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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 무례한 세상 속 페미니스트 엄마의 고군분투 육아 일기
박한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남자아이를 둘 키우는 하랑천사..
생각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형제를 키운다는게 쉽지는 않은
일임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워낙 활동성 많은 형제들인지라, 자주 운동장으로 공원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얼마전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부터 아이들과 나가서
점심먹고 집에 들어와 쇼파에 아이들과 앉자마자 인터폰이 울렸습니다.
10층에 사는 하랑천사인데 5층에서 시끄럽다고 항의전화였습니다.
너무 황당해서 제대로 화를 내지는 못하고, 우리 아이들은 지금 쇼파에서
간식먹는 중이라며 화면으로 보여주고 끊었습니다.
그때 시간이 일요일 오후 2시 였습니다.
시간을 보자마자 당장 달려가서 따지고싶었습니다.
일요일 오후2시인데 ,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항의전화를 하는 그대는
아파트가 아니라 주택생활을 해야하는게 아니냐고 말이죠..
사실 아파트단지내에서 하랑천사네 형제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워낙 좁은 동네이기도 하고, 대부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인지라
이래저래 친분이 있고, 친구의 친구를 통해 이야기를 건너 듣는 사람들도
있기때문인데요
아무리 조용히 시키고, 함께 외출을 하더라도 아이들을 부모 입맛에 맞게
통제를 시킬 수는 없지않을까요..
오죽하면 큰아이는 주택으로 이사가서 마음껏 생활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럴때면 ' 엄마가 미안해, 열심히 돈모을께' 라고 이야기해야하는 처지가
속상해서 , 아이들 재우고 맥주를 원샷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남자아이들이라서 과연 시끄러운건가요??
노부부가 살지만, 쿵쿵 거리는 발자국 소리와 이른새벽부터 들려오는
믹서기 소리, 칼질하는 소리, TV소리에 스트레스 받는 지인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용히해주십사 부탁드리면, 우리집은 어른밖에 안사는데
무슨 소음이냐고 되려 화를 낸다고 합니다.
또는 자매를 키우는 엄마지만, 아이들이 얼마나 활발한지 번갈아 깁스를 하고,
찢어진 상처를 꿰매고,, 한눈 팔 틈이 없다고 합니다.
남자아이들을 키우는 집이라서 시끄럽다는건 편견이 아닐까요?
물론 하랑천사 아이들이 얌전한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만큼 큰소리를 내고, 무서운 표정을 지어야하는 하랑천사 인데요
이런 하랑천사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아들 셋을 키우고있는 지인을 보면서말이죠..
물론 하랑천사도 모순입니다.
여자 아이라 덜힘든건 아니고, 남자아이라 무조건 힘든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셋을 키우는 엄마를 보며, 그래도 난 둘이잖아를 외치니..
부모들의 잘못된 사고방식도 아이들 성향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라면 알록달록한 색감을 좋아하고 , 예뻐보이는걸 좋아할 수밖에 없는데
남자라서 화장품을 만지면 안돼, 핑크색 신발은 안돼, 공주님 치마는 여자꺼야 라고
강요하고 있는건 아닌지..
하랑천사 신랑이 ' 남자가 무슨' 이라고 할때마다 하랑천사는 반박합니다.
좋아하는 색이나 취향에 남자 여자가 무슨 차이냐고..
예전에는 화장하는 남자가 없었지만, 지금은 화장 안하나는 남자가 있냐고..
남자들도 비비크림 바르는 시대인데 , 핑크색 신발이 왜 안되는거냐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조차도 남아, 여아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키운다는게
너무 안쓰럽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커피숍을 안간지 1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1년 되던날, 아이들이 커피숍을 뛰어다니다가 물을 쏟고, 잔을
깨트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사람들이 없어서 카페주인에게만 미안했다는 것..
그뒤로 하랑천사는 아이들과 함께 커피숍이나 식당방문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는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아이들도 있었지만,
어느샌가 너무 미안해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놀랬습니다.
나조차도 우리 아이들이 민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낀 뒤로는 홈카페를 즐기고있는데요
이 책을 보면서 나만 힘든것은 아니었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구나
위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남자아이라서 힘들고, 여자아이라서 덜 힘든건 아니고 단지 아이의 성향이라고..
엄마도 사람이기에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서툰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달 동안 품어 출산한 너를 사랑하지않을수는 없다고..
남자라서 안된다라고 단정짓지않고,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너를 도와주겠다고..
최소한 남자엄마이기때문에 너의 인생에 장애물을 만들지는 않겠다고 말이죠..
아직도 잘 모르겠고, 어렵기만 한 아이를 키우는 일..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으로 아이를 열심히 키워보자 다짐하게 만드는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