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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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그녀가 없는 세상은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그 사랑은 어디까지일까 생각해본다.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보듬어주고 도우며 생이 다할 때까지 진심을 다할 것을 맹세하겠습니까?'라는 결혼 서약을 넘어서는 사랑이 있을까?

*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돌연사한다면 남은 사람은 어떤 심정일까?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주변에서는 산 사람을 생각하고, 산 사람은 내 곁은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살아가지만 이전과는 다른 삶이리라. 그런데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시간을 되돌려서 돌연사를 막을 수 있다면, 그런데 그 능력에는 댓가가 따른다. 되돌린 시간의 5배의 시간을 내주어야 한다.

'세상은 내게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았다.'

* 목숨을 걸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은 어떤 운명일까?

애초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자신의 시간을 희생할 일도 없었겠지만, 자신을 희생할 만큼의 가치를 지닌 사랑을 만난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그 사랑을 위해서 내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어쩌지?

*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나는 널 좋아할 거야

흔히 나이든 부부들에게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나 남편과 다시 만나서 결혼하겠느냐고 물어보면, 쉽게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본심을 다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지금의 부부관계를 운명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도'의 주인공은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널 좋아하겠다고 말한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우리들은 사랑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 슬픈 사랑

예상치 못한 결말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 모든 것을 내어주어야 하는 것으로도 부족하구나. 도대체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왜 이토록 사랑은 슬픈 것일까. 사랑은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부족한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이런 사랑을 받도고 그런 줄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영원한 화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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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2.1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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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누군가에게 자신의 뒷모습을 찍어달라고 부탁해보세요.

검은호랑이(壬寅年)해라고 불리던 2022년 이제 며칠 안 남았다. 다시 찾은 일상의 행복을 들려주는 샘터 12월호는 크리스마스 특집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겼는데 뒷모습이라는 발행인 겸 편집인인 김성구님의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우리는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앞모습만 쳐다보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는 멀어져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자신은 볼 수 없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의 뒷모습을 볼 수 있구나. 김성구님은 '누구나 앞모습보다는 그의 뒷모습에서 많은 것들을 읽게 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의 뒷모습에서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싶다. 연초에 결심한 것들을 제대로 달성했는지 생각해보니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내 뒷모습을 찍으면 어떻게 나올까 자못 궁금해진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2022년 안녕!

*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선물

아내와 함께 36년을 함께 한 남진원님은 아내가 암으로 투병하던 병원에서 전화로 들려온 "여보, 밖을 좀 내다봐."라는 소리에 평생 볼까 말까 한 아름다운 눈송이를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함께 바라본 순간을 잊지 못할 행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로부터 1년 후 그 분의 아내는 세상을 떠났지만 아내로 부터 가장 아름답고 유효기간이 무진장한 '그리움'이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 세상을 떠나간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움이란 아름답고 귀한 선물을 주고 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 행복일기

이준연님의 '커피 향처럼 남은 이별의 여운'에 등장하는 이별은 영화의 한 장면같다. '우리가 품은 사랑의 깊이가 전 세계 커플을 통틀어 가장 깊을 것이라 믿었는데, 이토록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내가 가장 원하지 않는 말을 전했다는 사실이 오랫동안 나를 아프게 했다.'니 사랑과 이별을 이보다 더 절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한솔이님의 경험한 서울 강변역 2호선 내선순환승강장 작은 매점이야기를 읽으면서, 세상이 아무리 삭막해 보여도 살만한 이유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수를 사려고 가판대가 있는 작은 매점에 갔는데 현금이 없고 전철은 도착해서 할아버지에게 계좌번호를 불러달라고 했더니, "못 외워요, 돈은 다음에 줘요." 하시면서 물병을 손에 쥐어주셨다고 하는 대목에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처럼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한솔이님의 표현처럼 '나만의 작은 낙원, 전철승강장 매점' 하나씩은 갖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 작은 낙원이 없다면 내가 그런 작은 낙원이 되어 준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 벨 에포크(Belle Epoque)

프랑스 파리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를 설명하는 말로 '아름다운 시절'을 뜻한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시절의 사람들은 행복한 동시에 공허했고, 많이 가졌으나 결핍을 느꼈으며, 반짝이는 것만큼의 짙은 어둠도 공존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돌이켜보면 2022년은 어떤 뒷모습으로 기억 될까?

