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의 저자 천위안이 제갈공명을 만났다. 고고한 선비에서 천재 전략가로 변신하여 유비는 물론이려니와 조조와 손권 등 당대의 영웅호걸들을 쥐락펴락했던 제갈량은 제갈공명이라는 호칭으로 더 친숙하다. 천위안은 현대 사회심리학 이론을 통해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분석하는 심리설사(心理說史)의 창시자답게 신비에 가려졌던 제갈량의 심리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삼국지를 읽어본 독자들에게는 색다른 선물이다.

* 삼고초려(三顧草廬)는 '심드렁한 판매자 전략'

융중이라는 시골에 사는 제갈량을 한족의 황실인 유비가 세 번이나 찾아가서 군사로 모셔온 일화인 삼고초려는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은 도원결의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 무장인 유비, 관우, 장비만으로 천하를 제패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야심가 유비에게는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제갈량이라는 현자를 모셔와야 했던 것이다.

천위안은 심리학이라는 기제를 사용하여 제갈량을 분석한다.

'제갈량은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마친 준비란 '출사'하지 않는 것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도든 사람이 제갈량은 결코 출사할 사람이 아니라고 믿게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심리는 마친 물건을 판매하려는 장사꾼이 소비자를 유인해서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하게 만드는 '심드러항 판매자' 전략이다.

천하의 전략가인 제갈량이 유비의 방문을 고려치 않고 두 차례나 집안을 비우면서 유비의 애를 태운 것은 실전 경험이 전무한 제갈량 자신의 몸값을 극대화하여 단순에 군의 우두머리인 군사가 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유비가 어떻게 제갈공명을 모셔올 수 있었을까 애태우면서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심리학의 대가 제갈량은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출사를 상대방의 애를 태우는 심드렁한 판매자 전략을 구사하여 완벽하게 성공시킨다.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성공적인 출발에 제갈량의 외모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에 제갈량과 막상막하의 지력을 가졌던 방통이 받은 수모는 어쩌면 추남으로 유명한 방통의 외모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반면에 뛰어난 지략을 갖춘 제갈량은 옥같이 아름다운 외모에 키도 8척 거구로 현재 기준으로 보면 194센티미터라고 하니 하늘으 축복을 받은 셈이다.

* 적벽대전(赤壁大戰)과 동남풍의 비밀

조조의 100만 대군을 물리친 것으로 유명한 적벽대전은 동풍이 불지 않았다면 유비와 손권의 소수 연합군의 승리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삼국지에는 겨울에 동풍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난관에 봉착한 오나라의 주유에게 제갈량은 동풍을 불게 할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면서 남병산에 칠성단을 쌓게 하고 술법을 부려서 동풍을 불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제갈량이 말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제갈량은 아무 방법도 생각하지 않았다. 주유가 그토록 바라는 동풍은 때가 되면 불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제갈량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동풍이 불 날짜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실로 제갈량은 심리학의 대가이면서 천문지리에도 능통한 사람이었다. 마치 마술사가 순식간에 눈속임을 하면서 감탄을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를 읽으면서 새로운 삼국지를 읽는 기분도 들고, 삼국지를 이렇게 읽을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신비에 쌓여 있던 제갈량의 본 모습을 살짝 들추어본 것 같다.

물론 제갈량의 신출귀몰한 지략은 저절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타고난 천재성에 더하여 꾸준히 천문지리 등 학문을 익힌 결과일 것이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심리를 절묘하게 이용하는 면에서는 가히 심리학의 대가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

자신의 심리를 꿰뚫어본 천위안의 해석에 대해서 제갈량은 어떤 변명을 할까? 심리학의 대가답게 제갈량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의외의 멋진 답변으로 천위안의 해석을 무색하게 만들지 않을까.

