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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타임슬립
최구실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복소복. 삽시간에 온 세상은 하얗게 물들었다. / p.21
요즈음 들어 타임슬립에 대한 상상을 종종 한다. 거창한 내용보다는 그저 타임슬립을 한다면 어느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이런 류의 얕은 이야기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어렸을 때로 돌아가 조금이나마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살아 계시던 시기에 후회하지 않도록 많은 효도를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현실적으로 타임슬립을 믿지는 않는다.
이 책은 최구실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에 눈길이 가서 선택한 책이다.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는 사람 중 하나로서 남의 타임슬립 또한 나의 관심 밖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얼마나 타인의 타임슬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지 그게 궁금했다. 지극히 사적인 성향으로는 하지 않을 상상과 생각이기 때문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점도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류남과 은우라는 인물이다. 은우는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과감하게 다른 분야로 이직했다가 현재는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류남은 미래의 세계에서 수학여행을 현재로 왔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경찰서에서 조우하게 되고, 은우는 류남을 챙기는 것도 모자라 같은 집에서 동거까지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어떤 사건으로 류남이 사라지게 되고, 은우는 류남이 없는 일생을 살아간다.
술술 읽혀졌다. 판타지와 로맨스 조합의 소설이었는데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드라마 소재 중 하나가 조선시대와 현재의 타임슬립의 이야기이지 않은가. 최근에 인기가 많았던 작품 <폭군의 쉐프> 역시도 이러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몰입이 되어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 소설에 등장한 시간적 배경도 우리가 겪었던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현실감도 있었다. 완독까지 한 시간 반이면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미래를 알고 있는 게 과연 축복일까?'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읽었다. 류남은 2100년대 미래에서 온 사람이었는데 은우에게 몇 가지 현재의 이야기를 전한다. 반신반의했던 은우이지만 시간이 흘러 그 지점이 실제로 현실이 되었다. 중후반부에 이르러 은우가 류남에게 미래를 알고 있는 게 결코 좋은 일은 아니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많은 공감이 되었다. 성인이 된 지금은 미래를 알지 않는 것이 하나의 축복이라는 생각이다.
제목의 뜻을 새삼스럽게 이해하게 되어 그게 참 재미있었던 작품이었다. 타인의 타임슬립이 아닌 주인공 남의 타임슬립이었다. 류남의 타임슬립은 좋아하는 이에 대한 사랑, 아니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섞인 듯했다. 로맨스 장르의 소설로 읽었는데 생각보다 광범위한 남의 인류애에 마음이 따뜻해졌던 시간이었다. 미래를 알고 있는 게 축복은 아니겠지만 미래가 현재를 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