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은 신혼이 피곤하다 1
강하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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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기주원 팀장. 바로 그 남자가 문제였다. / p.10

사실 어렸을 때부터 거리를 두고 있던 장르 중 하나가 웹소설이다. 그때는 인터넷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다. 주변에서 친구들끼리 로맨스나 판타지 계열의 소설 단행본들을 돌려 읽는 게 하나의 유행이었는데 도통 재미를 붙이지 못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영화로 제작이 될 정도로 유명했던 작품들의 줄거리만 대충 알고 있을 뿐 한번도 읽지는 않았다.

이 책은 강하다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평소 그렇게 즐겨 읽지 않는 장르의 작품이면서 세 권이다 보니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굳이 줄거리를 읽지 않아도 어느 정도 유추가 될 정도로 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왜 나도 모르게 손길이 갔는지 모르겠다. 평소 읽던 장르에서 벗어나 편하게 읽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다. 기대가 되었다기보다는 기분 전환의 목적이 컸다.

한 권당 페이지 수가 400 페이지가 넘고, 다 합치면 1300 페이지 정도가 되는 듯한데 완독하는 데 걸린 시간은 서너 시간 남짓이었다. 퇴근 후 자기 전까지 두 시간 정도에 한 권 반 정도를 읽었으니 꽤 빨리 읽은 셈이다. 문체부터 내용까지 그렇게 거슬리거나 어려운 부분이 없었기에 편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설의 주인공은 비밀 수사 기관 NSO의 에이스 기주원 팀장과 신입 온도담이라는 인물이다. 기주원 팀장은 FM의 정석으로 소문이 난 실력자로 업무 수행 능력이 높아 윗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사회성이 떨어지다 보니 아래 직원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평판은 아닌 듯하다. 그저 로봇 같은 상사일 뿐. 모두에게 무서운 팀장이지만 단 한 사람에게만큼은 그게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게 문제다. 그를 짝사랑하고 있는 온도담이다.

온도담은 NSO에 입사하면서부터 기주원을 짝사랑했다. 자신을 향한 지적과 무시에도 콩깍지 필터를 씌울 정도인데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마저 반했다고 말한다. 그 두 사람이 운성 중공업이라는 큰 회사의 의뢰를 받아 산업 스파이를 뒤쫓는 업무를 맡게 된다. 스파이 서재이로부터 그 증거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기주원과 온도담은 신혼 부부로 위장해 서재이의 옆집에 거주하게 되고, 온도담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서재이에게 접근한다. 두 사람의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분명히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작품인데 나도 모르게 다음 편을 쥐고 있었다.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뜻이다. 사실 스토리만 본다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흘러간다. 청소년 시절에 유행하던 인터넷 소설이 고등학교 버전이었다면 직장인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등장하는 인물이 양아치거나 범법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지만 양극의 대비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에게 끌린다는 점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읽으면서 외로웠던 서재이라는 인물로부터 동정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었고, 기주원이 온도담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도 흐뭇하게 지켜보기도 했었다. 마지막 결말이 너무 후다닥 끝나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김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것마저도 만족스러웠다. 뻔하고도 예상 가능한 스토리가 일상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어서 좋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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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미야지마 미나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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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자키, 나는 올여름을 세이부에 바칠까 한다. / p.17

이 책은 미야지마 미나의 장편소설이다. 청춘의 성장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청소년이라는 신분에서 느껴지는 그 청량한 느낌, 그리고 더 나아가 성장하는 이야기들을 너무 좋아하는 편이다. 이미 세상의 먼지를 묻은 나에게는 조금 거리가 있는 듯한 느낌. 거기에 김혼비 작가님의 추천이 있다면 재미는 무조건 보장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 기대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목에 등장하는 나루세라는 이름의 학생이다. 남이 보면 조금은 독특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기도 하다. 이백 살까지 사는 것을 목표 살고 있기도 하지만 행동하는 것 또한 되게 특이하다. 그의 친구인 시마자키는 어릴 때부터 나루세의 친구로 등장하는데 그 행동을 옆에서 도와주기도 하고, 같이 참여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시마자키의 시각으로 서술이 되다가 중반에 이르러 나루세와 관련 있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전반적으로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 내용이 그렇게 재미있다는 것보다 주인공의 행동이 독특해서 흥미로웠다. 읽는 내내 '또 어떤 행동을 하려나.'하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는데 읽다 보니 친구인 시마자키마저도 되게 순진하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내가 과연 주인공의 친구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상상하면서 읽었다. 아마 일상을 잊고 편하게 읽기 좋은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인물이 독특한 성향으로 나오는 작품을 얼마나 읽었는지 과거를 돌이키게 되었다. 누군가 보기에는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할 수도, 되게 사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는데 적어도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관점인 내 입장에서는 흔히 말하는 사차원의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읽었다. 평소 나의 성격이라면,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물론, 나루세의 두 배만큼이나 나이가 든 사람들이기에 이런 행동을 했다면 철없다는 소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는 하다.

