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인생공부 - 천하를 움직인 심리전략 인생공부 시리즈
김태현 지음, 나관중 원작 / PASCAL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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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국지는 서기 184년 후한 쇠퇴부터 280년 서진 통일까지의 중국 역사를 다룬 역사서로 진수(촉한과 서진 시대 역사가)의 정사 삼국지(총 65권)와 명나라때 나관중이 저술한 역사소설 삼국지연의(1522년 명나라 가정제 때 간행, 청나라 때 모종강이 120회로 재편집한 모본이 현재까지 정본으로 인정)가 있다. 연의(演義)라는 제목 자체가 "사실에 내용을 보태서 재미나게 설명한 책"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조선 왕실과 조정에서도 임진왜란(1592-1598) 전인 16세기 중반 ‘삼국지’를 활자로 찍어 유통시켰다. 1980년대 발견된 당시 활자본은 국내 최고일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을 통틀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찍은 ‘삼국지연의’ 활자본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1592년 4월 13일 일본군이 부산에 상륙하자마자 한성을 떠나, 6월 22일 평안북도 의주까지 피란을 떠났는데 아마도 삼국지를 미처 안 읽어본 것 같다. 천만다행으로 이순신 장군이 나타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군웅이 할거하던 삼국지의 등장 인물 가운데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누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조조의 군세에 패하여 후퇴하면서도 조조의 군사 수만 명 사이를 종회무진하면서 주군 유비의 아들을 구해낸 장판파 전투의 상산 조자룡,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일으켜 유비와 손권의 5만 연합군으로 조조의 80만 대군을 물리친 제갈공명, 사후에도 군신으로 추앙받는 관우라면 가능할까? 그런데 조자룡, 제갈공명, 관우는 주군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었다. 삼도수군통제사에서 물러나 120일 동안 백의종군까지 해야 했던 이순신 장군과는 처지가 달랐다. 삼국지의 재미에 빠졌다가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을 잊어버릴 뻔했다.

* 제갈량의 읍참마속(泣斬馬謖)

유비의 삼고초려 끝에 촉한의 재상이 된 제갈량은 위나라를 공격하면서 중요한 가정 전투에서 마속이 자신이 내린 명령을 어기고 눈물을 머금고 마속을 처형한다.

"재상…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다음번에는 결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대를 아낍니다. 하지만 법을 어기고 명령을 무시한 자를 용서한다면 앞으로 누가 명령을 따르겠습니까?"

그날, 마속은 처형되었고, 제갈량은 아무 말 없이 그의 무덤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습니다. 자신이 아끼는 마속을 처형한 이유에 대해 제갈량은 조용히 답했습니다.

'군자지교담여수 소인지교감약례(君子之交淡如水 小人之交甘若醴)'

"진정한 관계란 감정으로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법과 원칙을 무너뜨린다면, 우리는 결국 더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 본문 84쪽-86쪽

* 말 한 마디가 인생을 바꾸려면

오나라의 손권이 부친의 원수를 갚기 위한 황조토벌전에서 강을 사이에 두고 적의 강력한 방진(여러 명이 밀집해 방어 대형을 만드는 전술적 진형)에 고전하면서 아무도 선뜻 돌파하겠다는 말을 못하고 있을 때 불량배 출신 감녕이 나선다.

"저 감녕이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너 적진을 깨뜨리겠습니다. 단 20명만 주십시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한 번 입에 담은 말은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장내가 술러였습니다. 누군가는 "미친 짓"이라며 고개를 저었고, 누군가는 "허세일 뿐"이라며 웃음을 삼켰습니다.

"좋다. 맡겨보겠다. 너의 말, 기억하겠다."

전투가 끝난 뒤, 손권은 그를 불러 술잔을 직접 내리고 말했습니다.

"그대가 이렇게 말에 책임을 다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소. 이제 이 강동의 중요한 일도 그대에게 맡길 수 있겠소.

