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대 문재인 - 한미동맹, 그 도덕적 선입견에 대한 생각들
김호 지음 / 보민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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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 대 바그너」에서 영감을 받은 제목. 니체가 삶의 데카당, 즉 현실 순응과 타협의 ‘유창한 변명’으로서의 표상으로 ‘바그너’를 지목했듯, 저자는 현 한국사회에서 ‘개혁’과 ‘진보’의 좌표를 유실했으면서도(신 기득권 세력이 된 지 오래임에도) 여전히 ‘정의’와 ‘도덕’의 선두를 자처하는 세력을 ‘문재인’으로 표상하여 신랄하게 비판한다. 한국사회에서 모든 가치를 지배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1. 실제로 영향력이 크다 2. 국가보안법이라는 ‘무소불위’의 법이 존재한다 3. 모든 실증과 이성이 멈춰서고-특히 지식인들-, 비판적인 날카로움이 유실된 채 통념과 권력에 대한 지성과 언어의 타협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안보” 의식, 즉 “한미동맹”에 대한 복종을 기본 과녁으로 하여 세간의 좌우, 보수-진보, 반북-친북이라는 구분을 지워버리고 종횡무진(때로는 과녁을 빗나가는 듯 보이는 글들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하는 글로 질주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사범이 된-이후 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 남북경협 사업가’라는 저자의 정체성 자체가, 이러한 이야기들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분명한 토대다.
- 저자가 보기에 지금 한국사회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퇴행은, 한미동맹을 추종하면서도 거기에 온갖 그에 반대되는 가치들을 붙여서 자신의 정체성을 은폐하고 세상에 혼란을 일으키는(친미자주, 좌파신자유주의 따위의 요설이 나오게 된 이유다. 이게 대체 뭔 소린가?), 사실상 이제는 가해자의 위치에 서 있으면서도 피해자인 척하는 세력과 사상에 있다. 요컨대 “미국의 손을 잡고”(즉 잡아야만) “변방에서 중심으로” 가서 “압도적 국방”과 함께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웅장한 꿈을 가진 척하지만 사실은 유아적이고 좋은 말들은 많지만 실천은 기만적인 세력과 명확하게 결별하지 않으면, 별 차이 없는 이들의 “한 번은 희극, 한 번은 비극”(사실상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경의 지금 여야가 정권 교체를 주고받는 상황 같은 것들)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뜻일 것이다. 저자가 집요하게 ‘문재인’류를 집중 비판하는 이유다.
- 페이스북에 이미 공개한 글들이고, 그 특성상 시간에 따른 배열일 수밖에 없는 측면 때문에 책으로 묶어내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듯한데(정치 시평 정도에만 머무를 수도 있는), ‘비겁’ ‘굴종’ ‘용기’ ‘정의’ 그리고 ‘인간말종’이라는 소제목 키워드를 통해 한미동맹 추종을 정치외교적 차원을 넘어선(물론 포함하는) 한국사회의 집단적 철학, 사회적 정의 차원의 문제로 더욱 강력하게 성공적으로 제기해냈다. 결국 한미동맹에 대한 입장은 한국사회가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규정하며, (개인이든 집단이든) 강자와 대세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투쟁을 통해 세계를 바꿔나가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가, 즉 새로운 정의와 도덕을 용기 있게 선택하고 비겁하고 굴종적인 인간말종적 삶과는 결별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한미동맹”이 “도덕적 선입견”과 연결되는 이유다. 안보, 한미동맹은 북한 관련 이슈이기 이전에, 우리 자신의 철학과 존재에 관한 문제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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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제국은 몰락한다 : 미국의 붕괴
안드레이 마르티아노프 지음, 서경주 옮김 / 진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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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기 소련의 붕괴를 체험하며 미국으로 탈출했던 저자가(미국을 엄청나게 동경했던 건 전혀 아닌 듯하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몰락과 제국의 해체를 총체적으로 전망한 내용의 책이다. 눈여겨볼 만한 내용이 꽤 많다.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다.
