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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조각들
연여름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평점 :




곧 문 손잡이에 램프가 반짝였다. 내가 방해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 p.22
이 책은 연여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SNS 팔로워와 자주 시청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님들의 영상에서 흥미로운 후기들을 자주 접해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작가님의 작품을 <달빛 수사>라는 장편소설에서 접했는데 그때 당시에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오히려 전작의 인상 때문에 기대감이 더욱 컸다. 이번에도 가볍게 읽을 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뤽셀레와 소카라는 인물이다. 소카는 오가닉으로 살아가지만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어, 집을 늘 멸균 상태로 지내야 한다. 소카가 거주하는 집의 청소부로 뤽셀레가 들어오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뤽셀레는 조종사를 직업으로 삼고 있었지만 흑백증을 앓게 되면서 이를 포기했다. 그러면서도 뤽셀레는 인핸서 수술을 생각하고 있다. 헬멧 없이는 밖을 나갈 수 없는 소카와 뤽셀레의 우정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외국 작품을 연상시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인핸서, 오가닉 등의 용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초반에 당황했지만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속도가 생기기 시작했다. SF 장르를 다른 장르에 비해 조금은 어렵게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SF보다는 판타지에 더욱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학적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완독이 가능한 수준의 내용이었다. 완독까지 대략 두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개인적으로 소카의 설정과 인물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읽었다. 읽으면서 가장 크게 든 의문 중 하나는' 왜 예술인은 오가닉으로만 가능한가?'였다. 여기에서 오가닉은 가진 신체를 그대로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소카는 선천적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음에도 화가라는 직업 때문에 인핸서 수술을 하지 않았다. 다른 직업도 아닌 예술인으로 설정이 되었을까. 순수함과 연관지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거기에 소카의 성장이 크게 인상적이었다. 설정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소카는 헬멧이 없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소카의 친척이 집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그 친척이 친구를 데려오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소카가 밖의 세계와 마주한다. 혼란스러움을 겪으면서 뤽셀레와 교류하게 되었는데 마무리에 이르러 소카의 결정은 많은 공감이 되었다. 아마 내가 소카라고 해도 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가벼우면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성장에 대한 물음도 스스로에게 되묻고 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인의 성장은 삶에 어떤 의미와 영향을 줄까. 그리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은 얼마나 큰 복일까. 비록, 소설의 세계이기는 했지만 가상으로나마 이들을 만나 생각하게 된 지점이 이것 또한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