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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사항 보고서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21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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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순간들 대부분은 기대한 것과 다른 모습으로 들이닥치는 현실에 있었다. / p.111
이 책은 최도담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전작이었던 <그렇게 할 수밖에>라는 작품을 참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분명 겪지 않았던 상황이었는데 묘하게 등장 인물에게 공감이 되었고, 나름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제목 그대로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너무 잘 표현했던 작품으로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 있었기에 이번 신작도 기대를 가지고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어느 날, 복면을 쓴 테러범들이 고용센터 실업급여과를 침입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떤 직원은 연가를 사용해 자리에 없었으며, 일부 직원들은 테러범의 등장에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그것도 주말을 앞둔 금요일 퇴근 시간에, 은행이 아닌 관공서에서 벌어진 테러에 모두 혼비백산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그 안에서의 이야기들과 실업급여과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얇은 페이지 수의 작품이어서 부담이 없었다. 특히,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전작에 대한 기억이 좋았는데 결론적으로 기대보다 더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문체 자체도 어려운 점이 없었고, 스토리를 파악하는 데 있어 그렇게 꼬인 부분도 없이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현실감이 전작보다 더욱 크게 느껴졌다는 측면에서 등장인물들에 대한 공감도는 더욱 올라갔기에 몰입하기 딱 좋았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공간적 배경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공무원의 삶을 보여 주고 싶다면 관공서라고 불리는 시청이나 동사무소 등의 익숙한 장소가 있었을 것이고, 민원의 애환을 담고자 했다면 콜센터를 비롯한 감정노동과 관려노딘 직종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익숙하고도 먼 '고용센터'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게 조금은 흥미롭게 와닿았다. 왜 그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을까.
읽고 나니 나름의 해답을 찾았다.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찾아온 곳이 고용센터였으며, 이들은 당장 먹고 살 생존의 문제를 가졌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신분을 세탁해 찾아오기도, 또 어떤 이는 실업급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감정적으로 호소하기도 했다. 물론, 협박한 이도 있었다. 심지어 고용센터의 직원 중 한 사람은 부모님의 실업급여를 처리하면서 너무나 익숙했던 이곳을 직장으로 삼기도 했다. 어쩌면 간절함을 담아 찾아온 이들이 모인 곳이 그곳이 아니었을까. 행동 자체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지푸라기 잡은 심정들만큼은 구구절절 와닿았다.
복면을 착용하고 있는 테러범이 과거 자신이 담당했었던 어느 한 민원인이었을 거라는 생각. 그게 가장 큰 공감대처럼 느껴졌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테러범을 찾는 이야기보다는 인간 군상의 모든 면을 담고 있는 고용센터의 이야기처럼 보이고 또 들렸다. 그런 점에서 참 마음을 움직였던 작품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