#심리학이제갈량에게말하다1 #천위안 #정주은 #리드리드출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hocolate 초콜릿
이종태.황인희 지음 / 샘터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초콜릿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오래전 '보았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생각났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묘한 매력을 지닌 초콜릿 영화를 보면서 꿈과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래서 곧 다가올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에는 여성이 평소 좋아했던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을 하는 것이 허락되는데 그 매개체가 초콜릿이다. 초콧릿을 준비하는 여성이 그 초콜릿을 받는 남성은 얼마나 설레일까.

사랑의 설레임을 전할 수 있는 초콜릿의 매력은 어떤 것일까.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는 씁쓸한 맛이지만 대개의 경우 설탕이나 우유가 섞여 있어서 달콤하게 느껴진다. 사랑의 맛도 우리가 먹는 초콜릿처럼 쌉싸름하지만 달콤한 설탕으로 포장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콜릿도 사랑도 우리들을 황혼한 행복의 세계로 이끈다. 실제로 초콜릿에는 뇌의 쾌락 수용체를 자극하는 '아난다마이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 검프의 어머니는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네가 무엇을 고를지 아무도 모른단다."라고 말해주었고 포레스트는 매일 매일 상자 속 초콜릿을 꺼내 먹듯이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매일 매일 마주치는 일상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느낌이 들지만 매일 매일 초콜릿 상자를 열어본다는 기분으로 살아간다면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맛의 초콜릿을 맛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초콜릿이 들어 있는지 아직 상자를 다 열어보지 못했다.

* 따뜻한 초콜릿을 마시지 못하게 한다면 교회에 다니지 않겠어요

17세기 멕시코 치아파스 성당에서는 에스파냐에서 건너온 귀부인들이 기도나 설교 중에 초콜릿을 마셨다. 급기야 주교는 교회에서 초콜릿을 마시거나 다른 음식을 먹는 사람을 파문하겠다고 선언하는데, 귀부인들은 교회를 떠나 수도원으로 가서 미사에 참여하거나 주교가 독살당하기도 했다. 지금은 돈만 내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이 어떤 시절에는 믿음과 맞바꿀만큼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 쌉싸름 달콤 초콜릿

초콜릿을 밀도가 높고 강하고 벨벳 같은 카카오로 만들어졌는데, 카카오는 맛이 쓰고 식감은 거칠거칠하다. 다크 초콜릿은 카카오 매스와 카카오 버터, 설탕을 섞어 만든 것이다. 카카오 함량 70퍼센트, 100g짜리 다크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88개의 원두가 필요하다고 한다. 쌉싸름한 초콜릿에 설탕이나 우유가 섞이지 않았다면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쓴 맛과 단 맛 그리고 신 맛과 단 맛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이종태 작가의 청주 본정초콜릿에서는 쓴 맛과 단 맛의 조화를 이룬 인삼 초콜릿과 신 맛과 단 맛이 결합한 매실 초콜릿을 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인삼 초콜릿과 매실 초콜릿의 포장 용기는 옹기다. 한국적 초콜릿의 세계화가 성공할 수 있을까 기대가 된다.

* 초콜릿은 사랑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인생이 고해라고 했다. 마치 카카오처럼 맛은 쓰고 식감이 거칠거칠한 것이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쌉싸름한 초콜릿의 맛을 달콤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인생이라는 초콜릿에 숨어 있는 뇌의 쾌락 수용체를 자극하는 아난다마이드를 찾아봐야겠다. 우리 인생이 그런 것처럼, 쌉싸름 달콤한 초콜릿은 사랑의 메신저로 행복을 선사하기도 한다.

#초콜릿 #본정초콜릿 #발렌타인데이 #책추천 #도서추천 #샘터 #샘터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 수업
정구학 지음 / 헤이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학자 6인의 장대한 이야기가 가슴에 남는다. 인터뷰어로서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어른들’의 삶 자체가 작가에게는 큰 교훈이자 인생의 지도였다는데, 잠시 잠깐 언어들은 내게도 역시 묵직하게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듯하다. 


