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상에서 멀어지기로 했다
편석환 지음 / 가디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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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한 인생은 일상

『변신』을 쓴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는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인생은 일상'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출처와 진위 여부를 떠나서 의미있는 명언이라고 생각했다. 2015년『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를 통해 43일 간의 묵언 기록을 세상에 내놓았던 편석환 작가는『나는 일상에서 멀어지기로 했다』고 이야기한다. 오랜 침묵 끝에 내놓은 작품을 읽으면서 소통 전문가가 침묵을 선택하고 일상에서 멀어진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유일한 인생이 일상이라면, 어떻게 인생이라는 일상에서 멀어질 수 있을까. 떠나는 것은 아니니 적당한 거리를 둔다니 의미일까.

* 치열하고

우리는 죽을지 뻔히 알면서도

일상을 참 치열하게 살아간다.

그것이 일상이고, 인생이다.

본문 13쪽

작가도 일상이 인생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치열한 일상도 끝이 있다. 작가가 성대 종양으로 43일 간 묵언을 실천하면서, '버리는 삶이 채우는 삶보다 어렵다'고 고백했지만, 일상에서 멀어지는 것은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 같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멀어지고 싶다. 왜 일상이라는 인생에서 멀어지고 싶을까.

* 불안한

'한국인 노벨평화상' 추천이라는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일상이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벨평화상 수상 여부를 떠나, 우리들의 일상이 지극히 평화롭지 못했다는 증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로 전 세계인이 마스크를 쓰고 몇 년을 고생했는데, 고생끝이 아니고 작년부터는 느닷없는 관세전쟁으로 전 세계인이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해야했다. 최근에는 이란과의 전쟁으로 기름값을 확인하는 것도 겁이 난다. 아마도 이런 불안한 일상은 형태를 달리해서 끝없이 이어질 것 같다.

* 고요로 가야겠다

바람이 멈추었다

고요로 가야겠다

도종환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것은 시인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런데 바람이 멈추지 않으면 어떻게 고요로 갈 수 있을까. 외부의 바람은 멈출 기색이 안 보이니, 내면의 바람이라도 멈추어야 할까.

* 일상 단상

일상을 잘 살기 위하여 일상과 멀어진다는 역설. 묵언과 침묵 속에서 건져낸 단상.

- 아님 말고, 그럼 어때.(19쪽)

- 그 일이 무엇이든, 끝을 본 사람은 대단하다.(26쪽)

- 사랑, 사람, 일상 참 어렵다.

- 불행을 치유받기 위해서 그만큼의 행복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 낙엽을 떨구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시간이다

* 멀어지기

일상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편견에서 멀어지는 것이며, 완벽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멀어지면 달라질까.

우주의 기본적인 법칙 중 하나는 그 어떤 것도 완벽하지 않은 것이다. - 스티븐 호킹

본문 136쪽

*달라진 일상

달라진 일상은 천상이다. 평온한, 맛있는, 멋있는, 신선한, 상쾌한, 풀리는, 감사한, 진지한, 힘나는, 속 시원한 하루가 펼쳐진다. 일상에서 멀어져서 이렇게 된다면 빨리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일단 43일 정도는 묵언으로 내공을 키워야 할 것 같다. 일상을 천상으로 살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나는 ( )에서 멀어지기로 했다

아직 성대 종양은 오지 않아 말을 중단하기는 힘들다. 생존을 위해서 치열하고 불안한 일상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작가가 시도했고 달라졌으니 일단 시도해봐야겠다.

작가가 묵언을 시작하면서, 카드를 사용한 이래 역대 최저액의 카드명세서를 받았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일상에서 멀어지면 최소한 그 이상의 극적이고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겠지. 나는 ( )에서 멀어지고 싶다.

여러분은 ( )에서 멀어지고 싶나요?

#나는일상에서멀어지기로했다 #편석환 #가디언 #나는오늘부터말을하지않기로했다 #일상에서의단상 #일상에서멀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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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 내려놓음의 마음 공부 고요하고 단단하게
권민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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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암은 역설적으로 풍요의 질병이라는 말이 있다. 과잉섭취와 운동 부족으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어쩌면 우리는 부족한 것보다 많은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늘 바쁘고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물건들 속에서 상대적인 부족함을 느낀다. 내려놓음의 마음공부라는 소제목이 붙은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은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는 법정 스님의 문장들을 비움과 자유, 두려움과 신뢰, 단련과 실천 등 7가지 주제로 정리하고 있다. 목차대로 읽다가, 마음에 와 닿는 문장들을 몇 번이고 음미하면서 자유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은 침묵을 익힌다는 말이기도 하다. 침묵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자기 내면의 바다이다.'

