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한미동맹 - 미국과 헤어질 결심이 필요한 이유 지금+여기 12
김성해 지음 / 개마고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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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이고 급진적인 듯 보이면서도, 사실은 ‘주권’의 확립이라는 측면과 세계 정세의 흐름을 고려하면 충분히 대중적으로 나올 만한 주장인 “한미동맹 해체”를 다루고 있다. 미국이라는 패권 제국주의 국가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대한민국”을 왜 ‘건설’했으며 어떻게 ‘양육’했는지, 수많은 기관, 조직, 수단을 통해 자신에 순응하는 내부 권력층을 양산하고(이른바 지배 받는 지배자), 이들이 동맹의 ‘호위무사’가 되어 ‘반공십자군’을 자처하는 것까지 아주 많은 자료를 제시하며 밝히고 있다. 《지식패권》의 저자답게, 다양하게 형성된 ‘제국의 식민 지배 기구와 경로’(책을 보면 이 표현이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형성되는 ‘정신적 지배’ 양상을 특히 잘 짚어내고 있다. 세계적 차원에서 미국의 패권을 과시하는 냉전의 ‘모델 하우스’로 기획된 것이 대한민국이고, 마치 유사 부모-자식 관계처럼 형성된 한미 관계가 곧 한미동맹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제목과 핵심 주장에 비해 내용 전반은 유순한 편이다. 즉, 저자는 한미동맹의 ‘빛’을 많이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 ‘그림자’가 훨씬 크며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짚는다. 저자는 한미동맹의 ‘빛과 그림자’를 정확히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한미동맹의 민낯, 즉 벌거벗은 실체를 확인하고) 우리 민족(남과 북) 스스로의 자주적인 행로를 열어나가자고, 미국과 헤어질 결심을 내릴 때가 되었다고 결론을 내린다. 일극 패권 이후의 다극세계가 출현하고 있는 지금의 시기, 분단으로 인한 전쟁 위험이 ‘신냉전’과 함께 더 큰 범위에서 증폭되며 여전한 안보 위협 속에 살아가는 한반도의 우리에게 특히 필요한 이야기들을 성실하게 다룬 책이다.
이른바 ‘분단복합체’를 형성했다고 할 만한 보수진영의 사대주의에 대해서는 맹렬하게 비판한 반면, 진보진영(특히 노무현 정부)의 ‘친미’사대주의에는 애써 관대하다는 점은 약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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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쟁탈전 - 지도를 바꿔 버린 유럽의 식민지 전쟁 illustoria 3
기획집단 MOIM 지음, 2DA 그림 / 그림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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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무대에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프리카 대륙의 역사를 아주 개괄적으로 소개한다. 우리 사회의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이 매우 협소하기에, 얇고 간단하지만 역사 개론서로서 충분하다. 특히 서구 열강이 아프리카에 미친 범죄적인 악영향을 명확히 짚는다. 이미지들이 내용 설명에 적확하게 쓰였다. (다만 경제적으로 어려울지라도 현대화로 나아가는 아프리카의 요즘-또는 현대사-이 너무 경시된 느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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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106 - 천재의 꿈
오다 에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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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5 등장 이후로 막판 스퍼트가 제대로 붙었다. 특히 1066화, 1069화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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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블 셔울 서울 - 역사, 풍경, 시민을 위한 도시 건축 이야기
전상현 지음 / 시대의창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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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역사 속에서 나름의 존재를 분명히 해온 도시 ‘서울’의 역사적 변천, 특히 조선 시대 이후 도심(수도)으로 기능하면서 쌓여온 역사적 ‘풍경’에 주목하여 이를 현재적으로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를 건축 전문가이자 시민 운동가의 관점에서 살피고 있다. 일제강점기, 독재 정권 시기, 1990년대 이후 세계화 전면화 시기 등을 거치면서 크게 훼손된 ‘우리식’ 도시 양식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현대적 재생을 꿈꾼다는 점에서 이채로운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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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의 기억, 관동대지진
강덕상 지음, 김동수.박수철 옮김 / 역사비평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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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사학자 故 강덕상 교수의 역작. 지금도 일본의 국가 책임 및 그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그래서 굴욕적이고 기형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1965년의 ‘한일 협정’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은) 관동대지진 시기 조선인 학살에 대해 아주 촘촘하게 추적한 역사서이자 사회정치 도서이다. 자연 재해 시기 ‘우발적인 충돌로 수백 명의 조선인 희생자를 발생시킨 안타까운 사건’이라는 일본의 공식 입장이 얼마나 기만적이고 흉악한 것인지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살의 시발점이 된 ‘조선인이 소요를 일으킨다’는 거짓 정보의 근원지이자 유포자가 정부 기관들이었으며, ‘언제나 소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조선인에 대한 박해와 학살을 시작한 것도 군경이었고, 재해 시기 재향군인회와 청년단 등의 자경단을 적극 조직하고 통제한 것이 국가였으며, 1차 대학살 이후 살아남은 조선인들을 ‘전쟁 포로’ 취급하며 체포하여 수용소에 모아놓고 취조하며 또 다시 학살하였다. 일본의 통계에 의하면 233명이 사망했지만, 당시 <독립신문>의 비밀 조사 결과는 6000여 명이었고, 저자가 ‘보수적으로’ 추산한 희생자 수는 최소 6433명이다. 학살을 주도한 계엄 주도 군인들은 승승장구하였으며, 자경단의 극히 일부가 구속되었지만 그 기간은 최대 3개월(!)에 불과했다.
저자는 이러한 학살이 1919년 3.1 봉기 이래 계속 고조되던 조선의 독립-민족해방 투쟁 움직임에 대한 일본 제국주의의 광기어린(또한 공포에 휩싸인) 대응이 그 근저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짚는다. “이 점을 간과한다면 이 사건은... 기껏해야 동정의 눈물을 사는 이야기가 되고 말 것이다. 이 사건을 바라볼 때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문제를 절대 비껴갈 수 없다...1910년 이후 식민지 지배와 그것을 보조했던 일본 민중이 ‘만만치 않은 적’인 조선인민에게 느꼈던 공포심이 불러온 집단 살인이자 민족 범죄였으며, 불행한 한일관계의 연장선에 놓인 필연적 귀결이었다.”
즉, 여전히 철저히 은폐된 관동대학살의 진면모는, 결국 한일관계를 역사적으로 바로잡고 정의롭게 정리하는 과정에서 밝혀질 수밖에 없다. 핵 오염수를 뻔뻔하게 방류하고 거의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게 그에 맞장구치는 일본과 한국의 현 정부들에게 기대하기는 난망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스스로를 위해 반대편에서 진실을 갈망하는 변화의 길로 나설 수밖에 없다. 이미 고인이 된 노학자의 역작을 널리 권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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