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생리학 인간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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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의 주인인 동시에 나 자신의 하인이기도 했다"는 고백으로 유명한 오노레 '드' 발자크 Honore de Balzac 의 <공무원 생리학>은 1841년에 프랑스에서 쓰여진 작품임에도 2022년 현재 한국사회에도 유효한 통렬한 걸작이다.

* 공무원이란 무엇인가?

1830년 정치 개념에 따르면, 공무원 계급은 관공서 수위는 포함하지만, 장관에서 끝나지 않는다. 코르므냉(<세비에 관한 문건> 저자, 10년 동안 25쇄 찍음) 씨는 프랑스 국왕이 1천 200만 프랑의 급료를 받는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 보인다. 오, 세비의 은총 있으라! 다만 국왕은 거리 한복판에서 인민에 의해, 그리고 의회의 투표에 의해 당장 직위 해제될 수 있는 자다.

- 발자크의 주장은130년 후인 1960년 4. 19 혁명과 186년이 지난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를 통해서 여전히 유효함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공무원을 최상으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 쓸데 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

-- 이럴 수가,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다만,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라기 보다는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고 싶은 자가 아닐까?

* 공무원의 유용성

우리 정치 요리책에는 6천만 프랑이 든다. 경찰 인력에는 그 이상이 든다. 우리 걸 누가 훔쳐 가지 말란 법은 없다. 법원, 교도소, 치안 다 그만큼 비용이 들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돌려줘야 하는 건 없다. 따라서 관공서 만세! 그들의 타당한 보고서도 만만세!

--- 그들이 돌려주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것이 공무원에게 돌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 다수에게 복종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부모는 자식이 푸른 양복에 안경 쓴 공무원 신사한테 매혹되면 내심 좋아한다. 근사한 붉은 리본에 반짝이는 단추, 어떤 부서든 관청에서 몇 가지 감시만 하고 퇴근하면 한 달에 1천 프랑은 받을 수 있다.

관료가 된다는 것은 세비에 손댄다는 것이고, 다시 말해 아무것도 안 하거나 해도 조금만 한다는 것을 뜻한다. 오늘날 국가는 모든 다수에 의해 움직인다. 그런데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다수에게 복종한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땅에 구멍을 뚫는 자에게는 4천 프랑의 연금을 제공하면서, 뼈에 구멍을 내는 의료 기구를 만드는 학자에게는 2리야드도 제공 안 한다.

* 공무원의 구분

지방 공무원은 행복하다. 그가 뭘 먹고 사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자기 봉급은 먹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한직이란 다시 말해 '별 근심 없는' 자들로, 자리만 지키면 완전한 안전성을 보장받으므로 각자 자기 부서에서 일만 하면 될 뿐 달리 할 일이 없다.

두 종류의 임시직밖에 없다. 가난한 임시직과 부유한 임시직.

가난한 공무원은 가장 안쓰러운 인물형이다. 행복하지도 않고 능란한 사교술도 없고 겸직할 능력도 안 된다. 자기 자리 하나 겨우 지키고 있지만, 그래도 결혼은 사랑하는 여자와 했다. 은퇴하기 전에 죽으면 부인이나 자식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 모든 공무원은 사무실에 9시에는 출근하지만

모든 공무원은 사무실에 9시에는 출근하지만, 대화하고 설명하고 토론하고 깃털 펜 다듬과 밀통하다 보면 벌써 오후 4시 반이다. 노동 시간 가운데 50퍼센트는 이렇게 날아간다. 20만을 지불하면 되는 일에 1천만을 지불하는 꼴이다.

* 보고서는 미루기다. 때론 얼른 가져오기다.

사안에 대해 깊이 알고,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자가 장관인 것처럼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 프랑스를 지배하는 보고서가 이 일을 다 하는 것이다. 대령부터 원수까지, 경철서장부터 국왕까지, 지사부터 장관까지, 의회부터 법안 가결까지 보고서에 보고서에 또 보고서다. 프랑스는 보고하고 또 보고한다. 행동하는 대신 글로, 말로 개진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연간 문서로 작성된 보고서가 1백만 개다. 관료주의가 지배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퇴직 공무원

"언제 이 시간이 끝나리오! 언제 그만둘 수 있으리오! 언제 퇴직을 하냔 말이오! 아직도 몇 년이나 남았소. 내 30년이 이렇게 마감되는 거요! 시골에 가서 살고 싶소!"

그러나 어쨌든 퇴직해야 한다. 이 지겨웠던 마분지 상자와 이 공기를, 이 끔찍이도 싫어했고 끔찍이도 좋아했던 서류 뭉치와 작별해야 한다.

"이 양반하고 내 집에서 종일 같이 있으면 내가 어떻게 될지 몰라!" 그의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 퇴직 공무원은 이제 지치지도 않는, 신문 열독자가 된다. 공고나 부고는 물론이고, 기사 제목부터 제호 옆 신문 경영인 이름까지 빠짐없이 읽는다. 그 때문에 신문을 읽는 데 세 시간이 족히 걸린다. 그러고 나면 좀 빈둥거리다가 저녁 식사 시간이 오기를 고통스럽게 기다린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이 우후죽순처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에 재탕 삼탕으로 도전하는 것을 보면서 그 이유가 내심 궁금했다. 1800년대 프랑스 사회의 공무원은 '세비에 손을 대면서 아무것도 안 하거나 해도 조금만 하면서, 다수에게 복종한다고 외치지만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 직업이었다.

설마?

@paperroad_book #공무원생리학 #오노레드발자크 #류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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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5-28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도 시의원-국회의원
그리고 이번에는 시장에까지 그
야말로 선거병에 걸리신 분이 한
분 계시더군요.

더 놀라운 건, 전과를 보니 폭력
과 위증까지! 도대체 이런 사람
을 공천한 공당에서는 무슨 생각
을 가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
다.

발작의 <공무원 생리학> 읽다 말
았는데 마저 읽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