매일 오후 똑같은 시간에 공원을 산책했던 철학자 칸트에게서 힌트를 얻어, 다니던 신문사 덕에 산책 인터뷰가 진행됐고, 6인의 스토리가 한가지로 꿰듯 이어져 첫째로 천문학자에게 별 같은 존재, 인간에게 자아를 찾는 질문을 던지고, 둘째 의철학자에게 몸에 관한 철학적이면서도 과학적, 인문학적 이해를 구하고, 셋째 뇌과학자에게서 그 몸을 움직이는 뇌를 캐보고, 넷째 인문학자이자 칸트철학자에게서 인간의식의 지향점을, 다섯째 경영과학자에게서 통섭과 융합의 눈으로 세상 읽는 방법을 물어본다. 마지막은 책을 내기 전 세상을 달리한 예술가이자 문학평론가에게서 사람에게서 가장 중요한 요건인 ‘생명’의 의미를 인문학적 관점으로 재탐구한다.


* 우리 모두는 별에서 왔습니다

<이시우 천문학자> 우리 모두는 별에서 왔습니다, 독학으로 불교도 연구한 ‘천문철학자’. “별은 무위적으로 살아갑니다. 즉, 조작을 하지 않아요. 자연적인 상태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하면서 살아갑니다. 인간은 별을 봄으로써 별의 세계를 이해해야죠. 탐욕을 버리고, 남과의 경쟁을 버려야죠”

“별 볼 일 없는 데도 공부하는 이유는 딱 하나죠. 호기심 때문입니다.” 

“별은 부처예요. 별은 무위적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여여하다고 하죠. 있는 그대로의 모습, 조급하지 않고 평상심으로 사는 것이죠.”


* 몸은 나고 나는 몸이다

<강신익 의철학자> 몸은 나고 나는 몸이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과학적으로 해독하면서도 인문학적 가치로 생명을 이해한다. 

“사람의 생애는 100년 쯤 되는데, 아픈 순간만 보지요. 원래는 전체를 봐야하는데요”

“완벽한 몸이나 건강한 몸이란 없어요. 우리는 암암리에 우리의 몸을 기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야죠.”


*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는게 중요해요

<조장희 뇌과학자> 이성을 조절하는 대뇌는 감정을 관장하는 중뇌에 지배되고 있다.

“명상도 뇌에 효과가 있어요. 집중을 하는 거예요. 명상을 자꾸하면 뇌신경에 자극을 주죠. 음악도 뇌는 자극하죠.”

“사람은 생각의 일부를 빼놓고는 감정의 동물인 거예요. 감정을 빼놓고 생각한다는 것은 거짓말이예요.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는게 중요해요.”


* 행복하게 살려고 너무 애쓰지 말자

<백종현 칸트철학자> 행복하게 살려고 너무 애쓰지 말자.

“칸트의 식탁이 유명하잖아요. 이후에는 오후 4시쯤 산보를 나갔어요. 1시간 정도 했죠.”여기에도 원칙이 있었어요. 식사초대인원과 대화의 규칙도 있었는데요 이 규칙을 다르지 못하는 사람읁 다시는 ‘칸트의 식탁’에 초대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구텐베르크가 1450년에 인쇄기를 발명한 뒤 50년 동안 유럽에서는 책이 5000만원이나 나왔다고 해요. 인쇄술은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에서 책을 읽도록 했어요. 반면에 조선때 우리는 책을 몇권이나 찍었나요? 일찍 발명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유럽처럼 책이 나왔다면, 일찌감치 프랑스혁명이나 영국 산업혁명 같은게 조선에서도 일어났겠죠.“

”나를 예로 들면 학자생활을 하는데 벌써 40년 이상을 사회가 나에게 투자한 겁니다. 내가 좋아서 하지만 이제는 받은 것을 같아야죠. 학자로서 갚아야죠.“


*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이다

<윤석철 경영과학자> 인간을 탐구하는 인문학과 보편적 진리나 법칙을 다루는 과학을 모두 공부한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것들에 관해 인간이 현재 알고 있는 상태를 지식이라 부르죠. 지식이 진실과 합치될 경우 그것을 ‘진리’라 부를 수 있어요.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 이에요.“


* 살아있는 생명체가 흔들림을 갖는 게 아름다움이다

<이어령 문학평론가> 그의 지성과 영성을 접하며, 함께 생각하고 마지막에는 창조하는 단계로 가는 길에서 모든 가치위에 있는 생명의 가치를 알아보자.

