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의 4%에 불과하나 주요 자원의 1/4을 소비하는 미국식 체제는 모범도 대안도 아니다(168쪽). 세계 제국/자본주의 체제의 재앙적 한계, 즉 미국을 중심으로 한 스스로를 질식시킬 수준의 과도한 군사력과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생산 방식에 맞서 새로운 체제를 꿈꿔야 할 인류의 의무과 도전을 패기있게 말한다. 저자의 의견에 따르면 이는 자본을 넘어선 새로운 세기의 사회주의다. 2006년에 쓰였는데, 이후 자본주의가 세계적 차원에서 한계를 보이고 급기야 기존 질서가 소위 제1세계에서 부인되는 지금의 전환기적 양상을 저자가 어찌 생각할 지 궁금하다. 대안으로 제시된 이야기들의 막연함, 모든 행동의 주체가 개인으로 설정된 부분은 다소 아쉽지만 번역자의 지적처럼 이 책을 정답이 아니라 고민과 제언으로 본다면 흠은 아니다. 제목이 특히 마음에 든다. 만만치 않은 분량의 묵직한 내용인데 말끔하게 정리된 번역 도서로 다 읽고나니 번역자, 편집자의 노력과 수고가 자연스레 느껴진다.
<알쓸신잡> 보성 편이 차마 혹은 역시 담지 못했던 태백산맥의 장대한 이야기들을 만나고자 보성여관에 숙소를 잡은 1박2일 벌교 여행에서 정말 큰 도움을 받은 책. 나온지 꽤 됐지만, 그곳에서 만날 장소에 얽힌 살아있는 역사가 가득하다. 문학관에 이 책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한마디로 최고의 여행 길라잡이 책이다.
자신에 대한 진실한 자부심과 패배에 무너지지 않고 다시 정면도전하는 용기가 알리의 우직한 삶의 바탕이 된 두 근원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며 정점에 있던 시기 베트남전 참전 거부로 챔프에서 쫓겨났지만 결국 돌아와 근성과 지혜로 또다시 챔프가 된 역사상 최고의 권투 선수, 당당한 흑인 인권 및 반전 운동가, 파킨슨씨 병에 맞섰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담히 그려진 책. 번역이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은 다소 아쉽다.
전두환을 철저하게 단죄하지 않고서는 결코 정의가 바로 설 수 없다. 내란, 학살, 독재, 은닉 등 박정희의 모든 것을 따랐던 전두환의 행보를 신문 기사만으로 재구성했다. 독재 정권의 폭압이 선명히 보인다. 87년 이후의 사건 전개는, 정의는 결국 실현을 향한다는 것과 어줍잖은 타협의 위험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당시 보도와 한참 후 폭로 보도를 설명 없이 나열한 부분들의 편집은 약간 아쉽지만, 이 책의 가치는 그러한 기준으로 말할 것이 아니다.
선정을 기본으로 인간의 정신력을 끌어내 정예부대의 속도전을 펼쳤던 병법가 오기를 정치사상가적 측면에서 재조명했다. 오기의 매력을 저자의 주관을 통해 잘 끌어냈다. 저자는 역사 속 오해받은 이들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듯. 앞으로의 저술이 궁금하다. 전쟁이 정치의 연장이라는 격언과 함께, 병법가의 철학을 지금 시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