"말 한 마디기 인생을 바꾸려면, 그 말이 진심이어야 하며,

그 진심은 반드시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言必行 行必果)

- 본문 239-240쪽

* 성패는 하늘에 달려있다

천문, 지리와 병법에 능통했던 조조는 화북을 평정하고 천하를 통일하려는 야망으로 80만 대군을 이끌고 강남을 정복하기 위해 나섰지만, 적벽대전에서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아무리 뛰어나 지략을 가진 조조라도 하늘의 뜻까지 거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조조는 자연의 변수, 인간의 감정, 우연한 사건 같은 요소들이 항상 전쟁과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 해도, 자연이 결정하는 운명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는 법이었습니다. 결국 조조는 패배를 인정하고 퇴각하면서 중얼거렸습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본문 266-267쪽)

제갈량은 불로 공격하려 했으나, 때마침 큰비가 내려 이를 멈추었다.

제갈량이 탄식하며 말했다. “일을 도모함은 사람에게 달렸으나, 성취됨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억지로 할 수는 없는 법이로다.”(亮欲以火攻,會大雨,遂止。亮歎曰:「謀事在人,成事在天,不可強也。)

- 사마광 『資治通鑑』 卷94, 三國·魏紀十四

정확한 출처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의 화공으로 패전하면서 하늘의 뜻을 알았고, 적벽대전에서 화공으로 승리를 거둔 제갈량은 위나라의 사마의를 상방곡으로 유인해 불로 공격했지만 큰비를 만나면서 하늘의 뜻을 알게되었다. 하늘은 불로 나타나는가 하면 어떤 때는 물로도 나타나 인간의 재주를 혼내주니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돌고 또 돌고 아무리 돌고 돌아도 결론은 진인사 대천명(盡人事聽天命)이다.

  • 나는 덕과 힘을 가늠하지 못하고 조공(조조)와 겨루려 했다.(손권)

  • 화는 복이 의지하는 곳이고, 복은 화가 숨어 있는 곳이다.(제갈량)

  •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롭고, 자신을 아는 자는 밝다.(유비)

  • 늙었다고 해도, 뜻은 죽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내 검은 살아있습니다.(황충)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다. 큰 뜻을 품고 멈추지 않는 자만이 천하를 얻을 수 있다.(조조)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가 되지 말고,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싸우지 말라는 말은 인간세상의 희로애락, 흥망성쇠가 한 작품 속에 망라되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으면 싸움을 멈추게 될까...

#삼국지인생공부 #천하를움직인심리전략 #인문학자김태현 #리텍콘텐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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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시인의 얼굴 - 윤동주·백석·이상, 시대의 언어를 담은 산문필사집
윤동주.백석.이상 지음 / 지식여행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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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여행 출판사에서 나온 <시인의 말 시인의 얼굴>은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윤동주, 백석, 이상 시인의 산문필사집이다. 부록으로 세 시인의 시 3편씩도 실려있다.

일제강점기(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1910년부터 해방된 1945년까지의 민족 수난기)에 태어나 백석 시인을 제외하고는 조국의 해방을 맞이하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한 세 명의 시인들을 생각하니 먹먹한 마음을 숨기기 어렵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노래했던 윤동주 시인은 1945년 2월 향년 27세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였고, 이상 시인도1937년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한 달 간 수감되었다가 폐결핵으로 향년 28세의 나이로 생을 달리하였다. 1912년에 태어나 1996년까지 살았던 백석 시인도 북한에서 축산 노동과 창작활동을 병행했지만 시 창작활동은 점차 중단되었다고 한다.

일반 사람들도 견디기 힘든 암울한 시기에 감수성이 풍부한 시인들이 느꼈을 암담함은 결국 시인들의 운명을 재촉했으리라.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시인들이 남긴 시와 그들의 이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우리 민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윤동주, 이상, 백석의 이름은 사라지지 않으리라.

* 조용한 고백의 시작, 윤동주

이제 닭이 홰를 치면서 맵짠 울음을 뽑아 밤을 쫓고 어둠을 짓내몰아 동쪽으로 훤-히 새벽이란 손님을 불러온다 하자. 하나 경망스럽게 그리 반가워할 것은 없다. 보아라, 가령 새벽이 왔다 하더라도 이 마을은 그대로 암담하고 나도 그대로 암담하고 하여서 너나 나나 이 가랑지길에서 주저주저 아니치 못할 존재들이 아니냐.