”뉴턴은 바보예요. 사과, 달, 우주의 별들이 떨어지는 엄청난 우주의 중력법칙을 알았지만, 씨앗이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올라가서 빨갛게 열매로 익는 생명의 법칙은 몰랐습니다.“

”가령 해가 뜨는 순간이라든지, 꽃이 필때도 아름다움을 느끼죠. 살아있는 생명체가 흔들림을 갖는게 아름다움이에요.“

”참,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게 하나 있어요. ‘추위가 너와 나를 연결한다는 것입니다. 감각이거든요. ’추위‘가 지성을 뛰어넘는 영성이거나, 지성과는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생명의 공진이라는 것이죠.“


한쪽으로 치우쳐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별은 무시하고 안보게 되었던 삶, 아픈게 당연히 자연의 이치라는 것을 애써 외면했던 것, 깨달음을 귀하게만 여겨 감각과 감정은 바닥에 깔고 서 오로지 자비만을 신성시 했던 것은 아닐까. 자연앞에서 ’감각‘을 ’생명의 공진‘으로 본다면, 고통도 우리를 엮어주는 하나로 이어진 생명의 끈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흐느끼는 흔들림이 성장의 춤, 명상춤이 되어 공명하기를 바란다.

#인생철학자와함께한산책길 #헤이북스 #정구학인터뷰집 #이시우 #강신익 #조장희 #백종현 #윤석철 #이어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에서 1980년대에 처음 출간된 이후 2014년에 '복간 희망, 환상의 명작 베스트텐' 1위로 꼽히면서 복간이 이루어진 미스터리 작가 렌조 미키히코의 <열린 어둠>은 '두 개의 얼굴'을 비롯한 9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다. 첫 작품 '두 개의 얼굴'에서 마지막 '열린 어둠'까지 예측불허의 반전이 이어지고 있어서, 나중에는 평범한 일상이란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길 지경이다.


* 두 개의 얼굴

사회적 신분에 따라 가정에서 가장이고 직장에서 직장인이고 또한 한 나라의 국민이고 한 것처럼 한 사람이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하지만, 범죄의 세계에서는 더욱 다양한 얼굴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화가 마사키 유스케는 한 눈에 반한 게이코를 아내를 맞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관계는 변질되어 가고 결국 아내는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라는 생각으로 추리를 이어보지만 결론은 예측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다. 화가 마사키 유스케가 자신의 작품 속 이미지에 몰두해서 현실 세계를 망각한 것처럼, 아내도 그리고 주변 인물들도 각자의 세계 속에서 여러가지 얼굴들을 하고 있다. 그런 다른 얼굴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었을 때, 비극은 피할 수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비극적인 결말도 예측불가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살고 있지만 각자의 다른 세계 속에서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디 그런 다른 얼굴들이 마주했을 때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달리 방법이 있을까.


*밤이여, 쥐들을 위해

가장 마음이 아프고 충격적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세상에는 거짓이 진실보다 더 세력이 강해서 진실을 뒤덮어버리기도 한다는 느낌이 든다. 병원에서 아이가 뒤바뀌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병원에서 심각한 오진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하지. 그런 일은 현실에서도 실제 가능한 일이라서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으로 거짓을 덮을 수도 없고, 악으로 악을 이길 수도 없지만 어리석은 인간은 끊임없이 무모하고 악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 것 같다.


