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프로듀서 퇴사하겠습니다
오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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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히어로란 나타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 p.13

슈퍼맨과 배트맨, 아이언맨 등 히어로가 나타나 세상을 바꿔 주기를 바라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허구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나마 일상의 영웅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그나마 아름다운 세상이 흘러가는 듯하다. 현실적인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종종 말도 안 되는 사건과 이야기를 접할 때면 자연스럽게 이 어지러운 세상을 정리해 줄 히어로를 기다리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언급했던 것처럼 허구의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책은 오조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히어로의 판타지보다는 한 직장인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기대되어 선택한 책이다. 제목에서 퇴사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보통의 직장인으로서 항상 사직서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데 요즈음 다시 퇴사 욕망의 주기가 올라오고 있는 중이어서 더욱 관심이 갔을지도 모르겠다. 통쾌한 결말을 기다리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조영이라는 인물이다. 누구나 능력을 소소하게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보기 드문 무능력자다. 그럼에도 아이돌보다 히어로가 인기를 얻고 있는 시대에서 스타 히어로를 키우는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큰 인기를 끌던 히어로가 은퇴하고, 십 년이라는 시간에 내내 대리 자리만 차지하던 조영은 퇴사를 결심한다. 그와중에 회사는 새로운 신인 히어로를 키우라고 했다. 한 달의 시간 안에 조영은 신인 써리원을 스타 히어로로 만들 수 있을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판타지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을 더욱 기대했던 터라 조영의 시선에서 읽다 보니 스토리가 금방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이능력을 비롯해 히어로 능력의 내용은 낯설게 다가왔지만 이를 모른다고 해서 전반적인 내용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280 페이지 전후의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두 시간 반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조영의 무능력이 흥미로웠다. 이능력이라는 작고 소소한 특기를 지니고 있는 사회에서 일정 나이가 되도록 능력이 발휘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심지어 조영을 쫓아다니는 후배마저도 자신의 감정을 메신저로 올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히어로를 스타로 만드는 게 하나의 능력일 텐데 과연 조영의 능력을 무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기이한 능력이 아님에도 말이다.

생각했던 것만큼 버라이어티하지 않아서 더욱 좋았던 작품이었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써리원을 스타 히어로로 만드는 상황마저도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납득이 가는 스토리다. 그래서 조영에게 더욱 마음이 갔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조영은 누구보다 유능한 인재임에도 소설 안에서의 세계관에서는 무능력자라는 게 너무 안쓰러웠다. 재미로 읽게 되었는데 이것저것 정이 갔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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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너스에이드
치넨 미키토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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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니 '프로'로서 간호사님들이 환자를 도와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 p.20

이 책은 치넨 미키토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구원자의 손길>이라는 작품을 흥미롭게 읽었다. 그때 마침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다시 정주행하고 있을 시기이기도 해서 비슷하게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남았다. 그동안 작가님의 작품들이 많이 발간되었는데 이번에 또 전공을 살린 의사 이야기라는 소식을 듣고 바로 선택했다. 믿고 읽는 작가여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오라는 인물이다. 현재는 세이료 대학 부속병원 소속 간호조무사로, 환자의 마음을 잘 읽는 장점을 가졌다. 반년 전, 언니가 어떤 일을 계기로 세상을 떠났는데 미오와 연관이 있었던 모양이다. 방황하다 아는 분의 소개로 병원에 취업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류자키라는 병원의 플래티넘 등급의 외과 의사와 엮이면서 주목을 받게 된다. 미오의 PTSD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과 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가정을 다룬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의료 용어에 대한 장벽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전문 용어들은 아래 주석으로 달려서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심지어, PTSD라는 용어는 너무나 자주 접했지만 그마저도 설명이 되어 있는 작품일 정도로 세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36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는데 세 시간 안에 완독이 가능했다. 그만큼 스토리에 빠져 읽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윤리이다. 인권이 중요하지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자에게는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다. 내 인권을 지키고 싶다면 타인의 권리도 지키라는 것이다. 중후반부에 야쿠자와 관련된 의료 행위가 등장한다. 이 지점에서 많은 의문이 들었다. 인간의 존엄성은 중요하다. 타인의 인권을 훼손한 한 개인의 인권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이게 과연 연좌제로 혈연으로 묶인 다른 이들에게도 해당이 될까.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두 번째는 간호조무사의 인식이다. 초반에 환자의 처치를 요청하는 미오가 수간호사로부터 무시당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베테랑 간호조무사가 잡일은 우리가 할 테니 간호사의 업무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간호조무사 자격증 유무와 업무 범위가 대한민국과 다른 편이어서 신기하면서도 조금 씁쓸함을 느꼈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하지만 명확하게 업무가 나누어져야 그들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지 않을까.

