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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 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생태학
팀 블랙번 지음, 한시아 옮김 / 김영사 / 2024년 12월
평점 :
#도서제공
당시에는 모든 나방을 동정할 수 없었지만,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종을 끌어들였는지는 알 수 있었다. / p.26
원래 벌레 자체를 안 좋아하는 편인데 나방은 더욱 불호에 가깝다. 나방이 벌레라고 하기에는 조금 안 맞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비슷한 느낌이다. 여름에 하루살이와 함께 나방이 자주 보이는데 그때를 피해서 야구장 관람을 갈 정도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종이나 다른 도구로 살살 다른 쪽으로 유인하는데 그것조차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아예 얼음이 된 듯 알아서 날아갈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경우도 많다. 이 정도 되면 싫다기보다는 무섭다고 말하는 게 조금 더 정확할 듯하다.
이 책은 팀 블랙번이라는 생태학자의 나방에 관한 생태학 도서이다. 나방을 그렇게 무서워하는데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뭔가 끌렸다. 더군다나 올해는 몇 번 언급했던 것처럼 문학에 거의 집중이 되었다. 최근에 들어서 바다 생물에 대한 과학 도서를 읽었고, 그전에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 책이 나름 흥미로운 주제를 던졌기에 이번에 새로운 생물에 대한 책을 보다가 알게 된 책이다.
저자는 제자들과 함께 나방 덫을 설치해 나방을 연구했다. 나방 덫에는 총 82 마리의 개체가, 28 종에 이르는 나방이 있었다. 연구를 토대로 나방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또는 어떻게 이주하는지 등 그동안 사람들이 몰랐던 나방에 많은 이야기들이 전반적인 내용이 실려 있다. 저자가 나방을 연구하면서 독자들에게 전하는 환경에 대한 문제와 경각심으로 이어지는 생태학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생각보다는 많이 어려웠던 책이었다. 띠지 문구에 "생태학 입문서"라고 적혀 있어서 생태학을 아예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예상했는데 페이지 수를 넘기다 보니 과학 산술식이나 생물학 용어 등이 등장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나름 고등학교 시절에 생물을 배웠던 사람인데 시간이 흘러 다 잊었는지 다 초면에 가까운 단어들이었다. 이를 그냥 넘겨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래도 난이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시간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파트인 8 장과 9 장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남았다. 나방으로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는 내용이 서문에 등장하지만 보호색을 띈 나방, 또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나방 등 전반적으로 나방에 집중이 되어 그 문장에 크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나방에 특화된 생태학 책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마지막에 환경과 연관지어 경각심을 주는 부분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라는 종이 생태계의 혼란을 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도움 이주를 통해 조금이나마 일부 생물들의 번식을 도울 수 있다는 내용이 참 흥미로웠다.
몇 시간이 되지 않아 완독한 책이지만 뭔가 긴 호흡으로 여유를 가지고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용의 부족함보다는 조금 옆에 두고 천천히 하나하나 이해하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것이다. 너무나 흥미로웠는데 그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완전히 이해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면 아마 절반 정도라고 대답할 수 있을 텐데 그 정도밖에 받아들이지 못한 점이 너무나 큰 아쉬움으로 두고 남을 듯하다. 내년에 재독 목록에 포함시켜야 할 책이라는 미련이 남았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