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인생공부 - 인간의 마음을 해부한, 67가지 철학수업
김태현 지음, 블레즈 파스칼 원작 / PASCAL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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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즈 파스칼의 팡세(Pensées, "생각"이라는 뜻)는 파스칼이 죽은 뒤, 1670년에 그의 유족과 친척들이 파스칼의 글 묶음을 모아 《종교 및 기타 주제에 대한 파스칼 씨의 팡세(생각)》라는 제목으로 펴낸 것이, 팡세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50여 년 전에 살았던 프랑스 철학자의 생각이지만 읽다보니 오늘의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한 생각이 적지 않다. 고전은 세월의 흐름에 좌우되지 않는 통찰이 내포되어 있다.

* 인간은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할 때 더 성숙해질 수 있다

- 인간의 위대함은 자신이 비참하다는 것을 아는 데 있다. 자신의 비참함을 인지하고 인정할 때, 다른 사람의 고통과 어려움에도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에 공감이 간다.

- 진정한 이해는 단순함과 명확함으로부터 나온다.

- 습관은 첫 번째 본성을 파괴하는 두 번째 본성이다. 유명한 마음 속 두 마리 늑대 이야기가 나온다. 마음 속에 있는 나쁜 늑대와 좋은 늑대가 싸우면 먹이를 많이 주는 늑대가 이긴다는 내용으로 습관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 인간의 삶은 불완전하고 모순적이다

- 인간의 모든 것이 육체라고 말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 모든 것이 정신이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 인간 불행의 대부분은 혼자 있지 못하는 데 있다

- 모든 인류의 문제는 사람들이 혼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 작은 일들이 우리를 안심시키는 이유는 작은 일들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기우에 불과한 이유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다.

- 비 회의론자들의 존재 사실은 회의론을 확신하게 만든다. 만약 모두가 회의론자라면, 모두가 틀린 것이다.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잘 생각해볼 문제다.

- 모든 사람이 서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진정한 친구는 거의 남지 않을 것이다.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면 침묵을 지켜야겠다.

- 우리는 거짓, 이중성, 모순일 뿐이며, 우리 자신을 숨기고 위장한다. 반박하기 힘든 통찰이다.

* 인간의 마음에는 타인이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 사람들이 당신을 좋게 생각하길 원한다면, 스스로에 대해 좋은 말을 하지 마라. 실천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다.

- 인간의 가장 큰 문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과도한 호기심이지만, 그 호기심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 진정한 친구는 없는 자리에서도 지지하므로, 군주에게 큰 이익이 된다. 군주는 이런 친구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두 개의 무한, 평균. 너무 빨리 읽거나 너무 느리게 읽으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하루 종일 아니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 생각 조차 스스로의 고정관념과 가치관에 좌우되기 일쑤이다. 350여 년 전 이 세상을 살다 갔던 파스칼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보면 더 나은 생각과 더 가치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유례없는 기후위기에 고통받았던 2024년 우리는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반추해본다.

#파스칼인생공부 #블레즈파스칼 #인문학자김대현 #파스칼출판사 #리텍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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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동의 달
김정식 지음 / 이유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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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서른 번은 족히 이사를 한 것 같다는 김정식 작가의 마음에 남아 있는 동네는 대학교수가 되어 살고 있는 현재의 동네도 아니고 태어난 고향도 아니었다. '일흔이 넘은 노모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걷지 못하는 나를 데리고 고향을 떠난 아버지에게 금호동은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는 몇 개 남지 않은 선택지이기도 했다.'

작가의 부친 명구 씨가 어렵던 시절에 작가의 형 규철이 못 먹어서 황달에 걸렸다. 가정형편을 짐작한 소아과 김 원장은 환자가 많다는 핑게를 대면서 일부러 병원비를 받지 않았다. 마침 부친이 월미도에 갈 일이 생겨서 큰 맘 먹고 장남 규철이를 데리고 가서 회를 시켰는데, "아부지, 이거 좀 더 먹으면 안 돼요?"하는 아들을 보면서 명구 씨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머릿속으로 돈 계산을 해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돌아갈 차비밖에 없어서 회를 더 사주지 못했다는 장면을 읽다가 문득 안성기 주연의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이 떠올랐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집안의 아들 안성기가 짝사랑하던 황신혜를 만나서 레스토랑에 갔는데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음식값을 보면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돈 계산을 하던 장면과 겹쳐졌다.

