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위선자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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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렸다고. / p.11

누군가를 쉽게 믿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의심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저 나름의 이유가 있겠다고 여기는 편이다.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의문을 달지 않는 것이다. 애초에 선악의 방향이 다를 뿐 모든 행동에는 의도가 있다고 여기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선이 나쁘다는 주장에는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 아니, 그 논제에는 생각의 끝이 없다. 지극히 사적인 생각으로 위선이 없는 상태는 부처와 예수만 가능한 경지라고 믿는다.

이 책은 메리 쿠비카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몇 년 전에 <사라진 여자들>이라는 작품을 읽었다. 지금은 시간이 어느 정도 오래 지나 내용이 흐릿해져 있지만 읽을 당시에는 꽤나 인상적으로 남았다. 특히, 여성이 주인공으로서 이끌어가는 전개를 오랜만에 읽은 편이어서 그 전개만큼 강렬했던 것 같다. 이번에 새로운 작품 소식을 접하고 무엇보다 큰 기대를 안고 선택했다. 그때의 인상이 너무 좋았던 터라 설렘을 안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병원 간호사 메건이다. 메건의 시선에 다양한 인물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딸의 납치 전화를 받고 정신이 없던 중에 시선에 거슬리는 남자, 자살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케이틀린과 그녀의 부모, 우연히 만나게 된 학교 동창 냇, 친절한 그녀의 남성 동료와 이혼한 전 남편에 이르기까지 메건을 둘러싼 인물들과 그 사이에서 벌어진 오싹하고도 무서운 사건들이 펼쳐진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장르 소설이라는 점에서 심리적인 압박감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그 수위가 훨씬 높았다. 납치라는 큰 사건보다는 주인공의 신경을 불편하게 하는 자잘한 사건들과 그 과정 안에서 주인공이 겪는 심리에 더욱 몰입하게 되었다. 장르 소설 중에서도 사건보다는 심리에 더욱 흥미를 느끼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인물들을 의심하는 재미가 있었다. 모든 장르 소설에서 범인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있지만 유독 이 작품에서는 메건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을 하나하나 의심하면서 읽었다. 처음에는 딸을 납치한 범인을, 중후반부에서는 케이틀린에게 해를 가한 사람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의심이 차츰 쌓이면서 예상 범위를 좁혀갔는데 그게 또 보란듯이 빗나갔다. 오랜만에 느꼈던 장르 소설의 매력이었다.

메건을 비롯해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의 모습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케이틀린의 부모님께 손길을 내밀었던 메건은 나이팅게일이 아니었고, 메건에게 순종하던 딸 시에나 역시도 효녀 심청이 아니었다. 이 세상에는 온전한 성인도, 그렇다고 악독한 악인도 없다. 인간은 누구든 선악의 경계에서 상대적인 줄타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메건에게 답답함과 공감 그 어디에서 애매모호한 감정을 느꼈던 나 자신도 결코 다정한 위선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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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꿈
미겔 본푸아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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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삼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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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꿈
미겔 본푸아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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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말의 노예가 되고, 하지 않은 말에 대해서는 주인이 된다. / p.279

요인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유전력이라는 것은 무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신체적인 특징은 유전자를 통해 결정이 될 테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생활 습관이나 성향 차이는 그것과는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거나 내향형인 성향은 아버지를 닮았고, 무던한 사회성은 어머니를 닮았다. 유전자라고 보기에는 동생은 사람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향과 예민한 사회성을 타고났기 때문에 이건 또 어느 부분의 요인일까 궁금해진다.

이 책은 미겔 본푸아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영미권과 유럽 작품들은 종종 경험하지만 남미가 배경이 되는 작품은 거의 읽지 못한 것 같다. 라우라 에스키벨 작가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 대표 고전 문학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아직 읽지 못했다. 미국 국적의 작가인 손턴 와일더 작가의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정도가 유일한 듯하다. 남미를 떠올리면 그려지는 강렬한 문학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찾다가 선택한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베네수엘라의 동네에 거주하고 있는 한 가족의 삼대이다. 부모님으로부터 버림을 받아 고아가 되었지만 살던 동네를 일구었던 안토니오와 편견에 맞서 동네 최초로 여성 의사가 된 아나 마리아, 가족의 반대에도 바다를 건너 외국으로 떠나간 그들의 딸이자 국가와 같은 이름을 가진 베네수엘라, 다시 어머니의 고향으로 돌아와 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그녀의 아들 크리스토발의 긴 역사를 담는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남미 문학을 자주 접하지 않은 독자로서 낯선 문화적 배경이 가장 큰 걱정이었고, 많은 등장인물이 부담이었다. 이런 걱정과 부담이 무색하게 서사가 쉽게 와닿았다. 베네수엘라의 정보를 이미 이해하고 있더라면 조금 더 풍부한 감상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 만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남미의 현대 문학을 접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성향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이 삼대의 가족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잡고 돌진하는 인물들이다. 가족의 우려, 세상의 차별 등은 이들에게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경주마처럼 달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피는 못 속인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국에서 자주 듣는 '너 같은 자식 낳아 봐.'라는 우스갯소리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흘러간다는 점에서 남미의 뜨거운 태양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재규어의 용맹함과 올곧게 뻗은 뿌리들이 있다. 혼란스러운 국가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주관을 잃지 않으며, 자신들의 방법으로 조국과 마을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더 나아가 인간 자체를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소설에 담긴 남미의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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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의 탐스러움 픽셔너리 2
정기현 지음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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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현아. 어려울 땐 정도(正道)로. 진솔한 길로. / p.30

성인이 되기 전, 대략 십오 년을 거주했던 아파트가 있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지냈던 곳이었으니 나의 십 대가 고스란히 그곳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옆집에는 다섯 살 어린 여자아이와 그보다 두 살 어린 남자아이가 살았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 편이었음에도 나름 잘 어울렸다. 그 집은 나와 동생의 사랑방이자 놀이방이었다. 지금은 옆집 이웃의 얼굴조차도 낯설게 다가온다.

