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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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이 새롭게 출간되었다고 하니 기대돼요. 미스터리한 일상이 참 신비로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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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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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만으로 작동하는 문제는 단언컨대, 없다. / p.15

여성학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시각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여성이기 때문에 항상 살고 있는 곳에서의 차별적인 시선을 생각했는데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넓다. 특히, 아프리카계 여성과 미국 사회의 차별에 대해 많이 보고 이해하게 되면서 배우는 게 너무 많다.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의 삶을 살고 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앤절라 Y. 데이비스의 페미니즘 도서이다. 사실 그동안 페미니즘 도서를 많이 읽지 않다가 올해 들어서 조금씩 읽고 있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두 권의 책이 전부 미국 사회의 아프리카계 여성이 집필한 논픽션 책이었다. 태어난 환경이 다르기에 온전히 그들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느끼는 바가 많았다. 그래서 관련 도서를 찾다가 만난 책이다. 특히, 여성학자이신 정희진 님의 글이 실렸다고 해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도서들은 전부 미국 사회 내에서 벌어지는 차별 그 이상의 문화들을 다루었다. 백인 위주의 사회에서 아프리카계 사람들에 대한 프레임을 씌워 하나의 차별 사회를 만들었다는 내용들이다. 하층 계급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있으며, 백인 여성들이 원하는 페미니즘과 조금씩 다르다는 것. 예상했던 것처럼 이 책 역시도 아프리카계 여성들이 느끼고 경험했던 일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결은 다르다고 느껴졌다.

첫 번째는 미국의 역사에 대한 부분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미국 땅으로 데리고 왔던 노예 제도부터 여성 참정권,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다루기는 했지만 범위가 달랐다. 조금 더 거시적이면서 정책적인 면으로 미국 사회의 페미니즘을 기술하고 있다. 보통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은 일상에서 현재 아프리카계 여성으로서 느꼈던 인종 갈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과거 유색 인종으로서 노동의 권리나 공산주의, 여성의 참정권에 대한 투쟁의 내용을 담는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역사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초반에는 이를 이해하는 게 조금 버겁기도 했다.

두 번째는 백인 여성과 남성에 대한 부분이다. 아프리카계 여성들이 원하는 페미니즘과 백인 여성의 페미니즘은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개인마다 추구하는 페미니즘이 다르다. 처한 환경이 있기에 다를 수밖에 없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점은 아프리카계 여성들의 권리를 위해 노력한 백인 여성들과 남성들의 이야기도 다루었다는 것이다. 연대해야 아프리카계 여성의 인권도 올라갈 수 있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은 똑같았지만 백인 여성과 흑인 여성의 자매애와 주류에 속한 사람들이 그들을 위해 함께 투쟁한 이야기도 기술이 되어 있었다. 또한 같은 아프리카계 여성이지만 서로에게 등을 돌린 두 사람의 이야기는 뭔가 묘한 감정을 들게 했다.

큰 범위에서 미국의 페미니즘 역사와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와닿지 않는 점도 있었다. 그러다 후반부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향한 강간 신화나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내용들이 인상 깊었다. 아무래도 많이 보았던 부분이어서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유색 인종은 열등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에 백인 여성들의 출산을 장려하거나 반대로 유색 인종 여성들을 억지로 불임 수술을 진행하는 점과 성적인 제어 능력이 부족해 백인 여성을 강간하는 존재로 아프리카계 남성들을 억울하게 처형했고 백인 남성들은 이러한 신화로 강간 범죄의 처벌로부터 벗어나는 점이 참 답답하다고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단번에 읽는 것보다 하나하나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재독의 필요성을 느낀 책이었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만족감을 가질 수 있는 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지식을 쌓으면서 이후에 다시 읽어야겠다. 그동안 무지했던 페미니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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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별의 유령들
리버스 솔로몬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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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 / p.69

SF 소설의 줄거리는 다양하지만 읽고 난 이후에 바로 드는 생각은 딱 두 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표현을 했는지 감탄하는 경우이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도 작가가 그려놓은 세계관이 너무 눈에 잘 보이는 소설이 있다. 한계가 있다 보니 디테일하게 작가의 세계를 머릿속 지도에 옮기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형태는 알아 볼 수 있을 때 주인공이 움직이는 동선과 겪는 사건 하나하나가 드라마처럼 재생된다.