'세상은 누구에게도, 어느 나이에도 잔인한 곳이다. 잘살고 못사는 게 노력과 상관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노력한다고 잘산다는 보장도 없다.'는 작가의 말이 그냥 하는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15년 넘에 외국 생활을 하고 대학교수가 된 작가가 빛나고 화려한 시절보다 가난하고 힘겨운 시절을 살았을 금호동을 잊지 못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가 만들어진 곳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경희는 작문 시간에 인삼찻집을 하는 엄마에 대한 글을 썼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발표할 때 그걸 읽었다. 그러자 누군가 말했다. "니네 엄마 술집 하는구나." 손기현이라는 자식이었다. 입이 크고 아래턱이 나온 게 배우 이병헌을 좀 닮았다. 그래서 지금도 난 겁나게 연기 잘하는 이병헌을 별로 안 좋아한다. 예쁜 김경희가 우는 모습에 나는 떡집 아들 기현이를 때려주고 싶었다.'

'슬픔은 폭력의 원인이다. 모든 폭력은 나쁘다? 인생 편하게 살았던 사람이나 할 법한 이야기다.' 라고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에 공감한다.

작가가 기억하는 1070년대 금호동 시절의 우리나라는 수출 100억 달러가 목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2023년 우리나라는 수출 6,800억 달러가 목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떡집 아들 기현이는 예쁜 김경희에게 '니네 엄마 술집 하는구나.' 하고 있고, 내 친구 김경희는 눈물을 쏟고 있고, 나는 분노를 삼키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

대전역에는 연 매출 1,000억이 넘는 성심당도 있지만, 매일 새벽 5시부터 8시까지 생계를 위해 대전역 도로변 도깨비 시장에서 좌판을 펼치는 노점상들도 즐비하다. 변두리에는 50년 경력의 이발사가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고, 맞춤 양복점과 수제 구두가게도 여전히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는 여전히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남아 있는 돈을 계산하고 있다.

#금호동의달 #김정식지음 #이유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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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대화 - 1분 만에 바로잡는 45가지 기술
요코야마 노부히로 지음, 황혜숙 옮김 / 밀리언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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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가 어긋나면 모는 것이 틀어진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끝임없이 말하는 것을 배우고, 심지어는 다른 나라 말까지 배우고 또 배우고 있지만 막상 동일한 언어로 이야기를 해도 막상 확인해보면 각자 서로 다른 생각과 서론 다른 이야기를 동시에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직적인 구조에서 이런 대화의 문제는 직장생활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왜 우리는 같은 문화권에서 같은 언어로 이야기를 하면서도 답답함을 느끼는 것일까하는 의문에서 '어긋난 대화 1분 만에 바로잡는 45가지 기술'을 읽었다.

인상적인 내용 중에 한 가지는 보험회사 영업사원이 고객의 SNS에서 자녀에게 특정한 스포츠팀의 유니폼을 자녀에게 입힌 것을 사전에 파악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그 고객과 대화를 하면서 보험계약을 따낸 일화였다. 물론 보험상품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와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음의 틈으로 시작된 대화의 틈을 메우는 방법을 알아보자.

* 언어의 장벽은 관계의 장벽이 된다

대화가 어긋나는 가장 큰 이유는 애매한 표현과 생략하는 경향때문이라는 내용에 공감이 간다. 흔히들 하는 착각이 내가 알고 있으니까 상대편도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 애매하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이다. 상대편이 애매하게 이야기하면 잘 알아듣지 못하면서 나는 그렇게 이야기해도 상대편이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지나칠 정도로 구체적으로 생략하지 않고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몇 십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사이라 해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하물며 서로를 잘 모르는 사회생활에서는 오죽하랴.

그리고 대화를 하면서 자기중심적으로 이해하거나, 대화 내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도 대화가 어긋나는 중요한 이유이다. 언어의 장벽은 관계의 장벽이 된다는 말을 기억해야겠다.

