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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은 거울이다! 제자도 시리즈 1
나원규.이상보.이창우 지음 / 카리스아카데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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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서 태어난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종교 사상가인 쇠렌 키르케고르의 <자기 시험을 위하여>를 성경공부 교재로 편집한 카리스 아카데미의 <말씀은 거울이다>는 참된 제자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성경은 안 들고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성도, 성경을 읽지 않고 설교만 듣는 성도, 성경을 읽지만 행하지는 않는 성도와 성경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모습을 거울에 비유해서 비판한다.

* 거울 속에 자신 보기

거울을 보는 목적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기 위한 것이다. 그 거울로 다른 사람을 비춰 보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설교자가 외치는 말씀이 성도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말씀이라면 얼마나 두렵고 떨리겠는가? 그 말씀을 듣는 성도들도 그 말씀을 통해서 세상을 비판하고 상대를 평가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거울의 목적이 자신을 비추는 것인 것처럼 말씀의 목적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다.

--- 동화책을 읽으면서 동화책 속의 주인공이 어리석다고 웃고 있는 독자의 모습이 실은 동화책에 나오는 어리석은 주인공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처럼, 말씀을 듣고 상대의 눈에 들어 있는 티를 지적하는 자신의 눈에는 들보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언제나 말씀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행할 수 있을까? 우리가 거울을 관찰하지 않는 것처럼 말씀을 관찰하는 태도를 버리는 순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 이것은 나이다

구약과 신약을 읽으면서 종종 착각에 빠져든다. 이런 이야기가 도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특히, 구약의 이야기는 이해하기 조차 힘들다는 느낌이 든다. 말씀을 읽을 때, 읽은 모든 곳에서 자신에게 계속적으로 말해야 한다. "말씀이 말하고 있는 것은 나이다. 나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윗이 부하 장수 우리야를 전쟁터에 내몰아 죽게 만들고 그의 아내 밧세바를 차지한 것을 두고 나단 선지자가 비유적인 시를 들려주었을 때, 다윗은 몹시 분개하여 말한다."주님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그 일을 행한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 그때, 나단 선지자는 다윗에게 말한다. "당신이 그 사람이라."

--- 설교자가 그 말씀을 자신을 향해서 외치는 순간 두렵고 떨리는 것처럼, 말씀이 이스라엘 백성과 제자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을 읽는 자신을 향한 것이라면 얼마나 두렵고 떨리까?

* 속히 잊지 않기

거울 속의 자신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속히 잊어버리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 기도는 그분의 음성을 듣는 것입니다. 즉, 기도는 침묵입니다.

--- 자신을 향한 말씀을 쉬지 않고 읽고 행하면서, 침묵하면서 그분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면 진정한 축복이 아닐까 싶다. 매일 매일 새로운 삶을 사는 비결.

* 행하는 믿음

'오직 일하는 자만 빵을 얻을 수 있다. 오직 염려하는 자만 쉼을 얻을 수 있다. 오직 칼을 빼든 자만 이삭을 구할 수 있다. 오직 낮은 세상에 온 자만 사랑하는 자를 구원할 수 있다.'(키르 케고르)

--- 우리가 말씀을 읽고 행하다 보면, 말씀이 우리를 해석하는 순간이 오겠지. 그 순간 실로 많은 것이 달라지리라 생각된다. 관점이 달라지면 말씀이 보인다. 말씀은 나를 비추는 나를 향한 거울이다.

#말씀은거울이다 #제자도시리즈 #카리스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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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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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화 신작 <원청(文成)> 잃어버린 도시를 읽으면서 영화 '화차'가 떠오랐다. 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잃어버린 무언가가 있지만 찾을 수 없고, 만남은 어긋난다는 이야기는 통속적인 느낌도 있지만 여전히 안타깝기만 하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례대로 잃은 린상푸는 스물네 살에 자신의 집에 찾아온 아창과 샤오메이를 하룻밤 재워준다. 그들은 원청이라는 아주 먼 남쪽 도시에서 왔다고 한다. 다음 날 아창은 갑자기 병으로 쓰러진 샤오메이를 남겨둔 채 돌아오겠다는 말과 함께 떠난다. 가을에 떠난 아창은 그 이듬해 돌아오지 않았고 린상푸는 샤오메이와 식을 올린다. 그리고 얼마 후 오빠를 위해 향을 피우겠다면서 떠난 샤오메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대대로 모아온 금괴의 절반까지 도둑맞은 린상푸는 오열한다.