* 나는 영원히 사는 존재가 아니다

이 세상은 평등하지 못하지만, 단 한가지 평등한 것이 있다면 인간은 끝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인간만이 아니다.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이고 언젠가는 사라진다. 나는 영원히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절망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울 때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영원히 사는 존재가 아니다. 언젠가는 이 세상과 작별할 것이다."

"살아 있는 이때, 내가 나를 비워야 한다."

생명 자체가 하나의 기적

* 생각의 힘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물이 반이나 차있다고 생각할 것인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고 같은 현실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생각의 힘. 법정 스님은 장미꽃과 가시의 비유를 들면서 생각의 힘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났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하고 싶어진다.'

생각해보니 우리 삶도 짧지만 아픈 날보다 아프지 않은 날이 비교할 수 없이 많다. 그뿐인가 슬픈 날보다 슬프지 않은 날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도 잠깐 아프고 잠깐 슬픈 일에 우리는 무너져 내리곤한다. 생각해보면 감사하지 않을 일이 없다.

* 다른 꽃과 비교하지 않는다

법정 스님은 꽃을 좋아하셨던 것 같다. '꽃들은 저마다 자기 특성을 지니고 그때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피어나며 다른 꽃과 비교하지 않는다.'

인간의 삶도 꽃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특성을 지니고 그때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삶. 행복의 비결이다.

* 욕망과 필요

'욕망은 분수 밖의 바람이고, 필요는 생활의 기본 조건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과한 것은 오히려 모자란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사실은 과한 것도 모자란 것도 별로이기는 하다. 지나치지 않은 것이 더 낫다. 욕망은 지나친 것이고, 필요는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그냥 지나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 이미 누군가가 지나간 길

'개인적 처지에서 보면 오늘의 어려움은 모두 처음 당하는 일 같지만,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은 이미 누군가가 지나간 길이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인 듯하여 불안하고 서툴렀는데 그렇지 않구나.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일들은 이미 누군가가 겪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니, 덜 불안하고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다 보면 나도 그 누군가처럼 어떤 길을 만나겠지. 그 누군가가 만났던 그 길.

귀 기울여 읽고 또 읽었다. 처음에는 안 들리던 문장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좋은 날에 그게 그것인 정보와 지식에서 좀 해방될 수는 없단 말인가.'

#고요하고단단하게법정의말 #내려놓음의마음공부 #권민수엮음 #소유의시대에존재를일깨운스님법정 #리텍콘텐츠 #최서윤김민아편집 #민윤재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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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관심 있습니다 - 연방대법원 판례로 본 헌법과 대통령제 이야기
김애경 지음 / 가디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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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의 재등장(불안의 시작)

문제의 발단은 트럼프의 재선이었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하고 선거 결과가 조작되었다고 지속적으로 '불복 운동'을 펼쳐온 트럼프는 2025년 1월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또다시 당선되었다.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였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삼권 분립으로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한 것 보다 더 과격하게 트럼프는 전 세계를 불안하게 흔들고 있다. 미국과 트럼프는 왜 그럴까 궁금한 마음으로 『미국에 관심 있습니다』를 읽었다. 미국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특히, 미국의 일은 그저 남의 일만은 아니다.

 

* 절대왕정에 대한 거부(미국 독립선언문)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일정한 권리들을 부여받았다. 그 권리들 중에는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의 추구가 포함된다....

어떤 형태의 정부라도 이러한 목적을 파괴하게 될 때, 인민에게는 그러한 정부를 바꾸거나 폐지하고, 인민의 안전과 행복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원칙에 따라 새로운 정부를 조직할 권리가 있다.(미국의 독립선언문 중에서)

감동적인 내용이지만,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미국의 모습은 아니다.