또 다른 하나는 소설의 감정이 오롯이 와닿는 경우이다. 작가가 그려놓은 배경은 이해할 수 없지만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내용이어서 머릿속을 때리는 소설도 있다. 아무래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가슴에 와닿는 정도의 현실감이 있는 소설이면 크게 감동을 받는다. 간혹 SF 소설 세계관 중에서 지구의 일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해서 마치 주인공이 있는 자리에 함께 체험하게 된다.

이 책은 리버스 솔로몬의 장편 소설이다. 아직 SF 소설을 많이 읽지 못했기 때문에 가끔은 하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소개를 읽다가 관심이 생겼다. 아직 읽지 접하지 못한 옥타비아 버틀러, N.K. 제미신 등 SF 소설을 주도하고 있는 작가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작품이라는 게 가장 눈에 띄었고, 줄거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래도 SF 소설이라고 하면 바로 읽기는 하지만 지식에 대한 부담이 늘 따르기 때문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소설을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애스터는 마틸다 호 하층 데크에서 의무관 시오의 조수로 일하고 있다. 상위 데크의 사람인 시오 덕분에 통행증을 받아 도움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경비원들의 감시와 부도덕적인 일을 경험하고 있는 하층민이다. 애스터의 어머니는 애스터가 태어난 날에 자살을 했는데 자매와 다름이 없을 정도로 친한 지젤과 노트를 통해 비밀을 파헤친다. 그러던 중 마틸다 호의 군주가 병에 걸렸으므로 도와 달라는 시오의 부탁을 받게 된다. 

처음에 읽으면서 두 가지의 이유로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첫 번째는 포커스가 애스터의 어머니가 아닌 애스터에 맞춰져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주인공이기 때문에 주요 사건이 애스터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읽기 전에 애스터가 어머니의 비밀을 알아가는 게 하나의 큰 맥락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애스터의 어머니 이야기보다는 애스터가 겪고 있는 현실이 휘몰아쳤다.

두 번째는 마틸다 호의 세계관이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애스터가 처한 상황과 위치, 사건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묘사되는 마틸다 호의 내부를 상상할 수 없었다. 예를 들면 애스터가 경비원들에게 부적절한 일을 겪고 있는 모습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하층 데크에서 상층 데크로 넘어가는 공간은 상상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마틸다 호에 그려지는 세계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면서도 디테일해서 능력치가 따라오지 못했다. 읽으면서 부족한 상상력을 탓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짧은 시간 내에 소설을 완독할 수 있었다. 당황스러움과 상상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책을 손에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애스터가 겪고 있는 사건과 배경들이 머리보다는 마음이 반응했기 때문이다. 애스터의 감정 자체가 공감이 되었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고 애스터와 주변 인물들의 다음 행동이 궁금해졌다. 거기에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도 집중력에 한몫했다. 개인적으로 혼란스러움을 느끼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화 설국열차를 생각하면서 읽었다. 신분에 따라 공간이 나누어져 있다는 점이 가장 비슷하기에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었다. 

애스터가 속한 하층 데크와 시오의 상층 데크는 언어부터 많은 것들이 달랐다. 그래서 애스터가 당한 일들에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까지 느꼈다. 대놓고 무시하는 것은 일상이었으며, 그들을 인간으로도 보지 않는 듯했다.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인권을 무시당하면서도 애스터와 함께 지내는 사람들은 그것 또한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읽는 내내 상층 데크의 사람들은 무자비했고 하층 데크의 사람들은 너무나 무기력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권력의 아래에 있는 사람이 도전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말이다.

