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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시티 ㅣ 소설Q
손보미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버틴다고 다 되는 게 아니야. / p.17
대한민국은 치안이 참 좋은 나라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한때는 그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이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매체에 많은 사건들이 오르내리면서 작은 의구심이 생겼다. 과연 우리나라가 안전한 나라일까.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흉기를 휘둘러 무고한 생명이 다치고 세상을 떠나는 사건들. 그럴 때마다 운이 좋아 지금도 살아남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 책은 손보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단편 형태로 한두 편 정도 읽은 기억은 있지만 대부분 SNS에서 리뷰로 많이 보았다. <사랑의 꿈>이라는 소설집은 관심이 생겨 장바구니에 넣어 있지만 아직 구매하지는 못했다. 주변 SNS 팔로워분들의 좋은 후기를 많이 보아서 언젠가 접해야지, 라는 생각은 했는데 신작 장편소설 소식을 접했다. 장편이기는 하지만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경찰이다. 일신상의 이유가 업무에 큰 영향을 초래했고, 권력에 욕심이 많은 상사의 강요요에 따라 쉬게 되었다. 불면증을 가지고 불안 증세를 보였는데 남편 친구인 임윤성의 질문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세이프 시티에 X로 지정된 위험 지역들을 남편과 산책하는 방법으로 조금씩 안정을 취하지만 여자 화장실 파괴 사건에 연루되면서 다시금 불안한 상황이 찾아온다.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우선, 두께가 230 페이지여서 시간만 조금 투자하면 금방 완독할 수 있을 듯했다. 그래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 표지에서 주는 시원함이 좋았다. 우신영 작가님의 <시티 뷰>라는 작품의 표지가 떠오르기도 했다. 여름에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사진이었다. 스토리 역시도 20~30 페이지 읽자마자 바로 몰입이 되었다. 완독까지 대략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관통했다. '기억을 지우는 게 필요할까.'라는 생각이다. 소설에서 임윤성은 인간의 기억을 일부 지우는 '기억 교정'을 연구하는 과학자이다. 범죄자를 대상으로 기억 교정에 대한 임상 실험을 실행에 옮기려고 했다. 그것도 화장실 파괴 사건의 범인. 그동안 흑역사를 지우고 싶었던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주인공의 생각에 의문이 들었는데 후반부에 주인공과 범인의 대화 내용에서 생각이 달라졌다. 과연 그게 옳은 일일까.
그밖에도 구도심의 문제와 인간의 존엄성, 더 나아가 여성 노숙인, 여성 혐오 범죄, 개인의 권력으로부터 움직이는 여론 등 사회적으로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주제들이 이야기에 녹여 있어서 흥미로웠다. 페이지를 덮고 나니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사자가 죽은 이에게 차를 대접하는 장면에서 하는 대사가 떠오른다. 망각은 신의 선물이라는 말. 신의 벌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신의 선물일 수도 있겠다는 의도가 어느 정도는 느껴졌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