문득 노래 제목이 생각난다.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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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질서 - 우주 안의 나, 내 안의 우주
줄리앙 샤므르와 지음, 이은혜 옮김 / 책장속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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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프랑스인, 이렇게만 생각하면 좀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국인이며 『웰씽킹』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켈리 최와의 인연을 생각하면 갑자기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프랑스에서 외국인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다가 켈리최를 가르치게 되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그녀의 직원이 되어 프랑스 전역에 40여 개 스시 체인점을 내게 되었다는 것은 이 책을 내게 된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지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저자의 우주적 경험으로 보면, 그래서 이렇게 내가 읽게 되는가 하는 신기한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초입은 매우 자주, 대부분 거의 끝까지 ‘외계인’, ‘UFO’, ‘영적 교신’ 등의 단어가 매우 빈번하게 등장한다. 꿈많고, 야무진, 흠결 없어 오히려 불안해 보이고 어느 세계에라도 연결되어 그 지경이 정해져 있지 않은 청소년 시절의 다양한 생각이 어우러지면서 그의 형과 친구, 오렐리와 소피와도 UFO 목격을 공유하고, 소피와는 채널링이라는 영적 교신을 놀이처럼 즐기며 고교 시절을 보낸다. 외계인의 방문은 날마다 잦아지고, 눈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선명하게 그들의 존재를 느끼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머릿속에서 ‘보이는 세계’와 ‘느끼는 현상‘ 사이의 다툼을 벌이는 현장을 적나라하게 적고 있다. 밤에 불을 켜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도 누군가 있는 듯한 느낌을 넘어서 그들의 존재감과 숨결을 느끼게 되고, 현실과의 괴리감이 점차 커지고 마침내는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해, 마지막에 저자가 가장 중요시하는 ’균형‘을 잡기 위해 이별 선언도 하게된다. 그들과 나누던 ’집합의식‘ 현상이 훗날 그가 초자연의 세계에서 체험하는 ’자기소멸‘ ’우주의식‘의 첫걸음임을 고백한다.


대학교 2학년이 되면서 서서히 그들의 존재를 모른 척하고 현실 생활에 집중해간다. 외계인과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파동, 이미지, 감각, 의미로 정보를 느끼는 형태의 소통을 하였고, 그들의 속삭임으로 우리 인간이 자연환경에 얼마나 몹쓸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몸소 체험한다.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빛, 물질, 의식,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파동임을 알게 된다. 


그에게 있어 외계인은 우주적 존재였고, 그 존재는 그의 모든 경험을 동양적 관점에서 수용이 가능하리라 여겨진 10여 년 넘게 교류한 일본인 친구를 통해 도쿄 대담회를 갖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왔고, 모두에게 공유하게 이끌었으며, 이 책의 출간까지 도모하게 된다. 


외계인이라니? 믿기지 않는 그의 경험은 불안정한 고교시절에 시작되었으며, 그와 공유한 고교 친구 외에도 영적 체험을 나눈 다른 이들, 특히 자세히 언급한 안나라는 여인도 매우 불안한 상태임을 인정하면 그의 모든 체험이 정신적 균열에서 흔들리듯 흘러나온 불편한 증상일 듯도 싶다. 그러나 그의 우주적 체험으로 드러나는 변화된 심경과 남을 도우려는 의식의 변화와 균형을 찾으려는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경계 없는 관점, 결국 우리 자신도 외계인이라는, 인간체험을 하는 우주, 내가 곧 우주라는 견해에 크나큰 감동을 받았다. 그의 말대로 “영혼의 힘을 현실에서 쓰려면 ’안정‘ 보다는 ’변화‘의 관점이 중요하다”는 가능성의 범의를 넓히는 그런 마음가짐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마음으로 본 우주는 빛나고 있었다. 생명으로 빛나고 있었다. 우주 여기저기에서 생명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고, 수억 개의 영혼이 모여있는 우주의 한 면을 몇 번이고 관찰했다. 내가 본 우주에는 파도가 춤을 추고 있었다. 머리만이 아니라 가슴으로, 마음으로 인생을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마음은 우주로 가는 문이니까.”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가려진질서 #책장속 #줄리앙샤므르와 #이은혜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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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안드레아 바츠 지음, 이나경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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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본능적인 욕망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독창적으로 풀어내는 미국의 심리 서스펜스 작가 안드레아 바츠의 <우리는 여기에 없었다>는 에밀리와 크리스틴이라는 단짝 친구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 어째서 우주는 우리를 진퇴양난으로 몰아넣은 걸까?

대학을 졸업한 후 서로 멀리 떨어져 지내는 두 친구는 매년 이국적인 장소를 찾아 함께 여행을 했는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 남자가 나를 폭행했고 우리는 정당방위로 그를 죽였다. 그건 사고였고 과잉 정당방위였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그의 시신을 유기한 건 후회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믿게 됐다. 해외에서 체포된 미국인들을 자세히 조사해보니 그들 대부분의 삶은 망가졌다.'

* 산산조각

진퇴양난에 몰린 에밀리는 크리스틴의 도움으로 폭행을 시도하던 세바스티안을 처치하는 공모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후 또다시 스페인 여행에서 비슷한 반복된다. 이번에는 크리스틴을 폭행하려던 파올로가 살해당한다. 둘은 이번에도 공모해서 시체를 처리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귀국한다.

'심호흡을 했다. 친구의 말을 믿기로 했다. 어쩌면 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 기필코 영문을 알고 싶습니다.