*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으로 보여지기

본문에 언급된 45가지 다양한 기술 가운데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으로 보여지기' 기술이다. 구체적으로 '탄생, 취학, 취직, 결혼, 출산, 양육, 승진, 전직, 은퇴, 죽음' 등 일생의 이벤트는 빼먹지 말자는 것과 매일의 스트레스에 공감한다 는 내용이다. 마음의 틈이 메워지면 대화의 틈도 메워지는 것이 인간관계가 아닐까. 어긋난 대화를 바로잡기 위해서 45가지 기술을 사용한다는 말은 45가지 고민을 한다는 말과 같다. 인간관계에서 그 정도의 고민을 한다면 해결되지 못할 관계는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방법들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대화 상대와 상황에 맞추어서 진정성을 갖고 대화한다면 100퍼센트의 완벽한 대화는 어려울지 몰라도 서로간의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아무렇게나 말하면 아무 관계도 안 된다. 막연하게 말하면 어긋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명확하게 이해할 때까지 확인하자.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정보력 등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실전에 활용해봐야겠다.

* 뿌린대로 거두리라

막연하게 이야기하고 대충 이해하는 악순환을 벗어나기위해서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부모의 말을 따라하면서 말을 배운 것처럼, 나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내 생각을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는 점점 어긋나고 마음은 멀어질 뿐이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도 뿌린대로 거두리라.

#어긋난대화1분만에바로잡는45가지기술 #요코야마노부히로지음 #황혜숙옮김 #밀리언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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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Memory of Sentences Series 2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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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렸을 적 읽었던 인어공주, 미운 오리새끼, 성냥팔이 소녀에 대한 따뜻한 기억은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희망과 행복 등 긍정적인 단어를 잊지 않게 해주는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읽는 안데르센 동화에, ‘잔혹’이란 딘어를 붙여 안데르센 작가의 삶에서 추론할 수 있는 선과 악이라는 양면적 내용은 그것이 비록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어렸을 적의 소중한 기억을 잃어버릴 것만 같아 쉽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안데르센은 다수의 비평가들에 의해 ‘자전적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그의 작품 속에는 불우한 환경과 외모에 대한 열등감, 가난, 혼돈 같은 작가의 경험이 다양하게 투영되어 있다.

1805년 덴마크의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도 변변히 다니지 못하고 연극배우를 꿈꾸다 접은 안데르센은 에드워드 콜린이라는 동성 남자의 결혼 소식에 대한 실연을 겪었다. 작가의 그러한 어긋나버린 사랑의 물거품같은 실연의 아픔이 '인어공주'의 모티브가 되어 그 유명하고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되었다고 한다. 무언가 어렸을 적 읽었던 아름답고 안타깝던 동화 속 기억에 균열이 가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안데르센 동화에 대한 어린 시절의 아련한 환상을 말끔히 걷어주면서, 모든 인식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게 만들면서 '인간을 파멸시킨 욕망 잔혹동화', '목숨과 맞바꾼 사랑 잔혹동화',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마법 잔혹동화', '사유에 묻히게 하는 철학 잔혹동화'라는 4개의 파트로 구분하여 그간 조금씩 미화 각색된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영문글 및 해석을 담고 있다.

안데르센이 쓴 160여 편의 동화 중에서, 인간을 파멸시킨 욕망 잔혹동화에 '빨간 구두' 등 4편, 내 하반신을 드릴께요라는 내용으로 재 해석한 '인어공주'와 '외다리 병정' 등 4편은 사랑 잔혹동화로, '눈의 여왕'과 '백조왕자'는 마법 잔혹동화로, '미운 오리새끼'와 '성냥팔이 소녀'는 철학 잔혹동화로 총 16편의 작품들이 안데르센의 삶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편역자인 박예진은 이렇게 말한다. “ 대부분의 동화가 삶의 따뜻하고 희망적인 부분에 대해서 그리고 있는 반면, 안데르센은 어둠과 빛, 희생과 보상, 인간성과 비인간성이라는 상반된 모습들을 모두 그려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자신을 좌절시켰던, 부정적인 이야기들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날에서는 빛이 비치고, 어떤 날에는 비가 오기도 하는 세상의 이치처럼 말이죠”

