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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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로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 p.15

이 책은 이케이도 준의 장편소설이다. 해외 작가 중 선호도 순서로 줄을 세우면 아마 다섯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그만큼 이케이도 준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조로울 수는 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주인공의 역경과 그것을 해결하는 이야기들이 아주 취향에 맞았다. 그렇다 보니 신작들은 구입해서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씩 읽는 편인데 이 작품은 조금 늦게 알게 되었다.

그동안 읽었던 작가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결이라는 생각으로 선택했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 <루스벨트 게임>, <샤일록의 아이들>처럼 이야기가 전개되는 주요 무대는 회사였다. 그리고 내용 역시도 위기에 빠진 회사가 나름의 철학과 가치관으로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었다. 아무래도 현실감이 있다는 측면에서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뭔가 달랐다. 그나마 <샤일록의 아이들>이 추리 요소가 담겼기에 그나마 비슷할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추리 소설이라는 점이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다로라는 인물이다. 추리 장르 소설의 작가로, 도쿄라는 대도시에서 생활하다 시골로 귀향을 선택했다. 그동안 도시에서 생활하는 것이 힘들었기에 시골을 선택했는데 그곳이 아버지의 고향이었던 하야부사라는 동네이다. 그곳에서 이웃 동네 주민들과 친분을 쌓고 그 지역의 의용소방단에 가입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적막하고 평화로울 것만 같았던 동네에서 이상한 여자를 목격하고, 화재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이케이도 준 작가 작품의 특징 중 하나가 생각보다 두꺼운 페이지 수이다. 초반에 읽었던 작품이 600페이지가 넘어서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것을 잊을 정도로 너무 술술 읽혀졌다. 그것 또한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너무 흥미롭게 읽었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에서 느꼈던 배경과는 많이 다른 듯했지만 추리하면서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벽돌책과 페이지 터너가 같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가장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이는 시골 마을의 특성이었다. 아무래도 시골 지역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그동안 살았던 도시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웃 주민들과의 관계성부터 많은 것들이 참 가까웠다. 그런 점에서 하야부사 주민들의 성향들이 현실감 있게 와닿았다. 아무래도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협업해서 하나하나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거리감이 있다면 그게 하나의 장벽일테니 말이다. 더불어, 시골이 도시화가 되면서 보이는 문제들도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시골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아마 배경을 대한민국의 어느 한 동네로 정했더라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내용과 장르는 다르지만 느낀 감정만큼은 예전에 읽었던 작가의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리하는 재미와 함께 현재와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참 만족스러웠던 작품이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상황이 있기에 가능했었던 만족이기는 했지만 덕분에 장르가 달라도 이케이도 준의 다섯 글자를 작가 소개에서 보게 된다면 고민 없이 고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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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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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제 옷이네요. / p.10

이 책은 뮤리얼 스파크의 소설집이다. 강렬한 표지가 가장 눈에 띄었던 작품이었다. 뭔가 매혹적이면서도 눈길이 갔는데 선호하는 단편의 묶음 소설집이어서 더 걱정할 것도 없이 고르게 되었다. 영국 작가의 작품들은 그렇게 많이 경험할 일이 없었다는 측면에서 더욱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 열한 작품이 실려 있다. 모든 작품의 주인공은 여성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힐 것 같다는 예상은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더욱 더디게 읽혔던 작품이었다. 문체가 익숙하지 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계속 페이지를 붙잡았다. 깊이 생각하고 곱씹어야만 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어렵게만 느껴졌다. 아주 지극히 사적인 관점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그렇게까지 와닿지는 않았다. 오히려 거리감 있었다.

개인적으로 표제작이었던 <운전석의 여자>가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리제이다. 곧 휴가를 앞두고 있는데 성격 자체가 조금 까탈스러운 듯하다. 옷을 고르는 첫 장면에서부터 그녀의 성향이 딱 드러났는데 점원의 옷 설명에도 까칠하게 반응하면서 갑질을 서슴치 않았다. 마치 고슴도치와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알 수 없는 리제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왜 운전대를 잡았을까.

전체적으로 어두면서도 참 불안정했다. 특히, 리제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유형이기도 했는데 읽는 내내 그 불안감이 전이가 되는 듯했다. 독서를 하면 대부분 평온하게 읽을 때가 많은데 이렇게 불안감을 가지고 읽었던 때가 언제인가 싶었다. 그런데 중반부에 이르러 리제의 사연들이 등장하고 그녀가 하는 말과 행동들에 납득이 됐다. 가부장제를 전면으로 드러내는 내용들이 강렬하게 와닿았다.

해설까지 읽고 나니 이 작품집의 진가를 비로소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시간이 되면 다시 재독을 통해 다시금 다른 감정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여성의 역할과 인식이 작품 전반적으로 드러났는데 그 안에서 무력감이 느껴졌다. 스릴과 긴장감이 묘하게 들어서 작품 자체에 대한 만족감은 있으나 그와 별개로 작품과 벽이 그려져서 답답했던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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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걸, 배드 블러드 -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2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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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목소리는 분명 무너가 다를 것이다. / p.7

이 책은 홀리 잭슨의 장편소설이다. 전작이었던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시즌 1을 너무 흥미롭게 읽었다. 사실 소설이라는 생각보다는 실제로 있을 법한 핍이라는 학생의 사건 일지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푹 빠졌던 기억이 있기에 이번 후속작도 망설임 하나 없이 고르게 되었다. 사실 1편에서의 핍이 얼마나 성장했을지 그 부분이 가장 기대했었다. 얼마나 발전된 모습으로 사건을 해결할까.

