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마다 가볍게 / p.14

이 책은 에쿠니 가오리라는 일본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한국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로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읽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재작년에 사랑에 대한 단편소설집을 읽고 꽤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작품집보다 더 널리 알려진 작품이 있어서 조만간 읽을까 생각하던 차에 신작 에세이집을 소식을 접했다. 작가의 에세이 역시도 늘 좋은 인상을 주었던 터라 이번 작품도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제목에서 표현된 것처럼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엮은 이야기이다. 실제로 누군가 같이 다녀온 여행지에서 추억이 언급되기도 하고, 혼자 떠나는 여행, 그밖에 다른 인물이 간 여행에 대한 생각들도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작가가 조금 내향적인 스타일로 보여서 여행과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하는 듯했다. 그 점이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우선, 페이지 수가 얇은 탓에 금방 읽을 수 있었다. 퇴근 이후 한 시간 조금 넘어서 전부 완독이 가능했을 정도이다. 곱씹으면서 읽었다면 두 시간까지도 걸리지 않을까. 마치 시적으로 표현된 내용들이 많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해야 이해가 될 정도로 어려운 난이도가 아니었다. 읽는 내내 여행이라는 주제를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는 어머니와 떠난 여행이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이후 동생, 작가, 어머니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그것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어머니는 여러 이유로 후보지를 제외시키다 떠나게 된 것이다. 평소 걷기가 어려운 듯하셨는데 누구보다 코끼리도 잘 타셨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여행지가 아닌 비행기에서 본 후지산이었다. 당시에는 크게 실망했지만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신 이후에는 이해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경험을 돌이켜 보면 여행지에서의 기억들도 꽤 오래 남았지만 비행기에서 본 대한민국의 바다가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머니의 생각이 너무 공감이 되었던 부분이었다.

두 번째는 해외 라디오와 남편의 주머니에 대한 내용이다. 이 내용들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해외 라디오를 듣게 되면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남편의 주머니에서 세계 각국의 과자가 담겨서 올 때가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과자를 먹을 때마다 마찬가지로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라디오를 즐겨 듣는 사람으로서 해외 라디오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 들을 일이 없었고, 해외 과자를 먹는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생각이 드나 싶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청각과 미각으로 느낄 수 있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단지 여행을 다녀온 곳들의 이야기로 펼쳐졌다면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즐거움과 설렘, 낯선 감정들은 나 역시도 해외 여행으로 충분히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문체는 아름다웠겠지만 공감의 선에서 끝났을 텐데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뿐만 아니라 방에서, 또는 다른 공간에서 행동을 하면서 느꼈던 여행의 감정들은 그동안 느꼈던 감정들이 아니었기에 새롭고 신선했던 에피소드들이었다. 마치 책으로 같이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받아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