얼마 후 샤오메이는 린상푸의 아이를 임신한 몸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여자 아이를 낳고는 또 다시 사라진다. 린상푸는 아창이 이야기한 원청을 찾아서 갓난 아이를 업고서 길은 떠난다.

'리메이렌이 물었다. "아이한테 이름이 있나요?"

린상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100여 집의 젖을 먹여서 린바이자입니다."'

아창은 샤오메이의 고민이 뭔지 모르고 여전히 걱정한다고만 생각해 말했다.

"점점 멀리 갈 거야. 원청을 찾아갈 테니까."

아창이 원청을 언급해 샤오메이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원청이 어디 있는데?"

"어딘가에는 있겠지."

그 뜬구름 같은 원청은 샤오메이에게 이미 아픔이 되었다. 원청은 린상푸와 딸의 끝없는 유랑과 방황을 의미했다.

원청도 실제 장소가 아니었지만, 어린 딸의 어머니인 샤오메이를 찾아 나선 린상푸에게는 반드시 찾아야만 할 장소였다. 찾을 수 없는 곳을 찾아 나선 린상푸와 그런 린상푸를 멀리서 안타깝게 지켜보는 샤오메이의 슬픈 운명.

'다음 생에도 당신 딸을 낳아주고 그때는 아들도 다섯을 낳아줄게요.......'

린상푸와 샤오메이는 만날 수 있을까? 이생이 아니라면 다음 생에서라도 만날 수 있을까? 사랑과 만남은 때로 이렇게 어긋나는 것일까.

*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원청 #위화 #소설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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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어른의 하루 - 날마다 새기는 다산의 인생 문장 365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윤연화 그림 / 청림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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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가 조윤제님의 날마다 새기는 다산의 인생 문장 365 <다산, 어른의 하루>는, 마음에 중심을 곧게 세우고 흔들리지 않는 어른으로 손색이 없는 다산이 들려주는 말씀과 조윤제님이 선별한 고전 한 구절을 매일 매일 접할 수 있는 보물이다.

* 1월, 위학일위(僞學日益) 배움이란 매일 채워도 끝이 없다

1월 1일 : 나를 깨닫는 과정은 나를 아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 끝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하고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새해 첫 날 나를 알아가면서 깨닫기로 결심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그 끝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매일 매일을 다산이라는 큰 어른이 들려주는 말씀으로 시작하고 마무리 한다면, 세상의 풍파에도 덜 흔들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3월 9일 : 모두가 각자의 전장에서 힘들게 싸우고 있으니,

비록 타인에게서 지옥을 마주할지라도 그에게 친절을 베풀라.

--- 실천하기 쉽지 않겠지만, 비록 지옥을 마주칠지라도 환경이나 상대를 비난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에게 지옥을 선사한 환경이나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다산의 마음이18년 간의 기나긴 유배생활을 학문으로 승화할 수 있는 저력이 아니었을까.

* 6월 29일 : 어른이란 이미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바른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날마다 몸부림치는 존재다.

* 7월 4일 : 어른이란 먼저 등을 보여주고 길을 여는 존재다.

막혔던 길이 뚫릴 때 비로소 그는 즐거워한다.

* 9월 6일 :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안다.

부끄러움은 어른이 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 어른이란 나이가 많거나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성숙한 사람이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이미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바른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날마다 몸부림치는 존재라고 하니, 누가 그런 어른은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어른은 혼자 고고한 척하면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지지 않을 것 같다. 어른은 완성된 존재이고 홀로 고고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씀이 낯설지만 신선하다.

* 7월 28일 : 하루를 마치며 되돌아본다.