정부 권력은 반드시 법의 한계 안에서 작동해야 하며, 그 한계를 벗어나는 순간 정당성을 잃게 된다.(본문 29쪽)

만약 동일한 한 사람이나, 귀족이든 인민이든 동일한 하나의 단체가 이 세가지 권력, 즉 법을 만드는 권력, 공공의 결정을 집행하는 권력, 그리고 범죄나 개인 간의 분쟁을 재판하는 권력을 모두 행사한다면, 모든 것이 끝나고 말 것이다.(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 제11권 제6장 중)

* 야심에는 야심으로 대항하라(삼권분립)

미국 헌법과 정부 구조를 이해하는 데 가장 권위있는 자료로 평가되는 《페더럴리스트》를 통해서 견제와 균형을 중시한 미국 헌법 설계자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야심은 야심으로 대항해야 한다.... 정부의 권력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 이러한 장치들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 본성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페더럴리스트 51번 중)

인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어, 야심에는 야심으로 대항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 상·하 양원제(견제 구조)

헌법 설계자들은 입법부의 필연적 우월성을 제어하기 위해서 의회를 상·하 양원제의 견제 구조로 만들었다.

* 법관의 종신 임기 보장(의회의 탄핵 소추와 심판)

연방 대법원과 하급 법원 판사는 종신 임기와 보수 감액 금지라는 강력한 신분 보장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할 경우 하원의 탄핵 소추와 상원의 심판을 통해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도록 하였다. 국회에서 탄핵 소추 의결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심판하는 우리나라와 절차상 차이가 있다.

* 대통령은 법을 집행할 뿐(권한과 책임)

1787년 미국 헌법을 제정한 필라델피아 회의(또는 제헌회의)에 참여한 헌법 설계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영국 국왕과 달리 법의 지배 아래에 놓인 공직자였다. 1930년대 대공황과 뉴딜 정책을 펼치면서, 대통령의 입법 권한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주목된다. '대통령은 법을 집행할 뿐, 스스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면서 권력분립 원칙을 강조했다. 군과 경찰을 동원해서 국회를 무력으로 진압하려고 했던 우리나라의 최근 사례가 떠오른다. 권력과 권한에는 그에 비례해 책임이 따른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교훈이다.

* 법률이 모호하다면 그 최종 해석자는?

1976년 40년 간 행정기관의 법 해석에 대한 법원의 판단기준이 되었던 쉐브론 원칙이 논란이 되면서, 미국의 대법원은, 법의 최종적인 해석 권한은 사법부에 속한다는 권력분립 원칙을 분명하게 했다.

* 빛의 혁명과 노벨평화상

미국 독립선언문의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일정한 권리들을 부여받았다.'는 구절이 떠오른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것처럼, 모든 국가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2024년 12.3. 비상계엄을 이겨낸 대한민국의 ‘시민 전체’(Citizen Collective)가 노벨평화사 후보로 추천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전 세계 평화를 위하여...

#미국에관심있습니다 #김애경지음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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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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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은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문장을 읽을 때마다 작가의 대표작 '인간실격'을 발표하고, 얼마 후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강물에 투신한 마지막 모습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 행복해지는 재능이 모두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 연말에 '다잉'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어렴풋하게 작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 속에서 삶 자체가 고통이라면서 자신의 마지막 작품'다잉'을 작곡하고 욕실에서 문을 잠그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극중 베르나르트를 당장 구하라는 여자친구의 말에, 작곡가의 절친이자 지휘자인 톰은, "그 친구는 20년을 알았지만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상담이나 약물치료가 안 듣는 사람도 있다. 사회가 어떻게든 우리 삶을 통제하려 들어도 각자 정하는 것이든 죽음도 마찬가지 아닐까."라고 말하면서 친구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켜본다. 행복해지는 것도 재능이고 그 재능이 모두에게 있는 것은 아니라는 톰의 말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또한 부인하기도 어렵다.


* 여학생(1939년): 삶은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것

학교에서 배운 도덕과 세상의 법칙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점점 깨닫게 되었다. 지금이라는 순간은 참 신기하다. '지금, 지금, 지금' 하고 손가락으로 붙잡으려는 사이에도, 지금은 이미 멀리 날아가 버리고 새로운 '지금'이 다가온다.