솔직히 언니의 사건을 추적하는 스토리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시나리오이기는 했다. 심지어 어떤 부분에서는 엉성하다고 느꼈다. 대신 언니에 대한 마음의 짐을 가진 미오의 입장에 몰입해 읽다 보면 납득이 갔다. 한 사람의 성장 측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이렇게 사람 냄새가 나는 스토리가 좋다. 소설 안에서만큼은 미오가 환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의료종사자로서 계속 뻗어나갔으면 하는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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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시티 소설Q
손보미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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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버틴다고 다 되는 게 아니야. / p.17

대한민국은 치안이 참 좋은 나라 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한때는 그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이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매체에 많은 사건들이 오르내리면서 작은 의구심이 생겼다. 과연 우리나라가 안전한 나라일까.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흉기를 휘둘러 무고한 생명이 다치고 세상을 떠나는 사건들. 그럴 때마다 운이 좋아 지금도 살아남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 책은 손보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단편 형태로 한두 편 정도 읽은 기억은 있지만 대부분 SNS에서 리뷰로 많이 보았다. <사랑의 꿈>이라는 소설집은 관심이 생겨 장바구니에 넣어 있지만 아직 구매하지는 못했다. 주변 SNS 팔로워분들의 좋은 후기를 많이 보아서 언젠가 접해야지, 라는 생각은 했는데 신작 장편소설 소식을 접했다. 장편이기는 하지만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경찰이다. 일신상의 이유가 업무에 큰 영향을 초래했고, 권력에 욕심이 많은 상사의 강요요에 따라 쉬게 되었다. 불면증을 가지고 불안 증세를 보였는데 남편 친구인 임윤성의 질문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세이프 시티에 X로 지정된 위험 지역들을 남편과 산책하는 방법으로 조금씩 안정을 취하지만 여자 화장실 파괴 사건에 연루되면서 다시금 불안한 상황이 찾아온다.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우선, 두께가 230 페이지여서 시간만 조금 투자하면 금방 완독할 수 있을 듯했다. 그래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 표지에서 주는 시원함이 좋았다. 우신영 작가님의 <시티 뷰>라는 작품의 표지가 떠오르기도 했다. 여름에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사진이었다. 스토리 역시도 20~30 페이지 읽자마자 바로 몰입이 되었다. 완독까지 대략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관통했다. '기억을 지우는 게 필요할까.'라는 생각이다. 소설에서 임윤성은 인간의 기억을 일부 지우는 '기억 교정'을 연구하는 과학자이다. 범죄자를 대상으로 기억 교정에 대한 임상 실험을 실행에 옮기려고 했다. 그것도 화장실 파괴 사건의 범인. 그동안 흑역사를 지우고 싶었던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주인공의 생각에 의문이 들었는데 후반부에 주인공과 범인의 대화 내용에서 생각이 달라졌다. 과연 그게 옳은 일일까.

그밖에도 구도심의 문제와 인간의 존엄성, 더 나아가 여성 노숙인, 여성 혐오 범죄, 개인의 권력으로부터 움직이는 여론 등 사회적으로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주제들이 이야기에 녹여 있어서 흥미로웠다. 페이지를 덮고 나니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사자가 죽은 이에게 차를 대접하는 장면에서 하는 대사가 떠오른다. 망각은 신의 선물이라는 말. 신의 벌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신의 선물일 수도 있겠다는 의도가 어느 정도는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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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시티 소설Q
손보미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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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지우는 것은 신의 선물일까, 아니면 신의 벌일까. 생각할 지점이 있었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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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방학
연소민 지음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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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부모 자식 간에 역할이 바뀌는 때는 언제일까. / p.134

동생이 결혼하게 된 이후부터 부모님의 부양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즈음부터는 어머니와 함께하는 미래를 그렸던 것 같다. 애초에 결혼 생각 자체가 없는 사람이었기에 자연스럽게 그 몫은 나에게 넘어오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어머니로부터 만나는 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한동안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어머니께 서운해 거리를 둔 적도 있었다. 왜 그 부분을 당연하게 여겼을까.

이 책은 연소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띠지에 적힌 모녀 독립에 관한 내용이 눈길을 끌어 선택했다. 공감뿐만 아니라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지만 언젠가 나와 엄마 모두 독립하거나 떨어져 살아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소설에서 큰 실질적 도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심적으로 깊이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솔미라는 인물이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이유도 없이 집을 나갔다. 그 충격으로 집은 그야말로 쓰레기장이 되었다. 어머니께서 우울증으로 인한 저장 장애 증상을 보이셨기 때문이다. 솔미네 집은 도망치듯 어머니의 고향인 고흥으로 내려오게 되었지만 증세는 점점 심해졌다. 대학교에 입학한 솔미는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로 노력한다. 솔미의 가족 이야기와 성인이 되어 만난 수오와 고흥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초반부터 몰입이 되었다. 문체나 다른 구성을 생각할 틈도 없이 그냥 그대로 빠져들어 읽었던 것 같다. 270 페이지 전후의 작품으로 기억하는데 모처럼 흐름을 끊지 않고 쭉 완독했다. 시간만 보면 대략 두 시간 내로 가능했다. 아마 주인공과 비슷한 2000년대생 여성 독자들이라면 더욱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어머니의 독립이 인상적이었다. 어머니는 솔미에게 긴 여행을 갔다 온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부모가 자녀를 뒷바라지하듯 오랜 시간을 솔미가 어머니를 지켜왔다. 소설에서는 이를 '육모'라고 표현했다. 어머니의 직업을 '전업 자녀'라고도 했다. 사실 그동안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으로만 인식되었는데 반대로 부모가 자녀로부터 독립한다는 개념을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고흥군 인근 농어촌 지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많은 부분이 정겨웠고, 또 익숙했다. 그러면서 솔미와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나의 어머니, 그리고 나의 관계를 다시금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말로만 어머니의 새 출발을 응원한다고 오히려 솔미처럼 나의 어머니를 떠나지 못하게 잡는 것은 아니었을까. 독립이라는 것은 어쩌면 어머니께도 가을 방학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머리로는 알지만 벌써부터 부모처럼 서운함이 밀려 왔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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