'나는 오늘 나로 산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로 산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언제쯤 나로 살아갈 수 있을까?

* 12월, 천명미상(天命靡常) 마지막 순간까지 멈추지 말고 성장하라

12월 31일 : 기적은 힘차게 내디딘 첫걸음에서 시작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내디딘 마지막 걸음에서 완성된다.

--- 다산 선생이 유배지에서도 학문의 끈을 놓지 않고 오히려 역작을 쏟아냈던 것처럼, 쉽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라고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들려주는 느낌이 든다.

매일 매일 다산의 인생 문장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가족들에게 하루에 한 번씩 오늘의 문장을 보내야겠다.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다산어른의하루 #조윤제 #유연화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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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을 이기는 생각 - 90년대생, 성공한 젊은 꼰대가 외친다
리샹룽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장속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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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밀리언셀러 작가 리샹룽 그의 블로그 이름은 ‘샹룽 선생’ 불리기는 ‘샹 선생님’, 영어 최연소 인기 강사에 교육기관인 ‘페이츠아카데미’ 창업자, 영화 연출자, 작가 등 90년대생 젊은 작가는 지극히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 짓지만, 자타공인 수많은 꿈을 이루어낸 이의 다양한 생각들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의 극성으로 모든 이들의 앞길이 막혔던 20년에 그는 나이 서른이 되었고, 독서모임을 만들었고, 몸무게 10킬로를 감량하였고, 문학계 입문한 지 5년이 되어 다른 이의 책 출간을 돕고, 그의 책은 그해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그런 그의 집결된 생각과 의지의 소산이 ‘기분을 이기는 생각’에 잘 드러나 있다. 허투루 고민만 하고 마는 다른 이들과 달리 얼마나 노심초사 괴로워도 하고 어떻게 잘 관리하며 지냈는지, 실제 그의 친구나 지인이 자살한 사례도 나오지만, 아버지가 아픈 사실을 이틀이나 지나서 알게 된 것을 후회하며 ‘가족과 친구들을 챙겨라.’는 꼭지의 글도 써두었다.


* 사랑하는 일을 하고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하라

젊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글에서 찾자면 이것을 꼽고 싶다. ‘사랑하는 일을 하고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하라.’는 것. “내가 이해하는 아름다움이란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과 함께 하는 것이다. 부디 모든 사람들 곁에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함께하기를.” 이것이 이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의 이유가 아닐까. 


* 남들과 다른 생각, 남들과 다른 삶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해야 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걸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 유행에 반대하고, 천편일률적인 생활방식이나 표현방식을 거부한다. 나는 남들과 다른 생각, 남들과 다른 삶을 좋아한다. 이 세상에는 모양과 색이 완전히 똑같은 두 장의 잎이 존재하지 않고, 생김새가 완전히 똑같은 두 명의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애써 다른 사람과 똑같아지려고 하는가? 누가 수백억을 벌었든, 누구 연봉이 몇억이든 그건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건 내가 지금 행복하고, 내 삶에 얼마나 만족하며 살아가느냐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해라. 그것이 아무리 남들 눈에 이상해 보이는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멀리 떠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떠나라. 이것이 이 시대의 슬픔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남녀노소 모두 똑같이 하는 말, 그 시절을 대변하지 못하고 한가지로 치달아대는 말. 바로 돈 이야기. 


*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닌 자신의 생각

그는 저자 강연회에서 누군가 저자 자신을 닮아서 똑같아지고 싶다고 하면 질색이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은 ‘자신에 대해 쉽게 정의 내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이의 나이가 몇 살이든 부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아닌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 이 세상의 아름다움은 꾸준함에서 나온다

‘이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무슨 일이든 끝을 봐야 하고, 죽을 때까지 손을 놓으면 안된다.’라는 사상가 볼테르가 한 말을 인용하며, 그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언급한다. “이 세상의 아름다움은 꾸준함에서 나온다. 꾸준함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수 많은 사람들을 성공으로 이끈 마법의 열쇠다.” 


