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 자폐인이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다른가?
조제프 쇼바네크 지음, 이정은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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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 놀랍다. / p.16

원래 전공의 특성상 친숙한 단어이기는 하지만 최근 인기 드라마의 영향으로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심지어 같은 전공이 아닌 다른 지인들로부터는 해당 장애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동안 배우기는 했지만 그렇게 깊이 배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른다고 넘기는 편이다. 아무래도 학문적으로만 배웠던 사람이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제프 쇼바네크의 에세이이다. 장애와 관련된 책이라고 하면 따지는 것 없이 우선적으로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어서 자연스럽게 잡게 된 책이다. 그동안 지체장애나 정신장애 등을 주제로 한 책들은 가끔 읽었지만 자폐스펙트럼을 주제로 한 에세이는 처음 보는 편이기에 더욱 기대가 되기도 했다. 

저자는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에는 말을 할 줄 몰랐고,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지적장애로 의심을 받았다. 학창시절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였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약을 먹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의 명문 대학에 들어갔으며, 독일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점이 많았지만 크게 세 가지 정도가 가장 인상 깊었다. 첫 번째로 자폐증으로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학교에서 배울 때부터 이야기를 나누면 자폐증보다는 자폐장애로 말하게 된다. 요즈음은 분류가 바뀌면서부터 자폐스펙트럼장애로 더욱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폐장애라는 용어보다는 자폐증으로 표현을 하는데 나름의 이유도 추측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자폐증에 대한 저자의 태도에 대한 부분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장애로 표현을 하고 있기에 뭔가 편견을 가지고 본다. 나 역시도 상동행동이나 반향어 등 자폐장애에 대한 특징을 배웠기 때문에 그걸 위주로 보는 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저자는 자폐인은 그저 키와 피부색 등의 특징 중 하나라고 말한다.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용어가 말해 주듯이 자폐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일괄적으로 누구나 눈에 띄는 상동행동을 보인다거나 심한 반향어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세 번째는 자폐증에 대한 저자 가족들의 반응이었다.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부모의 경우 더욱 큰 관심을 필요로 하지만 일화를 보면 저자는 가족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듯하다. 혼자 독일에서 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학교와 딜을 해서 저자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받기도 했다. 드라마를 봤던 지인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드라마이기에 가능하다는 말이었는데 읽으면서 저자가 했던 많은 일들이 그렇게 느껴졌다. 특히, 일화 중에서 저자가 했던 일들의 원인을 자폐증으로 돌리는 상황에서 저자의 부모님은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말하라는 대책을 세웠다. 이 부분이 참 흥미로웠다.

그 외에도 저자는 독자들이 내용을 보고 자신을 자폐증을 가진 사람인지 의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약간 비슷한 부분이 있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것 또한 편견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보면서 보통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자폐증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이야기와 전문가가 아니라고 하는 저자의 일화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책을 덮고 나니 제목 그대로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아마 저자의 모습들 중에서 하나도 겹치지 않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같은 모습을 보이더라도 누군가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볼 것이며, 다른 또 누군가는 지능이 모자란 장애인으로 평가할 것이다. 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심한 정도의 장애가 아니라면 자폐증이라는 것 또한 하나의 편견이자 틀이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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