* 대역

영화와 TV 드라마를 뒤흔드는 인기 배우 하세쿠라 슌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대역을 찾고 있다. 그리고 남편은 외아들이 죽고 나서 이혼하자는 아내 료코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는다. 끝까지 읽고 나니 대역은 누구인지 헷갈린다. 때로는 주역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실은 대역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흔든다. 도대체 누가 주역이고 누가 대역이란 말인가.

9편의 단편 중 어느 한 가지도 결말을 예측할 수 없었다. 결코 유쾌한 결말은 아니었지만, 우리들 삶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언제든지 이런 어둠과 반전은 가능한 것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때마침 출판사에서는 반전에 놀라지 않았다면 100퍼센트 환불해주는 환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거듭되는 반전에 놀라지 않을 강심장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것 또한 예측 불허의 반전이 아닐까.


#열린어둠 #백광 #소설추천 #책서평 #도서서평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렌조미키히코 #환불이벤트 #양윤옥옮김 #모모 #서포터즈오드림3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 진실이 때론 거짓보다 위험하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천위안 지음, 이정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 사회심리학 이론을 통해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분석하는 '심리설사'의 창시자로 불리는 천위안의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에서 조조가 고민한 평생 과제는 '지금 죽여야 하나? 아니면 살려둘까?'였다. 자신이 도망칠 때 목숨을 구해준 여백사의 가족을 죽이는 등 죄없는 사람들도 죽였고, 부정을 저지르고 살아남기 위해 주인을 밀고함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묘택이나 진경동도 죽였다. 전쟁터에서도 순간의 선택으로 수많은 목숨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들락거렸다.

* 살아남은 자

조조는 의심도 많고 허점도 많은 사람으로, 숱하게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지만 그 순간마다 용케도 살아 남았다. 저자는 중요한 순간일수록 조심하는 신중함이 조조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 원동력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조조의 휘하에는 수많은 인재가 몰려들었고 또 조조는 그런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한 용인술의 천재이기도 했다. 유비가 천하의 제갈량과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을 거느렸지만 최후의 승리는 얻지 못한 반면, 조조는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결국 승자가 되었다. 조조는 승리를 하면 우월감에 빠져 방심을 해서 쓰라린 패배를 맛보기도 하지만, 어떠한 패배에도 주눅들지 않는 강심장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또한 수많은 암살 시도가 있을 때마다 밀고자가 나타나 끈길기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마초의 서량군에게 쫓겨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이 오자 겉옷도 벗어던지고 수염도 잘라버린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린다. '지금 죽여야 하나? 아니면 살려둘까?' 라는 조조의 평생 고민은 때때로 그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항상 죽음을 앞에 두고 조조는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넘기면서 끊임없이 고민을 했던 것 같다.

* 사라지는 자

삼국지에는 조조 이외에도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평소 의심이 많은 조조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부하들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반면,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수하에 지략가를 거느렸던 원소는 부하들의 지략을 믿지 못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패착을 두어 승리를 놓친다.

조조의 심중을 꿰뚫어 보는 비범한 재주를 지닌 양수는 전쟁터에서 계륵(먹자니 맛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닭의 갈비뼈)이라는 암호을 듣고는 철수를 준비하다가 조조의 눈밖에 나서 사라지게 된다. 뛰어난 인재가 자신의 재주만 믿고 기고만장하는 순간 결국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뛰어난 학식을 지녔지만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한 예형도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한다.

*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

'성공한 사람이 결국 실패하는 것은 바로 그 성공 때문이다. 자만에 빠져 오만해지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겠지만 삼국지에는 순간의 방심으로 거사를 그르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각기 다른 재주를 갖고 세상에 나오지만 그 재주를 세상에서 펼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어쩌면 인간의 재주에 천운이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최후의 승자는 사라지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는 자다.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할까.

#심리학이조조에게말하다 #천위안 #이정은 #리드리드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