한편으로는 생각으로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나루세의 모습이 부러우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의 명물이었던 백화점이 문을 닫는 순간에 매일 지역 연고지의 야구팀 유니폼을 입고 같은 자리에 나타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우선, 남의 시선을 받고 싶지 않은 내향형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방에 대한 애향심과 행동하고자 하는 용기가 없으면 다른 사람들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 남들은 조롱할지 몰라도 꿋꿋하게 자신이 하려고 생각했던 일들을 현실로 하나씩 이루어가는 나루세가 멋있게 보였다.

성인의 입장에서는 다소 유치하고 김이 빠질 스토리이기는 하다. 중반에 어른들의 동창 이야기와 나루세 팬의 학생 이야기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루세라는 등장인물만 본다면 그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멋진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그녀만큼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모한 일들도 해낼 수 있는 용기를 받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던 소설이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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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의 밤
아쓰카와 다쓰미 지음, 이재원 옮김 / 리드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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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속 남자의 행적을 쫓는 중입니다. / p.10

이 책은 아쓰카와 다쓰미의 소설집이다. 사실 이 작가의 작품을 내내 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국내에 출간된 작품 중에서 이미 한 권은 구매해 조만간 읽을 계획이었고, 다른 소설집 역시도 취향에 맞다면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이 책을 먼저 고르게 된 것이다. 아마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기대감 중에서는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소설집에는 총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가방이 바뀐 사립 탐정이 추적하는 이야기, 추리 소설의 범인 찾기를 대학 입시 시험으로 낸 이야기, 대작가와 신입 편집자의 이야기, 프로레슬링 연합 총회에서 언급된 하나의 사건 이야기 등 주제부터 등장 인물, 배경이 다르지만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는 추리 작품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묶여진 내용들이었다. 전반적으로는 공감이 되면서도 흥미로웠다.

추리 작품을 즐겨 읽는 독자들에게는 참 매력적이라는 작품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반대로 그동안 잘 읽지 않았던 독자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추리 작품을 요즈음 즐겨 읽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타입보다는 결말이 등장하면 수긍하는 스타일에 가까운 독서 스타일을 가진 편이다. 그렇다 보니 처음에는 작품의 트릭을 이해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 기존의 습관을 벗어나 전자의 방법으로 읽게 만들었던 책이어서 어려우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마트료시카의 밤>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대작가와 신입 편집자가 등장하는데 편집자는 대작가의 집에 몰래 들어온 듯하다. 작가의 팬이라는 의미로 자신의 충성심을 구구절절 읊고 작가는 자신의 신작 소스를 함께 연극해 준다면 편집자의 출판사와 계약하겠다는 딜을 건다. 살인 사건의 플롯을 두 사람이 합을 맞춰 이야기를 나누는데 중반에 이르러 분위기가 갑자기 변화된다.

작품집에 수록된 네 작품 모두 제목과 너무 잘 어울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작품이 유독 크게 와닿았다. 인형을 열어 꺼내면 더 작은 모형의 인형이 들어가 있는 마트료시카처럼 처음에 해결이 되었다고 믿었던 사건에는 또 다른 플롯과 트릭이 숨겨져 있었고, 그 사건이 해결되어 수긍하면 또 막다른 무언가 튀어나온다. 마지막 결론에 이르러 '이건 또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그 느낌이 묘하게 신선했다.

상상력이 약점인 나에게는 작품에 실린 트릭들이 전부 밧줄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 작품인 입시 소설은 꼬아서 내는 수능 문제처럼 보이기도 했다. '추리 소설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 주는 듯한 작품이어서 그동안 쉽게 읽으려고 했던 감각을 새삼스럽게 키워주었던 작품이었다. 그 느낌이 되게 인상적이면서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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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속의 여인 아르테 오리지널 28
로라 립먼 지음, 박유진 옮김, 안수정 북디자이너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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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곳에 있어야 안전했단 말이에요. / p.15

이 책은 로라 립먼의 장편소설이다. 원래 영미권 소설을 그렇게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요즈음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들을 골라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 작품들을 접했다. 그래서 너무 편중되는 독서 습관은 바꾸고자 다른 나라의 작품들도 조금씩 골라 읽자는 생각으로 선택한 책이다. 심지어 영상화가 된다는 소설이라고 해서 나중에 나오기 전에 미리 원작을 접하자는 생각도 들었다. 나름대로 많은 기대가 되었다.

소설은 이름 모를 한 여성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분수 속에 시신으로 가라앉아 있는 이 사람은 매디에게 더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듯하다. 자신을 건들지 않는다면 안전할 텐데 매디로부터 자신이 수면 위로 끌어 올려져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부탁하는 정도가 아닌 조금은 과격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몇 페이지에 걸쳐 이 여인과 매디의 관계성, 이 여성의 사연이 등장하는데 이 지점이 매디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들게 한다.