이 책은 정기현 작가님의 중편소설이다. 민음사 티비의 <말줄임표> 때부터 작가님의 팬이었다. 전작 소설집인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을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기대가 되었다. 말줄임표 콤비였던 김화진 작가님의 작품과 다른 결의 매력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신간 소식을 늘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번 신작 소식을 듣고 바로 선택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현재 직장을 구하고 있는 삼십 대 중반의 여성인 정기현이다. 부모님의 청약을 받아 새로 이사온 집에서 옆집에 사는 부부를 만난다. 부부는 기현의 이삿짐을 들어 주는 호의를 베푼다. 그러다 밖에 잠시 가구를 내놓으면 사라지는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데 그 범인을 또 의외의 곳에서 알게 된다. 동장과 함께 마을 축제를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살인 사건까지 벌어지는 등 이웃과 얽힌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중간에 벌어진 살인 사건만 제외한다면 충분히 현실성이 있었다. 마치 나의 일, 아니면 주변의 일로서 경험했을 법한 공감과 몰입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매체에서 많이 보았던 작가님의 엉뚱한 매력이 고스란히 문체에 녹아 있었다. 그렇게 웃기지는 않았는데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보면 미소를 짓게 하는 문장이었다.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이웃들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이웃 기은과 준영 부부는 기현에게 이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듯했다. 낯선 아파트 문화에 금방 녹아들 수 있게 도와 주고, 동장과 어울리면서 하지 않았던 연극도 함께 준비할 수 있었다. 불안한 기현의 상황을 보면서 공감이 되었는데 이들과 함께 보내는 장면들이 연결되니 우울보다는 희망이 더 크게 와닿았다. 읽으면서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자주 떠올랐다.

모니터 너머 이름 모르는 이들이 가까워질수록, 옆집 이웃과 사촌은 점점 멀어지는 시대가 된 듯하다. 숟가락과 젓가락 갯수도 알던 과거가 옆집의 거주자 얼굴조차도 모르는 현재가 되었다. 소설에서 기현에게 기은과 준영 부부가 있듯이 나의 옆집에도 그만큼의 다정한 이웃이 있어 왔을 것이다. 그런 존재조차 모르는 상태로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면서도 아쉽기만 하다. 오늘은 유독 기억 속의 가까운 그들이 참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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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에 갇힌 여자 스토리콜렉터 12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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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교외에서 싱글맘으로 평범하게 살던 깁슨의 삶은 지옥행 열차에 올라탔다. / p.16

재벌 집안이 망하는 소재의 드라마에서 자주 언급되는 댓글이 참 공감된다. 어떻게 저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냐는 것이다. 재미있게 시청했던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도, 어머니께서 자주 시청하시는 평일 드라마에서도 똑같다.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봐도 헛점투성이의 감언이설인데 이렇게 잘 속을 수 있을까. 현실에서 재벌을 볼 일이 없다는 점에서 확인이 되지는 않지만 늘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이 책은 데이비드 발다치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라는 작품을 처음 접했는데 흔히 말하는 킬링타임으로 괜찮았다. 한국에서 스릴러 작품으로 많은 팬들을 보유한 작가의 신작이니만큼 기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보다는 현실적인 자산 이슈를 다룬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갔다. 전작보다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예상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키 깁슨이다. 과거 경찰로 근무했지만 현재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싱글 맘이자 자산 정보를 다루는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느 날, 불분명한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현장에 갔다가 살해된 남자를 마주한다. 침착하게 경찰에 인계했지만 깁슨은 용의자가 된다. 가족들은 이 사건에 손을 떼기를 원하지만 깁슨은 그 누군가와 함께 이 사건을 파헤친다. 깁슨에게 접근한 사람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을까.

쉬우면서도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스토리는 비교적 금방 정리가 되었다. 그럼에도 미키를 둘러싼 인물이 너무 많아서 헷갈렸다. 심지어 미키와 대립 관계를 이루는 인물도 신원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관계성이 흔들렸다. 조금만 인물을 덜어냈더라면 집중도가 더 높지 않았을까. 인물 관계가 복잡한 만큼 따라가는 데 품이 들었지만, 그 산만함을 상쇄할 만큼 이야기의 속도감은 살아 있었다.

개인적으로 미키의 양면성이 인상 깊었다. 소설에서 미키의 성격이 동전의 양면처럼 선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읽는 내내 조금 의아하게 다가왔던 양면성이었다. 과거 경찰의 직감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예리함이 매력이지만 대립 관계를 이루는 클라리스에게 쉽게 정보를 전달하는 단순함 또한 있다. 클라리스를 의심하는 것만큼만 하더라도 조금 수월하게 풀리지 않았을까. 이 지점이 답답하게 다가왔다.

킬링타임으로 꺼내든 이 책에서 의외의 물음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의 믿음은 어디에서 나올까. 미키는 사탕발림으로 가득 채운 거짓말과 스스로를 숨기는 이에게 아무렇지 않게 사건의 정보를 흘렸다. 가상의 이야기로만 들리던 스토리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달콤한 혀로 남들의 자산과 인생을 탐하는 이들의 이야기, 뉴스만 틀면 나오던 사건들과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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