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첫번째 - 2022 시소 선정 작품집 시소 1
김리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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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멀고, 우리의 집은 더 멀고, 민들레 꽃씨가 날아와 우리 머리 위에 내려앉는 꿈은 가까운 그런 밤이었다. / p.199

 

이 책은 제목처럼 시와 소설이 한 권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이다. 계절마다 시와 소설을 하나씩 선정하는 시소 프로젝트로 선정된 작품들과 작품을 쓴 작가님들의 인터뷰가 실린 단행본이다. 처음에는 계절별로 나누어져 있다고 해서 각 작품마다 계절의 배경이나 모습을 살린 작품들이라고 짐작했었다. 계절별로 소설을 떠올리는 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 맞는 책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보니 계절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봄인 배경으로 상상하면서 읽을 수는 있겠지만, 시와 소설에는 계절을 암시하는 표현이나 배경들은 없었다. 아예 계절적 배경이 없는 작품들이 많았으며, 오히려 가을에 선정된 최은영 작가님의 답신이라는 작품은 '오늘은 5월의 맑은 날"이라는 표현을 통해, 봄에 선정된 손보미 작가님의 해변의 피크닉이라는 작품은 주인공이 여름방학에 할머니댁에 간다는 설정을 통해 계절 배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해당 계절에 선정된 작품이었다.

 

봄에 선정되어 나에게는 처음 시와 소설의 처음을 열게 해 준 <사운드북>과 <해변의 피크닉>. <사운드북>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책으로 사랑의 의미를 말하는 시이다. 처음에 조카가 가지고 노는 동물 소리 책을 생각하면서 읽었다. 아이가 누르면 소리가 출력이 된다는 것 정도만 인식하면서 읽었는데, 사실 시를 해석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작가님의 의도를 잘 몰랐다. 인터뷰 내용을 통해 사운드북을 사랑이라는 것에 비유를 해서 표현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은 같이 학습하는 것보다 서로 부족한 점을 보고 배우면서 알려주는 것이라는 내용을 사운드북에 비유했다고 하셔서 감탄하게 되었다.

 

<해변의 피크닉>은 초등학생 아이의 성장 소설이다. 집에 놀러온 뚱뚱한 남자 아이를 보고 든 생각과 방학마다 놀러가는 할머니댁에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아이의 생각과 느낌 위주로 흘러가는 소설이었다. 뚱뚱한 남자 아이의 딱 맞는 폴로 셔츠를 보고 생각에 잠기거나 그 아이와 관련된 나쁜 소문을 떠올리기도 하고, 할머니댁에서 보게 된 배 다른 삼촌과 가족과의 관계 등이 묘사되어 있다. 이 소설에서는 약간 반대되는 심리가 많이 등장한다. 삼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나, 할머니께서 삼촌과 이야기를 나누면 심기가 안 좋아지실 것을 걱정해 망설이는 아이와, 손녀를 챙겨주면서도 아들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네는 할머니의 모습들이 그렇다. 이 소설은 인터뷰를 보면서 크게 와닿았던 작품이다. 아이의 생각이라든지 작가님의 의도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배신자가 되겠다는 아이의 말이 인상 깊었다.

 

여름에 선정된 <불시착>과 <미조의 시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이 깊었던 챕터이다. 시와 소설 둘 다 나에게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이 많았다. <불시착>은 집에 떨어진 운석에 노래한 시이다. 처음에는 운석 그 자체를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인터뷰를 보니 원하는 것이 진짜 원할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뜻하지 않게 오는 것에 대한 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단순한 부름이어도 운석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에 맞게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 어쩔 수 없이 안고 살아가야 하는 타인의 의미 등 다양한 이야기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개인적으로 AB6IX의 불시착이라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작가님께서 그 노래를 듣고 시의 제목을 정하셨다고 해서 내심 반갑기도 했었다.

 