책을 덮고 나니 현실이 보였다. 대놓고 드러나지 않는 것일 뿐 지금 살고 있는 이 세계도 거대한 마틸다 호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은 많은 것들을 누리면서 살고 있으며, 그러지 못한 자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그것도 눈치를 보면서 말이다. 이런 부분들이 현실감 있게 와닿았기에 애스터가 처한 현실에 무엇보다 크게 공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절대적으로 후자에 속했다. 읽는 내내 마음을 때렸으며, 애스터의 몸에 들어간 제 3의 영혼이 된 듯했다. 소설은 끝이 났지만 여운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애스터의 안녕과 미래를 기도하게 되었다. 비록 상상력에 큰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다른 의미로 SF 소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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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목욕탕
마쓰오 유미 지음, 이수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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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어쩌면 좋을까. / p.10

요즈음 힐링 소설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느끼는 내용부터 판타지 한 스푼 얹은 이야기까지 주인공에게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편안함과 삶의 자세를 다시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너무 소설 같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내용으로 현실을 벗어나 큰 위로를 받는다. 

이 책은 마쓰오 유미의 장편 소설이다. 처음에 표지만 보고 힐링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 읽고 싶었다. 보통 힐링 소설의 소재는 서점과 도서관인 경우가 많은데 목욕탕이어서 호기심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줄거리를 보니 힐링과 조금 거리가 있는 미스터리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였다. 그래도 관심이 생겨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네이버 카페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리오는 사오라는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부모님께서는 돌아가시고 동생은 학교를 자퇴했다. 거기에 일하던 직장에서도 프리랜서의 개념으로 퇴사하게 되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힌 듯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큰 걱정을 하던 중 법률 사무소의 조수가 찾아와 전할 말이 있다고 한다.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리오와 사오는 조수의 차를 타고 법률 사무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변호사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는다.

리오의 어머니께서는 가정사를 가지고 있던 분이셨다. 아버지께 듣던 바로는 자녀가 없는 집으로 입양이 되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변호사가 말하는 것은 큰 삼촌이 리오와 사오에게 유언과 재산을 남겼다는 것이다. 리오의 어머니께 남길 재산이었으나 이미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리오에게 돌아왔다. 어느 한적한 곳의 목욕탕을 남겼으며, 목욕탕에 근무하는 직원을 고용승계하는 조건이었다. 아무래도 현실이 있는 리오는 이를 수락했다. 목욕탕에 근무하는 두 남매는 나머지 일을 할 테니 카운터에서 손님을 안내만 해 달라고 한다. 그렇게 목욕탕 고객들로부터 큰 삼촌이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는 미담과 목욕탕이 가진 비밀도 하나둘 알게 된다. 그러면서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던 동생은 조금씩 긍정적으로 성격이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스터리 소설이어서 목욕탕의 비밀이 신비로웠다. 목욕탕을 운영하게 된 이유부터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까지 온통 미스터리 투성이다. 리오에게 투영해 상상해 보니 믿지 않을 사실들이었다. 물론, 직원들의 비밀은 나중에 직접 리오가 확인하고 이를 활용해 고객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열쇠가 되지만 말이다. 보고도 못 믿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큰 스케일의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소설 내용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중요하고도 무게가 있는 비밀이라고 느껴졌다. 소소하면서도 묵직한 비밀이다.

