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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 ㅣ 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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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숄은 마법의 숄이었다. / p.13
이 책은 신시아 오직의 소설집이다. 아예 처음 읽게 되는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사실 내용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숄과 관련된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는 했었지만 그 역시도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단순하게 느낌대로 읽게 되었다. 기대보다는 새로운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강했다.
소설은 크게 두 편이 실려 있다. 첫 작품인 <숄>에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로사와 그의 딸인 마그다, 그리고 조카 스텔라. 목적지도 없이 어디론가, 그것도 오랜 시간을 가고 있는 듯한데 이 상황이 자의적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마그다는 어린 아기로 등장하는데 숄로 돌돌 말려 있는 상태로 숄의 모서리를 쪽쪽 빨고 있다. 마그다의 존재를 들키면 안 되는 상황에서 울음을 터트렸고, 그렇게 마그다는 죽게 된다.
두 번째 작품인 <로사>는 전편에 등장했던 마그다의 엄마 로사의 이야기이다. 시간이 지나고 난 이후 주카 스텔라와 미국으로 건너 왔으며, 그곳에서 로사는 주변 사람으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마그다의 존재가 드러날 때 차마 자신의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그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로사는 그 시간에 멈춰서 살고 있는 듯하다.
얇은 페이지 수를 가진 작품이기 때문에 오히려 금방 읽을 것이라 예상했다. <숄>은 채 몇 장이 되지 않았고, <로사> 역시도 백 페이지 내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내 생각이 그저 오만했다고 판단했다. 그들이 겪고 있는 상황들이 너무나 비극적인 것도 모자라 참혹하다 느껴졌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채울 수 없는 곳, 생명의 위협을 받는 곳, 그리고 자신의 피붙이도 지킬 수 없는 곳. 그곳에서의 시간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홀로코스트에 대한 내용은 학교 다닐 시기에 교과서 한 페이지 정도로 간단하게 배우고 지나갔던 터라 그 실상을 피부로 인식한 적은 없었는데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묵직하게 다가왔다. 단지 그 비극적인 현실을 벗어났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며, 남은 이들은 평생 그 상처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 트라우마는 남는다는 점이 너무 와닿았다. 어디까지나 독자라는 제 3자의 시선이기에 제한적이겠지만 말이다. 읽는 내내 한 번 완독으로는 끝낼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