- 탈제조업: 결국 경제의 핵심은 실물 생산이다. 실제로 부를 생산해야만, 집단의 삶을 가능케 하는 이른바 현실의 ‘먹고살기’가 가능하기 때문. 그러한 면에서 미국은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국가 차원에서는 완전히 상실하였다. 산업적 제조업 생산을 위해서는 숙련되고 교육받은 노동자, 엔지니어, 교사 등의 전문적 직군이 반드시 필요한데(여기에서의 노동자는 상당히 광범한 숫자와 분야를 아우른다), 미국은 이러한 계층-계급군 자체를 상실하였다. 이른바 ‘FIRE’ 경제를 통해 기축통화 달러와 부채를 바탕으로 기형적인 소비로 연명하고 있지만, 이는 금융적인 허상의 경제지표에 의한 사상누각이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적지 않은 인구의 식량 공급을 우려해야 할 정도의 양극화적 몰락을 이미 겪고 있다. (그리고 탈달러라는 흐름이 부각하고 있다. 부채 소비조차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1990년대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우려가 ‘탈정신적 소비 문화’ 또는 ‘소비를 위한 소비’에 대한 철학적 차원의 것이었다면, 30년이 지난 지금 그것은 훨씬 심화되어 경제의 근본을 파괴하며 내적 생존과 외적 패권의 붕괴 이유가 되어가고 있다.
- 군사적 신화의 붕괴: 미국은 더이상 세계 최고의 전쟁 능력을 보유한 나라가 아니다. 사실, 미국의 ‘군사력 신화’는 예전부터 과장된 측면이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직접적인 피해를 겪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장 강력해진’ 미국이기에, 지난 70여 년간 미국의 국력은 그로 인한 상대적 강세를 보유한 것이었으며, 군사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즉, 약해진 나라들 또는 약했던 나라들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능력으로써 ‘군사적 신화’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상대의 반격 능력이 상승하고 심지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군사력까지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상대국들 일부가 보유하게 되면서 미국 군사력의 신화는 ‘손쉽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확장 억제에는 구멍이 뚫렸고, 항공모함의 진출은 그만큼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으며, 본토에 대한 방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 자폐증 엘리트: 경제적으로 제조업이 붕괴하고, 군사적인 절대 강세 역시 붕괴한 미국의 현실은 그 무엇보다도 엘리트들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그들은 2차 대전의 ‘결과물’로 도래한 강한 미국의 시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스스로가 개척한 것으로 착각했으며, 냉전 시대 소비에트연합의 붕괴에서 ‘교훈’을 찾기보다 ‘자신의 위대성’을 확인하며 지적 자폐와 오만에 빠져들었다. ‘사회주의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완벽하다’는 교리에 종교적으로 빠져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 사실상 아이비리그 출신으로 철저히 계급적으로 자본주의 최상층에 위치한 ‘풋내기들’(이들이 국가 요직을 차지하기까지 어떤 사회적 경험을 다양하게 겪어보았겠는가?)이 자신의 관점에서(요즘의 인플루언서 지망형 정치인, 관료들은 딱히 전문적인 공부를 했다고도 볼 수 없다) 세계를 좌지우지하려는 통에 세계는 더욱 극심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타국의 정권, 국가권력, 그 나라의 사람들을 전혀 동등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패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현실이 이미 그렇지 않음에도, 그러하다. 다극화하는 세계를 인정할 인식 능력, 이에 대응하거나 타협할 전략적 능력은 없고 오로지 ‘자폐적’ 패권의 틀 속에서 세상을 보기에, 세계대전이 현실화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이게 요즘의 상황이다). 이들은 오만하고, 미숙하고, 비현실적이고, 무능한 집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철저히 ‘계급적’이다. (그것은 금융자본주의 최상층의 숙주적 기생 지배계급이다.)