(본문 84쪽)

* 사랑과 미에 대하여(1939년): 로맨스에 갇힌 희망이란 환영

나, 지금 확실히 알았어요. 당신과 나는 남이었어요. 아니, 예전부터 남이었죠. 마음이 사는 세계가, 천 리도, 만 리도 떨어져 있었던 거예요.(190쪽)

* 인간실격(1948년 작품): 나약자 자의 삶은 누가 위로할 것인가

지금의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다. 그저 모든 것이 흘러갈 뿐이다.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온 이른바 '인간' 세계에서, 단 하나 진실처럼 느껴졌던 것은 그것뿐이었다.(50쪽)

* 앵두(1948년 작품): 당신의 연약함은 나의 죄

사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이곳저곳에서 사슬이 얽혀 있어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피가 터져 나온다.(136쪽)

* 비용의 아내(1947년 작품): 희생이라는 촛불의 심지 끝

나는 별로 기쁘지도 않았고, 그저 "인간답지 못하면 어때. 우리, 살아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205쪽)

여러 차례 자살 시도를 하며 생존과 죽음, 존재와 부재 사이에서 고민했던 다자이는, 1948년 '굿바이'라는 장편소설을 연재하던 중에 마지막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살고 싶지만 살 수 없었던 고통스러운 인간의 삶을 마감한다.

김훈 작가는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책을 냈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 밥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지겹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것일 수도 있다. '인간답지 못하면 어때, 살아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라고 생의 의지를 이야기했던 작가는 그 다음 해에 '나는 인간으로서 실격되었다.'고 절망한다.

어렵다. 이 세상에서 생존한다는 것도,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것도. 더 어려운 것은 스스로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이 세상과 자신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가 어떻게든 우리 삶을 통제하려 들어도 각자 정하는 것이든 죽음도 마찬가지 아닐까.' 라는 톰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가 어떻게든 법과 질서를 피해서 자유롭게 살아가려 해도 사회가 법과 질서로 통제하는 것처럼, 이 세상을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도 자유롭게(?) 이 세상을 떠나가지 않도록 우리 모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기적이고 축복인 것처럼, 이 세상을 떠나가는 것도 또 다른 축복이고 존엄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온다는 것은

온 우주가 오는 것이다.

그는 그의 세계 전부와 함께 온다

- 정현종 시인 '방문객' 중에서

온 우주와 함께 온 사람을 그냥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다자이오사무,문장의기억 #다자이오사무 #박예진엮음 #리텍콘텐츠 #김민아김가영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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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인생공부 - 천하를 움직인 심리전략 인생공부 시리즈
김태현 지음, 나관중 원작 / PASCAL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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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국지는 서기 184년 후한 쇠퇴부터 280년 서진 통일까지의 중국 역사를 다룬 역사서로 진수(촉한과 서진 시대 역사가)의 정사 삼국지(총 65권)와 명나라때 나관중이 저술한 역사소설 삼국지연의(1522년 명나라 가정제 때 간행, 청나라 때 모종강이 120회로 재편집한 모본이 현재까지 정본으로 인정)가 있다. 연의(演義)라는 제목 자체가 "사실에 내용을 보태서 재미나게 설명한 책"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조선 왕실과 조정에서도 임진왜란(1592-1598) 전인 16세기 중반 ‘삼국지’를 활자로 찍어 유통시켰다. 1980년대 발견된 당시 활자본은 국내 최고일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을 통틀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찍은 ‘삼국지연의’ 활자본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는 1592년 4월 13일 일본군이 부산에 상륙하자마자 한성을 떠나, 6월 22일 평안북도 의주까지 피란을 떠났는데 아마도 삼국지를 미처 안 읽어본 것 같다. 천만다행으로 이순신 장군이 나타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군웅이 할거하던 삼국지의 등장 인물 가운데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누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조조의 군세에 패하여 후퇴하면서도 조조의 군사 수만 명 사이를 종회무진하면서 주군 유비의 아들을 구해낸 장판파 전투의 상산 조자룡,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일으켜 유비와 손권의 5만 연합군으로 조조의 80만 대군을 물리친 제갈공명, 사후에도 군신으로 추앙받는 관우라면 가능할까? 그런데 조자룡, 제갈공명, 관우는 주군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었다. 삼도수군통제사에서 물러나 120일 동안 백의종군까지 해야 했던 이순신 장군과는 처지가 달랐다. 삼국지의 재미에 빠졌다가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을 잊어버릴 뻔했다.

* 제갈량의 읍참마속(泣斬馬謖)

유비의 삼고초려 끝에 촉한의 재상이 된 제갈량은 위나라를 공격하면서 중요한 가정 전투에서 마속이 자신이 내린 명령을 어기고 눈물을 머금고 마속을 처형한다.

