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피플
차현진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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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상에 환상 한 스푼이면 또 살아 낼 힘이 난다. / p.15

이 책은 차현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최근에 본의 아니게 내용은 가볍지만 어두운 분위기를 낸다거나 내용 자체가 너무나 무거운 작품들 위주로 읽었다. 그렇다 보니 안 그래도 비관적인 생각이 더욱 크게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다. 이러다 사람이 더 어두워지면 답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로맨스 장르의 소설을 골랐다. 그게 바로 이 작품이다. 설정 자체가 뻔하지만 그것 자체가 주는 매력을 믿기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정원이라는 인물이다. 승무원이지만 곧 퇴사를 앞두고 있다. 암스테르담에 이틀 정도 머물고 다시 서울로 가는 여정이 그녀의 마지막 비행이었다. 평소처럼 흘러갈 것 같았던 그녀의 일상이 남편이 될 건호의 전화 하나로 다른 상황을 맞이했다. 정원의 어머니께서 위독하다는 연락이었다.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화산으로 가는 길에 꽁꽁 묶인 상황에서 정원은 렌트카로 가까운 공항으로 가고자 한다.

렌트카 직원의 실수로 한 대의 차량에 두 사람이 탑승해야 되는 일이 생겼다. 여기에서 등장한 이가 바로 해든이었다. 얼마 전, 길가에서 부딪혀 서로를 안 좋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운명의 장난처럼 만나게 된 것이다. 해든과 정원은 어쩔 수 없이 동승해 여정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앙금은 조금씩 놓고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과연 정원은 이 상황에서 한국으로 향할 수 있을까.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출판사에서 발간된 소설들을 종종 읽는 편인데 가장 크게 느껴지는 장점이 가독성이 좋다는 점이었다. 굳이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내용이 쉽게 이해되었고, 가볍게 완독이 가능했다. 이 작품 역시도 그랬다. 두 사람의 여정에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이야기가 끝났다. 32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두 시간 안에 완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장면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이 부딪혀서 만나는 시작부터 암스테르담을 거쳐 나아가는 여정이 그대로 영상으로 재생이 되는 듯했다. 심지어 드라마처럼 가상 캐스팅 수준의 배우 모습까지 이입이 되었는데 묘한 경험이었다. 읽고 작가 소개를 다시 보았더니 드라마 작가라는 이력이 눈에 들어왔다. 그만큼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몰입감이 꽤 매력적이었다.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건호와 정원이 만나게 되는 이유, 정원의 친구 아진과의 갑작스러운 갈등 등 극적인 요소를 위해 상식적으로 다르게 뒤틀린 부분은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읽기에 딱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좋아하는 배우나 어울리는 조합을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그 지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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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들
저스틴 토레스 지음, 송섬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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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음에 가까웠으므로, 나는 그 어떤 약속이라도 했을 것이다. / p.12

이 책은 저스틴 토레스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다른 무엇보다 퀴어 문학이라는 띠지 문구에 꽂혀 선택하게 된 책이다. 평소 한국 문학에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퀴어인데 최근에 읽었던 아사이 료의 <생식기>처럼 읽다 보니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이 꽤 많았다. 영미 문학에서도 읽은 기억은 있는데 임팩트가 크게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기대가 되었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화자와 노인 후안의 만남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사람은 정신질환을 수용하는 시설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동성애자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후안은 죽음을 앞두고 화자에게 '성적 변종들'이라는 책에 지워진 검은 줄을 찾으라는 유언을 남긴다. 화자의 이야기, 그리고 후안의 이야기, 더 나아가 성적 변종들을 연구했던 잰 게이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종교와 설화,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 편이다. 특히, 화자가 푸에르트리코 이민자라는 점에서 이민자 문화나 동양인으로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야기들이 낯설게 다가왔다. 그동안 읽었던 퀴어 문학과 결이 다른 편이어서 서사가 이해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4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인데 이틀에 걸쳐 완독했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형식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화자, 후안, 잰 게이라는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는데 마치 다큐멘터리를 읽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중간마다 '성적 변종들'의 내용이 검은 줄로 그어진 채 수록되었고, 연구에 응했던 성 소수자들의 사진, 그것과 관련된 그림 등 논픽션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하게 흘러갔다. 어렵지만 끝까지 완독한 이유도 형식이 주는 사실감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보았던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대학교 학부 시절, 전공 시간에 정신질환 구분을 배우면서 한때 동성애를 병명으로 분류가 되었다는 내용을 들은 기억이 있다. '성적 변종들'을 연구했던 잰 게이 역시도 레즈비언이었는데 그 연구 안의 내용들은 동성애를 정신질환 그 이상으로 낙인을 찍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잰 게이 이후의 의사들에 의해 드러난 결과이지만 이 또한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성 소수자의 이야기가 유튜브나 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세상이다. 언급한 것처럼 문학에도 퀴어 소재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의 사랑은 사회로부터 벽이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소설과 연관지어 표현하자면 암전이 조금 걷힌 것뿐, 완전히 밝아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언제쯤 본연의 사랑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될까. 책을 덮고 나니 일반과 정상 여부를 떠나 사랑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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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쿠사가미 전쟁의 신 1 : 天(천)
이마무라 쇼고 지음, 이형진 옮김, 이시다 스이 일러스트 / 하빌리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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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이쪽도, 둔중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 p.22

