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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ㅣ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평점 :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의 저자 천위안이 제갈공명을 만났다. 고고한 선비에서 천재 전략가로 변신하여 유비는 물론이려니와 조조와 손권 등 당대의 영웅호걸들을 쥐락펴락했던 제갈량은 제갈공명이라는 호칭으로 더 친숙하다. 천위안은 현대 사회심리학 이론을 통해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분석하는 심리설사(心理說史)의 창시자답게 신비에 가려졌던 제갈량의 심리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삼국지를 읽어본 독자들에게는 색다른 선물이다.
* 삼고초려(三顧草廬)는 '심드렁한 판매자 전략'
융중이라는 시골에 사는 제갈량을 한족의 황실인 유비가 세 번이나 찾아가서 군사로 모셔온 일화인 삼고초려는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은 도원결의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 무장인 유비, 관우, 장비만으로 천하를 제패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야심가 유비에게는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제갈량이라는 현자를 모셔와야 했던 것이다.
천위안은 심리학이라는 기제를 사용하여 제갈량을 분석한다.
'제갈량은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마친 준비란 '출사'하지 않는 것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도든 사람이 제갈량은 결코 출사할 사람이 아니라고 믿게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심리는 마친 물건을 판매하려는 장사꾼이 소비자를 유인해서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하게 만드는 '심드러항 판매자' 전략이다.
천하의 전략가인 제갈량이 유비의 방문을 고려치 않고 두 차례나 집안을 비우면서 유비의 애를 태운 것은 실전 경험이 전무한 제갈량 자신의 몸값을 극대화하여 단순에 군의 우두머리인 군사가 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유비가 어떻게 제갈공명을 모셔올 수 있었을까 애태우면서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심리학의 대가 제갈량은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출사를 상대방의 애를 태우는 심드렁한 판매자 전략을 구사하여 완벽하게 성공시킨다.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성공적인 출발에 제갈량의 외모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에 제갈량과 막상막하의 지력을 가졌던 방통이 받은 수모는 어쩌면 추남으로 유명한 방통의 외모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반면에 뛰어난 지략을 갖춘 제갈량은 옥같이 아름다운 외모에 키도 8척 거구로 현재 기준으로 보면 194센티미터라고 하니 하늘으 축복을 받은 셈이다.
* 적벽대전(赤壁大戰)과 동남풍의 비밀
조조의 100만 대군을 물리친 것으로 유명한 적벽대전은 동풍이 불지 않았다면 유비와 손권의 소수 연합군의 승리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삼국지에는 겨울에 동풍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난관에 봉착한 오나라의 주유에게 제갈량은 동풍을 불게 할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면서 남병산에 칠성단을 쌓게 하고 술법을 부려서 동풍을 불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제갈량이 말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제갈량은 아무 방법도 생각하지 않았다. 주유가 그토록 바라는 동풍은 때가 되면 불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제갈량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동풍이 불 날짜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실로 제갈량은 심리학의 대가이면서 천문지리에도 능통한 사람이었다. 마치 마술사가 순식간에 눈속임을 하면서 감탄을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를 읽으면서 새로운 삼국지를 읽는 기분도 들고, 삼국지를 이렇게 읽을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신비에 쌓여 있던 제갈량의 본 모습을 살짝 들추어본 것 같다.
물론 제갈량의 신출귀몰한 지략은 저절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타고난 천재성에 더하여 꾸준히 천문지리 등 학문을 익힌 결과일 것이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심리를 절묘하게 이용하는 면에서는 가히 심리학의 대가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
자신의 심리를 꿰뚫어본 천위안의 해석에 대해서 제갈량은 어떤 변명을 할까? 심리학의 대가답게 제갈량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의외의 멋진 답변으로 천위안의 해석을 무색하게 만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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