"재상…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다음번에는 결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대를 아낍니다. 하지만 법을 어기고 명령을 무시한 자를 용서한다면 앞으로 누가 명령을 따르겠습니까?"

그날, 마속은 처형되었고, 제갈량은 아무 말 없이 그의 무덤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습니다. 자신이 아끼는 마속을 처형한 이유에 대해 제갈량은 조용히 답했습니다.

'군자지교담여수 소인지교감약례(君子之交淡如水 小人之交甘若醴)'

"진정한 관계란 감정으로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법과 원칙을 무너뜨린다면, 우리는 결국 더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 본문 84쪽-86쪽

* 말 한 마디가 인생을 바꾸려면

오나라의 손권이 부친의 원수를 갚기 위한 황조토벌전에서 강을 사이에 두고 적의 강력한 방진(여러 명이 밀집해 방어 대형을 만드는 전술적 진형)에 고전하면서 아무도 선뜻 돌파하겠다는 말을 못하고 있을 때 불량배 출신 감녕이 나선다.

"저 감녕이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너 적진을 깨뜨리겠습니다. 단 20명만 주십시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한 번 입에 담은 말은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장내가 술러였습니다. 누군가는 "미친 짓"이라며 고개를 저었고, 누군가는 "허세일 뿐"이라며 웃음을 삼켰습니다.

"좋다. 맡겨보겠다. 너의 말, 기억하겠다."

전투가 끝난 뒤, 손권은 그를 불러 술잔을 직접 내리고 말했습니다.

"그대가 이렇게 말에 책임을 다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소. 이제 이 강동의 중요한 일도 그대에게 맡길 수 있겠소.

"말 한 마디기 인생을 바꾸려면, 그 말이 진심이어야 하며,

그 진심은 반드시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言必行 行必果)

- 본문 239-240쪽

* 성패는 하늘에 달려있다

천문, 지리와 병법에 능통했던 조조는 화북을 평정하고 천하를 통일하려는 야망으로 80만 대군을 이끌고 강남을 정복하기 위해 나섰지만, 적벽대전에서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아무리 뛰어나 지략을 가진 조조라도 하늘의 뜻까지 거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조조는 자연의 변수, 인간의 감정, 우연한 사건 같은 요소들이 항상 전쟁과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 해도, 자연이 결정하는 운명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는 법이었습니다. 결국 조조는 패배를 인정하고 퇴각하면서 중얼거렸습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본문 266-267쪽)

제갈량은 불로 공격하려 했으나, 때마침 큰비가 내려 이를 멈추었다.

제갈량이 탄식하며 말했다. “일을 도모함은 사람에게 달렸으나, 성취됨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억지로 할 수는 없는 법이로다.”(亮欲以火攻,會大雨,遂止。亮歎曰:「謀事在人,成事在天,不可強也。)

- 사마광 『資治通鑑』 卷94, 三國·魏紀十四

정확한 출처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의 화공으로 패전하면서 하늘의 뜻을 알았고, 적벽대전에서 화공으로 승리를 거둔 제갈량은 위나라의 사마의를 상방곡으로 유인해 불로 공격했지만 큰비를 만나면서 하늘의 뜻을 알게되었다. 하늘은 불로 나타나는가 하면 어떤 때는 물로도 나타나 인간의 재주를 혼내주니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돌고 또 돌고 아무리 돌고 돌아도 결론은 진인사 대천명(盡人事聽天命)이다.

  • 나는 덕과 힘을 가늠하지 못하고 조공(조조)와 겨루려 했다.(손권)

  • 화는 복이 의지하는 곳이고, 복은 화가 숨어 있는 곳이다.(제갈량)

  •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롭고, 자신을 아는 자는 밝다.(유비)

  • 늙었다고 해도, 뜻은 죽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내 검은 살아있습니다.(황충)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다. 큰 뜻을 품고 멈추지 않는 자만이 천하를 얻을 수 있다.(조조)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가 되지 말고,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싸우지 말라는 말은 인간세상의 희로애락, 흥망성쇠가 한 작품 속에 망라되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으면 싸움을 멈추게 될까...

#삼국지인생공부 #천하를움직인심리전략 #인문학자김태현 #리텍콘텐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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