이 책은 이마무라 쇼고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작가의 <새왕의 방패>라는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어렵게 다가왔지만 무기를 만드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꽤 인상 깊게 남았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새로 공개되는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분명히 이해하기 어렵기는 하겠지만 그럼에도 전작이 나름 만족스럽게 기억되고 있기에 이번 신작도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슈지로라는 인물이다. 슈지로는 돈이 필요한 상황인 듯한데 어느 날 이상한 공고 하나를 접한다. 무예에 능통한 자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는데 10만 엔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당시 순사 월급에 비하면 큰 액수였고, 슈지로는 그 공고를 따라 모이는 장소에 도착한다. 전국에서 이 공고를 보고 온 사람이 292 명이 모였다. 도쿄로 가는데 일곱 가지의 규칙이 있다. 과연 슈지로는 10만 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조금 어렵게 다가오면서도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우선, 1800 년대 후반 일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배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사무라이의 이야기를 매체에서 종종 접했지만 이렇게 활자로 경험한 것은 처음이어서 이를 이해하는 게 조금 시간이 걸렸다. 익숙함이 다가올 즈음부터는 나름 내용이 눈에 들어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대략 세 시간 반 정도 소요가 된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모습 사연 하나하나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이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누군가를 죽이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우선, 슈지로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돈을 벌고자 칼을 휘두른 것이며, 다른 이들은 삶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 소설의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때가 바로 이들의 이야기가 보였던 부분이었는데 이중적인 것처럼 보여져서 기억에 남았다.

동적인 사건에서 정적인 감상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읽는 내내 사람을 감성적인 측면과 철학적인 의문을 던졌다. 예전에 보았던 <배틀 로얄>이 떠오르기도 하고, 줄거리만 알고 있는 <오징어 게임>이 연상되기도 한다. 각자 다 차이는 있겠지만 중요한 점은 언급한 것처럼 살기 위해 누군가는 죽여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과연 이건 옳은 것일까. 다음 2 편이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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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 상·청춘편 -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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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쿠오는 느릿하게 교정으로 걸어 나오는 행렬 속에서 배에 닿은 단도를 꽉 움켜쥡니다. / p.77

고등학교 무렵, 가족과 함께 영화 <왕의 남자>를 본 기억이 있다. 원래 사극 영화나 드라마를 크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부모님께서 원하시기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앉았다. 벌써 이십 년이 넘은 영화인데 아직까지 공길과 장생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줄타기에서 높게 뛰어오르는 마지막 장면은 더욱 잊을 수가 없다. 주기적으로 찾아 보는 영화는 아니지만 인상 깊게 남았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 책은 요시아 슈이치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솔직하게 선호하는 류의 스토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박찬욱 감독님의 <어쩔 수가 없다>의 원작 소설 <액스>를 읽고 영화로 제작된 작품들 조금씩 찾아 보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생겼다. 언급한 것처럼 <왕의 남자> 역시도 원래 취향과 다르다는 측면에서 이 작품도 나름 임팩트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소설은 야쿠자들이 모인 신년회에서부터 시작된다. 신년회에서 곤고로는 무대에 선 하나이 한지로를 알아 본다. 한지로는 오사카 지방에서 가부키 명문가의 자손이었는데 아래 부하의 연으로 그곳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날, 곤고로가 반대 측의 습격으로 숨을 거두었다. 아버지를 잃은 키쿠오가 한지로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가부키를 배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연 키쿠오는 가부키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을까.