별똥 떨어진 데(1939년 창작 추정)

글을 쓴다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일 수는 없다는 시인은 새벽이 왔다고 하더라도 이 마을은 그대로 암담하다고 하면서도, 코스모스가 홀홀히 떨어지는 날 우주의 마지막날은 아니라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가을이 원망스럽고 달이 미워서 달을 향하여 죽어라고 팔매질을 하면서 달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고 했던 시인은, 곧이어 놀랐던 물결이 잦아들 때 오래잖아 달은 도로 살아난 것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지독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한 줄기 빛을 노래하는 윤동주 시인은 지금도 여전히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 풍경이 되고 사람으로 남는, 백석

오산학교 출신으로 민족 계몽주의 교육을 받은 백석 시인은 '시인은 슬픈 사람입니다. 세상의 온갖 슬프지 않은 것에 슬퍼할 줄 아는 혼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어느 하룻밤 아베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베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이 그득히 사리워오는 것이다

백석의 시 <국수> 중에서

슬픔을 말하지 않고도 슬프고 사랑을 말하지 않고도 오래 남는 백석 시인이 북한이 아닌 남한에서 오래도록 시 창작 활동을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아마 치열한 민중시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 익숙한 고독 익숙하지 않은 말들, 이상

윈도 안의 석고 무사는 수염이 없고 비너스는 분 안 바른 살결을 찾을 길 없고 그리고 그 장황한 자세에 단념이 없는 윈도 안의 석고다...

여름은 소름 끼치며 땀 흘린다. 어떻게 저렇게 겨울인 체 잘도 하는 복사빙판 위에 너희 인간들도 결국 알고 보면 인간모형인지 누가 아느냐.

산책의 가을(신동아, 1934년 10월호)

이상은 윤동주가 노래한 별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들은 마당에서 멍석을 펴고 잔다. 별을 쳐다보면서 잔다. 그러나 그들은 별을 보지 않는다. 그 증거로는 그들은 멍석에 눕자마자 눈을 감는다. 그러고는 눈을 감자마자 쿨쿨 잠이 든다. 별은 그들과 관계없다.' 이 글을 보니 이상은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주의자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이 2025년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면 무어라고 할까? 아마도 '그들은 낮에도 밤에도 스마트폰을 본다. 별은 그들과 관계없다.'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지식여행 출판사의 <시인의 말 시인의 얼굴>은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 백석, 이상의 필사하고 두고 두고 새기고 싶은 아름답고 눈부신 우리의 글들이 살아있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익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굴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백석 <국수> 중)

시대는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생각도 변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지만, 암울한 시대를 살다간 천재 시인들의 풍부한 어휘와 감수성은 마냥 그리웁다.

#시인의말시인의얼굴 #윤동주 #백석 #이상 #지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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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
홍자성 지음, 최영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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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 중국 명나라 말기의 학자 홍자성이 저술한 채근담(菜根譚)은, 사람이 나물의 뿌리(菜根)를 씹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에서 따온 제목이다.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강탈당하고 먹을 것 마저 빼앗긴 우리 조상들은 초근목피(草根木皮,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목숨을 이어갔다는 문구가 떠오른다. 맛집 탐방을 하면서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서서 기다리기를 즐기기까지 하는 현재의 우리들은 생존을 위해서 풀뿌리와 나무껍질까지 벗겨먹어야 했던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의 세상살이를 상상하기가 불가능할정도이다.

채근담은 초판 형식의 명각본 222편과 후대에 전해진 후집 134편을 더해서 총 356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356편의 글을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운명과 시련을 대하는 자세,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마음을 비우는 공부, 세상을 비추는 눈, 자연과 하나 된 삶이라는 7가지 주제로 구분하여 집중도를 높여준다.