<미조의 시대>는 완전한 것이 없는 어느 청년의 이야기이다. 미조는 새로운 일을 구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이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재개발로 인해 집을 이사할 위기에 놓여 있다. 그리고 미조의 옆에는 수영이라는 친한 지인이 있다. 수위가 센 성인 웹툰을 그리고 있으며, 일한 지 육 개월부터 탈모가 생긴 그런 인물이다. 직장부터 집까지 옮겨야 하는 미완전한 미조를 보면서 나와 공통점을 찾으려고 했었던 것 같다.  특히, 미조가 집에서 끊임없이 자라는 고구마 줄기를 보고 자신의 감정을 일기에 적으려다 '고구마 줄기'라는 딱 다섯 글자만 적는 장면이 있다. 소설에서 시로 하루의 일과를 작성하시는 어머니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는데, 그 두 사람의 모습에서 감정을 글로 적는 것을 망설이던 과거의 나와 매일 일기와 독서평을 적는 현재의 나가 조금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을에 선정된 <영원에서 나가기>와 <답신>. 가장 기대가 되었던 챕터이다. <영원에서 나가기>는 늙어감에 대해 노래한 시이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늙어감만 말하는 시인 줄 알았다. 잼이 나오기도 하고, 새가 유리 벽을 통과하다 죽는다는 내용이 나와서 조금 의아했었는데, 죽음이나 영원까지 확장시킨 시라는 것을 인터뷰 해석으로 알게 되었다. 자라는 것과 늙어가는 것에 대한 생각부터 시작해 영원에 조금 더 가까울 수 있는 방법이나 어떤 관념으로 영원을 보는 것인지에 대해 조금은 구체적으로 해석이 되어 있어 흥미롭게 봤었다.

 

<답신>은 이모가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작품이다. 작년에 밝은 밤을 읽으면서 큰 감명을 깊었던 기억이 남아 있기에, 최은영 작가님의 소설이 가장 큰 기대를 가지게 되었으며, 전체 작품 중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여기에서 편지를 쓰는 이모는 교도소에 있다. 조카와 언니에 대한 애정과 반대로 소설 속의 이야기는 암울하기만 하다. 결론적으로 언니는 가정폭력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나, 형부는 좋은 사람이라고 계속적으로 두둔한다. 이후에는 형부가 자녀에게만큼은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형부의 오해로 인한 사건으로 이모는 교도소에 가게 된다. 법정에서도 형부를 두둔하는 언니의 거짓 증언을 들으며, 이를 인정해 실형을 살게 되었다. 재판이 끝난 이후 변호사로부터 스스로 벌을 주는 행동을 그만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어쩌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가정폭력의 현실을 보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거짓 증언을 했지만 언니를 사랑하고, 이제 다 커서 얼굴도 모르는 조카를 사랑하는 이모의 마음도 진솔하게 적혀 있어서 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모래놀이>는 놀이터에서의 모래에 대한 시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모래놀이를 주제로 한 시이다. 처음에 내용만 보고 아이들이 모래를 가지고 노는 장면들이 떠올랐다. 시에서도 미끄럼틀에 모래를 치웠는데, 오빠가 이를 다시 놓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즐겁게 놀이를 즐기는 모습들을 상상하면서 읽었다. 인터뷰를 통해 모래처럼 나의 모습을 잃어간다는 것과 어른들과 다르게 아이들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다는 점 등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이 나왔다. 특히, 돌봄 노동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프리 더 웨일>은 남편을 잃은 한 여성 가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신촌문예 당선 이후 글을 쓰지 않았으며, 남편은 공대를 나온 작가지망생이었으나 현실적인 문제로 전기배선의 일을 했었다. 그러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주인공은 생계를 위해 학습지 회사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다른 직원들과 섞이지 못했으며, 여성을 비하하는 상사와 자리가 없어 옮겨 다니는 상사도 만나게 된다. 그러다 열었던 창문이 닫혀 있는 모습과 'free the whale'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을 보게 된다. 누가 창문을 닫는지와 포스트잇을 누가 적는지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등 다양한 감정들을 들려준다. 이 또한 워킹맘이자 싱글맘으로서의 단면들을 소설로 통해 경험할 수 있었고, 회사에서 아이를 가진 직원에게 대하는 현실의 벽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 씁쓸했다.

 

시를 이렇게 많이 봤던 적은 처음이다. 그런데 뒤에 인터뷰가 실려 있어서 해석하는, 비하인드 등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 시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면 좋았겠지만, 아직은 그 정도까지는 못 오르는 것 같다. 보면서 현실에 있는 많은 일들과 물건을 보고 인간의 죽음이나 미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연결을 시킨다는 게 대단했다. 소설은 나도 모르게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많이 느꼈다. 특히, 뒤로 가면서 현실과 맞닿아 있는 주제들이 있었는데, 직접 보았거나 들은 이야기들이 곧 소설에 펼쳐져서 답답했던 점들도 많았다.

 

이렇게 시와 소설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을 만나 기쁘다. 2021년에 처음으로 시작이 되었다고 하는데, 2022년에도 나올 각 계절의 시와 소설들이 기대가 된다.

 

<출판사 '자음과 모음'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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