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의 대여 서점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2
다카세 노이치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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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사랑의 무기도 되는 듯하다. / p.208

어렸을 때에는 책 대여점이 많았다. 아니, 비디오 대여점에서 판타지 소설과 로맨스 하이틴 만화가 많았기 때문에 같이 빌렸던 경험이 많다. 물론, 판타지와 로맨스 하이틴이라는 장르 자체를 별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도서관에서 읽은 책이 종종 질릴 시기에 동생과 함께 자주 방문했다. 이북 컨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와 스스로 벌어 먹고 살 정도의 재력을 가진 나이가 되니 자연스럽게 대여점과 멀어졌다.

이 책은 다카세 노이치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제목만 보고 당연하게 시선이 멈추게 되지 않을까. 나 역시도 그렇다. 물리적으로도,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멀어진 장소이지만 대여점 세 글자에 나도 모르게 방앗간 앞의 참새가 된다. 거기에 조금은 낯선 일본의 대여점, 그것도 예전의 대여점 이야기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관심이 갔다. 걱정이 되었지만 그만큼 설렘도 컸다.

소설의 주인공은 센이라는 인물이다. 아버지께서는 과거 책을 인쇄하는 기술을 가진 조각사로 활동하셨는데 금서를 제작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손가락이 절단되는 형벌을 받았다. 이후 아버지께서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으며, 센은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아 세책점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당시 세책점은 무거운 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남성들의 직업으로서 알려졌는데 이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책을 발굴하는 일을 맡는다.

술술 읽혀졌지만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언급한 것처럼 걱정이 되는 부분이 바로 시대적인 배경에 대한 낯선 감정들이었다. 그동안 미야베 미유키 작가를 비롯해 일본의 역사를 다루었던 소설들을 읽었지만 한국 문화권에서 태어나서 성장한 사람으로서 일본 역사는 당연하게 괴리감이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스토리 텔링이 워낙에 좋은 작품이어서 이 정도의 어려움은 이겨낼 수 있었다. 완독까지 대략 이틀 정도 걸린 듯하다.

개인적으로 센이 놓인 환경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센은 좋은 책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를 손에 넣는 편이었다.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세책업을 하면서 동료 세책업자와 고객들로부터 노골적인 성희롱을 듣기도 했었는데 이를 묵묵히 이겨낸다. 지금 시대에서는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말이었음에도 자신의 능력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들이 내내 눈에 들어왔다. 혈혈단신으로 이렇게까지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책과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추리 장르의 특성을 띄고 있지만 그 이야기보다는 주인공에 오롯이 집중되어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장르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는 주인공보다는 장르의 스토리텔링이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궁금증을 가질 법한 고전의 세책업, 그리고 성별을 이겨내고 자신의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 마음에 남을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던 소설이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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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컨시어지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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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좀처럼 끊지 못하는 나쁜 습관이라는 괴물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서. / p.9

이 책은 쓰무라 기쿠코라는 일본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띠지에 적힌 문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잠깐의 거짓말로 하루를 건넌다는 말. 아마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일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전반적인 스토리가 기대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어떤 재미를 선사해 줄까. 그리고 거짓말은 어떤 영향을 줄까.

소설은 총 열한 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스트레스를 가지고 산다. 접시를 버리지 못하고 쌓는 어머니와의 갈등을 색다른 방법으로 풀기도 하고,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애플리케이션의 아바타에 분풀이를 하는 방법도 있으며, 대학 동아리를 탈퇴할 수 없어 거짓말을 만드는 이도 있다. 거짓말을 만드는 과정에서 능력을 가지고 부탁을 받는 이들까지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술술 읽혀졌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몰입도가 높았다. 아마 소설의 판타지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너무나 가벼운 에피소드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이 부분이 훨씬 더 호감적인 측면으로 다가왔다. 300 페이지가 되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한 시간 정도 소요가 된 듯하다. 전반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 고약한 짓>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설집에 가장 첫 번째로 실린 소설이다. 소설의 화자는 습관 관리 애플리케이션에서 '튀김소바'라는 닉네임의 아바타에게 충격을 가한다. 습관적인 음주를 하는 사람이었는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조금 나아졌다. 그리고 화자와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 중 한 사람은 어머니의 접시를 가지고 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깨는 취미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하는 이들의 행동이 되게 공감이 되었다. 몰론, 이들처럼 습관 관리 애플리케이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접시를 깨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비슷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남들에게 말하기 민망한 방법으로 이를 해소할 때가 있다. 최근에는 키캡 키링을 눈여겨 보는 중인데 이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힘을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닐까.