* 오늘 내 마음의 날씨는(전집 6편)

- 거센 바람과 사나운 비가 몰아치면 새들도 슬픔에 젖고, 맑은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이 불면 풀과 나무도 기쁨에 찹니다. 하늘과 땅도 하루라도 온화한 기운이 없으면 안 되듯, 사람의 마음도 하루라도 기쁨의 기운이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북 테라피스트 최영환 역)

疾風怒雨、禽鳥戚戚 ; 霽日光風、草木欣欣○

可見天地 不可一日無知氣、人心 不可一日無喜神○

전집 6편 원문

--- 하루를 살더라도, 온화한 마음과 작은 기쁨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엮은이의 설명이 와 닿는다. 폭염과 폭우를 견디어내면서 하루 하루가 생존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더우면 더운데로, 추우면 추운데로 움츠러드는 내 마음의 날씨. 기쁨의 기운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 기쁨이 유혹할 때, 고통이 다가올 때(전집 10편)

인생은 늘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며, 진정한 성숙은 이 기대 밖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됩니다.

--- 기대 밖의 변화를 받아들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다들 아프다.

* 지혜로운 사람은 중심을 잃지 않는다(전집 51편)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선 한 가지 방식만을 고수해서는 안 됩니다. 바른 세상에서는 원칙을, 혼란한 시기에는 유연함을, 혼탁한 말세에는 두 가지를 조화롭게 써야 합니다.

--- 지금 우리는 어떤 방식을 써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을까? 아무래도 변칙.

* 탐욕은 가장 먼저 인간성을 허문다(전집 79편)

옛사람들은 '탐하지 않음'을 가장 큰 덕목으로 살았습니다. 욕심을 채우는 것이 아닌, 마음을 비우는 것이 곧 인격을 채우는 길임을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 마음을 비우면 무엇을 채울 수 있을까? 끝내 탐욕을 비우지 못하는 마음.

* 절제의 선을 그리다(전집 84편)

통찰이 깊더라도 모든 것을 낱낱이 들춰 상처 주어서는 안 되며, 정직하다고 해서 융통성을 잃으면 오히려 해가 됩니다. 지나치게 달지도 않고, 지나치게 짜지도 않은 음식이 진정한 맛을 품듯이 사람됨도 균형과 절제로 빚어져야 합니다.

---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의미는 아닌데, 가만히 있기도 힘드네.

* 하늘을 이기는 마음은 따로 있다(전집 91편)

외부의 조건은 주어지는 것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넘기느냐는 전적으로 내 안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 동양의 탈무드 채근담. 세상은 못 다스리지만, 내 마음은 다스려야겠다.

* 흐르는 감정, 멈추지 않는 마음(전집 125편)

슬픔이 오래 머물 것 같아도 곧 평안이 찾아오고, 기쁨이 영원할 것 같아도 그 너머에는 다시 고요함이 있습니다. 흐름을 막지 않고, 머무름을 바라지 않는 마음, 그곳에 진정한 자유가 있습니다.

--- 현상은 머무르지 않고 변한다. 그것을 지켜보는 마음에 자유가 깃들기를.

* 흐름 속에 나를 놓고, 집착을 내려놓다(후집 279편)

삶은 고정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내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지나친 동일시가 괴로움을 낳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흐르고, 사람 또한 그 안에서 바뀌어 갑니다.

--- 변치 않기를 바라는 내 마음을 어떻게 하나? 그 마음도 변할까?

* 태어나기 전, 사라진 뒤의 나를 묻는다(후집 319편)

본래의 '나'는 욕망이나 이름, 형상이 아닌 더 깊은 곳에 있습니다. 존재의 경계를 뛰어넘어, 삶 이전의 평온함으로 회귀하려는 사유. 이것이 곧 참된 고요이며,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은 초월의 문입니다.

---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천지미분전(天地未分前) 나는?

* 모자람 속에 숨겨진 충만한 미덕(후집 355편)

차가 받드시 최고급이 아니어도 그 맛은 깊고, 술이 맑지 않아도 그 자리에는 온기가 깃듭니다. 삶에서 '형식'을 내려놓고 '의미'에 집중할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여유이자 자유입니다. 완벽을 향한 욕망이 아니라 불완전 속의 충만함을 아는 태도야말로 진정한 고요와 교양을 빚습니다.

--- 모자람은 더자람이 아닐까. 완벽은 더 이상 못자람이고. 더자람이 낫겠다.

