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1세계 지식인이 3세계에 제대로 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책. 저자의 두 차례 긴급 강연을 묶어낸 책으로, 제국주의적 변태 사상인 시오니즘에 입각한 이스라엘의 행보를 뿌리에서부터 비판하고, 팔레스타인 민중의 민족해방투쟁을 긍정하는 관점에서 ‘불타는 얼음’ 같은 이야기를 토해냈다. 특히 팔레스타인 민중의 투쟁(하마스를 비롯한 여러 ‘독립운동’ 세력들)을 인정하고, 이들이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라 정치적 주체이기도 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을 바탕으로 ‘세계’(즉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심적이다. 또한 일본인으로써, 팔레스타인에 대한 입장으로부터 조선에 대한 1900년대 초중반 일제의 국가범죄를 시인하고 이 문제 역시 해결하기 위한 자기 사회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점에서도 훌륭하다.시민의 ‘실천적‘ 교양 차원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기 위한 이들에게 ‘무기’가 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출판사가 <두번째테제>라는 자신의 이름에 어울리는 양서들을 요즘 많이 펴내는 것 같다. 가자 지도에 지금의 폭격 참상과 집단학살 지역을 표시한 표지, 본문 중간중간 적절하게 위치한 사진 자료를 보면 출판사가 들인 사회과학적 편집 성의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