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북한의 트렌드를, 북한의 입장에서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원칙과 기치를 고수하는 ‘전통 보존‘과 사실상 무한정 혁신이 추구되는 ‘미래 지향‘의 융합을 통한 ‘우리식 사회주의‘로 읽은 책. 해외 동포 저자가 가장 최근의 북한을 수차례 직접 취재하고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수록해서 신뢰성을 높였다. 전문적인 분석이라기 보다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소개하려는 책인데, 그래서 더 신뢰가 간다.
문명교류학자 정수일 교수의 라틴아메리카 견문록 2권. 기본적으로 한 번에 라틴아메리카를 살펴본 ‘기행기‘라는 점을 확실히 알고 봐야 이 책의 진가가 보인다. (지역 연구나 국가 연구서로 접근하는 건 잘못됐다는 말이다.) 2권에서는 베네수엘라 파나마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멕시코 쿠바 미국 도미니카 자메이카 바하마를 방문했다. 1권 국가들과 비교하면 일정이 여유가 있어서 집중적으로 살펴본 곳들이 더 많다. 멕시코, 쿠바가 특히 구체적이다. 각 나라들의 사진과 함께 여러가지 교양을 축적할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 문명은 서구 침략으로 커다란 단절이 일어났고, 수많은 식민 이주와 분조형 독립, ‘종속‘ 국가를 거쳐(지금까지도), 현재에 이른다. 라틴아메리카는 민족이 아닌 지역과 국가 정체성을 기반으로 정치적으로 식민성 탈피를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고, 문화적 측면에서는 분명한 독립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 이 둘의 결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고대 문명의 가치가 문명의 보고다운 위상을 획득하는 것과 함께(저자는 잉카 마야 문명이 서구 중심주의로 인해 신비화되어 이해될 뿐 높은 진가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본다) 식민으로 인한 단절 이후의 역사와 문화를 그들 스스로 어떻게 정립해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것 같다. 벼와 쌀의 교류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재밌다(저자는 한반도로부터의 쌀 전파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라틴아메리카의 쌀과 밥은 동남아보다 훨씬 우리와 비슷하다). 나 스스로는 세계를 확장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아직 우리의 세계를 보는 눈은 분단과 미국이라는 틀에 많이 갇혀 있다.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빈약한 시야도 그에 기인하는 바가 많다고 느끼던 차에 고른 책. 두 권의 책에 담기엔 너무나 넓은 곳이지만, 문명 교류사의 대가가 저자이기에 믿고 골랐고, 재밌게 읽었다. 국가로 보면 1권은 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아르헨티나-칠레-페루-볼리비아-에콰도르-콜롬비아 기행 견문이고, 문명으로 보면 잉카를 중심으로 하는 황금과 거석 문화를 다뤘으며, 교류사로 보면 기원전 인류의 이동 흔적과 15세기 이후 식민과 약탈의 이면에서 일어난 작물 전파를 논한다. 노학자가 가슴에 품고 살았던 체 게바라의 길을 방문한 이야기도 있다. 들른 곳은 들른 만큼만, 자세히 본 곳은 또 그만큼 깊게 다뤘다(저자가 문명 교류 전문가이지 라틴 아메리카 역사 전문가는 아니라는 점은 고려해야 할 듯). 전체적으로 21세기 한국인 최초의 주체적인 라틴 아메리카 견문록이라고 하면 정확할 것 같다.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 고대 남미 문명이 그만한 조명을 받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여전히 서구 중심 제국주의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국가마다 과거 식민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기대할 바를 잘 설정하고 읽으면 재밌는 책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바로 2권도 이어서 읽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