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의 세계를 보는 눈은 분단과 미국이라는 틀에 많이 갇혀 있다.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빈약한 시야도 그에 기인하는 바가 많다고 느끼던 차에 고른 책. 두 권의 책에 담기엔 너무나 넓은 곳이지만, 문명 교류사의 대가가 저자이기에 믿고 골랐고, 재밌게 읽었다. 국가로 보면 1권은 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아르헨티나-칠레-페루-볼리비아-에콰도르-콜롬비아 기행 견문이고, 문명으로 보면 잉카를 중심으로 하는 황금과 거석 문화를 다뤘으며, 교류사로 보면 기원전 인류의 이동 흔적과 15세기 이후 식민과 약탈의 이면에서 일어난 작물 전파를 논한다. 노학자가 가슴에 품고 살았던 체 게바라의 길을 방문한 이야기도 있다. 들른 곳은 들른 만큼만, 자세히 본 곳은 또 그만큼 깊게 다뤘다(저자가 문명 교류 전문가이지 라틴 아메리카 역사 전문가는 아니라는 점은 고려해야 할 듯). 전체적으로 21세기 한국인 최초의 주체적인 라틴 아메리카 견문록이라고 하면 정확할 것 같다.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 고대 남미 문명이 그만한 조명을 받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여전히 서구 중심 제국주의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국가마다 과거 식민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기대할 바를 잘 설정하고 읽으면 재밌는 책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바로 2권도 이어서 읽을 생각이다.
민족 전체의 현대사라는 맥락에서 재일조선인의 ‘해방‘ 후 5년사를 다룬 학술 역사서. 저자가 재일조선인이다. 많이 소개된 적 없는 내용이라 공부하는 자세로 읽었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특히 재일조선인의 대표 단체 조련(총련의 전신 격)의 역사를 다뤘는데, 관헌 자료부터 운동 단체 및 개인 기록까지, 남북과 일본의 자료를 두루 살폈다. ‘팩트 선택 주의‘를 즐기는 <반일 종족주의>류와는 수준이 다르다. 운동사 측면에서 접근한 부분이 있다보니, 저자가 조심스럽게 주장을 전개한다는 인상도 받았다. 저자 주장 자체에 대한 내 생각은 아직 공부가 부족하여 제시 불가(7장이 특히 그랬다)ㅋ. 확실한 건 재일조선인들은 지극히 불리한 환경 속에서(한미일의 탄압)도 자기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으며 ‘조국과의 직결‘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것이 ‘해방 민족‘의 권리와 의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정신이 지금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조련 해산이 패배가 아닌 역사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을 듯.민족 역시 치열한 투쟁 속에서 구성되는 실체다. 일본에서 모진 탄압을 받으며 지금도 ‘해방‘을 위해 싸우는(조선학교 차별에 맞서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동포들에게는 그것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평화통일을 고민하는 이라면, 분단을 거부하기 때문에 ‘조선인‘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동포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민족은 남과 북 그리고 해외에 있다.
실무적인 도움을 기대했고, 기대만큼 의미 있는 실용적인 도움을 받아 좋았다. 또한 유튜버, 북큐레이터, 프리랜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인 저자의 솔직한 고민들도 좋았다. 진솔한 책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자 관련 사항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이미지가 사실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법원 판결과 입증된 증거만 가지고 이미지 정치 최대 수혜자와 피해자를 다뤘다. 팩트 체크 차원에서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