꾸준함은 고작 몇 분 동안 불타오르는 열정이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동안 매일 악착같이 한 가지 일에 매달리는 것이 바로 꾸준함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독함을 이겨내고 온갖 유혹을 떨쳐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 날씨가 좋지 않아서 게으름을 피우면 안된다. 꾸준함은 자신의 모든 열정과 청춘을 바쳐야 하는 일이다. 비록 오늘 하루가 아름답지 않았어도 내일은 반드시 아름다울 거라고 믿어야 한다. 만약 어떤 일을 꾸준히 한다면 시간이 바로 그 아름다움을 선물해 줄 것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벗어나려면, 여든까지 간다는 세 살 버릇을 버려야 할텐데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그냥 매일 똑같이 사는 것도 행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면 기분이 생각을 이긴 것일까.

#기분을이기는생각 #책장속BOOKS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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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 지금의 의료 서비스가 계속되리라 믿는 당신에게
박한슬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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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행정직 아버지와 대학병원 간호사 어머니, 소아과 전공의 여동생을 둔 약사 출신 박한슬 작가의 <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를 읽으면서 점점 노령사회가 되어 가는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노령사회를 위한 의료체계가 갖추어져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환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병원과 의료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병원은 다르게 느껴졌다.

달과 지구의 중력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의사 한 명당 하루 48.3에서 58.3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데 비해서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하루에 8.1명의 환자들을 진료한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왜 병원에 가면 한 참을 기다리고도 정작 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순식간일 수 밖에 없는지 이해가 갔다.

대학병원 전문의 수련과정만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간호사들도 '불에 타서 재가 될 때까지' 들볶는 용어도 끔찍한 '태움'이라는 악습이 있다고 한다. 직장 동료의 부인이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데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경력이 있으니 괴롭히는 선배 간호사의 입장일텐테 부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작가의 글을 읽다보니까 환자들이 병원에서 의사들과 충분한 시간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간호사들이 후배 간호사를 괴롭히는 '태움'이라는 악습도, 약국에서 충분한 복약지도를 받지 못하는 것 등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결국은 인력 부족이라든지 정책의 혼선 등으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 19 당시 의사들의 집단행동도 너무 이기적인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사들 입장에서는 의대생 정원을 늘리려는 정부의 정책이 당초 약속과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의료진 대신 검사 장비로 가득한 병원에서 진료는 짧아지고 검사는 길어지는 이유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그럼에도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종합병원들이 적자라는 통계는 의료장비 구입비를 손실로 처리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고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약을 하고 병원에 가도 기다려야 할 정도로 환자가 넘쳐나는데 적자라는 믿기 힘들다.

그 외에도 국토 면적의 12.6%에 불과한 수도권 총 인구수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긴 것처럼 의료환경도 지방이 몰락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다는 문제 제기 등 쉽게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결국 서울에서 부자로 살지 않는 한 노후를 위한 병원은 갈수록 찾기 힘들어지라는 전망이다.

가장 정확하고 부정할 수 없는 지적 한 가지. 이러한 의료문제는 비단 의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가급적 긍정적으로 살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마냥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노령사회의 현명한 의료적 접근방식은 예방의학임에도 2022년 기준 건강보험공단의 86조 6,474억 예산 중에서 건강 증진 사업에 책정된 금액은 946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0.1퍼센트라는 수치가 우리의 현 의료수준을 표현하는 지표로 느껴진다.

결국 전체 삶의 25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노년기에 평생 쓰는 의료비의 절반이 집중된다고 하는데, 우리 위대한 정치인들은 노령수당 인상으로 생색을 내면서 노인들의 표만 쓸어담을 궁리만 하고 있으니 노령 사회를 위한 의료는 요원하기만 하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사회에서 노년이 되어서도 자녀들 뒷바라지에 정작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노인 일자리 사업과 노령 수당에 의존해야 하는 서글픈 우리 어르신들의 모습이 머지 않아 우리의 모습이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고민할 시간이 너무 늦지 않았으면 한다.

#노후를위한병원은없다 #박한슬 #북트리거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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