- 국가 기능의 붕괴: 무엇보다도 미국은 ‘국민’을 형성하지 못했다. 일천한 역사 속 ‘샐러드보울’처럼 모인 미국은, (남북 전쟁 또는 2차 대전 이후) ‘하나의 미국’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히 최근의 현대사를 보면, 엘리트 계급은 국가적 이익과 단합을 내팽개치고(부르주아 국가로서의 최소치조차 내버리고) 오로지 자기 계급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심지어 절차와 형식도 무시된다.) 그러한 이익은 미국 주도 초국가적 엘리트들의 연합에 의해 주도되는데, 기본적으로 ‘서방’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이들의 이익은 각 국가 및 국민의 이익과 충돌한다(이러한 의미에서 ‘제국’은 국민을 지배한다). 이들에게 국민은 그저 지역적으로 구성된 집합일 뿐이며 집단적 의미를 지녀서는 안 되는 ‘개별화된 소비자들’에 불과하다. 미국은 이러한 현상의 최정점에 있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집단의 정신적 근원 확인과 단결을 도모할 수 없을 정도로 분산되어 있다(저자는 ‘WOKE’ 운동이 이러한 흐름 속에서 조장된 것이라고 보며 극도의 불만을 표출한다. 잘 독해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 집단적 가치를 극단적으로 부정하고 역사를 무시하는 나라는, 위기를 극복할 힘이 없다. 몰락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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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의 서재 - 독재자의 책읽기와 혁명 너머의 글로벌 히스토리 6
제프리 로버츠 지음, 김남섭 옮김 / 너머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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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탈린을 히틀러와 견줘 이야기하는 것이 상식인 듯한 요즘이지만, 사실 ‘스탈린=히틀러’라는 공식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국에 의해 발명된(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냉전의 논리다(<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이는 소련 해체 이후 30년 동안 미국 일극 패권과 함께 ‘신화’가 되었지만, 패권의 흥망성쇠와 함께 얼마든지 가변적인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논리라는 의미를 유추케 한다. 2010년대 이후 러시아에서 역사적 인물로서의 스탈린의 인기가 급격히 상승(회복)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 <스탈린의 서재>는 문제적 인물 ‘스탈린’에 대한 ‘사상’ 약전(略傳)이다. 종합적으로 저자(아일랜드 코크대학 역사학 명예교수 제프리 로버츠)의 스탈린에 대한 평가는, 일종의 공칠과삼(“매우 큰 업적을 성취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큰 악행을 저지름으로써…”)이다. “스탈린을 권력만큼이나 사상을 중히 여기고 독학을 한시도 게을리하지 않은 헌신적인 이상주의자이자 행동주의적 지식인으로,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혁명을 위해 글을 읽은 쉼 없는 정신의 소유자로 간주한다.”
- 저자가 스탈린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로 ‘책’을 제시한 이유는, 그는 “사상이 정서적으로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야말로 진리고 미래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적들의 사상을 가장 혐오”했던 신념 체계의 활력은, 그 무엇보다도 책으로부터 비롯했다는 것이다. 최소 2만 권의 개인 장서를 소유했던 스탈린은 무수한 정치 활동과 업무들(책 이외의 무수한 인쇄물을 읽고 쓰는 것을 포함) 속에서도 끊임없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이를 통해 그는 “단순화된 주장의 대가”가 되었고 “사상가의 비판적 이성과 인간 행동의 비약, 즉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양자택일”을 조화하는 능력으로 당대의 수많은 이들을 매혹하고 “압도”했다. 이를 통해 사상 최초로 출현한 사회주의국가가 제국주의, 자본주의, 군국주의 국가 들과의 대결 속에서도 온전하게 성립하여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현실에서 입증하려고 했다. “스탈린은 지식인이기보다는 볼셰비키였고,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맹렬하게 추구하지 않도록 누그러뜨려 줄 회의적인 태도가 없었다.” “신념에 대한 정서적 애착의 힘”은 원동력이었고, 그 바탕에 책이 있었다(1장).
- 포멧키: 스탈린이 근거했던 최고의 책들은 레닌의 저작, 그리고 마르크스와 엥겔스였다(인명별 1~3순위). 그와 함께 그는 정적들의 논리 역시 철저하게 비판적으로 해부하고, 동시에 필요한 것들은 거침없이 가져다 자신의 논리에 혼합했다(4~9순위). 레닌의 수제자를 자처했던 그는 중요 회의 와중에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며 레닌 전집을 살펴봤다. 그는 장서에 무수히 많은 포멧키(메모)를 남겼다. 밑줄, 느낌표, NB(주의), m-da(정말?), HA-HA(야유) 등의 다양하고 짧고 ‘실무적으로 유용한’ 반응들을 적어놓았다. 이는 대개 정보를 담고 매우 짜임새 있게 잘 통제되었고, 3가지 이상의 색을 이용하여 표시되었다(4, 5장).