어린시절 기억 속의 아름답고 따스했던 정감에 대한 배반이라고 느껴질 잔혹한 실상이 그려진 내용에 다소 실망스러운 측면도 있다. 반면에 어른이 되어가면서 피할 수 없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부딪힌 상실감을, 죽어서라도 은혜를 갚으려 했던 은인을 기다리는 '길동무'라는 작품이나, 잔인한 시련 속에서 강인해지는 '마쉬왕의 딸'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극복하고 있다. 철학 잔혹동화 '성냥팔이 소녀'는 몸값 싼 어린소녀를 노동자로 이용하다가 길거리로 내몬 사회의 추악한 모습을 폭로하고 있다. 16편의 잔혹한 어른 동화는 한글로만 된 어린이 동화와 달리 영문 글귀를 수록하여 원문의 여운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한다.

Life itself is the most wonderful fairy tale.

인생 그 자체가 가장 훌륭한 동화이다.

Life is like a beautiful melody, only the lyrics are messed up.

인생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같다. 가사만 망가져 있다.

비록 어렸을 적의 꿈과 희망으로만 살아갈 수 없는 잔혹한 현실을 살아내고 있지만, 인생은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라는 진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안데르센잔혹동화속문장의기억 #박예진엮음편역 #센텐스 #리텍콘텐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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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Memory of Sentences Series 1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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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름과 제목을 알고 있는 작가들과 작품들에 대해서 정말로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한다. 그렇지만 실상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에게는 버지니아 울프가 그런 경우이다. 어디에선가 이름은 많이 들어본 기억이 있어서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어보니 실상은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든 생각은 이제부터라도 그 작가의 작품을 읽고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자기만의 방'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 우리는 같은 세상을 보지만 다른 눈으로 봅니다.

Though we see the same world, we see it through different eyes.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적인 13작품 중의 하나인 '3기니'에 나오는 문장이다.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인지 작품 속의 문장들이 낯설고 난해하기도 했지만 문장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들을 찾아내는 기쁨도 만만치 않았다. 작가가 같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기만의 방'에 나오는 다음 문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색하며 대학교의 잔디밭을 거닐던 '나'를 한 관리원이 막아섰습니다. '나'에게 허락된 것은 자갈길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상을 같은 눈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조차도 남다른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작가는 1915년부터 53세가 되기까지 일기를 썼는데, 그 내용 중에 작가로서의 심정이 드러난다. '빈 종이를 검토하다 보면 불안해져 저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집 안을 배회하며 계단 아래에 앉아 웁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 각종 댓글에 상처를 받고 때로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때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작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책이 나온 뒤 서평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예민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 그리고 서평이 마음에 들지 않자 분노하는 모습 등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에 대한 용기에 더해서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예민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일기를 통해서 이렇게 고백한다. '수동적인 순응이 무섭습니다. ... 저는 치열하게 삽니다.'

'나는 나입니다. 나는 누군가를 모방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따라야 합니다. 그것이 내 글, 삶의 유일한 정당성입니다.'

'칭찬과 침묵이 혼재해도...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예술에서 얻는 즐거움이요.'

*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

  •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우리가 하는 말들 위에 세워집니다.(밤과 낮)

  • 사람들을 요약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제이콥의 방)

  • 런던의 거리는 지도가 있지만, 우리의 감정은 아직 탐험되지 않은 영역입니다. 이 구석을 돌면 무엇을 만나게 될까요?(제이콥의 방)

  • 밤이 왔습니다. 그녀가 항상 사랑했던 밤이 왔습니다. 마음의 어두운 웅덩이에 반사된 것이 낮보다 더 선명하게 빛나는 밤이었습니다.(올랜도)

  • 책은 영혼의 거울입니다.(막간)

  • 빗방울은 세상 모든 이들의 눈물이라는 의미를 갖게 됩니다.(막간)

  • 사람들이 변할 수 있을까요? 우리 자신, 우리는 변할 수 있을까요?(막간)

* 우리는 다른 눈으로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일까?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작가, 남녀차별이 노골적인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낙인이나 고정관념을 거부한 작가는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 치열한 삶을 불태웠다. 80년 전 작가가 살았던 세상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본다.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같은 눈이 되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본다면, 작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며, 그것이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차원을 찾도록 하는 것입니다.'(버지니아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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