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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 - 사로잡힌 영혼들의 이야기
비비언 고닉 지음, 성원 옮김 / 오월의봄 / 2024년 11월
평점 :
그는 이 책을 증오하고 증오하고 증오했다. / p.16
이 책은 비비언 고닉이라는 에세이스트의 에세이다. <사나운 애착>이나 <짝 없는 여자와 도시>라는 에세이를 주변 지인들로부터 많은 추천을 받았다. 물론, 구매한 도서도 있다. 책과 가까운 독자들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작가 중 한 명이 비비언 고닉인데 아직 한 번도 읽지 못했다. 그동안 읽었던 에세이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과연 그 무거운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을지 스스로 의문이 들었고, 그만큼 자신이 없었다.
선택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제목이 주는 호기심이었다. 어울리지 않을 단어들의 조합. 미국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공산주의와 로맨스. 사회학 도서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단어 공산주의와 문학에서 자주 언급이 되는 로맨스. 그 단어들의 간극이 너무나 크게 와닿았다. 제목 그대로 이해한다면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음으로는 조금 색다르게 보였다.
두 번째는 비비언 고닉이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지금까지 작가의 작품을 전혀 읽지 못했다. 그냥 추천으로만 들었을 뿐이다. 그래도 만으로 삼 년이나 독서하고 기록을 남기는 사람인데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었다. 그동안 이해하지 못한 책들도 많았기에 도전하자는 생각이 강했다. 취향에 맞는다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도서들을 시작으로 조금씩 도장깨기를 내년 목표로 세울 생각이다.
에세이는 미국의 공산주의자들을 인터뷰하고, 작가의 사유가 담겼다. 비비언 고닉은 유대인 이민자이자 노동 계급에서 출생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공산주의 이념에서 익숙한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었고, 보통의 친구들과 공산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려웠다. 친구들은 그녀의 말에 많이 놀랐다고 한다. 이 에세이는 많은 이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미국의 공산당을 지지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비비언 고닉 특유의 문체와 사유로 만나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읽는 것이 더디게 느껴졌다. 사실 책 크기와 두께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동안 500 페이지 넘는 소설들도 금방 읽었던 사람이었는데 막상 손에 쥐고 하나하나 활자를 넘기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이를 읽는데 3일 정도가 소요되었다. 퇴근 이후 하루에 100~150 페이지씩 나누어서 읽어야 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미국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편이어서 시간이 걸렸던 것 같기도 하다.
읽는 내내 들었던 느낌은 인터뷰한 이들이 생각보다 평범했다는 것이다. 물론, 유대인 이민자나 노동자라는 게 당시에는 보기 드물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나에게만큼은 특별함이 없었다. 그들은 마치 연인을 사랑하듯 공산주의를 열렬히 지지하는 한 사람의 국민이었을 뿐이었다. 제목에서 왜 로맨스라는 단어가 들어갔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온전히 이들을, 또는 이 책의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만 묘하게 대한민국의 현재와 겹쳐서 보였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