직장인이 되면 누구나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줄 알았다. 나 역시도 그렇게 살아갈 것 같았다. 그런데 스무 살이 되고, 서른 살을 지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의 나는 몸만 큰 어른이 된 듯하다. 여전히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타인들에게 좋은 거짓말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어린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등장하는 이들이 '너만 그렇게 살아가는 거 아니야.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라는 위로를 전달해 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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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유해성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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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데도 남들 눈에 안 보이는 것 같다는 느낌. / p.27

오십 대의 청춘은 어떤 느낌일까. 젊은 시기에 기억하던 부모님과 조금씩 거리감을 느끼면서 서글픔을 자주 경험하게 되는 듯하다. 물론, 아버지께서는 이미 안 계시지만 어머니께서 트로트 노래를 들으면서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아버지의 작은 어깨와 어머니의 거친 손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남의 일처럼 느껴졌는데 그게 또 벌써 나의 현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 책은 사쿠라바 가즈키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명탐정이 제목에 등장하는 이 출판사의 작품을 드문드문 읽었다. 시라이 도모유키 작가의 <명탐정의 제물>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았던 소설이었고, <명탐정의 창자>는 구매하고 아직 시도조차 못하는 중이다. 제목만 보고 관심이 생겼다. 비록 다른 결의 작품처럼 보여지지만 그것 또한 재미가 아닐까.

소설의 주인공은 가제와 유구레라는 인물이다. 명탐정 가제는 왕년에 탐정 실력으로 이름을 남겼고, 유구레는 가제의 조수이자 작가의 삶을 살았다. 가제와 협력했던 사건을 책으로 엮었고, 미디어로 제작이 될 정도로 큰 인기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이들은 자연스럽게 잊혀졌고, 유구레는 찻집을 운영한다. 시간이 흘러 가제가 유구레를 찾아와 탐정 조수 역할을 제안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연 이들은 #명탐정의 유해성을 증명할 수 있을까.

술술 읽혀지면서 재미있던 작품이었다. 사실 두께를 보고 많은 걱정이 되었던 점도 있었다. 한동안 책과 거리를 두다가 최근에 다시 속도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두꺼운 책을 도전하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장르 소설 특유의 긴장감보다는 흥미 위주로 읽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결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명탐정이라는 직업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유해성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과거의 살인 사건을 다시 밟아가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유구레가 발간한 책이 곧 해결한 살인 사건 하나씩 등장하는 구조인데 이 지점이 흥미로웠다. 그때는 맞았지만 과연 지금도 유효할까. 지금까지 읽었던 장르 소설에서 탐정이 검증하는 이야기는 많이 등장했지만 과거를 재검증하는 이야기는 색다르게 다가와서 재미있었다.

장르 소설로서 추리를 밟아가는 것도 좋았지만 시대에 이름을 날리던 이들이 시간이 흘러 다시 명탐정을 붙잡는 전체적인 서사가 기억에 남았다. 서두에 언급했던 부모님의 모습이 가제와 유구레와 겹쳐서 보였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감성을 잡았던 작품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더불어, 살아가면서 정답이라고 여겼던 많은 물음들이 과연 시간이 지나도 정답으로 남아 있을까. 많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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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렌털이 되나요
이누준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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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중앙에 서자 눈부신 여름빛에 휩싸였다. / p.9

꽤 오래 전에 보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있다. 윤윤제의 생일이 되면 성시원은 쿠폰을 선물해 주는데 졸업식에 부모님 빌려 주기를 사용한 것이다. 윤윤제는 부모님께서 일찍 돌아가셨는데 성시원의 부모님께서 윤윤제의 졸업식에 참여하고, 성시원이 졸업식 때 정문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는 부모님이 없어요.'라는 대사를 날린다. 그때는 웃겼는데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보니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이누준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성함만 보고 당연히 한국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아래 옮긴이가 적혀 있어서 의아함을 느껴 검색해 보았다. 다시 확인해 보니 일본 작가의 소설이었고, 예명인 듯했다. 그러다 줄거리를 보고 흥미가 생겼다. 가족 역할 대행이라는 게 상식적으로는 물음표를 가지게 되는데 어떤 식으로 감동을 주는 이야기일까. 가족 이야기를 그냥 지나갈 수 없는 독자로서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유나라는 인물이다. 고등학생이자 연극 배우로 활동 중인데 극단이 망할 위기에 처했다. 꼭 서고 싶었던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동시에 독특한 제안을 하나 받는다. 가족 연기를 해 달라는 것이다. 극단에서는 이미 유나의 부모님께 허락을 받은 상황이며, 그 누구에게도 연기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야 한다. 극단의 미래를 위해 낯선 가족의 일원으로서 연기를 하게 된 유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크게 생각이 필요한 소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 있는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의문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이야기는 또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왔다. 힐링 장르의 소설이 대부분 가볍게 읽기 좋다는 점인데 이 작품도 딱 그 장르의 특성에 벗어나지 않았다. 280 페이지 전후의 작품이었는데 한 시간 반 안에 충분히 완독이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언급한 것처럼 의문을 가지면서 읽었다. 어떤 서사를 가진 가족의 딸로서 들어가게 되는데 다른 구성원들은 이를 몰랐을까 싶었다. 읽는 내내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떠올랐다.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 얼굴이 다른 딸이 와도 그냥 넘어가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결말에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기는 했지만 그 자체에는 여전히 현실적으로 애매모호하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릴 수 있는 이야기로 예상했지만 그것보다는 피가 섞이지 않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가족도 물론 소중하지만 가끔은 물이 피보다 진할 때가 있는 법이다. 결말에 이르러 그 지점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굳이 가족을 렌털할 일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타인이 필요하다면 성시원이 그렇듯, 그리고 유나가 그렇듯 기꺼이 어깨를 빌려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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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연재 매드앤미러 6
이종호.홍지운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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