주인공은 서두에 언급했던 매디이다. 남편 밀턴, 아들 세스와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듯했던 매디는 서른일곱이라는 나이에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정한다. 세스는 그런 매디에게 부정적이었으며, 주변 사람들의 반응 또한 그렇게까지 우호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매디는 혼자가 된 몸으로 경찰관과 은밀한 관계를 이어나감과 동시에 기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잡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60년대라는 시대 흐름상 여성에게 그렇게 큰일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매디는 어린 소녀의 실종 사건과 호수 속에서 발견된 시체를 토대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에 읽으면서 많이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줄거리를 읽었을 때에는 추리 스릴러 장르로 이해했는데 막상 책장을 넘기다 보니 생각했던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살인과 실종이라는 범죄 이야기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초점은 매디가 기자로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에 담겨 있었다는 점이었다. 스릴러보다는 사회의 분위기가 느껴졌다는 점에서 결이 조금 다르게 와닿았다.

읽으면서 60년대 당시의 시대상이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가정이 아닌 기혼의, 그것도 아이까지 있는 여성이 사회 진출을 하는 것이 부정적으로 그려진 시기여서 매디의 고군분투가 안타까웠다. 경찰과의 성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기밀을 빼앗는다든지, 다짜고짜 신문사의 간부와 일자리를 놓고 딜을 벌인다든지 매디의 행동이 지극히 사적인 기준에서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그것마저도 지워버릴 만큼 연민이 들었다. 또한, 호수에 있었던 여성이 흑인이라는 점에서 당시에 만연했던 인종 차별에 대한 의식들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기대했던 스릴러의 매력보다는 여성의 욕망이 제한된 시대상의 씁쓸함이 먼저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보통 기대와 다르면 실망이 큰 법일 텐데 시대를 다룬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또한 나름의 즐거움이자 만족감으로 남았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조만간 다시 읽는다면 그때는 스릴러 장르로서의 색다른 느낌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남게 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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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밀리미터의 싸움 - 세계적 신경외과 의사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
페터 바이코치 지음, 배진아 옮김, 정연구 감수 / 흐름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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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놀즈를 살릴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 p.10

이 책은 패터 바이코치의 의학에 관한 도서이다. 사실 신경외과라는 단어 자체가 그렇게 익숙하게 들린 것을 얼마 안 되었다. 심지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는데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었다. 그것도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전부터 신경외과를 주제로 했던 다양한 드라마가 있기는 했지만 그동안 의학 드라마 자체에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터라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호기심을 가지고 선택하게 되었다.

저자이신 페터 바이코치라는 분은 독일에서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 선생님이라고 한다. 신경학으로 가장 유명한 병원에서 최연소 과장까지 승진하신 분이라고 하니 명의 중의 명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신경외과의 수술 열두 사례가 실려 있다. 그것도 희귀한 수술 케이스라고 하는데 동맥류로부터 시작해 뇌 수막종 등 다양한 수술 이야기가 너무나 실감나게 펼쳐져 있는 이야기이다.

사실 읽는 내내 조금 어렵고도 버거웠다. 우리가 흔히 자주 접했던 병명과는 거리가 멀었던 터라 낯설게 다가왔다. 기껏 알아야 예전에 간질이라고 불렸던 뇌전증 정도만 익숙하게 들었던 병명이었는데 아무래도 희귀 케이스다 보니 뇌수압, 뇌 수막종 등 생전 처음 듣는 병명과 증상, 용어들이 눈에 익숙해지기는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또한, 정신적으로도 압박감이 생기기도 했다. 생존을 다투는 급박한 케이스들이었기에 수술을 집도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다 보면 마치 읽는 내 자신도 뭔가 조급해지고 긴장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미 과거에 있었던 일이기에 결과가 나왔겠지만 속으로는 수술이 잘 되어 환자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읽으면서 굳이 경험하지도 않아도 될 감정이 와닿을 정도로 몰입했다.

낯선 이야기들 사이에서 익숙하게 느껴졌던 이야기들도 있어서 그 지점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초반에 등장했던 가수의 뇌 동맥류 증상을 읽으면서 서두에 언급했던 드라마의 장면이 떠올랐다. 책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시신경과 맞닿아 있는 혈관에 동맥류가 생겨 눈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성을 언급한 에피소드였는데 커다란 동맥류가 있었다는 그 환자의 사례를 읽자마자 나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환자의 증상을 가지고 반가움을 느꼈다는 감정 자체가 조금 이상한 어감이기는 하다는 생각이 든다.그밖에도 전신이나 부분 마취로 수술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각성된 상황에서 수술하는 이야기 역시도 그 드라마와 연관이 되어 있는 내용들이 떠올랐다.

나름 드라마로 보고 들은 에피소드로 어느 정도는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책에서 만나는 신경외과의 이야기들을 읽고 나니 내가 알고 있는 지점은 진짜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낯설었지만 새로웠고, 신기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완벽하게 이 사례들을 이해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은 혈관 1밀리미터와 싸움을 하는 의사 선생님들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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