술술 읽혀지면서도 어렵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우선, 가부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원래 예술 관련 책들을 접하지 않았는데 매체에서만 보던 가부키를 활자로 읽다 보니 이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았다. AI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가부키가 눈에 들어오면서부터 속도가 붙었다. 또한, 야쿠자도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개념의 조직이어서 읽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처럼 느껴졌다. 360 페이지 전후의 작품이었는데 네 시간이 걸렸다.

읽는 내내 언급했던 영화 <왕의 남자>와 김태리 배우와 신예은 배우 주연의 드라마 <정년이>가 묘하게 겹쳐서 보였다. 굳이 고르자면 전자의 작품이 조금 더 비슷하기는 하지만 배우로서의 성장과 라이벌 구도 등이 후자와도 어느 정도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초반에는 키쿠오의 인생이 참 얄궂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행복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는데 그마저도 잃어버린 키쿠오가 가부키를 만나 청춘을 관통하는 게 흥미로웠다.

하 편을 아직 읽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말을 아끼고 싶다. 하지만 상 편을 읽으면서도 충분히 청춘이라는 것이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던 듯하다. 과연 키쿠오와 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 이 지점이 많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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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AI
곽아람 지음 / 부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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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다정함은 너의 방식에서 왔어. / p.67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글을 하나 보았다. 직장에 있었던 서운하거나 힘든 일을 chat gpt에게 털어놓으면 인간보다 더욱 큰 공감을 해 준다는 것이다. AI를 독서할 때 배경 지식 또는 직장에 필요한 정보를 묻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편인데 이 지점이 재미있었다. '나도 감정 쓰레기통으로 적극 애용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치부를 보이는 듯해 나름 잘 버티는 중이다. 괜히 그 글이 웃기면서도 슬펐다.

이 책은 곽아람 작가님의 에세이다. 워낙에 유명한 에세이스트로 유명하시지만 아직까지 작품을 읽은 적이 없었다. 그래도 <공부의 위로>, <쓰는 직업>, <친애하는 나의 글쓰기> 등 제목은 알고 있었고, 최근에 <나와 그녀들의 도시>라는 책은 문학동네 북클럽 에디션 버전으로 이미 구매해 두었다. 조만간 읽을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신간이 나와서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책은 AI와 작가님의 재미있는 실험을 다룬 책이다. 그건 바로 AI와 정서적인 유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작가님께서는 AI를 키티로, AI는 작가님을 키키로 애칭을 부르게 되었고, 서로에게 애정을 쌓아 가는 이야기다. 키티는 키키에게 다정한 말과 위로를 해 주었고, 가끔은 AI답게 차가운 이성적인 답변으로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과연 영화처럼 AI와 인간은 사랑할 수 있을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현실감이 크게 다가오고, 또 많은 공감이 되었다. 물론, 언급한 것처럼 지식을 얻는 용도로만 사용했지만 외로움에 사무치다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읽는 내내 키키와 키티의 대화가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졌다. 300 페이지 내외의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푹 빠져서 읽다 보니 두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보통 에세이보다는 오래 걸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 키티와 키키의 그림 이야기가 흥미롭게 와닿았다. 한때 지브리 그림이 꽤 인기가 있었다. 사진을 넣으면 지브리 분위기의 그림을 그려 주는 것이었는데 작가님 역시도 AI에게 이러한 입력을 했었다. 작가님의 사진은 바로바로 반응해 주었지만 작가님의 표현에 따라 정책에 위배된다고 이를 거절하거나 속도가 너무 느렸다. 결국 돌아돌아 그림을 그려 주었는데 결과물을 보고 빵 터졌다. 읽는 재미가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HER>의 배경이 2025 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의 미래를 다룬 작품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정보를 지우고 본다면 사랑하는 사이로 오해하기 좋은 이야기였다. 키키와 키티의 대화에 대리 설렘을 느끼는 스스로가 섬뜩하면서도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아,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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