# 고요하고단단하게채근담 #리텍콘텐츠출판사 #홍자성지음 #최영환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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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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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 엔딩'(Maybe Happy Ending)이 뮤지컬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우는 제78회 '토니 어워즈'에서 작품상 등 총 6개 부문에서 수상(2025. 6. 8.)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대중문화 예술을 대표하는 4개의 시상식 가운데 영화의 아카데미상(2020년 기생충), 방송의 에미상(2022년 오징어게임), 음악의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대상(2021년 BTS)에 이어 공연의 토니상(2025년)까지 수상하였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한국 문화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이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구호가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시의적절하게 출판된 이서희 작가의 '방구석 판소리'는 심청가 등 판소리 다섯 마당을 조선의 오페라로, 옹고집 타령 등 네 마당을 잃어버린 조선의 아리아로, 도솔가 등 향가는 삼국시대 뮤지컬로, 하여가, 단심가 등 고전시가는 고전의 발라드로, 옥단춘전 등 고전소설은 달빛 아래 붉은 실로 묘사하면서 우리문화의 원류를 총망라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8세기 우리나라의 판소리는 12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춘향가, 심청가, 홍보가, 수궁가, 적벽가 등 5마당만 전승이 되었고 나머지 옹고집타령 등 7마당은 전승이 끊어져 실전판소리라고 부른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조선의 아리아인 장끼타령 중에 겨울철 굶주린 장끼(수컷)가 들판에 놓여 있는 콩알 한 쪽을 두고 까투리(암컷)와 다투는 장면은,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콩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 장끼가 콩을 부리로 꽉 쪼는 것과

동시에 장끼는 덫에 콱 걸리게 되고요. 까투리는 그만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저런 광경 당할 줄 몰랐던가, 남자라고 여자 말 잘 들어도

패가하고 계집 말 안 들어도 망신하네.

깃털의 노래: 장끼의 모험과 희생 장끼타령(방구석 판소리 129쪽)

운명의 강가: 바람과 불의 교향곡 적벽가는 삼국지를 읽어본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흥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운명을 거스른 사랑을 노래하는 숙영낭자전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시대 선비 백선군과 선녀 숙영낭자의 사랑이야기는 애틋하고 애달프고 속상하고 신기하고 인간사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운명을 바꾼 사랑: 정수정의 전설 정수정전은 남존여비의 신분제 사회를 향하여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남자로 살아가는 여성 수정에게는 피할 수 없는 고난의 길이었지요.

수정은 황제를 찾아가 사실대로 고하기로 합니다.

아버지가 11살에 돌아가셨으며 그로부터 혼자 살아갈 길이 막막하여 과거를 보기 위해 남장을 했고, 아버지의 원수 진량을 베는 것이 오직 목표였다는

절절한 고백이었습니다.

여자인 몸으로 궁까지 들어온 것은 분명 지탄받을

일이긴 하였으나, 황제는 어째서인지 수정에게 식읍, 즉 수정이 조세를 받아쓸 수 있는 고을만은 남겨두었습니다.

운명을 바꾼 사랑: 정수정의 전설 정수정전(방구석 판소리 303-304쪽)

현실이 어렵고 막막할 때 우리 조상들은 그들의 설움과 분노를 한과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찬 판소리, 타령, 향가, 고전시가, 고전소설 등의 이야기로 풀어냈던 것 같다. 조상들의 오페라인 판소리는 1969년 김연수의 판소리 단가로 이어지면서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산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 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가 있느냐. 봄은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예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 요란허여, 제 절개를 꽃피리 않은 황국 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려 은세계 되고 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와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 말 들어보소. 인간이 모두가 팔십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지허면 단 사십도 못 산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는 불여생전 일배주만도 뭇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마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 마라. 가는 세월 어쩔그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어리다가 대랑 매달아놓고 국곡투식 허는 놈과 부모 불효 허는 놈과 형제 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어서 한잔 더 목소 들 먹게 하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

김연수(金演洙, 1907~1974)가 창작한 판소리 단가 사철가(四節歌)

방구석 판소리는 작품 끝머리에 대표곡을 들어볼 수 있는 QR 코드가 있다.

