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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착각 - 뇌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발명하는가
그레고리 번스 지음, 홍우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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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망상이다. / p.5
이 책은 그레고리 번스라는 신경경제학자이자 뇌과학자의 뇌과학에 관한 도서이다. 주제 자체가 흥미로워 선택하게 된 책이다. 내가 망상이라는 전제.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뭔가 표현할 수 없는 의문과 호기심이 들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너무 기대가 되었다. 사실 그동안 뇌과학에 대한 도서를 그렇게까지 읽지 않았던 터라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책에서는 '자아정체성'을 허구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의 뇌에서 만들어낸 하나의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영상이 아닌 사진처럼 하나하나 단편적으로 기억하는 것들이 모인 것이기에 어떻게 보면 주관적으로 각자의 해석이 된 모습들의 조합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나라는 사람은 편집된 하나의 자아라는 사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망상'이라고 표현하는 주제가 정확하게 표현된 내용이었다.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자아를 세 가지로 나누어져 설명한다. 첫 번째는 과거, 두 번째는 현재, 세 번째는 미래이다.
전반적으로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뇌과학을 다룬 도서들을 읽지 않았던 탓에 지식이 부족했던 것도 있고, 심리학과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이 복합적으로 드러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키마와 자아, 초자아 등 심리학 용어들은 그나마 대학교 전공 과목에서 어느 정도 배웠기에 금방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철학적인 측면에서 조금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나는 누구인가?', '나는 허상인가?' 등의 자아에 대한 고민과 거리가 먼 현실주의적인 성향이기에 평소 자아를 하나의 허상인지, 진실인지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단지, 현실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뿐이라는 마인드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기에 책에서 말했던 현실의 내가 곧 과거의 기억에서 편집된 자아로서 표출된다는 점이 처음에는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흥미로운 관점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점점 페이지를 넘기면서 뇌과학 도서라는 생각보다는 자기계발서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를 이해하는 방법이라든지, 내가 살아가야 할 마음 등을 주제로 던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오히려 자아를 부정하는 듯한 것처럼 보였는데 오히려 삶에 있어 자신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모든 것을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뇌과학이라는 분야에서 신뢰성을 가지고 설명해 주는 방법이 좋았다.
사실 이 책을 온전히 이해했냐고 묻는다면 물음표가 떠오른다. 내용은 만족스러웠지만 그동안 읽었던 류의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디게 읽혀지는 면이 있었는데 조금 마음이 안정되고, 이 주제들에 대해 깊게 생각할 때가 온다면 다시 재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과학 도서가 나름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좋은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꽤 기억에 남을 듯한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