소설의 주인공은 역시 핍이다. 핍은 이 작품에서는 열여덟 살로, 팟캐스트를 운영했다. 그동안 입소문을 탔고, 탐정에 푹 빠져서 지냈던 듯하다. 그러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고자 다짐했던 시기에 친구의 형인 제이미가 사라지자 다시 되돌리기로 결심한다. 경찰은 수수방관하면서 이를 무관심으로 돌리는 듯했는데 핍은 자신의 능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이 사건을 파헤친다.

술술 읽혀졌고, 전작의 분위기와 특징이 그대로 느껴졌다. 사건 파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내용이 지금도 선명한데 이번 작품 역시도 지도와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녹취록, 제이미를 찾는 포스터 등이 실려 있었다. 읽는 내내 마치 핍이 되어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지점이 너무 몰입도를 높였다.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제 3자로서 함께 참여하는 기분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풀어놓는 방법들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추리 장르 작품들을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 현대 사회를 반영하는 배경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팟캐스트나 SNS를 이용해 다른 인물들에게 사건을 전달하는 내용부터 마치 워치의 기능을 이용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모습 등 흔히 MZ세대의 특징을 그대로 활용했다. 아무래도 동년배이다 보니 그 지점이 너무 공감이 되기도 했었다.


매력이 그대로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핍의 용기와 결단력이 너무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더 성장한 모습은 전작을 읽은 독자이자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이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3편이 기대가 된다. 어른으로서 사건을 해결할 핍이 나타날지 아니면 어떤 모습으로 사건을 해결할지 궁금해진다. 가볍게 후루룩 읽으면서 몰입하기에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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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로 된 무지개
이중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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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p.10

이 책은 이중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내용이어서 관심이 갔다. 사실 그동안 남한과 북한이 공조하는 이야기는 소설보다는 영화로 많이 본 듯하다. 그렇다 보니 활자로 그려지는 공조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거기에 미래를 다루는 작품들은 그 나름대로 생각하는 재미가 있었기에 내용이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영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다. 경찰로 북조선으로 발령을 받은 인물인데 평양에 온 지 반년이 지나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영훈이 살고 있는 시대는 2078년도인데 이미 남한과 북한이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꽤 오랜 시간을 각자 다른 체제로 살아왔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북조선에 대한 우려와 함께 반대로 이제는 가장 발전할 곳이라고 언급하는 시선도 보낸다.

영훈과 함께 파트너가 된 세욱이라는 인물이 있다. 세욱 역시도 평양으로 처음 발령을 받은 인물이지만 영훈과는 조금 다른 목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영훈을 감시하는 역할이다. 영훈을 예의주시하면서 함께 파트너로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이중의 목표를 가지는데 평양에서 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중년의 남성이 살해된 사건인데 조금 난해하다. 보통 직접적인 정보를 주는 것과 달리 남조선에서 영훈에게 정보를 따로 넘기는 사건. 형사의 촉으로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낀 영훈이었는데 거기에 이 사건 이외에 세 건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읽으면서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는데 소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과연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흥미로운 상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통일을 간절히 바랐고, 지금 역시도 북한은 한민족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남한과 북한이 사상보다는 인류애로서 벌어진 사건들을 함께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평화로운 일이 어디 있을까. 정확하게 북한의 실제를 볼 수는 없지만 활자에서 느끼는 평양의 세계는 신기했고, 그만큼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출판사에서 발간한 작품들을 꽤 많이 읽는 편인데 가볍게 읽히면서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 작품 역시도 마치 영화를 보듯 이미지로 그려지는 내용들과 문체로 빠른 시간에 완독할 수 있었다. 특히, 이렇게까지 액션 장면들이 그려지는 작품들은 만나기 힘들었는데 나름 상상하는 배우들로 하나의 영상을 그려내는 듯했다.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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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바깥 일기 + 밖의 삶 - 전2권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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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바깥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연으로 한정된다. 가장 기본적으로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편이어서 지나가는 사람을 본다고 해도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어가거나 애초에 그 생각조차도 안 하는 편이다. 사람은 어차피 지나가고 움직일 텐데 그 안에서 깊이 생각할 게 무엇이 있을까.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지점에서 아니에르노의 두 작품은 다른 느낌을 주었다. 저렇게까지 사람들을 디테일하게 관찰하는지에 대한 놀람과 함께 그것을 통해 사회의 단편적인 부분들을 독자에게 전달해 주는 것에 대한 대단함이었다. 작가가 화자를 통해 기록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지극히 평범한 풍경이었다. 마트에서 물건을 계산하는 캐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대학생,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엄마까지 당장 밖으로 나가도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고 모습들이었다.

처음에는 풍경을 상상하면서 현대와 맞물려 현실감을 찾으려고 했었다. 그렇기에 연세대학교 청소 노동자 고소 사건이 떠올랐고, 무례한 이들의 얼굴이 스쳐서 지나갔다. 점점 읽으면 읽을수록 제목과의 괴리감이 와닿았다. 사실 일기라고 하면 스스로의 감정과 일상을 기록하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외부의 모습을 그대로 적고,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배제했다. 작가의 감정이 드러나는 그림이 아닌 그저 보이는대로 찍는 사진과 같았다. 객관적인 관찰자에서 여러 생각을 들게 하는 작가의 매력이 참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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