 것 - 봐야 할 것을 보게 하는 채널, 씨리얼이 일하는 법
신혜림 지음 / 유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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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컨텐츠를 널리 퍼뜨리려는 나름의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뾰족˝하게 ˝다정˝할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마음에 와닿는 제목이다!). 그 마음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실무적 기술에 관한 이야기들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겸손‘하게 그러한 마음과 태도를 유지하며 ‘나아가는‘ 삶의 지향이 잘 담겨 있다. 저자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채널 ‘씨리얼‘이 주인공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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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극세계가 온다 - 미국 패권 이후, 세계질서 대격변의 장면들
페페 에스코바 지음, 유강은 옮김 / 돌베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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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무엇을 보고 얻고자 하는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책. 점차 세계 정치경제의 대세를 장악하는 다극세계 진영 스스로의 논리와 입장, 방향을 탐구하고 분석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몹시 반가운 유익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반면 미국과 서방 중심의 논리틀로 보고 평가하려는 비생산적인 태도로는 배울 게 없을 듯.
추천사가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잘 제시하고 있다. 다극세계의 유목민을 자처하는 저자답게 문명과 지역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현실정치와 고전문화예술을 맞물리는 솜씨가 상당해 읽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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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한의 테크노-차이나 탐문 뉴 노멀 탐문 2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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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경박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경쾌하고 자유롭게 통념을 넘어 세계를 통찰한다. 1권에 이어서 생각해보면, 미국과 중국의 ‘테크노’가 달리 느껴지는 건, 결국 실물경제 기반과 집권정치세력의 실력(어떤 의미로든) 때문이다. ‘스페이스‘와 ’그린‘ 테크가 특히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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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우리를 구원하지 않는다 - 영화로 읽는 기술철학 강의
박승일 지음 / 사월의책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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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제목부터 선명하게 지향성을 드러내는 ‘기술철학’ 도서다. “공학, 사회과학, 인문학”을 아우르는 공부를 지향하는 미디어융합연구자가 대중 강연 형식으로 쓴 책이다. “기술을 빼놓고는 인간, 자연, 사회, 세계를 말할 수 없기에 ‘보통 사람의’ 기술에 대한 교훈, 성찰, 질문, 고찰이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요구된다”는 문제의식을 지녔다.
_ 이 책의 태도를 잘 드러내는 구절은 서문에 있다. “‘기술은 우리를 구원하지 않습니다. 국면마다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죠.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우리 스스로를 구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책은 이 문장을 길게 늘인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길게 늘인 것’에는 저의 질문과 고민, 망설임, 성찰 그리고 잠정적인 답변에 이르는 수많은 사유의 여로가 총합되어 있기도 하죠. … 같은 결론이라고 하더라도 그 결론에 이르기 위한 발자취가 달라진다면 당연히 전혀 다른 여정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30쪽)
_ “생각의 문을 여는 기술철학 입문서”: 책은 기술철학적 논의를 위한 수단으로 ‘영화’를 활용한다(“SF라는 사변적 우화”). ‘상상의 나래를 펼쳐’ 화두를 쉽게 끌어내기 위한 선택이다. 줄거리, 핵심 모티프, 인물, 결말 등을 가지고 이야기해볼 수 있는 것들을 끌어낸다.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기술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3개로 구분하고(최대주의, 최소주의, 개입주의), 각각의 입장에서 유의할 부분을 짚는다(이 책의 태도는 ‘비판적 개입주의’이다). 2부에서는 가장 최근의 기술적 화두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에 대해 논한다. 인공지능과 의식의 문제, 지능과 사회성, 체화‧감각과 AGI, 기술적 발전 누적 속 ‘블랙박스’ 현상과 인간의 역할 등을 다룬다. 3부는 텔레비전과 SNS, 인터넷의 역사, 자동화와 노동‧인간‧사회의 관계, 인간과 비인간 존재 및 구성적 외부의 관계(“신유물론”) 등 앞에서 다루지 못한 기술이 매개된 인문사회적 화두를 다뤘다. “입문서”(또는 “교과서”)라고 보면, 기술과 매개하여 진지하게 다뤄볼 수 있는 인문학적‧사회과학적 화두들을 두루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_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내용을 각 부에서 하나씩 추려보면, 1부 <터미네이터 2>에서의 ‘보통 사람 존 코너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78쪽,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야말로 기술에 대한 급진적 대립 속에서 ‘공허함’과 ‘맹목성’을 넘어서는 선택이 가능한 존재라는 것), 2부의 <핀치>에서의 ‘체화된 인지’(체화 없이 지능은 발생할 수 없다)와 ‘사회적 존재’(자율성, 실수, 타자와의 관계 맺음에 대한 끊임없는 연쇄) 발생에 관한 논의(244~254쪽, 최대주의적 AGI 논의와는 달리 지능과 사회성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는 것), 3부의 <월-E> 해설에서의 자동화와 노동의 ‘종말’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인간의 동물화’(368쪽, 노동을 통한 세계 개조의 성취와 자아 인식이 사라지면 이는 곧 역사와 사회의 소멸로 이어진다는 것) 등이었다. 인공지능, 자동화, 디지털 자본주의 논의에서 곧잘 소멸되는 요소들을 다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_ 상당히 정교하게 세부적으로 내용을 파고드는 것에 비해, 큰 틀에 있어서는 다소 뭉툭하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 정치경제학’을 논하면서 사실상 그 필요성을 거의 기후위기에서만 끌어오는 것, ‘욕구’와 ‘욕망’은 분명하게 구분하면서도 ‘의지’는 욕망과 쉽게 동치시킨 것, 사회성의 범주를 논하면서 사실상 ‘가족’과 ‘친구’ 등 개인으로서의 최소 집단만을 논하는 것 등).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참고할 부분들이 꽤 많은 책이었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술에 관한 논의의 핵심은, 결국 ‘인간은 (집단으로서의 총체적 존재인)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정의하고 있는가’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술을 통해 인간을 논하고, ‘포스트휴먼’을 공상적인 문제가 아닌 다수 대중으로서의 ‘인간의 재탄생’ 개념에서 사고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내용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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