미스터리도 인상 깊었지만 리오와 사오가 성장해간다는 측면이 좋았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학교 친구들에게 버림을 받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오가 고객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이 참 흐뭇했다. 비록 실질적으로 고객들에게 이를 전달하는 존재는 리오겠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사오의 모습을 보면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서 피하게 된 것일 뿐 본질은 사람을 되게 좋아하는 스타일의 친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그와 별개로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힐링 소설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표지에서부터 예상되는 따스함은 어디 안 간다는 것을 또 새삼스럽게 느꼈다. 단순한 힐링 이야기에 신비로운 비밀을 알고 싶은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온탕에서 나오는 따뜻한 수증기처럼 수상한 목욕탕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힐링이 마음을 녹여 주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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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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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지금까지 저런 것들을 상상할 수조차 없었는가? / p.306

장르 소설을 읽다 보면 유명한 작가님들의 소설을 꼭 읽고 싶다. 그런데 의외로 유명한 소설을 크게 읽을 일이 없다. 가령,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애거서 크리스티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다른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아직까지 읽지 못했다. 일본 작가 중에서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보다는 다른 소설들을 찾아서 읽게 된다.

이 책은 듀나 작가님의 SF 단편 소설집이다. 얼마 전 듀나 작가님의 추리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묘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SF 소설 인터뷰집을 통해 내적 친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SF 장르 소설은 첫 도전이다. 거기에 기존에 집필하셨던 소설의 개정판이라고 하니 더 큰 기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초반에 수록된 작품들이 가장 흥미로웠다. 가장 먼저 수록된 <동전 마술>은 동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개팅에 나온 남자 주인공 정기에게 여자 주인공 민영은 동전 마술을 하나 보여준다. 백원짜리 동전을 천장을 향해 던졌는데 동전이 사라졌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일정한 시간에 던지면 사라지는 마법이라고 했다. 정기는 민영을 만났던 장소를 지나가다 똑같이 올렸는데 동전은 그대로 떨어졌다.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인경은 어느 날부터 남자 친구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보인다. 손으로 잡으려고 했으나 잡히지도 않는다. 이러한 일을 포털 사이트에 올리니 사람들은 믿지 않았지만 같은 일을 경험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모이게 되었는데 인경 또래의 여성들이다. 점점 갈수록 사람은 늘어났는데 이 사람들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밀이 있었다.

<A, B, C, D, E & F>는 온라인에서 만난 두 남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A라는 사람은 B라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시작한 듯하다. 어차피 만나지 않을 사이이기 때문에 A는 조금씩 자신과 동떨어져 꾸미기 시작했으며, B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C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점점 관계가 안 좋게 흘러가면서 D와 E 등 새로운 인물들을 자꾸 만들어낸다. 

전반적으로 세 작품 모두 신비로우면서도 의문이 들어서 좋았다. <동전 마술>과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는 어떻게 보면 기이한 일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것처럼 생생함을 느꼈다. 실제로 어느 구역에서는 동전을 던지면 사라질 것만 같고, 어떤 특정 남자에게는 물음표가 보일 것만 같았다. 동전 마술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인물에 대한 그리움과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에서는 현실을 반영한 풍자가 그려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A, B, C, D, E & F>는 게임이나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연애 상대를 만나는 사람이라면 경험할 법한 일이다. 심지어 소설 화자처럼 주변의 친구로부터 이와 비슷한 내용을 들은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 크게 공감이 되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자기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뷰티 인사이드가 떠오르기도 했었다.

줄거리보다 생각과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온 작품도 있었다. 표제작인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이다. 다른 세상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사실 내용은 SF적인 요소들이 등장해서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주인공이 브로콜리라는 이름의 생명체를 잡아서 먹는 모습이 있는데 알고 있는 채소인 브로콜리와 괴리감이 있었다. 남자의 고군분투도 와닿았지만 마지막에 주인공과 대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씁쓸함과 함께 깊이 생각에 빠졌다.

단편집에는 몇 장 분량의 짧은 이야기부터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이야기까지 총 열세 편의 소설이 마치 무지개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배경도 고전을 느낄 수 있는 조선 시대부터 경험한 적이 없는 미래의 시간까지 광범위했으며, 상상할 수 없는 기술이 등장하는 소설부터 현실을 풍자하는 소설까지 소재와 주제도 너무 다양해 소설 계의 31가지 아이스크림을 연상하게 했다. 그만큼 읽는 재미가 있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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