- 혁명, 사상, 방어: 레닌 저작을 제외하고, 스탈린이 가장 관심을 두고 독서에 파고들었던 분야들은 (주제별 분류 순서와는 별개로) 외교, 과학, 언어, 군사, 문학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사”였다. ⓵ 신생 국가가 근거할 전통 및 뿌리의 확보 ⓶ 당면 과제의 해결을 위한 논리 및 지식 확보를 위한 것으로, 특히 소련의 역사를 러시아 제국(차르)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 연방 내 타민족의 역사와는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해 씨름했다. 소련 정체성이 명확하다면, 그 안에서의 자율성은 인정하고 권장하는 것이 일단의 방향이었는데(“민족들의 우애”), 이것을 요약한 것이 ‘소비에트 애국주의’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한 스탈린의 접근 역시 의외로 비슷했다. 어쨌든 문학은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었지만, 스탈린은 “문학은 인간 영혼의 기사”라는 자신의 표현을 좋아하진 않았다(5, 6장).
- 사회주의 편집장: 일기와 회고록을 쓰지 않았지만, 스탈린은 수많은 연설문과 문건과 논설과 팸플릿과 책 들을 편집하고 ‘썼다’. 그는 “소련의 편집장”이었다. 그는 “만인”을 독자로 상정한 자신의 편집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단기강좌 소련공산당사>, <외교사>, <약전>, <역사의 날조자들>, <정치경제학 교과서> 출간은 당대 소련과 이후 사회주의국가들에 큰 영향을 끼친 거대한 출판 프로젝트였다. 스탈린은 “삭제”와 ‘추가’라는 무기로 덜 교육받은 사람들에게도, 더욱 쉽게 다가가 지식을 전하고, 마음에 호소하기를 원했다. 그의 포멧키는 결정적으로 유용했다. ‘스탈린은 진심으로 말과 글의 힘을 믿었다’(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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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서사 교유서가 어제의책
오카 마리 지음, 김병구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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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비판적 지식인이 쓴 패권주의와 역사 왜곡에 대한 일갈. 피해자들의 기억을 글과 말로 경험하고 이해한다는 것에는 청자의 지난한 노력과 겸손, 사상적 준비(‘아직 오지 않은 조국을 기다리는 난민’)가 수반되어야 하며, 원초적인 이해 불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을 때 비로소 권력에 의한 서사와 기억을 넘어선 진정한 연대와 공감의 싹을 말할 수 있다고 본다. 팔레스타인, 이라크전쟁, ’위안부’, 관동대학살, 난징대학살 등의 전쟁 식민 폭력을 직시하는 용기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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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도책 -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인공지능의 실체
케이트 크로퍼드 지음, 노승영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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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책”이라는 개념을 통해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을 ‘입체적인 레이어’의 누적과 공간적으로 연결된 ‘여러 요소들의 결합’으로 살폈다. 몇몇 단편적인 이미지로 상상되는 ‘피지털’ 사회는 사실상 권력과 국가의 강력한 개입 속에서 형성된 물질적인 사회이며, 채굴, 노동(채굴, 플랫폼 적용 노동-택배, 배달, 물류 등-, 각종 디지털 긱 노동-데이터 입력, 수정 등-, 제조 노동-반도체 등), 토지 및 전기, 물 사용 등을 통해 인간 그리고 환경 기후라는 물질계와 직접 연결된다. 또한 이를 주도하는 데이터 중심 사회는 ‘지배적 논리’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차별적이고 양극화된 성격을 지닌다. 이는 또다른 방식의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구체적 구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세계의 ‘지배’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감각하지 못했던 당연히 존재하는 세계를 드러내고 그릴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좋다(‘인공지능과 자동화는 당연히 수많은 인간 노동에 의지한다’). 디지털 사회 구성 논리를 비판하려고 한다면 도움을 꽤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식민주의, 자본주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기조(문제가 되는 사실들을 뽑아내는 것 자체는 매서운 반면)에 있어서는 ‘미국 리버럴 진보‘가 발언하는 방향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비판의 강도에 비해 대안의 방향성은 평이하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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