에밀리는 남자친구 애런과 진지한 만남을 시작하면서 자신을 보호해주는 크리스틴으로 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크리스틴의 비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스페인에서 두 사람이 공모해 땅속에 묻었던 파올로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이미 내 머릿속을 파고든, 기사에서 가장 강력한 한 줄을 잊을 수 없었다. 기필코 영문을 알고 싶습니다. 크리스틴이라면 필사적인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어떤 경우에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터였다.'

* 우정과 애증 사이

에밀리가 남자친구 애런과 가까워질수록 크리시틴은 불현듯 두 사람 앞에 나타나곤 한다. 급기야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당했다면서 에밀리의 집 근처에 나타나기까지 한다. 에밀리와 크리스틴은 우정일까 애증일까? 이제 에밀리는 크리스틴의 모든 행동이 의심스럽다. 해외여행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우발적인 살인사건을 포함해서.

--- 다 읽고 나니 결말은 충격적이고 안타깝다. 우리는 여기에 없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인과관계를 생각해보니 가해자는 또 다른 피해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퇴양난의 위기에 몰린 순간 차라리 여기에 없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우리가 여기에 없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기 시작한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이 우리를 덮칠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을 겪은 사람들이, 어느 순간에는 그 반대의 경우를 만들기도 한다. 피해가가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에밀리의 남자친구 애런은 그 실마리를 알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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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 영화관 소설집 꿈꾸는돌 34
조예은 외 지음 / 돌베개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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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의 조예은 작가를 비롯한 7명의 작가들을 캐스팅한 단편 모음 <캐스팅>은 영화와 극장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지금은 조금 덜하지만 영상이 귀하던 시절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던 순간에는 갑자기 낯선 세상 속으로 발을 내딛는 것 같은 낯선 느낌이 들곤했다.

* 영화 속 인물이 현실 세계에 나타난다면

영화를 보고 나오면 낯선 세상에 떨어진 느낌이 드는 것과 반대로, 영화 속 인물이 스크린 밖의 현실 세계에 나타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게다가 그 등장인물이 현실 속 배우와 똑 같은 인물이라면? 조예은의 <캐스팅>은 영화 속 인물을 현실 속으로 소환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게다가 영화 속 인물을 연기한 실제 배우는 존경하는 배우의 차기작 주연배우 오디션에 응모하여 초조한 마음으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 나면 비록 낯설게 느껴지지만 현실 속으로 되돌아오는 것처럼, 아마 영화 속 스크린을 뚫고 나왔던 영화 속 인물도 결국에는 영화 속으로 되돌아 간다. 극장 직원 리라 언니의 태연한 한 마디.

"이쪽 세상에서 네 세상이 영화이듯이, 우리 세상도 네가 살던 세상에서는 고작 영화일 수 있어. 그러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내 생각엔, 나도 딱히 주인공은 아닐 거 같거든. 되고 싶지도 않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영화라면 내가 맡은 역할은 무엇일까? 매일 매일 꾸준히 직장에 다니는 조연배우나 엑스트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매일 쉬지 않고 나타나는 것을 보니 딱히 주연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누군가가 보고 있는 영화라면 조금 더 진지하게 맡은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 더 이상 장수 극장은 없다

언제부터였을까, 상영시간 내내 서 있었으면서도 영화의 감동을 잊지 못하던 그 시절 영화관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것이. 박서련의 <안녕, 장수극장>은 작은 시골마을에서 사라져가는 극장에 관한 이야기다. 도시에서도 그랬지만 옛날 극장은 사람들이 만나는 약속 장소이기도 했고 영화 뿐 아니라 연극, 인형극, 마당극, 뮤지컬과 가수들의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던 종합예술극장이었다. 게다가 결혼식이 열리기도 했다. 그런 극장들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추억의 장소들이 사라지면서 우리의 추억도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우리의 아파트도 그렇고 너무 쉽게 세워지고 너무 빨리 무너뜨린다. 몇 천 년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안에는 함께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왜 외국의 수천 년 수백 년된 건물들에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정작 우리의 추억이 깃든 장소들은 잠시도 함께 있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무너뜨리고 새 건물을 짓는 것일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우리 세대는 잡을 수 없는 물신이 지배했던 조급한 시대로 기억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 우리 각자의 극장과 영화 이야기

조해진의 <소다현의 극장에서>는 비혼의 여성 소다현이 영화를 통해서 스스로의 고유성을 회복하면서 자신만의 황홀한 여행을 즐기다가, 한 순간의 화재로 그 동안 모아 놓은 DVD가 불에 타면서, 보육원에서 윤지라는 딸을 입양하게 된다. 그리고 암에 걸린 소다현은 10년 전 윤지를 입양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윤지, 내 딸 하지 않을래?"

우리는 책을 통해서도 우리가 한 생애에 경험할 수 없는 수 많은 인생을 살아보지만, 요즘에는 영화를 통해서 그런 인생 경험들을 하기도 한다. 나는 내 인생 극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다가 그 역할을 누구에게 넘겨줄까? 그런데 도대체 나는 내 배역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캐스팅은 작품 말미에 '작가의 말'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작품을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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