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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안에 떠는 환자들의 포효가 그리웠다. / p.134
이 책은 요아힘 마이어호프라는 독일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줄거리를 읽다가 흥미가 생겼던 작품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성인들과 다른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야기가 와닿는 편인데 표지부터 스토리까지 기대에 충족해 줄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요즈음 독서 루틴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서 관심 있던 이 작품의 페이지를 신중하게 넘겼다.
소설의 화자는 의사인 아버지와 재활치료사 어머니, 형 두 명과 함께 살고 있다. 여덟 살 남자아이다. 화자가 살고 있는 곳은 많이 독특한 곳이다.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 정신병원의 원장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들의 집 역시도 정신병원이었던 것이다. 순수하지만 독특하게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으로 보는 정신병원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소용돌이 안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장편소설로 분류가 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닌 그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하나씩 묶어 진행되는 소설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 드라마로 비유하자면 <순풍 산부인과>나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 매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트콤 같은 느낌이었다. 설 연휴에 귀경길에 오르면서 기차에서 읽었는데 넉넉 잡아 이틀 정도가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화자와 강아지 사이의 에피소드를 다룬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화자의 집에서는 키우는 반려견이 있다. 주로 반려견을 관리하는 것은 작은 형이었는데 프로그램에 인간과 강아지가 피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감동해 이를 실천에 옮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상처를 입은 강아지는 겁을 먹었고, 방에 깔린 카페트에는 피가 흥건해졌다. 아버지께서는 화자와 강아지의 봉합 수술을 맡았고, 형들로부터 두고두고 놀림을 산다.
성인에게는 무서움을 주는 메스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 피부에 긋는 대담함, 반려견과 피를 나누겠다는 순수함이 너무 잘 그려져서 기억에 남았다. 특히, 결말에는 형들이 개처럼 물건을 물어오라고 한다거나, 안락사를 시키겠다고 장난을 치거나 개와 피를 나누더니 멍청해졌다는 농담을 던지는데 읽으면서 현실적이면서도 유머스럽게 다가왔다. 성인이 되어 하나의 추억으로 나올 에피소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정신병원의 가운데에서 성장한 아동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그 아이의 눈으로 보는 정신질환자들의 이야기를 예상했다. 그런데 공간적인 배경을 떠나 아이들 특유의 시선이 잘 담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화자가 보는 사람들은 정상과 비정상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편견이 느껴지지 않아 그 지점이 너무 좋았다. 어쩌면 살아가는 어른들 역시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마치 화자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았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