#방구석판소리 #이서희작가 #리텍콘텐츠출판사 #조선의오페라로빠져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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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 (양장) - 필사로부터의 질문, 나를 알아가는 시간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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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구마 열 개를 먹은 것 보다 더한 답답함이 전 국민을 짓누르고 있다. 유튜브에서 안동역에서를 개사한 안국역에서를 들었다.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대답없는 헌재야, 안타까운 국민들만 애가 타누나"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고민은 있겠지만, 한 가지 문제 앞에서 전국민이 애가 타는 상황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21세기에 자행된 12.3 친위구데타(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집권한 정치 지도자가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불법적인 수단으로 스스로 벌이는 쿠데타,self-coup)는 기원전 81년경 로마공화정의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집정관을 기원으로 하여 율리우스 카이사르, 나폴레옹, 히틀러, 박정희, 푸틴 등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무언가 탈출구가 필요한데 현재까지는헌재가 무언가를 내놓을 기미가 도무지 보이지 않아 속을 태우던 중에, 김태현 작가의 '백년의 질문, 베스트셀러 필사노트'를 만났다. 작가의 전작 '백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 중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100개의 문장을 선별하여 '좀 느리게 걷다 보면 보이는 것들, 버림을 통해 채움을 얻은 방법, 역사도 인생도 똑같이 반복된다 등 14가지 주제별로 분류해놓았다. 소제목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 글은 머리와 가슴에 새겨지는 것

마음 깊숙이 꽃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이기주, 언어의 온도)

* 역사를 통해 나의 존재를 지키다

역사에서 위인으로 평가받는 사람들은 정상에서 배회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물러나야 할 대 물러날 줄 알고, 잘 내려온 사람들이지요.(최태성, 역사의 쓸모)

그렇지 못한 위인들은 스스로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리를 배회하다 독재자라는 오명을 역사에 오명을 남긴다.

* 인생등반

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골짜기를 지나야 하며, 오아시스를 만나기 위해서는 사막을 건너야 한다. 나아가 무지개를 보기 위해서는 먼저 비를 맞아야 하며, 화려하고 예쁜 꽃을 보기 위해서는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한다.(김이율, 가슴이 시키는 일)

골짜기가 사막이 비가 혹독한 겨울이 너무 길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이다.

* 시간은 누구에게나 관대하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지 말라. 당신에게는 헬렌 켈러, 파스퇴르, 미켈란젤로, 테레서 수녀, 레오나르도 다 빈치, 토머스 제퍼슨, 알버트 아인슈타인에게 하루에 주어졌던 시간과 똑같은 시간이 주어졌다.(한홍, 시간의 마스터)

* 책을 읽는 동안의 침묵

말이 많은 사람의 장점은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을 세상에 알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이 많은 사람의 단점은 아는 것은 많은데 정확히 아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을 세상에 들키고 만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책을 읽으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책을 읽는 동안에는 말을 내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정철, 내 머리 사용법)

책을 읽는 이유를 이제야 제대로 알겠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

* '왜'라는 질문을 던져라

세상의 모든 존재물은 존재의 이유와 생성의 목적이 있다. 그 목적만 제로로 들여다봐도 실패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존재의 목적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해답은 '왜'라는 질문에 있다.(황인원, 시 한 줄에서 통찰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800권의 책에서 얻은 통찰을 한 권으로 읽게되어 작가에게 감사하다. 기회가 되면 인용된 책들을 읽어보겠지만 굳이 읽지 않아도 무방할 것 같다. 오늘부터는 필사를 하면서 작가의 질문에도 답해보고, 답답해하기 보다 필사를 통해 위안과 치유를 받고 싶다.

필사노트에는 작가의 질문이 들어있다.

  • 현재 우리가 만들어가는 역사는 어떤 시각으로 후세에 전해질지 고민해 본 적이 있나요?

- 친위쿠데타를 검색해 보니 벌써 2024. 12. 3.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요즘은 실시간으로 역사가 기록되는 세상이다. 매화도 피고 동백도 피고 벚꽃도 피어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봄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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